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연재소설] 울적한 다토_제3회

 

[중편연재]

 

 

울적한 다토 (제3회)

 

 

양선형

 

 

 

삽화_울적한-다토-03화

 

    3

 

    1. 영수는 자신이 떠받드는 형님들의 아지트로 나를 안내한다. 형님들은 우르르 몰려다니고, 형님들은 모두 낯설고 두려운 외모의 소유자들이며, 형님들의 무리는 마치 어두컴컴한 덤불을 닮았다. 영수가 덤불 안으로 뛰어들면 덤불이 정확히 반으로 쪼개지며 영수를 집어삼킨다. 덤불이 먹빛으로 짙어진다. 목소리가 들린다. 덤불 안에서 새나오는 목소리들은 저마다 음역대가 다르다. 걸걸한 목소리부터 허약한 목소리, 무겁고 울림이 큰 목소리까지 덤불의 목소리는 뒤섞이는 와중에도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형님들은 납작 엎드려 있고 형님들은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있고 형님들은 서로가 서로를 깔아뭉개고 있는데 이내 뭉쳐진 목소리가 한 갈래로 흘러들고 있는 것 같고 그 소리의 정체는 낄낄거리는,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다.
    2. 몇몇 눈동자들이 덤불 사이에 등불처럼 떠 있다. 건조한 눈동자, 말린 과일처럼 갈변된 눈동자다. 나는 덤불에 파묻힌 영수를 찾아내기 위해 형님들의 눈동자를 차례차례 힐끔거린다. 거기 영수의 눈동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영수의 눈동자를 구별하지 못한다. 또는 지금 영수의 눈동자는 내가 여태껏 익숙하게 보아 왔던 바로 그 눈동자가 아닌 것만 같다. 거대한 새, 괴상하고 음산한 새가 형님들의 무리를 덥수룩한 날개로 포개버리고 있다. 새는 형님들이 기거하는 아지트의 천장을 향해 제 못난 부리를 치켜세우고 있다. 나는 망설이며 형님들에게로 간다.
    3. 형님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나는 모른다. 그들은 앉아 있거나 서 있다.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대개 그들의 두 어깨는 높낮이가 다르고, 한 방향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양팔저울을 연상시킨다.
    4. 나는 형님들 사이를 쭈뼛거리며 스쳐지나간다. 마치 위태로운 널다리를 걸어가는 기분이다. 형님들이 나를 둥글게 둘러싼다. 나는 영수와 만난다. 영수의 얼굴은 오일을 바른 불상처럼 광택을 띠고 있다. 형님들이 내 어깨를 매섭게 잡아챈다. 반죽을 치대려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화들짝 놀란다. 형님들의 손이 내 어깨를 움켜쥔 채 나를 십자 모양으로 펼쳐버린다. 나는 나를 끌어안고 싶다. 홀로, 집요하게, 양 팔을 맞붙인 채, 내 몸을 수호하고 싶다. 손들이 나를 간지럽힌다. 나는 폭소를 터트리고 만다. 곧 나는 터진 폭소를 입안으로 되삼키기 위해 가볍게 혀를 깨물고 있다.
    4-1. 형님들 중 가장 체구가 비대한 자는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 질펀한 젖통이 배꼽 밑에서 달랑거리고, 살이 겹쳐진 부분들이 거무스름하게 그슬려 있다. 그는 스모 선수처럼 위압적이며 흥분할 때마다 바닥에 발뒤꿈치를 쿵쿵 찍는 습관이 있다. 그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모조 염주를 차고 있다. 간혹 형님들은 출렁이는 그의 가슴을 저들의 손바닥으로 찰싹 올려붙인다.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연달아서 말이다. 그는 계속해서 땀을 흘리는데, 땀이 그치지 않고, 형님들의 손이 그의 살갗에 차지게 닿을 때마다 손바닥 테두리로 투명한 물보라가 일어난다. 그는 맞으면서도 고통을 표시하지 않는데, 고통 속에서 의연하고 능청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자신을 매우 떳떳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4-2. 아까부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자, 그는 영수가 말한 형님들의 리더처럼 보이고 눈에 띄게 창백한 얼굴이다. 그는 헤어왁스로 머리카락을 매우 부자연스럽게 세웠는데 이때 그의 얼굴은 과장된 부피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땅콩처럼 작아져 있다. 그의 복장은 새까만 정장이고 와이셔츠 단추를 목 아래까지 바투 채우고 있다. 그는 컥컥 기침을 한다. 혀가 고무줄처럼 튀어나온다. 혀는 스르르 입술을 돌려 핥으며 입속으로 사라져간다. 그는 신중한 얼굴로 나를 관찰한다. 마치 나라는 사람이 어떤 성질의 인간인지 곰곰이 살펴보고 있는 것 같다.
    4-3. 영수가 나를 응시하고 있다. 무리의 말미에서 말이다. 나는 눈을 깜빡인다. 찰나의 순간 영수는 어디에도 없다. 영수가 우두커니 서 있던 자리에는 혼미한 눈빛의 다른 형님이 서 있다. 그는 목이 삔 사람처럼 고개를 뻣뻣하게 굽어 빼고 있다. 양손에는 샛노란 빛깔의 비닐봉투를 버섯 모양으로 붙들고 있다. 이윽고 그는 비닐봉투 입구를 향해 제 짓무른 코를 가져다댄다. 쭈글쭈글한 비닐이 그의 턱밑으로 납작하게 달라붙는다. 형님은 본드를 불고 있다. 봉투가 팽팽한 헛숨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내 형님은 녹여 끓인 회반죽이 된다. 쨍쨍한 해변의 시들어버린 말미잘이 된다. 본드는 제 향에 포함된 환각을 소진하며 돼지기름처럼 하얗게 굳어버린다.
    4-4.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정말 쓸모가 있는 사람일까?
    4-5. 나는 언젠가 형님들이 영수의 크로스백을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영수 또한 형님들에게 어떠한 경계심도 갖지 않고 있다.
    5. 형님들은 흩어진다. 그리고는 방 여기저기에 몸을 부려놓고 누워 있다. 형님들의 아지트는 반지하이다. 상존하는 어스름이 아지트를 점령하고 있다. 벽 귀퉁이가 침전된 녹말처럼 변색되어 있다. 동그랗게 피어난 곰팡이들이 청회색 연못 위에 떠 있는 개구리밥처럼 보인다. 벽은 마치 밀면 쑥 들어갈 것처럼 물러 있다. 바닥으로 오래 비질을 하지 않은 듯 모래알이 밟힌다. 형님들은 이제 나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 형님들은 나와 영수를 방치해둔 채 싱거운 농담을 주고받는다. 쩝쩝 입맛을 다신다. 영수는 말없이 형님들 곁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나는 앉을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서 있다. 형님들 중 하나가 내게 손짓을 한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는다. 바닥은 싸늘하다. 싸늘한 바닥과 무관하게 방안의 공기는 불콰한 열기에 휩싸여 있다. 나는 앉은 채로 엉덩이를 몇 차례 비틀어본다. 아지트 왼쪽 모서리에 본드를 마시다 버려둔 비닐봉지들이 묘지의 화환처럼 덕지덕지 쌓여 있다. 나는 영수처럼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추세운다.
    6. 영수와 나는 대상을 물색한다. 대상이란 주로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이며, 치매나 정신착란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알맞은 대상이 된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그러한 노인들을 촬영한다. 보통 그러한 노인들은 별달리 바깥에 돌아다니지 않고 노인정이나 근처 공원에도 출몰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그들은 종일 집 안에만 있다. 제자리에 겁박된 귀신처럼 말이다. 그들은 매 순간 폐쇄적인 공간이 품은 눅진한 음기를 담뿍 들이마신다. 이를테면 그들은 잘못 삭힌 젓갈이나 다름없는 신세다. 후에 구더기가 끓는 노인의 사체를 발견한 사람들은 그들을 죽음으로 인도한 이 휑뎅그렁하고 밀폐된 공간이 평소와는 다른 기묘한 육체적 활기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수는 임대아파트 주변이나 외진 골목을 서성거리며 가망 없는 노인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노인들이 집밖으로 나선다면 그들은 발목에 쇠스랑처럼 무거운 자신의 공간을 끌고 다닌다. 그들의 좁다란 어깨와 뱅어처럼 굽은 허리는 상시 그들의 공간이 그들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죽음과 죽음이 풍기는 고약한 악취가 그들, 나아가 그들이 사는 방을 넘어서기까지 그들은 그들이 들어앉아 있는 소외와 고립의 터전으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다. 집 밖으로 나선 노인들은 언제나 최후의 식량이 들어 있는 쪼그라든 비닐봉투를 손 안에 걸머쥐고 다닌다. 노인은 매 순간 최후를 준비한다. 노인은 항시적인 체념 상태다. 노인은 멍하니 있다. 삶에 대한 비참한 자각은 노인들의 입장에서 예고된 죽음을 앞당기는 성질 급한 불청객일 따름이다. 독거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노인을 색출해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노인의 분위기나 인상을 막연히 신뢰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영수는 외출한 노인들이 집안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대문의 초인종을 누른다. 문틈 사이로 수척한 몰골의 노인이 빠끔 얼굴을 내밀면 영수는 직감한다. 이 노인은 사람이 아니구나. 이 노인에게 남은 것이라곤 소액이 저금된 통장과 자그마한 단칸방뿐이로구나. 그마저도 없구나. 이 노인에게 잠재된 삶이란 퀴퀴한 이부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누웠다, 다시 앉았다, 다시 눕는 허망한 자세들의 연쇄에 불과하겠구나. 이 노인은 형님들과 내게 아주 근사한 먹이가 되어주겠구나.
    7.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나는 영수와 함께 여러 명의 노인들을 촬영했다. 대개 고개를 수그리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골목을 거닐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이었다. 영수는 노인들의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할 때 그들 각각의 주소를 함께 기록했는데, 곧 형님들은 사진의 노인들 중 적당한 자들을 선별해 그들의 집안으로 들이닥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형님들의 사업이란 국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무수한 독거노인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살인, 강도, 강탈, 협박, 사기, 모든 방법이 허용된다. 노인들은 모든 방법에 어김없이 수월하게 걸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업의 실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사업이 허황되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성사되기를 내심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형님들 무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영수밖에 없었다. 오직 영수만이 동네를 돌며 사업의 첫 단계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영수가 이 사업으로 많은 돈을 거머쥐길 바랐다. 영수가 하루 동안 찍어온 사진을 형님들에게 내비치면 형님들은 그것을 돌려보며 키득거렸다. 농담을 했다. 대개 외모나 신체적 장애에 관한 품평이었는데, 그들은 노인들을 인간에게 병을 옮기는 소나 닭, 가축들에 비근한 존재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영수만이 사업에 적합한 노인의 조건에 대해 더듬더듬 말을 꺼냈는데, 영수의 말을 경청하는 형님은 아무도 없었다.

 

    *

 

    나는 동생의 행적을 상상해본다. 어두컴컴한 벽장 안에서 벌벌 몸을 떨고 있을 동생, 문틈 사이로 파고드는 빛, 동생이 수직으로 더듬고 있는 벽장의 깊이에 대하여. 빛에선 단맛이 난다. 몽연해지는 의식 속에서 동생은 무엇을 바라다보나. 벽장은 텅 비어 있다. 나는 무엇을 바라다보나. 나는 어떤 상상으로 동생의 외로운 육체를 되살리나. 상상 속에서 동생의 모습은 구체화되지가 않고, 매번 내가 감금되어 있던 어린 시절의 벽장을 불러올 따름이다. 그러나 나는 동생이 아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벽장의 문을 걷어찼다. 문을 부셔버리기 위해, 어머니의 체벌에 항변하듯이. 그러나 동생은 운다. 귓속에서, 귀의 둘레를 떠나지 못한 채 말이다.
    환청이 겁먹은 쥐처럼 귓속을 파고든다. 일순간 환청은 자취를 감춘다. 귓속이 간지럽다. 온몸이 쭈뼛 선다. 환청은 귓속의 통로를 따라간다. 마치 나의 귓속이 쥐들이 서식하는 수도관이라도 되는 양. 쥐들은 발각되지 않는다. 동생은 쥐의 형상이 된다. 쥐라면 배아 상태로 적출된 쥐다. 털 없는 쥐. 온몸이 하얗고 물컹거리는 쥐. 움켜쥐고 흔들면 그대로 터져버릴 것 같은 쥐. 내 손바닥이 쥐의 혈액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나는 설마, 하고 생각했다. 설마, 는 나쁜 암시였다. 설마, 하고 저질러지는 상상들이 미래의 시간에서 과거를 되살리고 있었다. 동생은 깜깜한 벽장에서 눈을 뜨고 있을까, 감고 있을까. 벽장 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으면 나의 몸이 수돗물에 의해 서서히 풀어지는 두루마리 휴지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나의 몸에서 여러 악취를 발견한다. 가령 나는 벽장 안에서 무릎을 감싸고 앉아 있다.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있다. 맞붙은 다리 사이에 악취가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악취는 더욱 극심해진다.
    다토에게서도 그런 냄새가 났다.
    다토는 울적함의 밀실에 갇혀 있었다. 한 구의 벽장이 강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망망하게, 거의 유려한 속도로. 다토가 어머니의 입술을 빨고 있었다. 울적함 속에서 말이다. 어머니의 거짓 관능이 다토를 벽장 안에 유폐하고 있었다. 다토가 어머니의 슬립을 풀어헤치고 있었다. 카누를 탄 다토가 먼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습지와 후덥지근한 동남아의 기후와 울울하게 펼쳐진 식물들의 군락이 강을 에워싸고 있었다. 다토의 그림자가 수면 위에서 희박한 파편으로 바스라지고 있었다.
    강물에는 빛깔이 없다. 마치 색들을 갈아버린 것처럼. 굳이 표현하자면 납빛 바위에 가까운 색깔이다. 상상 속에서 다토의 카누에 승선한 아이는 동생이다. 다토는 동생을 자신의 아들처럼 대한다. 나는 내부로부터 벽장을 갉아먹는 쥐들을 상상한다.
    다토는 한국행 뱃삯으로 자신의 아들을 지불했다. 다토는 5년 간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었다. 다토는 그러한 5년이 지금까지의 삶을 청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고 있었다. 5년 후 다토는 동남아로 되돌아가게 된다. 5년 후 다토는 동남아에서 슈퍼마켓을 개업하게 된다. 그러나 5년은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미뤄지고, 도달하지 못하고, 언제나 여분으로 남게 되는 5년이다. 다토는 시간을 헤아리지 않았다. 다만 5년, 5년, 무한정 늘어나는 5년에 대해 말했을 따름이었다.
    어머니는 통장을 동남아인들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았다. 어머니는 동남아를 모른다. 어머니는 남모를 별세계로 정량의 돈을 송금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화폐 단위는 링깃이다. 링깃의 사이즈는 한국 화폐인 천원 권과 그 크기와 색감이 비슷하며, 말레이시아의 초대 왕인 투안쿠 압둘 라만이 인쇄되어 있다. 어머니의 통장을 거쳐 말레이시아로 흘러들어간 돈은 일단 브로커의 소유가 된다. 브로커는 뱃삯의 이자와 원금의 일부를 제한 나머지 돈을 다토의 가족에게 전달한다. 현금으로. 원화가 링깃이 되는 수순이 이러하다. 다토는 얼마큼의 원화가 얼마큼의 링깃으로 환산되는지 알지 못한다. 적어도 그것은 어머니가 떼는 수수료와 브로커의 원금, 이자를 제한 만큼의 금액이며, 다토는 이런 방식으로 유실되는 링깃, 혹은 원화의 행방에 대해 감감하다.
    나는 다토가 얼마 후 한국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배신한 애인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토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쉼 없이 운송되는 동안 다토는 자신의 울적함 바깥으로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다. 울적함이 다토를 몰아붙이는 동안 다토의 영혼은 벽장 안에서 영원토록 동생을 쓰다듬고 있을 것이다. 상상 속에서 말이다. 상상 속에서 언제나 다토는 벽장 안에 있다. 동생과 함께 있다. 쥐인 동생이 자신의 치아로 다토를 파먹는 동안 다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토는 동생이 먹어치우는 제 몸의 깊이로 동생을 끌어안는다. 미안해. 미안해. 다토는 사방에 미안하다. 다른 발음들에 비해 다토의 ‘미안함’은 더 분명하게 들린다.
    나는 사흘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피로했고, 온몸이 쿡쿡 쑤셨다. 벽장엔 여전히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집 안은 고요했다. 창문에서 햇볕이 뻗어 들어오고 있었는데, 햇볕 아래 먼지들은 어느 때 보았던 먼지들보다도 더욱 느리게 나부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시간의 한 순간을 무한히 잡아 늘려놓은 것처럼, 모든 것이 미동이 없었고, 조금씩 움직였고, 나조차도 그러한 시간의 지연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호흡을 내뱉고 있는 듯했다. 방안의 가구들은 마치 포복한 그림자들처럼 보였는데, 그것들은 모두 역광이 생성하는 환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붙박여 있었다. 나는 방안의 이상하고 마술적인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벽장은 완강한 사무원처럼 꾹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현관에서 기다란 야구배트 하나를 찾아왔다. 배트에 넥센을 뜻하는 N과 S가 붉은 글씨로 써져 있었다. 나는 자물쇠를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자물쇠에 부딪친 철제 배트에서 청아한 소리가 났다. 손바닥이 진동으로 쟁쟁했다. 나는 배트를 쥔 손에 힘을 넣고 몇 차례 그러한 행동을 되풀이했다. 자물쇠는 꼼짝하지 않았다. 자물쇠를 응시하는 나는 타석에 선 야구선수 같았다.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신중하게 자물쇠를 겨누고 다시금 그곳을 내리쳤다. 자물쇠는 멀쩡했다. 나는 배트를 내팽개치고 손바닥을 두어 번 털었다.
    환청이 멎어 있었다. 나는 문에 입을 대고는 동생을 불렀다. 입술이 주르르 미끄러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서서히 앉았다.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번에 나는 벽장에 귀를 붙였다. 관자놀이에서 맥박이 뛰고 있었다. 온몸에 더워졌고, 가슴이 쿵쿵 들썩였고, 귓속이 나의 몸이 내는 열광적인 박동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동생은 귓속에 없었다. 나에겐 오직 나뿐이었다. 나는 이 순간 나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배트가 가리킨 방향은 자물쇠가 아니었다. 그곳은 벽장, 벽장의 문짝 자체였다. 손바닥이 얼얼했다. 나는 양 팔을 더 멀리서 불러왔다. 나무가 우지끈 부러졌다. 너덜너덜해진 문짝 안으로 배트 상단이 쑥 들어갔다. 온몸이 문짝을 향해 저절로 밀쳐졌다. 나는 문짝에 박힌 배트를 돌려 뽑았다. 배트가 다녀간 자리가 움푹 꺼져 있었다. 나는 문짝에 생긴 구멍에 눈을 대보았다. 벽장 안에 누군가 있었다. 누군가는 움직임 없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동생이었다. 동생이 아직 그곳에 있었다. 나는 문짝을 향해 다시금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귓속이 우우 공명했는데, 허기진 바람이 동굴의 외벽에 머리를 짓찧고 있었다. 그런 소리였다. 나는 동생을 구하고 싶었다. 동생을 가둔 이 고질적이고 완강한 주머니를 양말처럼 뒤집고 싶어졌던 것이다.

(계속)

 

 

작가소개 / 양선형(소설가)

1990년 광주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제 14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소설『스나크 사냥』이 당선되어 등단.

 

 

   《글틴 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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