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길 외 1편

[신작시]

 

 

      고양이의 길

 

 

        이제니

 

 

    그것은 조용히 나아가는 구름이었다. 찬바람 불어오는 골목 골목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라지는 그림자였다. 구름에도 바닥이 있다는 듯이. 골목에도 숨결이 있다는 듯이. 흔적이 도드라지는 길 위에서. 눈물이 두드러지는 마음으로.

 

    흰꽃을 접어 들고 걸어가는 길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 봄밤은 저물어가고. 숲과 숲 사이에는 오솔길이 있고. 오솔길과 오솔길 사이에는 소릿길이 있고. 소릿길과 소릿길 사이에는 사이시옷이 있었다. 어머니는 흰꽃처럼 나와 함께 갈 수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고양이의 길. 누구도 다른 누구의 길을 갈 수 없다는 듯이. 잡을 수 없는 것을 손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다가갈 수 없는 것을 혼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그리고 향
    그리고 날아가는

 

    어제처럼 오늘도 고양이가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고양이의 길. 얼룩무늬 검은 흰. 얼룩무늬 검고 흰. 누군가의 글씨 위에 겹쳐 쓰는 나의 글씨가 있었다. 늙은 눈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눈길이 있었다. 그것은 늙은 등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늙은 등은 느리고 흐릿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한 발 내딛고 다시 돌아보는 길이 있었다.

 

 

 

 

 

 

 

 

 

      나무장이의 나무

 

 

    나무장이가 나무를 쥐고 걷는다

 

    나무와 나무를 쥐고 걷는다
    나무에 나무를 더해 걷는다

 

    한 손에 하나씩 나무 두 그루

 

    나무는 말라서 막대기가 됩니다
    막대기는 눈먼 자의 눈이 됩니다

 

    한켠에는 들판 한켠에는 어둠

 

    어둠 한켠에는 깨어 있지 않음
    들판 한켠에는 죽어 있지 않음

 

    나무가 들판을 어둠으로 물들입니다
   어둠이 나무를 들판으로 불러냅니다

 

    나무장이가 나무를 따라 걷는다

 

    어둠에 어둠을 더해 걷는다
    들판에 들판을 더해 걷는다

 

    나무 두 그루 나무 두 그루
    멀리 바라보는 나무 두 그루

 

 

 

시인 이제니

작가소개 / 이제니 (시인)

– 1972년 부산 출생
–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 2010년 시집『아마도 아프리카』출간
– 2014년 시집『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출간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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