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만발 인터뷰]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허승화 인터뷰

 

[사심만발 인터뷰]

 

 

시로부터 영화까지

–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허승화 인터뷰

 

 

 

김선정(문학특!기자단 2기)
이상학(문학특!기자단 3기)

 

 

 

    문청들 중 한국예술종합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은 대개가 서사창작과를 떠올린다. 그러나 적잖은 문청들이 영상원에 입학한다. 관계가 있어 보이는 듯도, 없는 것 같기도 한 영상원은 미지의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승화 씨는 고양예고 출신으로 시를 준비하다 영화과로 진로를 변경한 한예종 영화과 4학년생이다. 5월 23일 토요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문학추천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허승화 씨를 만났다. 그는 당일 촬영에서 황인찬 시인의 『구관조 씻기기』를 감동작으로 꼽았다. 촬영이 끝난 후 글틴기자단은 캠퍼스 인근 카페에서 문청들이 지닐 법한 몇 가지 궁금증을 해소했다. 왜 시에서 영화로 전공 분야를 바꾼 것일까? 영화를 만들면서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영상원은 어떻게 입학했을까? 시로부터 영화에 이르게 된 허승화 씨를 만나보자.

 

 

    Q. 이상학 글틴기자(이하 이) : 반갑습니다. 우선 허승화 씨는 시에서 영화로 진로를 변경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A. 허승화(이하 허) : 를 굉장히 좋아했지만 다른 분야도 배워보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시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시라는 건 결국 ‘나 스스로 쓰면서 배워나가는 것이다’였습니다. 다른 것들을 배우고 더 세상을 알아가는 것도 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과를 선택했습니다.

 

    Q. 김선정 글틴기자(이하 김) : 영상원의 생활과 수업은 다른 대학 생활과 어떻게 다른가요?
    A. 허 :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건 모든 대학 생활이 똑같은 것 같아요. 다만 내 작품을 늘 염두에 두고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게 다른 것 같습니다. 전 연출과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수업을 꾸려 듣고 있습니다. 1~2학년 수업과 과제가 정말 힘든데, 그만큼 기본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성장한 게 다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이 외에도 좋은 수업과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Q. 김 : 한예종 영상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허 : 작업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학생이 원할 때 최신 영상 장비(조명, 촬영, 영상 편집 장비 등)를 빌릴 수 있어요. 편집실도 넉넉하게 구비돼 있어 학생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어요. 이정도 장비와 시설을 보유한 학교가 없거든요. 만학도가 많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커서 후배라고 해도 한참 어른인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고 선배가 후배의 작품을 도와주는 게 그렇게 문제되지 않기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 연기과 등의 다른 학과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활발합니다. 다만 연극원, 영상원, 미술원, 전통예술원은 석관동 캠퍼스에, 음악원과 무용원은 서초동에 있는 다른 캠퍼스를 쓰고 있어요. 그래서 음악이나 무용하는 이들과 작업하고 싶은 작품이 생겨도 협업이 어려운 점이 아쉽습니다.

 

    Q. 이 : 한예종 영화과에 진학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A. 허 : 제가 들어올 당시 한예종은 1차와 2차 시험이 있었어요. 1차 시험은 입상 경력으로 대체됐고, 2차 시험은 주제를 주고 글쓰기를 통해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어요.

 

    Q. 이 : 입학을 하신 뒤에도 몇 편의 영화를 만드신 걸로 알고 있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가 영화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혹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나요?
    A. 허 : 영화를 배우면서 영화는 시와 굉장히 다르다고 느꼈어요. 영화는 간단하게 사운드, 편집, 촬영, 연출, 시나리오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시를 활용할 수 있거나 시적인 감각을 이용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간략하게 (시나리오 제외) 연출·제작·촬영·조명·편집·사운드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대부분 스태프들을 모집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이에요. 발로 뛰는 일들이기 때문에, 시를 배운 게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시와 영화 두 가지 모두 제가 창작하는 것이라 결국 주제나 이야기가 겹치는 부분이 생기곤 해요.

 

    Q. 김 : 잠시 문학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글을 쓰던 철학과 학생으로서 다시 글을 쓰는 게 두렵곤 합니다.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어요.
    A. 허 : 고등학생 시절에 대산문학캠프에 간 적이 있어요.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는데, '시는 도도한 여자 (꽃일 수도 있어요) 같아 하루라도 손길을 안 주면 시들어버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꾸준히 한 줄이라도 쓰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게 하기 힘들었던 거죠. 대학 들어와서 일 년 정도 글을 못 썼어요. 2학년 때도 비슷했고요. 못 쓸 것 같은 두려움에 쓰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반년 전부터 될 대로 되라, 일단 쓰고 보자 하는 생각으로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당장 누구에게 평가받을 것도 아니고요. 요새는 거의 매일 쓰고 있는데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써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쓸 생각입니다.

 

    Q. 김 : 서사창작과, 극작과 수업을 청강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수업을 들으셨고,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허 : 제가 들은 수업은 황지우 선생님의 '명작읽기'와 '정전연구'입니다. '명작읽기'는 그리스신화와 비극부터 시작해서 인류사의 명저서를 읽는 수업이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체계적으로 서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서사의 씨앗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서사소'와 서사의 기본 줄기를 배울 수 있었어요. 이야기라는 것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황지우 선생님은 '모든 서구 근대문학은 그리스신화에 각주를 단 것에 불과하다'란 말씀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제가 만드는 작품에 가져올 수도 있었습니다.

 

    Q. 이 : 문학과 영화는 굉장히 다르군요.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A. 허 : 일단 몸이 굉장히 힘들어요. 인원을 모으는 것도 힘들고 추운 날, 더운 날 야외에서 촬영하게 되면 그 자체로도 힘들고요. 지난번에는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20시간 동안 촬영을 한 적도 있어요. 김밥 사다 놓고 온종일 영화를 찍으면서 잠도 못 잤고요. 그리고 정말 미안한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데 내가 갚아줄 방법이 없을 때 가장 힘들어요. 이번 영화 촬영 때도 일본어를 도와주신 분이 계시는데,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보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힘이 들었습니다.

 

    Q. 김 : 최근 건국대 영화학과와 영상학과의 통폐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A. 허 :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제작방법 자체가 다릅니다. 애니메이션은 작화를 한 프레임으로 그려야 해요. 그리고 일 초당 24프레임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림 실력과 컴퓨터 작업이 필요합니다. 영화는 실사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입니다. 하나에만 집중해도 일 년에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게 불가능한데, 두 개를 동시에 배우는 건 안 배우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 : 마지막 질문입니다. 문학을 하는 학생 또는 사회인 중에서도 영화와 영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들에게 필요한 소양이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A. 허 : 우선 영화 쪽에서는 버티는 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성실함도 중요하구요. 그다음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도가 있겠네요. 그리고 최악의 상황들을 생각해 보신 뒤에 신중하게 선택하셨으면 해요. 이 일 자체가 졸업한다고 해서 일이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대학원과 유사한 과정은 있지만, 석사 과정도 없고요. 평생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 알아두신 다음에 결정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못 버티는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중 허승화 씨는 영화를 배우고 관련 일을 하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영화과로 온 것을 후회하세요?”라고 묻자, “너무 급한 일들에 밀려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가 배운 4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영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진로를 선택하라는 당부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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