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연재 소설] 울적한 다토_제2회

 

[중편연재]

 

 

울적한 다토 (제2회)

 

 

양선형

 

 

 

 

    2

 

    나는 어머니에게 다토를 고발했다. 다토는 제 입술을 꾹꾹 깨물었다. 어머니는 다토를 용서하지 않았다. 혼비백산한 다토가 대문 앞에 서 있었다. 맨발로 말이다. 나는 대문을 닫았다. 때로 그는 제 주먹으로 대문을 두들겼다. 소리는 마치 포물선을 그리며 멀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잦아들었는데, 다토의 힘이 점진적으로 빠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다토의 비밀을 고백했다. 그것은 내가 속한 삶의 영토에서 다토라는 머저리를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듣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어머, 어머, 박수를 쳤다.
    나는 본다.
    다토의 팔이 동생의 얄팍한 허리를 휘감아드는 광경을. 동생이 키득거리고, 다토의 눈이 모조 큐빅처럼 헛헛한 광채를 내뿜고 있다. 다토는 팬티 차림이다. 나는 재차 본다. 다토의 팬티가 봉긋하게 부풀고 있는 모습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곳에 없다. 나는 개입할 수 없다. 나는 발각되지 않는다. 다토의 팔이 동생을 억류하고, 동생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다. 동생은 사색인 채로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말이다. 다토가 동생을 눕힌다. 동생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순연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토가 동생의 골반을 붙잡는다. 동생의 하반신이 매섭게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이때 다토의 손가락은 검은 꼬챙이 같다.
    나는 다토를 저지하지 못한다. 나는 장면에 참여하지 못하고, 장면이 나를 배척하고, 장면이 나를 장면의 모서리 아래로 미끄러트린다. 어느새 다토는 동생의 통통한 엉덩이 사이에 제 얼굴을 묻고 있다. 나는 문틈에서 다토와 동생을 바라보고 있거나, 천장에서, 벽장 위에서, 창밖에서 그러한 장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생각한다. 저것은 죄야. 저질러진 죄. 피할 수 없는 죄. 내 시선이 다토의 죄를 은판 위에 각인시키고 있는 거야.
    나는 다토의 행각을 어머니에게 고자질한다. 이번에 동생은 바지를 벗고 있고, 바지를 벗은 채로 제 성기를 방바닥에 짓이기듯 마찰시키고 있다. 발끝이 뾰족해진다. 발끝을 뻣뻣하게 들어 올린 동생의 모습이란 마치 상공으로 몇 피트 떠오른 비행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동생의 얼굴이 풍선처럼 발개진다. 나는 생각한다. 나도 저랬지.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에. 방바닥에 사타구니를 비벼대곤 했지. 아무것도 짜내지 못하는 성기, 물큰하게 썩은 감귤 같은 성기로 방바닥을 이리저리 쑤셔보곤 했단 말이야. 동생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있다. 마치 요가를 하고 있는 듯하다.
    어머니가 말했다.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나는 낙담에 사로잡힌 다토를 상상한다. 다토. 너는 당해도 싸지. 감히 내 동생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나는 동생의 순박한 표정을 상상한다. 엉덩이에서 큼큼한 냄새가 나요. 엉덩이에 코를 박은 다토가 숨을 들이쉬고, 두 쪽으로 쪼개진 동생의 엉덩이를 양 손으로 움켜쥔다. 엉덩이가 짤막한 코를 후룩후룩 집어삼킨다. 다토의 갈빗대가 세차게 요동한다. 동생의 엉덩이가 힘이 좋은 사냥개처럼 다토의 얼굴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상상은 변주된다.
    이번에 다토와 동생은 함께 벽장 안에 앉아 있다. 나는 장면의 스위치를 켠다. 희미한 조도의 알전구 하나가 벽장의 캄캄한 어둠을 간신히 무마시키고 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제각기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앉은 다토와 동생은 골반을 맞댄 채 수직으로 솟은 벽장의 나무문을 올려다보고 있다. 문은 오래 전부터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동생은 다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다. 벽장은 후덥지근하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다토는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그것을 내뱉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벽장 내부의 공기가 점차 혼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다토는 현기증을 느낀다. 그는 한쪽 팔로 동생을 흔들기 시작한다. 동생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다. 동생은 깨어나지 않는다. 다토는 제 다리를 주무른다. 쥐가 났기 때문이다. 다리는 부목(副木)처럼 딱딱하게 경화되어 힘을 줄 수가 없을 정도다. 다토는 동생을 깨우는 일을 포기하고 동생의 머리를 가만히 제 가슴 아래로 보듬어준다. 갑작스레 알전구가 펑 소리를 내며 깨어지는데, 그것은 마치 치닫는 번개처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어머니가 식탁 앞에 앉아 있다.
    어머니의 자세는 식탁과 평행하고, 의자와 평행하고, 어머니는 거의 눈부시게 닦인 균형 속에서 제 신체를 꼿꼿이 드잡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자세를 철회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집안의 공기를 견딜 수 없다. 어머니의 입술이 완강하게 닫혀 있다. 나는 창문을 열고, 집안을 환기하고, 텔레비전을 켜고, 창밖이며 텔레비전에서 일시에 닥친 소음들이 공기의 무게를 허물어트리기를 바란다.
    나는 말한다.

    엄마 나는 골똘히 바라봤지 죗값을 치러야만 했거든 웃지 말고 소리를 내지도 마 감정을 죽여 화가 난다면 천천히 거리를 걸어 기다려 나보다 먼저 영혼을 구걸하게 될 사람이란 너라는 마음으로 은폐할 수 없는 마음 용인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인내하면 나쁜 일들이 점차 누그러질 거고 나의 감정은 삽날에 찍힌 지네처럼 천천히 죽어갈 것이며 나는 나의 감정을 다스리길 원하고 나는 내가 모든 것들을 첫 번째로 견디는 사람이 되길 원하며 말하자면 나는 모든 이들의 형 모든 이들의 아버지 모든 이들의 잃어버린 자식이 되길 원하고 있으니까 그것은 간절한 상상이고 생각이니까 엄마 걔는 정말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실제로 그래 아직 공포라는 것의 맛을 보지 못했거든 다리를 달달 떨고, 바람 빠진 웃음이 입술 틈새로 실실 새나오는 거야
    나는 동생에게 말할 거야 “야 너는 공포를 느꼈어야 됐던 거야 감당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크게 울부짖었어야 됐던 거야 잘 봐 입을 벌리고 이렇게 말해 나는 네가 두렵다 나는 너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지 네가 이렇게 벽장 안에 갇힐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다토가 네게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전혀 없었을 거란 말이야”

    밤중이 되자 다토는 대문을 두들기지 않았다. 기숙사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벽장에 귀를 대면 동생의 나지막한 숨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물소리 때문에 동생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새로운 연인을 맞이할 것이다. 새로운 연인을 맞이하기 위해 샤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샤워를 마친 어머니의 몸에서는 입욕제 냄새가 난다. 동생의 형량이 길어지고 있었다. 형량은 환청의 시간에 비례했다. 환청이 어머니가 맞는 물줄기 아래로 줄줄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귓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그려보았다. 벽장 속에 물이 차오르는 광경, 깨금발을 든 동생, 덜그럭거리는 벽장, 부글거리며 불어나는 기포들을.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송곳이 필요했다. 날카롭게 벼려진 송곳, 귓속에서 뇌리까지 이어지는 길쭉한 송곳이. 머리가 쨍하게 아픈 느낌이었다.

 

    *

 

    나는 천변에서 영수를 만났다. 동생이 벽장 안에 감금된 후 스무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새벽의 천변은 한산했다.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영수로 말할 것 같으면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영수는 그 사실을 꽤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적어도 부끄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영수와 함께 있을 때 나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나는 영수에게 문자를 했다.
    잠이 안 와.
    천변에는 푸릇푸릇한 억새들이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잡풀들이 빽빽하게 자라나 있었다. 물비린내가 났다. 곳곳에 갈아엎어진 흔적이 있었는데, 천변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깨진 잡석들이며 쌓인 돌무더기들이 보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석재 다리가 물살을 맞고 있었다. 나는 영수에게 다가갔다. 영수는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여자친구인 듯했다.
    영수는 여자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밤새 피시방에 있었다고 했다. 게임을 했다고, 여름이라서 다행이라고, 밖에서 밤을 보내도 전혀 불편할 것이 없다고 했다. 날을 새면 다리가 저린 느낌이라 이렇게 산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생이 벽장 속에 있는데. 죄책감이 든다고도 했다.
    영수는 동생을 그렇게 만든 어머니를 가만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를 패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라고 했다. 영수는 바닥에 놓아두었던 크로스백을 어깨에 멨다. 크로스백은 굉장히 무거워 보였다. 지퍼를 열자 은빛 동전들이 가득했다. 영수가 낑낑거리며 앞장을 섰다. 어기적거리며 걸음을 떼는 모습이 퍽 우습게 여겨졌다.
    오락실에는 여러 노래방 시설들이 부스별로 구획되어 있다. 영수와 나는 구석 쪽으로 난 부스를 선택한다. 영수와 나는 부스로 들어선다. 나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고, 그러면서 등짝으로 문에 뚫린 유리창을 가린다. 그 사이에 영수가 크로스백 안에 준비해온 절삭기로 노래방 기계의 자물쇠를 끊어낸다. 영수는 내 사타구니 틈새에 웅크린 채 낑낑거리며 힘을 쓴다. 나는 영수를 내려다보지 않고, 가사가 써진 모니터를 우두커니 주시한다. 영수는 기계 안쪽의 동전들을 모두 크로스백 안으로 옮겨 담는다. 영수와 나는 한곡을 더 부른다. 이번에는 영수가 부른다. 영수는 기뻐한다. 너무 기뻐서 노래를 부르는 음성이 파르르 떨릴 정도다.
    영수와 나는 크로스백을 천변까지 운반한다. 그리고 천변의 굴다리 밑에 서서 동전을 세어본다. 영수는 동전을 지폐로 교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구태여 동전이 들어찬 무거운 크로스백을 짊어지고 다닌다. 누군가를 만나면 크로스백의 지퍼를 열어 보여준다. 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느낌으로. 나는 영수에게 말한다. 어머니보단 다토가 먼저지. 하기야 다토는 대가를 치렀어. 어머니에게 버림받았거든.
    돈이 필요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영수다. 영수는 학교에 다니지 않듯 집으로도 귀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걸었다. 천변은 습했다. 고개가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하복 상의가 타이트하게 여겨졌다. 겨드랑이가 자꾸만 가려웠다. 영수는 흘러내리는 가방끈을 연이어 추스르고 있었고, 그 때문에 한쪽 어깨가 다른 쪽 어깨보다 반 뼘 가량 기울어져 있었다. 나는 영수의 크로스백을 들어주려다 말았다. 영수가 화를 낼 수도 있으니까. 영수는 크로스백을 제 몸처럼 소중하게 생각한다. 영수는 가방 곁을 떠나지 않는다. 눈을 부릅뜬 채 주변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웃통을 벗은 아저씨들이 조깅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부어 있었고, 양팔을 휘두르는 폼이 흡사 취객 같았다. 우리는 낄낄거렸다. 아저씨들이 헉헉 신음을 내뱉으며 강 주위를 부리나케 뛰어가고 있었다.
    최근에 영수는 아는 형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아는 형님은 영수보다 먼저 학교를 그만뒀다. 동네의 여러 존경스러운 형님들이 그 집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고 했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는 거대한 사업을 함께 하는 동지가 될 거라는 말도 같이 했다. 형님의 집엔 할아버지 한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이미 몸이 아픈 세월이 오래되어 이부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할아버지에겐 으레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 그것은 할아버지가 이미 똥오줌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수가 모시는 형님은 언제나 하루에 두 번씩 할아버지의 이불보를 교체하고, 이불을 빨아 널고, 할아버지의 몸을 헝겊으로 깨끗하게 닦아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와 이부자리가 풍기는 후덥지근한 기운을 억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 때문에 그들은 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데, 다른 형님들의 불평이 이만저만하지 않다고 했다. 형님은 할아버지가 죽으면 정부에서 일정하게 들어오는 보조금이 끊기기 때문에 최대한 할아버지의 생명을 연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할아버지가 죽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며, 그 때문에 리더로서의 자질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나는 영수에게 사업의 내용을 묻지 않았다. 대신 영수의 어깨를 몇 번 토닥거려 주었다. 영수는 내 팔을 뿌리쳤다. 그리고 씩씩거렸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너랑 같이 있는 편이 낫다고, 조만간 어머니가 일하는 공장에 불을 지를 거라고 말했다. 영수는 자신도 학교에 불을 지르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꿈 이야기를 했다. 꿈속에서 영수는 운동장에 서서 화염에 휩싸인 교정을 우두커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영수는 왼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교정의 유리창들이 열기에 의해 박살나고, 그을음이 뒤섞인 연기가 뭉게뭉게 하늘로 치솟고, 화마에 휩쓸린 아이들이 교실 난간에 올라서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영수의 발목을 붙잡았다. 영수는 깜짝 놀랐다. 꿈속에서 영수의 발목을 움켜쥔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때 나는 일종의 불타는 짚단이었다. 영수는 내가 무서웠다고 했다. 발목이 데인 것처럼 뜨거워졌다고, 영수는 싸리비나 다름없는 나의 손목을 여러 번 걷어찼다고 했다. 영수의 발길에 나의 해골이 멀리 날아갔는데, 영수는 그제야 문득 방화의 결과가 나의 몸에 불을 지르는 방식으로 귀결되었음을 절망적인 심경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곧 운동장에 그을음 찌꺼기들이 남았고, 그것은 마치 모닥불의 잔해처럼 여겨졌다. 돌아보니 불타던 학교는 평소와 같았다. 수업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렸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영수의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영수에게 말했다. 며칠만 재워줘. 곤란하겠지만.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루한 천변이 점차 밝아오고 있었다. 천변은 황폐했다. 작동을 멈춘 굴삭기들이 모래 속에 삽을 처박은 채 침묵하고 있었다. 고꾸라진 갈대들 사이로 큼지막한 손톱자국들이 보였다. 아저씨들이 천변의 한 구석에서 체조를 하고 있었다. 늘어진 가슴이 물을 채운 풍선처럼 출렁거렸다. 옆구리가 하르르 물결쳤다. 영수는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형님께 연락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영수를 기다렸다. 졸음이 몰려들었는데, 시야에 흐릿한 막이 끼어 있는 듯했다.

 

    *

 

    어머니는 이전에도 몇 차례 다토에게 이별을 선언한 전력이 있었다. 어머니가 다토를 가리킨다. 당장 꺼져. 다토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향해 제 손바닥을 죽어라 비벼댔다. 발음의 어눌함은 배가되었는데, 충격이 다토의 말문을 막아버린 것 같았다. 위기 상황마다 다토는 온몸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대체로 납작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고 버티는 등 온몸으로 참회를 연기하는 방식이었다. 다토의 행동은 어머니의 선언이 기각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머니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다토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이 그러한 코웃음과 비슷한 감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다토는 내게 자신이 조국에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이가 잘 커가는 것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나는 다토에게 조국과 가정을 위해서라면 어머니랑 헤어지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다토는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해. 그것은 달라. 다토가 도리질을 했다. 나는 언제나 다토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는데, 실제로 종종 다토는 제 공장의 기숙사에서 그러한 폭력을 감수하고 있었다.
    다토는 평소 슬립을 입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과장된 경의를 표시했다. 그야말로 신성한 대상을 맞닥뜨린 표정이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어로 어머니를 향해 격양된 찬사를 지껄여댔다.
    황홀한 마음을 토로하는 와중에도 다토의 얼굴에 드리워진 침울함은 좀처럼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침울함은 다토 쪽으로 희끄무레하게 포자를 내린 곰팡이들이었다. 어머니를 겨냥한 다토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은 다토가 자신의 침울함으로부터 뛰쳐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침울함이 다토의 얼굴을 헬멧처럼 옭아매고 있었다. 다토는 매번 침울함의 벽에 가로막혔다. 표정은 저절로 팽팽해져서 마치 그대로 굳은 개떡 반죽을 연상시켰다.

 

    *

 

    어머니가 외출한 후 다토는 동생을 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동생이 다토의 귀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동생은 세상의 온갖 귀들을 좋아했다. 동생은 세상의 온갖 귀들에 관한 고집스러운 식탐이 있었다. 다토의 귀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생각했다. 또 벽장에 처박히겠군. 나는 동생을 말렸다. 실핏줄들이 동생의 눈동자를 촘촘하게 결박하고 있었다. 잇몸이 헐어 있었다. 나는 동생을 부둥켜안았다. 다토의 귓불이 떡처럼 늘어지고 있었다. 동생의 치아가 새빨갛게 변했다.
    나는 고통에 사로잡힌 다토의 표정을 봤다. 찡그린 얼굴은 울적함을 퇴출하기에 적절한 표정이었다. 울적함이 사라지고, 울적함의 자리에 둥지를 트는 감정은 고통이다. 고통의 번개가 울적함의 먹구름을 우르르 찢어발기고 있었다. 다토는 울적한 사람. 자신의 울적함을 저지할 수 없는 사람. 동생을 떼어낸 이후 다토는 제 귀를 왼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귀는 약간의 상처가 생겼을 뿐 멀쩡했다. 동생이 입맛을 다셨다. 다토가 머리에 붕대를 감았다.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붕대를 두른 다토를 보고 소스라쳤다. 그리고는 동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어머니가 동생을 벽장 안을 향해 내던지고 있었다.
    다토가 어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내 잘못이에요. 다토가 빌빌거렸다. 동생이 파닥거렸다. 싱싱한 보리새우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다토의 귀를 베어 물려고 했다. 어머니가 손날로 동생의 목젖을 가격했다. 동생이 기침을 했다. 벽장에 유폐된 이후로도 동생은 기침을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를 제지하지 못한 다토가 벽장 앞에서 시무룩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기침을 청취하면서 말이다.
    나는 상상한다. 상상에는 많은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것은 존재하지 않고, 사실 없는 것이며, 없는 곳을 향해 다토라는 죄인을 발생시키는 일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토가 등장한다. 다토는 한국어에 서툴다. 변명에는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를 온전히 획득하지 못한 다토는 나의 상상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어머니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용서를 구하고, 회개를 하는 식으로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다토가 동생의 팬티를 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동생의 엉덩이에 쓱쓱 문지른다. 그와 같은 짓들이 반복된다. 상상은 강화된다. 다토가 카누를 타고 있다.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상상에 방점을 찍는다. 다토의 얼굴이 상기된다. 상상 속에서 동생은 토끼처럼 작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한다. 다토는 영문을 모른다. 어머니는 다토와 동생 모두에게 벌을 내렸다. 동생은 사흘 간 벽장 안에 있었다. 다토는 사흘 동안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나는 사흘 동안 집으로 귀가하지 않았다.

 

 

 

작가소개 / 양선형(소설가)

1990년 광주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제 14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소설『스나크 사냥』이 당선되어 등단.

 

 

   《글틴 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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