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유감_10주년 특집] 76

 

[글틴유감_10주년 특집]

 

 

76

 

 

 

양선형

 

 

 

 

    글틴에 처음 가입했을 때 내 나이는 열일곱이었다. 나는 당시 막 고등학교를 그만둔 참이었는데, 함께 자퇴한 친구가 있었고, 그는 연일 양아치들을 따라다니며 술을 마셨다. 밤마다 전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생겼어. 나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여자친구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 이런 글을 썼다. 오늘은 쿤데라를 읽었다. 좋았다. 나는 우울한 아이이다. 나는 나의 중이병을 통제할 여력이 없다. 돈도 없다.
    글틴에 블로그에 올리던 비평이며 시를 게재했는데 평이 돌아왔다.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글틴에는 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시를 잘 쓰고 싶었다.
    글틴에는 시를 잘 쓰는 김대진이 있었다.
    나는 김대진에게 말했다.
    “나는 우울해.”
    글틴에는 철학적 소양이 남다른 이이체가 있었다.
    나는 이이체에게 말했다.
    “나는 우울해.”
    글틴에는 여자를 잘 꼬드기는 이창훈이 있었다.
    나는 이창훈에게 말했다.
    “나는 우울해.”
    그러자 하나같이 이러한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나는 별로 우울하지 않았다. 그들도 별로 우울하지 않았다. 그러나 뭔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있었다. 우리는 예민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머리를 길렀다. 콤플렉스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콤플렉스를 감출수록 콤플렉스는 나의 전부가 되는 듯했다. 어느 날 이이체가 말했다.
    “나는 닭을 좋아해.”
    분당에서 김대진, 이이체, 이창훈과 함께 자주 닭을 먹었다. 어느새 정민호가 추가되었다. 나는 이이체에게 말했다. “누굴 존경해?” 그러자 이이체가 누구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말했다. “그게 나야.”
    당시 문학은 우리에게 가장 난해하고 신비로운 주제였다.
    우리는 회기에 있는 여관에 자주 투숙했다. 김대진이 먼지의 연대기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이창훈은 여자와 문자를 하고 있었다. 이이체는 나도 시인이 될 거야, 했다. 그들과의 만남은 재미가 있었다. 중독성도 있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낙오된 뚱보들이 떠오른다. 나른한 열대야, 코코넛을 던지는 원숭이들도 떠오른다.
    이창훈은 걷는 것을 좋아했다. 하염없이 걸으면 아침이 되었다. 아침엔 밥을 먹어야지. 식당으로 갔다. 나는 형들에게 의지를 했다. 형들이 밥을 사줬던 것이다. 배가 부르면 잘 곳을 물색했다. 형편이 넉넉한 날엔 여관에, 그렇지 않은 날엔 찜질방에 갔다.
    이이체, 이창훈이 말했다.
    “너는 문제가 많군.”
    나는 생각했다.
    당신들도.
    추억이 많다. 나는 더 우스워질 때까지 추억을 들여다본다.
    나는 며칠 전 위에 언급된 사람들과 만났다. 치킨에 맥주를 마셨다. 나는 글틴에 추억담을 써야 해, 이랬다. 일동이 폭소했다. 모두가 이전의 어떤 시기를 떠올리는 것 같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떠올리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우리는 곧 볼링을 치러 나갔다. 볼링의 제왕은 이창훈이다. 볼링으로 이창훈을 따라잡는 것은 무리였다. 정민호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쳤다. 이이체는 헛스윙만 하고 있었다. 김대진의 볼링공이 외곽으로 밀려났다. 나는 생각했다. 이들은 나의 가장 괴이한 친구들이다. 이들은 나의 괴이함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나는 이창훈을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을 했다. 글틴 시절에 대한 나의 인상이 차츰 명확해지고 있었다.

 

 

작가소개 / 양선형(소설가)

1990년 광주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제14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소설 「스나크 사냥」이 당선되어 등단.

 

 

   《글틴 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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