[이색 책방 탐방기] 인문학, 도시와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다

 

[ 이색 책방 탐방기 ]

 

 

인문학, 도시와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다

― 백년어서원 취재기

 

 

 

장민혁(문학특!기자단 객원기자)

 

 

 

    부산 중앙동에는 ‘백년어서원’이라는 인문학 북카페가 있다. 백년어서원은 북카페이지만 다양한 인문학 운동을 전개하며 부산의 가장 든든한 인문학 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백년어서원의 대표 김수우 시인에게 백년어서원을 열기로 결심한 마음을 물었다.
    “문학이 사회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 것인가, 문학의 사회적인 역할이 고민이었다. 문학이 왜 신뢰받지 못하고 문학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김수우 시인은 스스로 자신은 김수영 시인처럼 사회에 바로 뛰어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인은 사회에 대해서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 시인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그 고민의 해답은 곧바로 백년어서원의 개원으로 이어졌다.
    백년어의 뜻은 백년을 사는 물고기이다. 백년어서원의 모토는 ‘물고기가 사는 곳에 사람이 삽니다.’이다. 백년어서원은 나무물고기 조각으로 전시돼 있다. 이 물고기들은 산속의 나무로 지어진 폐허를 허물어서 나온 나뭇조각들로 김수우 시인의 친구인 석정 조각가가 하나하나 손으로 깍은 것이다. 버려진 것이 새 생명을 얻어 백년어서원을 지키고 있다. 김수우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백년어의 의미는 이렇다.
    “나무 이전의 생명성의 회복이었다. 백년어서원을 해운대나 광안리에 새우지 않은 건, 원래의 회복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중앙동에서 부산의 원도심 운동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또한 인간이 근원적인 회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인간의 근원은 아주 작은 디엔에이(DNA)고 나무와 물고기와 다르지 않다.”
    백년어의 의미와 백년어서원의 지론은 맞닿아 있다. 그것은 인간의 근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노력이 인문학 운동이 되었다.
    “‘백(百)’의 우리 옛말은 ‘온’입니다. 이는 ‘전부’, ‘모두’를 함축하고 있으니 곧 온전함을 지향하는 자연수입니다. ‘백년어’는 삶의 치유를 나눕니다. 물고기가 표상하는 건 삶의 깊이와 깨어 있는 표상입니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오르는 힘이며 동시에 우리 내면을 향해 들어가는 힘이기도 합니다. 팽팽한 원심과 구심의 생명성을 품은 나무물고기 100마리는 제각기 아름답고 강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이 푸른 깃발이 바람을 만들고 꽃을 피울 것입니다.” (백년어, 2009, 심지)
    백년어서원의 인문학 운동은 독서회나 철학 스터디 같은 작은 소소한 모임들로 시작한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강연을 열고 있다. 올해는 서구 문학에 치우쳐 있는 세계문학의 타이틀을 벗어나 비서구문학을 중심으로 한 세계문학 강의가 8강에 걸쳐 진행됐다.
    이 외에도 출판기념회, 영어강독, 독서 강의, 스페인어 교실, 동화모임, 글쓰기 강좌를 열고 있다. 청소년 인문상, 백년서평 공모전은 부산의 학생과 시민들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 인문상 수상 청소년들은 상금을 받고 문학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백년서평 공모는 부산의 시민들이 백년어서원에서 선정한 책을 읽고 원고는 보내는 것이다.
    또한 필진과 시민들의 글을 모아 계간지 『百年魚(백년어)』를 발행한다. 이처럼 작은 독서회부터 출판까지 다양한 형태의 인문학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빈틈없이 입체적으로 진행된다. 백년어서원에서 추구하는 인문학 운동의 중요성은 무얼까?
    “자기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생각과 글쓰기는 결국 하나의 형태이다. 자기 생각을 자기 글로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책만 읽거나 교양강좌를 아무리 다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결국 성찰하지 못한다. 오직 글쓰기만이 진정한 성찰을 만들 수 있다. 백년어서원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는 이들을 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년 서평 공모와 청소년 문학상을 진행하는 이유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백년어서원은 즐거움보다는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장소이다.”
    많은 모임과 강의가 열리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백년어서원은 시민에게 열려 있는 북카페라는 것이다. 누구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무료 강연과 독서회,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다. 인문학이 특정 계층의 소유물로 전락하지 않는다.
    김수우 시인은 만학도로 시 공부를 시작했다. 젊을 땐, 중동 국가에서 살았고, 한국에 돌아와 아이 둘을 낳고 펜을 들었다. 주변에선 만류했지만 김수우 시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수우 시인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부산에 와서 대학원을 들어가려고 했다. 박사 학위를 따려고 했는데 대학원에 가려니 돈이 너무 많이 들었고 가족의 희생도 컸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고 나처럼 공부를 하고 싶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박사를 포기하고 나 같은 사람들과 만나는 공간을 열고 싶었다.”
    백년어서원에서 결국 가장 중시하는 인문학 운동은 ‘쓰기’이다. 백년어서원은 작년부터 개똥철학 시리지를 발행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일반시민, 교수, 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통된 주제로 글을 쓴다. 그 글들을 묶어 발행하는 책이 『개똥철학』이다. 작년에는 ‘공존’이라는 주제로 『공존이라는 모험』을 발간했다.
    올해는 ‘장소’라는 주제로 글을 모아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김수우 시인은 책을 발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닌 필자라고 말했다. 백년어서원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절마다 백년어 계간지를 발간하며, 매년 철학 서적을 발간하는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백년어서원은 한결같이 중앙동 구석의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중앙동은 부산의 모든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부산역 옆에 붙어 있다. 올해도 여전히 청소년 문학상과 시민 서평상을 준비하며 새로운 물고기들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매달 변함없이 독서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부산의 인문학센터 백년어서원은 올해 후반기 이민아 시인과 함께 하는 독서 강의, 영어 강독, 파우스트 강의, 스페인어 교실, 세계문학 독서회와 사회도서 독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teen-백년어서원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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