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것이다 외 1편

[신작시]

 

 

신은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것이다

 

 

김준현

 

 

    신을 벗은 발
    매미가 울 때마다 매미 허물이 한참을 떨었지 지하의 열일곱이란 사춘기와 얼마나 다른지 시가 적힌 종이를 피리처럼 말면 생기는 어두운 터널이겠지 김밥의 표면을 닮은 비밀이겠지

 

    구김살 없는 사람도
    구김살이 많은 소복을 입는 날
    그러나 신발은 언제나 당하는 것

 

    나는 알고 있다, 낮달의 참을성은 드러나지 않는 몸으로 낮에 붙은 달 노련한 창녀처럼 자연스러운 낯으로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답게 움직이는 것 영정사진 아래서 노인을 닮은 발톱을 깎다가 문득 저 사람들, 달을 보고 있구나 모두가 주목한 더러움을 토끼를 닮은 얼룩을

 

    봉쇄수도원
    문 잠그는 소리가 문 열리는 소리와 다를까
    치매에 걸린 붕대를 풀자, 다시
    희고 먹먹한 고요와 함께 있는 나

 

    벙어리는 자화상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귀를 눌러요
    입을 막을 것이지
    앞니가 흔들리는 피아노
    골반이 뒤틀린 나무의자만큼
    장애가 많은데

 

    나는 말을 배워놓고 말을 할 수 없으니, 노래라도 될까요?

 

    통성명이란 내 이름을 주고 남의 이름을 받는 건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
    그 이름을, 내게 주소서

 

    관 뚜껑에 못 박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신이여
    더는 질문이 없으니
    대답을 마시오, 하나님 혹은 아버지

 

    차가운 결말
    귀신을 자주 보면 흰 머리가 많이 생기지
    검은 머리를 가진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옛말은 귀신이 지어낸 것이다
    손전등 불빛이 정신 나간 나방을 닮아가는 공동묘지
    사람은 누워있고
    비석은 서 있는
    이상한 키 높이로 본 세상

 

    이 세상에 날 거라면
    에스키모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에스키모는 얼음에서 침묵을 배웠겠지

 

    당신은 왜 이리 떠드는 겁니까, 이 짙은 악몽 속에서
    해몽도 할 수 없는 언어로
    시를 써야만 했나요?

 

    얼음을 타고 북녘으로 가다가 남쪽으로 가다가
    파도의 색이 한번쯤 병색을 보일 때
    아, 저게 당신이구나 하면 되는 것을

 

    *  에스키모의 뜻

 

 

 

 

 

 

 

쓴 것과 쓰는 것

 

 

    양말의 전부는 양말이 뒤집힐 자유 발톱에서 발톱의 색을 벗기면 속이 다 보이는 사람처럼 벗기고 싶은 마음과 벗은 마음의 모양이 다르다 한 사람의 발에서 함께 자란 발톱의 길이가 다 다르다

 

    집을 나간 개의 이름이 개의 목에 걸려 있는 자유
    집을 나가고 싶은 자유와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자유와
    집이 될 자유가 다르고

 

    집에 들어서서 콜라의 뚜껑을 비트는 숨소리가 남아있는 콜라와 같을 때 콜라의 호흡은 언제나 죽음 직전의 것처럼 간신히 유지되고 엄마가 안 보이고

 

    저 방에 있을까 물음표가 물어보는 것들은 묻기 전부터 있었고 환청이 소리를 낳는 소리라면 엄마의 침묵과 나의 침묵이 다르고

 

    고구마는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남아 있는 건 고구마가 자랐기 때문이고
    고구마의 몸을 뚫고 자란 싹들이
    고구마를 더 살게 한다면

 

    나는 어두운 곳에 있어야 했다 나는 고구마와 다르고 생선과 달라서 생선이 상하면 생선의 냄새가 나고 기분이 상하면 기분의 냄새가 나는 것처럼 집보다 집이라는 말이 더 가까운 지면에서 나는 입을 벌리고 같은 말을 쓰고 또 쓴다 같은 말들이 다 달라지고 있다

 

 

 

시인 김준현

작가소개 / 김준현(시인)

– 1987년 경북 포항 출생.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시)와 2015년 창비 어린이 신인문학상(동시)을 통해 등단.

 

    《문장웹진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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