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탐방글] 신철규 시인, 시로 통하던 일상

 

[문학특!기자단 / 사심 가득한 인터뷰]

 

 

신철규 시인, 시로 통하던 일상

 

 

 

박지영, 권택석 (문학특기자단 2기)

 

 

 

 

    시인의 안내를 받으며 인사동 골목을 걸었다. 한식 음식점의 문을 열자 세 명의 안경에 뿌옇게 김이 서렸다. 재수생 시인 권택석 기자와 예비 재수생 박지영 기자는 음식을 기다리며 입시에 관해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신철규 시인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유빙(조선일보 2013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등단했다. 기자와는 백일장을 통해 안면이 있다. SNS에서 시인의 계정을 발견, 섭외할 수 있었다.

 

 

   # 시인의 일상은 고양이와 함께

 

    지영 : 요즘엔 취미생활도 하고 계신가요?

 

    시인 : 취미는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거 말곤 없어요. 술 먹는 것을 취미라고 하기엔 좀 그렇죠? (웃음)

 

    지영 : 프로필을 봤는데,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시인의 프로필엔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있다.)

 

    시인 : 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워요. 첫째는 미오고 둘째는 포터인데, 고양이는 낮에 되게 많이 자거든요. 걔네 보고 있다가 저도 자요. 그게 저에게 있어 제일 좋고 제일 행복한 일 중에 하나예요.

 

    지영 : 고양이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나요?

 

    시인 : 미오는 장모님이 지어주셨어요. 고양이 묘. ‘미오’를 빨리 발음하면 묘, 고양이 묘(猫) 자가 되잖아요.

 

    지영 :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 등단을 통해 불행의 길에 들어서다

 

    지영 : 국문과를 전공하셨는데, 시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시인 : 뭔가 쓰고 싶어서 국문과에 온 건 아니었어요. 시집도 잘 안 읽어봤죠. ‘우리 엄마 시집 간다’라는 시가 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강의를 듣고 알게 됐어요. 그걸 들었는데 펑펑 울었어요. 고동 새끼가 어미를 다 파먹고 나오면, 어미가 떠내려가는 걸 보고 울엄마 시집간다고 표현하는 거예요. 그게 생각나서 시를 쓰고 처음으로 한 선배에게 “네가 시를 쓰는 것 같다.”라고 칭찬을 받았어요.

 

    지영 : 오은 시인은 오래 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했어요. 혹시 등단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나요?

 

    시인 : ‘등단만이 살 길이다’라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등단이 조금 늦었잖아요? 가끔씩 등단하는 지인들도 생기고, 나는 뭐하는 건지 자괴감도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대학원을 다녔는데 이번 겨울에 등단이 안 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원양어선이라도 타자고 친구한테 말했어요. (웃음) 두세 곳에 투고를 하고 기다렸어요. 그러다 연락이 왔죠.
    영화 《 가타카 》에서 동생이 “내가 그래서 해낸 거야. 나는 돌아올 힘을 남겨두지 않았거든.”이라고 말해요. 저는 그 당시에 돌아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 후로 강연 갈 때에도 끝에 있을 때 구원의 손길이 있을 거라고 얘기해요.

 

    지영 : 등단한 후에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시인 : 시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어요. 보는 기준이 더 높아졌죠. 예전에는 내가 보기에 좋았던 부분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등단한 후부터는 과연 좋은 문장인가 의미 있는 문장인가 판단하게 돼요. 의미가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게 되는 거죠. 보는 눈이 달라지다 보니까 힘들어요. 자기 시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게 되니까요. 시 쓰고 계속 불안하고, 시 쓰기 전에도 불행하고, 등단하는 게 완전히 행복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등단이 모든 걸 결정하지 않지만 불행의 왕국에 들어오는 거라 생각해요.

 

    지영 : 선생님이 등단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시인 : 아마 학원 강사를 했을 거예요. 취직할 수 있는 사람과 취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사람들에게 지시 받는 게 싫어요. 아마 취직한 사람으로는 안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력서 스무 장은 썼는데, 면접 본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고, 제가 포기한 데도 있어요.

 

 

   # 백석, 시인의 시골 생활을 말하다

 

    택석 : 선생님의 시 ‘눈 오는 날’을 보면 백석 시인의 느낌이 들어요. 백석 시인에 관한 논문을 많이 쓰시기도 했고요.

 

    시인 : 백석 시인의 경험 중에 제가 경험했던 일들이 많아요. 저는 전남 거창이 고향인데 해발 500m예요. 산골 오지라서 막차가 7시 반에 끊기는 동네거든요. 축제날에는 돼지를 잡기도 했고요. 지금도 집에서 명절 앞두고 솥뚜껑을 뒤로 해서 가마솥처럼 불을 때요. 겨울에 먹을 것도 올려 먹고요. 우리 할머니가 호랑이를 봤대요. 진짜야. (웃음) 할머니 집이 산에 있어서,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질 못했대요. 여우 불빛이 윤곽처럼 나오고 그래서요.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자랐다가 백석 시인을 만난 거죠. 백석과 저의 간격은 백년 가까이 됐지만, 시를 해석 하는 게 아닌 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저에게 백석 시인은 특별해요. 백석 시는 단순히 시골 얘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릴 때의 이야기를 굉장히 객관적으로 썼죠. 감정 표현을 잘 안 해요. 소설을 쓰는 것처럼 쓰죠.

 

    지영 : 백석 시인은 낭만적인 시를 많이 썼다고 알려지지 않았나요?

 

    시인 : 후기로 갈수록 그래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같은 시를 보면 백석 시인이 낭만적일 거라 생각하지만,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든지 그러지 않아요. 자신의 얘기를 하면 과장도 하고 그러는데,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시를 쓰는 태도를 본받고 싶어요. ‘눈 오는 날’ 역시 백석이었던 느낌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그랬어요.

 

 

   # 시와 삶의 간극 혹은 연결

 

    지영 : 선생님의 시는 사회 비판적이면서, 한편으로 애틋한 모습들도 엿보여요. 시인의 평소 모습과 시에서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고들 하는데요, 선생님께선 어떠신가요?

 

    시인 : 내가 아는 다른 시인들도 그렇겠지만, 거의 안 씻어요. 양치도 하루에 한 번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죠. 부인한테 씻으라고 자주 혼나요. 일반인보다 더 폐인으로 살아요.
    시를 쓰는 지점이 있을 때 그때 쓰게 되죠. 자기 생활 자체를 여과 없이 시로 만들어낸 시인들이 있어요. 내가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는 건 힘들기 때문에, 이건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주변에 있던 사건을 쓰려고 해요. 폐쇄적으로도 생활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끄집어내려고도 하죠. 혹은 사회적 고통과 나의 평온한 삶의 간극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택석 : 선생님의 시엔 구름에 대한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시인 : 구름은 긴 시간 동안 존재했어요. 그걸 보면 저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옛날에 수업을 듣는데 내가 “앞으로 김승희 시인이나 이성복 시인 같은 사람들이 또 나오겠습니까?”라고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선생님께선 한시의 망설임도 없이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충격을 받았죠.
    먹구름에서 비가 안 내릴 수도 있고, 지금은 흰 구름이더라도 비가 내릴 수도 있는 거예요. 즉 끝까지 가보는 거예요. 그때 알 수 있는 거죠.

 

    지영 : 시를 가르치는 일도 하셨나요?

 

    시인 : 네. 농아들을 대상으로 시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했어요. 시를 제대로 가르쳐본 적도 없는데 수화를 통해 전달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죠. 장애인의 경험을 글로써 표현하려고 하니까, 수화로 번역을 안 되는 단어들이 있어요. 언어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허물어졌어요.

 

 

   # 쓸모없음 속의 쓸모 있는 존재

 

    지영 : 지금의 사회에서 글이 줄 수 있는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시인 : 시의 효용이나 쓸모에 관해서요? 문학은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노숙자의 삶에 관해, 지금 굴뚝에 올라가 투쟁을 하는 쌍용차 사람들에게, 뭘 해줄 수는 없을 거예요. 예전에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시위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작가들이 현수막에다가 ‘쌍용차 노동자들 힘내세요.’ 이런 글들을 썼어요. 그런 글들을 현수막에 크게 써 놓았죠. 주변에 같은 노동자들도 있고 다큐 찍는 작가들도 있었어요. 저는 간단하게 얘기도 좀 하다가 밥도 먹고 그랬어요. 노동자들은 시위를 하고 있는데 제가 밥을 먹는 게 조금 웃기죠. 아무튼 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죽지 않게 만드는 글을 써야 한다 생각해요. 살릴 순 없더라도, 죽지 않게 할 수 있는 글을요.
    그래서 제 시가 어둡고, 밝은 얘기가 거의 없어요. 고통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밝은 글을 쓰겠어요. 그건 지영 양이 좋아하는 김성규 시인도 그런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애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뜻을 모으고, 고생하는 사람들. 다소 막막함은 있어요.

 

    택석 : 기도밖에 할 게 없어서, 기도를 하는 것처럼요?

 

    시인 : 네. ‘이게 도움이 될까?’라는 회의가 항상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라는 절망. 두 개가 같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회의와 절망이 같이 있어야, 내 자신에게 계속 채찍질하게 되죠.

 

    택석 : 음악은 주로 어떤 것을 들으세요?

 

    시인 : 부인이 가끔씩 누가 좋다는 얘기를 해서, 부인이 듣는 거를 들어요. 시인들 중에 메탈 마니아도 있고, 클래식 마니아도 있는데 저는 깊게 듣는 편이 아니에요. 라디오헤드도 듣고, 이승환 노래도 듣죠. 메시지가 있는 거를 좋아해요. 리듬 때문에 듣는 편은 아니고요.

 

    택석 : 시가 안 써질 때 어떤 일을 하시나요?

 

    시인 : 다른 사람들의 시를 무조건 막 뒤져요. 어떻게든 영감 받을 수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요.

 

    지영 : 앞으로 시집 출판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시인 : 욕심대로 된다면 내년에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택석 : 시집 제목으로 생각해둔 것이 있나요?

 

    시인 : ‘술래는 등을 돌리고’. 술래는 유일하게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영문법 시간’이라는 제목을 생각했어요. 최근엔 다른 제목들도 생각해보고 있고요.

신철규(2015)
신철규

 

 

 

    [박지영 기자의 후기] 성시인를 인터뷰했던 날, 10년 후를 그리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시에 그다지 조예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자단을 통해 작가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쓰는 글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생각한다.
    처음 ‘유빙’을 읽었을 때에는 그저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 시를 매일 읽게 되었다. 글을 쓸 때마다 한동안 시 구절들이 계속 생각나곤 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시인은 모든 연과 행에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시인의 시는 물에서 퍼지는 잉크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백일장에서 신철규 시인을 보게 되었다. ‘저 분이 그 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 시인이 지나갈 때, 작게 불러서 (백일장) 원고지에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하는지 물었다. 백일장이 끝나고 한 번 더 마주칠 기회가 있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다.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또 뵐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질문이었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신철규 시인은 그럴 거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딱히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다.
    트위터에서 신철규 시인의 계정을 보았고, 대화를 걸어 시인을 섭외할 수 있었다. 시인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시인의 사소한 배려 속에서 나오는 감동이 있었다. 시인에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는 문자를 보내면,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답장이 온다. 겨울 동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식점에서 느꼈던 온돌의 온도처럼, 시인 덕분에 겨울은 꽤 따뜻했다.

 

 

   《글틴 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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