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문장청소년문학상_최우수_시] 머리카락

 

[2014년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최우수상 _시]

 

 

머리카락

 

성하영(필명 : 흐린)

 

 

 

흔드는 대로 흔들린다 나의 몸에서 가장 힘없는
미미한 향과 햇볕으로 사는 머리카락
그러나 머리카락은 자란다 계속 내려와 손을 잡으려 한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몇 올은 처음 보는 곡식의 색이다
한 올 한 올 끊어질 듯 이어지며 무언가를 품고 있다
목을 꺼슬하게 감싼다
부드러울 겨를 없어도 온기는 머금었다
머리카락이 펜 끝에 물들도록 말을 건다

 

아 그렇게 견뎠던 걸까
부는 바람 따라서 일 년에 반 뼘씩 자라났던 걸까
가위가 다가온다 반색하며 말을 걸면
그는 썩둑썩둑 대답했다 한 뼘 두 뼘 세월을 잘랐다 머리카락에는 감각이 없다
그러나 머리카락도 숨을 쉰다 미세한 가닥 깊숙한 곳에서 심장도 뛴다

 

뒤늦게 말을 건다 우두커니 앉아서 햇볕을 받는다
따듯한 바람이 너를 끌어당긴다 날아가고 싶다면 놓아줄 수 있을까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너에게 외로웠겠다 손을 잡으려는 노력이 잘려나갈 땐
차라리 위로 자라는 동아줄이 되고 싶었으리라
웅크린 너를 살살 쓰다듬으니 손가락 사이를 간질이며 웃는다
다시 헝클고 다시 쓰다듬고 다시 간지럽힌다 네가 더 따듯하도록

 

 

< 수상소감 >
 
    강가에 서서 수면 위의 햇빛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젖어야만 빛날 수 있는, 시는 제게 그런 것이었을까요.
    처음으로 흠뻑 젖고 싶어졌을 때, 글틴을 만났습니다. 갓 발 담근 저에게 귀한 조언과 큰 선물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하영(필명 : 흐린)

– 의정부여자고등학교 3학년 성하영입니다.

 

 

   《글틴 웹진 4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