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연재] 누에의 난④

 

[중편연재]

 

 

누에의 난 (제4화) 마지막

 

 

김도연

 

 

21

 

    그렇지만 이것은 따스한 이야기다.

 

22

 

    누에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 고치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 들여다봐야 고치 안에서 어른거리는 누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고치를 짓다가 병에 걸려 죽어버린 누에들도 더러 있었다. 죽어버린 누에들은 그때그때마다 화단에 묻어버린 터라 그 자리엔 토해 내다 만 명주실만 바늘 같은 소나무 이파리에 이리저리 걸려 있었다. 그 명주실엔 죽은 누에에서 흘러나온 진액이 배어 있어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누에들이 건강하게 살아남아 고치를 짓고 그 속으로 들어갔기에 흐뭇한 기분 역시 감출 수 없었다. 비록 알에서부터 시작해 기른 건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이후 아주 뒤늦게 누에를 다시 만난 게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건식은 잠실에 누워 팔베개를 한 채 소나무 가지에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고치들 하나하나를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 바라보기만 했다. 너무 빨리 고치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게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이제 쟤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침에 출근하기 전 아내가 물었다.
    “번데기가 되어 고치 속에서 잠을 자는 거지.”
    “언제까지?”
    “……길면 이 주 정도.”
    “그리고 나방으로 변하면 고치에서 나오는 거야?”
    “그렇지.”
    아내는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보며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건식도 달력을 쳐다보았다.
    “그다음엔?”
    “교미를 하고 알을 낳으면 모두 죽어.”
    “……그때까지 다 지켜볼 거야?”
    “고민 중이야.”
    “뭘?”
    “고치에서 명주실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실을 포기하고 누에씨를 받을 건지.”
    “씨를 받아서 뭐 할 건데?”
    “글쎄…….”
    “당신 설마 앞으로 누에 키울 생각하는 건 아니지?”
    “누엘 키워?”
    “미리 말하는데 난 절대 반대야!”
    누에씨를 받아 내년부터 누에를 친다. 누에를……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건식은 잠실에 누워 아침에 아내가 미리 짐작하고 던져 놓은 말을 곱씹었다. 원래의 계획은 수작업을 해서라도 고치에서 직접 명주실을 뽑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걸리는 게 있었다. 좋은 명주실을 얻으려면 고치 속의 번데기가 나방으로 변하기 전에 죽여야만 했다. 인간들에게는 고치가 비단의 원재료지만 누에 번데기에겐 누에나방으로 변하기 전까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집이었다. 문제는 인간들이 번데기가 나방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없다는 점이다. 나방으로 탈바꿈하면 곧장 침으로 고치를 녹여 구멍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데 그러면 고치에 심각한 손상이 생긴다. 명주실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치를 뜨거운 물에 삶아 번데기를 죽이는 거였다. 건식으로선 얼마 되지 않는 명주실을 얻기 위해 번데기를 죽이는 일이 왠지 달갑지 않아 그것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내의 말을 듣고서야 생각지도 못했던 방의 문이 열린 것이었다.     건식은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의 책장으로 갔다. 그동안 몇 권 구입했던 누에와 관련된 책을 다시 펼쳤다. 컴퓨터를 켜고 누에에 관련된 사이트들을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녔다. 그동안 건식이 막연하게 알기로는 우리나라의 양잠업은 중국의 값싼 명주실이 대량으로 공급됐기에 경쟁력을 잃고 사양길에 접어든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차이가 있었다. 한때 총수출의 10퍼센트를 차지하던 잠업은 나라에서 산업구조를 농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바꾸는 등 산업화의 여파로 몰락했다는 게 더 비중 있는 이유였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도시와 공장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게 맞는 얘기였다. 오죽하면 유행가요의 가사에도 나오지 않는가. 뽕을 따던 처녀들은 서울로 갔다고. 처녀들만 간 게 아니었다. 총각들도 학교를 졸업하기 무섭게 하나둘 공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명절이나 되어야 수돗물을 먹어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고 말하며 시골로 돌아왔다가 다시 떠나갔다. 그렇게 한동안 고사위기에 몰렸던 잠업은 누에 분말이 약제로 개발됨에 따라 최근 다시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건식은 오전 내내 누에 관련 사이트를 오가며 요즘 누에들의 살림살이가 어떠한지를 두루 훔쳐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떡였다.
    앞으로 누에를 치는 게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
    건식은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실은 고민이 아니라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아내는 즉각 답신을 보내왔다.
    반대!
    이거 전망이 밝은 일이야. 내가 잘 아는 일이기도 하고.
    나는 우리 집이 누에들 집으로 변하는 거 싫어.
    걱정 마.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거기서 키울 거야.
    ……나중에 직접 얘기해.
    이렇게 다시 누에를 만난 게 기뻐, 나는.
    나는 당신이 누에로 변한 거 같아 징그러워!
    나는 변함없이 사람이야.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고.
    아이고! 입술에 침 바르세요!
    이미 발랐어.
    양잠 관련 책을 들고 건식은 잠실로 들어갔다. 누에 사이트들을 둘러본 결과 양잠은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고치를 생산하고 더불어 익은누에로 약제까지 생산할 수 있었다. 가격도 안정적이어서 잠실을 짓고 시간을 두고 뽕나무만 확보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물론 한 일 년은 산뽕나무를 찾아다녀야 하겠지만 요즘은 누에를 기르는 집이 거의 없어 품만 팔면 뽕잎을 확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건식은 잠실에 누워 풀솜 안에서 점점 윤곽이 잡혀 가는 고치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잠이 스르르 밀려오는 시간이었다.
    눈을 감자 아주 멀리서 건너왔음이 분명한, 누에들이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귓전을 적시기 시작했다. 건식은 그 소리의 물결 위에 몸을 올려놓고 물결이 일렁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어쩌면 여기까지 오기 위해 그 모든 옛날이 있었다는 생각이 물살에 스르르 퍼져 나갔다. 직장에서 해고된 것도 어쩌면 더 늦으면 누에들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물결을 타고 휘청 넘어갔다. 그 밤, 원주의 재래시장에서 누에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엄마, 아버지, 예식이, 하식이를 더 많이, 아니 어쩌면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힘을 다 소비한 물수제비의 납작한 돌처럼 물결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리고 또 무엇이 누에들의 뽕잎 갉아먹는 소리를 닮은 물결 위로 번져 나가고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지 건식은 눈을 두리번거렸다. 그때마다 물결 위에서 몸이 공처럼 둥실둥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다. 어린 시절에 살던 산골짜기 마을이 저 앞에서 출렁거리다가 사라졌다. 친구들의 얼굴은 뜬구름처럼 물 위에서 일렁거리다가 자잘한 물거품으로 부서졌다. 그러고 보니 고향에 언제 찾아갔는지, 아니 그 근처라도 지나간 게 언제 적 일인지 감감했다. 고향 쪽에서 오는 모든 사람들과 연락들을 차단해 버린 것도 오래전 일이었다. 천애고아처럼, 아니 진짜 천애고아가 되어 살아온 날들이었다. 건식은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래! 아내와 아들이 저편에서 활짝 웃으며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건식도 활짝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두 손을 휘저었다.
    “아빠?”
    건식은 실눈을 뜨고 천천히 꿈에서 빠져나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모습이 점점 또렷하게 드러났다. 아들은 마치 누에 연구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나무 섶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고치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었다. 돋보기까지 준비한 채.
    “……언제 왔어?”
    “조금 됐어요. 근데 아빠, 누에들이 불쌍해요.”
    건식은 일어나 앉았다. 꿈속의 풍경들은 바퀴벌레처럼 재빠르게 흩어졌다.
    “……왜?”
    “너무 짧게 사는 것 같아서 불쌍해요. 사십오 일은 너무 짧아요.”
    “……사람 눈으로 보니까 짧은 거겠지. 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얘들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아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고치들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건식도 비슷한 심정으로 고치들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대신에 누에나방들은 알을 많이 낳고 사라지잖아. 사람으로 치면 자식들이고.”
    “그건 알아요.”
    “너는 왜 누에가 좋아?”
    건식은 진심으로 아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아들은 대답을 미룬 채 돋보기를 들고 다시 고치들을 살폈다. 왠지 그 둥근 볼록렌즈 속엔 고치 속에서 오롯이 잠들어 있는 번데기가 보일 것만 같아 건식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한마디로 말해 울타리가 없었다. 그 상상력을 가지치기하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건 어처구니없게도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와 학교였다. 건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 옆으로 다가갔다.
    “뭐가 보여?”
    “아빠, 이 고치는 왜 이렇게 생겼어요?”
    실북처럼 생긴 고치 두 개가 붙어 있는 게 마치 자그마한 아령을 보는 것 같았다. 쌍고치였다. 어렸을 때 많이 본 적이 있었다. 아니…… 건식이 마지막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본 고치가 바로 쌍고치였다.
    “……번데기 두 마리가 들어 있어. 그래서 이렇게 생긴 거야.”
    “같이 사는 거네요?”
    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에들은 참 착해요. 그래서 누에가 좋아요.”
    착한 누에들…… 건식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들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지난 세월 동안 한 번도 누에가 착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게 맞았다. 누에는 집에서 기르는 가축도 아니고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도 아닌 매년 봄날 잠자고 공부하는 방을 빼앗고 동네아이들과 공을 차며 놀 수 있는 주말도 빼앗는 징글징글하게 생긴 곤충일 뿐이었다. 집 근처에 있었던 오대산 월정사의 잿빛 승복을 입은 스님들을 연상시키는. 가족들이 누에로 변하기 전까진 그런 존재에 불과했던 누에들이 세월이 흘러 아들에게 와서 착한 누에로 변한 것에 대해 건식은 납득하기 힘든 어떤 얼떨떨한 기분과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누에는 착한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음식을 탐하지 않고 오로지 뽕잎만 먹고, 평생(평생이라야 45일가량이지만) 다섯 번밖에 잠을 자지 않고, 성격과 식성이 까다롭다고 하지만 달리 보면 대단히 정결한 곤충임에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단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천을 직조할 수 있는 명주실을 뽑아낼 수 있는 고치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게 인간들의 입장에서 본 것이겠지만. 누에는 그저 알에서 깨어나 뽕잎을 먹고 잠을 자고 고치를 짓고 번데기에서 나방으로 변해 교미를 마친 뒤 알을 낳고 죽는 그런 반복을 되풀이하는 곤충일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입장이라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비단이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비단. 인간들은 한동안 귀중한 물건과 정신적인 것 앞에 비단이란 최상의 미사여구를 붙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단구두, 비단 보자기, 비단 방석, 비단 같은 손, 비단 가난, 비단옷, 비단결 같은 마음…… 착한 누에들이 만든 고치에서 나온 실이 방직기를 거쳐 천으로 변해 연출한 아름다운 결과물들이었다.
    “산에 가자.”
    “산엔 왜요?”
    “뽕나무가 어디 어디 있는지 알아보려고.”
    아들은 고치 속으로 들어간 누에도 뽕잎을 먹느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고치를 뚫고 나온 누에나방이?
    “내년부터 아빠는 본격적으로 누엘 키울 예정이다. 그래서 뽕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려는 거야.”
    “진짜요?”
    건식은 아들과 함께 간편한 등산 복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치악산의 여러 자락 중 하나가 뻗어 나온 곳의 끝자락에 집이 자리하고 있어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되었다. 주말이면 산책 삼아 한가롭게 걷던 길이었는데 왠지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아 건식은 기분이 묘해졌다. 왜 그런지 한참을 그 까닭을 짚어보다가 비로소 알아차리고 헛기침을 했다. 건식은 오직 뽕나무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익숙한 길이었는데도 무엇을 찾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길로 보이는 게 새삼 신기할 정도였다. 몇 그루의 산뽕나무를 발견한 다음부턴 아예 다른 나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아내를 처음 만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연애를 시작할 때처럼…….
    “근데 아빠, 엄마가 허락했어요?”
    “허락할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야, 뽕나무가 의외로 많네!”
    크고 작은 산뽕나무는 골짜기의 계곡을 따라 십여 미터마다 한 그루씩 자라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어림잡아도 누에 반 장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나무가 크고 험한 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나무에 올라가 뽕잎을 따는 게 다소 힘들겠지만 다른 경쟁자가 없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건식은 아들에게 뽕나무의 위치를 기억하라고 일일이 일러줬다.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나무들 속에 숨어 있는 뽕나무를 먼저 찾아내 건식에게 알려줄 정도가 되었다.
    “아빠, 할아버지 뽕나무예요!”
    아들이 뛰어와 건식을 끌고 가 가리킨 곳에는 그동안 본 뽕나무 중에서 가장 큰 뽕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마치 관공서 마당에서 자라는 느티나무처럼 생긴 뽕나무였다. 자리로 보아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던 집이 있었던 곳이었다. 건식은 아들과 함께 딸기나무 덤불을 헤치고 우람한 뽕나무 아래로 가서 하늘을 가리고 있는 뽕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진짜 할아버지 뽕나무네!”
    “아빠, 이건 제가 발견한 거예요!”
    “그래! 야…… 이 뽕나무 하나면 누에 이만 마리는 키우겠다.”
    “이만 마리?”
    사방으로 가지를 쭉쭉 뻗고 있는 뽕나무의 뽕잎들마다 누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아들은 한 아름, 두 아름, 뽕나무 줄기를 껴안으며 둘레를 재었고 건식은 뽕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누에로 변한 가족들 생각에 잠겼다.

 

23

 

    “아직도 안 왔다고?”
    윗마을 아저씨는 지게에 뽕나무 가지를 산처럼 지고 와 마당에 내려놓았다. 건식이 산에 가서 잘라온 뽕나무 가지보다 열 배나 더 많아 보였다. 어른은 어른이었다. 건식이 더 이상 뽕잎을 구하러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가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양이었다. 지난번처럼 술에 취해 있지도 않았다. 건식은 그 뽕나무 가지를 햇볕이 들지 않는 정지로 한 아름씩 안아서 날랐다. 그 사이 아저씨는 잠실의 누에들을 둘러보고 나왔다.
    “너희 외갓집 전화 없냐? 있으면 내가 우체국 가서 한번 연락해 볼 테니.”
    “전화 없어요.”
    “니가 모르는 무슨 다른 일이 생긴 거 아니냐?”
    “예?”
    “아, 아니다. 그래, 인편에 연락도 없고?”
    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참!”
    “아저씨, 저번에 보니 아줌마 얼굴이 퍼렇게 멍들었던데 어디 아프신가요?”
    “어? 아, 그거. 원래 여편네들이란 가끔씩 때려 줘야 정신 차린다.”
    “아저씨가 때렸다고요?”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남정네들은 다 그런다. 그래야 집안이 별 탈 없이 굴러가는 법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때려요?”
    “니는 아직 어려서 얘기해 줘도 모른다. 그만 가마. 아참, 누에들한테 무슨 일 있음 바로 연락해라.”
    윗마을 아저씨는 빈 지게를 지고 서둘러 마당을 나섰다. 뭔가 꺼림칙한지 몇 번이나 되돌아보며. 건식은 대문 옆에 서서 삽사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아저씨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있는 잠실로 들어갔다.
    “……갔어요.””
    “…….”
    “엄마, 아버지? 저 힘들어요.”
    “…….”
    “이제 그만 사람으로 돌아오세요.”
    “…….”
    “……왜 말을 안 하세요? 제 목소리가 안 들려요?”
    “…….”
    “하식아? 예식아?”
    “……형, 엄마 아빠 기분 안 좋아.”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나란히 있던 하식이와 예식이가 훌쩍거렸다. 엄마와 아버지는 등을 돌린 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식은 나무문틀에 기대앉았다. 누에로 변해 있는 가족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누에들 속에 섞여버린다면 누가 엄마고 누가 아버진지 누가 동생들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 똑같이 열세 개의 마디에 검은 무늬가 있었다. 얼굴도 똑같았다. 잿빛 승복을 입은 듯한 피부색도 모두 동일했다. 말하지 않는다면, 말하지 못한다면 그냥 누에일 뿐이라는 생각도 뒤따랐다. 건식은 문틀을 뒤통수로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엄마, 아버지…… 우리 가족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건식아?”
    아버지였다.
    “우리가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힘들겠지만 당분간 누에를 잘 돌봐야 한다. 그게 지금 니가 전념해야 할 일이야.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도 모른다. 그걸 알면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 우리는 그냥 지금에 충실하면 된다. 누에로 변한 우리야 종일 뽕잎 갉아먹는 게 전부라 힘들지 않지만 니는 많이 힘들 거다. 우리가 왜 그걸 모르겠냐. 하지만 우리가 누에로 변하고 싶어서 변한 것도 아니고 그건 니도 마찬가지다. 나중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지금이다. 지금 신세타령이나 하며 한숨만 쉬면 그게 곧 나중의 지금이다. 세상 사람들도 모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다 각자의 말 못할 사정 하나쯤은 있을 게다. 거기에 휩쓸리면 나중도 똑같은 일에 휩쓸린다. 그러니 쓸데없는 감정에 왔다 갔다 하지 말고 눈앞에 닥친 일을 해. 내가 볼 땐 그게 가장 좋은 지금이고 나중이야.”
    “……그럴게요.”
    “하루 세 끼 꼭꼭 챙겨 먹고.”
    엄마의 말에 건식의 볼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엄마의 표정은 단호했다.
    “지금은 니가 우리 집 가장이다. 그걸 명심해.”
    “저기…… 지금이라도 친척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뭘?”
    “엄마, 아버지, 예식이, 하식이가 누에로 변했다는 걸요.”
    “알리지 마라.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놀림감밖에 안 된다. 만약에 우리가 병원에 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니. 의사가 우릴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겠냐? 절대 그럴 수 없다. 의사가 무슨 요술쟁이냐? 지금 이대로 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도…… 많이 생각해 보고 내린 결론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이대로가 최선이다.”
    엄마는 결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동생들은 울상이었다. 건식은 동생들의 생각을 눈치 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답답한 공기만 잠실 안에 꽉 들어차 있었다.
    “그만 하면 이제 됐다. 오늘은 산에 가서 섶으로 쓸 소나무 가질 베어와. 니 힘으론 한 네 지게는 해야 할 거야.”
    건식은 아버지의 말에 밀려 잠실에서 나왔다. 밖은 미치도록 환했다.
    지게를 지고 뒷산에 올라간 건식은 잔디에 덮여 있는 산소 옆에 앉아 땀을 닦았다. 바람이 불면 벚나무에서 화사한 꽃잎이 눈발처럼 산소 위로 흩날렸다. 저 아래 비탈 밭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건식의 집은 색이 바랜 빨간색 함석지붕만 보였다. 가장이라니…… 아직 중학생인데 가장이라니. 오늘 엄마 아버지의 말은 왠지 조금 이상했다. 마치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만 같은 말투였다. 엄마, 아버지 몰래 지금이라도 사람들에게 가족들이 누에로 변했다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건식은 헝클어진 철사 다발이 가득 들어차 있는 듯한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지만 대체 누가 믿어 줄 거란 말인가. 아니, 누에가 사람 말을 하는 걸 직접 들으면 믿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다고 한들 엄마 말대로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았다. 곧 누에들은 고치를 지으러 섶에 오른다고 한다. 그럼 엄마와 아버지, 동생들도? 고치를 모두 지으면 그 안에서 번데기로 변하고, 다시 나방으로 변해 나오는 게 누에의 생이다. 그리고 교미를 끝내면…… 지금 누에들은 45여 일의 일생 중에서 하반기로 향하고 있으니…… 건식은 묏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낫을 들고 소나무에 올라간 건식은 적당한 크기의 가지를 잘라 아래로 떨어트렸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천천히 흔들렸는데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쪽 손으로 다른 가지를 꽉 움켜잡았다. 떨어지면 최소한 다리나 팔이 부러질 높이에 올라가 있었기에 밑을 내려다보면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손이 재려가는 곳의 가지를 모두 자르면 한 칸 더 소나무 위로 올라가야만 했는데 당연히 줄기와 가지는 더 가늘어졌다. 소나무 꼭대기에는 더 센 바람이 불었고 나무는 더 크게 흔들렸다. 건식은 아예 한쪽 팔로 소나무 줄기를 꽉 휘감은 채 일을 했다.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닦지 못한 채. 가지 끝까지 가면 더 많은 양의 가지를 자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위험했다. 그래도 한번 올라왔으니 한 지게 분량을 채우는 게 좋았다. 나무를 내려가 다른 나무에 또 올라간다는 것은 힘도 들었고 비효율적이었다. 그 판단이 건식의 발과 손을 가지 끝으로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었다. 발은 아래의 가지를 딛고 손은 위의 가지를 잡은 채 10여 미터가 넘는 소나무 위에서 낫질을 했다. 아버지라면 손쉽게 해결할 일이 중학생인 건식에게 넘어오니 산 넘어 산이 아니라 바람 힝힝 부는 소나무 꼭대기였다. 건식은 자를 수 있는 가지는 모두 자른 뒤 낫을 아래로 던져 놓고 내려오다가 소나무의 중간쯤 앉기 편한 가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땀도 훔칠 겸 휴식을 취했다. 나무 아래에는 건식이 잘라낸 소나무 가지들이 꽤 많이 흩어져 있었다. 두 지게는 나올 것 같았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소나무에 올라가 한 삼사십 분은 있은 것 같았다. 건식은 가지를 딛고 내려와 마지막 가지에서 마른 솔잎들이 깔려 있는 땅 위로 풀쩍 뛰어내렸다.
    “……신기하네.”
    지게 가득 소나무 가지를 올려놓고 떨어지지 않게 밧줄로 단단하게 묶던 건식은 갑자기 손을 놓고 소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자신이 올라갔던 나무 위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나무 아래선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고민과 걱정, 한숨이 나무 위에선 전혀 없었다는 걸 비로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뒤로 젖힌 목이 아파 오자 건식은 특이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가지 위에 올려 두었던 시선을 끌어내렸다. 지게 작대기로 받쳐 놓은 지게 아래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네 번이나 집과 산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무 많이 실어서 넘어지지 않고 산비탈을 제대로 내려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소나무 가지는 뽕나무 가지보다 몇 배나 무거울 게 뻔했다. 그러고 보니 크기만 생각했지 무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아이고—!”
    지게 멜빵을 두 어깨에 걸고 괴어 놓았던 지팡이를 살짝 빼자 큰 바위가 등을 두르는 듯했다. 신음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굽혔던 한쪽 무릎을 펴는데 두 다리가 용수철처럼 부르르 떨렸다. 일어나는 것은 간신히 성공했지만 비틀거리다 몇 걸음 떼지 못하고 건식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지게와 함께 산비탈로 내리구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무게도 무게이려니와 소나무 가지를 실을 때 균형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탓이었다. 뒤로 나자빠진 건식의 입에서 욕설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욕설이 동이 나자 건식은 꺽꺽 울음을 토해 놓았다.
    “예식아, 그 노래 불러 줄래?”
    섶으로 쓸 소나무 가지를 지고 집에 도착한 건식은 곧바로 잠실에 들어가 벌러덩 누워버렸다. 진이 다 빠진 것 같았다.
    “무슨 노래?”
    “저번에 정지에서 뽕 따며 불렀던 노래.”
    “……고향초? 엄마, 불러도 돼요?”
    “오빠가 오늘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 불러 줘.”
    예식이가 노래를 불렀다. 예식이의 목소리는 구슬펐다. 예식이의 노래는 가냘팠다. 예식이가 부르는 노래는 슬펐다. 잠실에 드러누운 건식의 감은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뽕을 따던 아가씨들이 서울로 가는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갑자기 어른이 된 느낌이 들어 어깨에 힘이 몰렸다. 예식이는 3절까지 모두 부르고 노래를 마쳤다. 노래를 부른 예식이도 건식이 보기엔 초등학생이 아니라 뽕을 따다가 취직이 되어 서울로 가는 다 큰 처녀가 된 것만 같았다.
    “예식아, 노래 잘 들었어!”
    “오빠, 어디 가?”
    “산에 가서 소나무 가지 한 지게 더 지고 와야 돼.”
    잠실의 누에들은 상반신을 치켜든 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고치를 지으려 한다는 신호였다. 그때 마당에서 삽사리가 짖었다. 또 누가 집으로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건식은 아무 말이 없는, 급격히 어두워진 표정의 엄마,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잠실에서 나왔다.

 

24

 

    “정말 누엘 키울 거야?”
    “다시 누에를 만난 건 행운인 거 같아.”
    “엄마, 나도 찬성이야.”
    “두 부자가 단단히 짰구나!”
    세 사람은 잠실에서 고치를 따는 중이었다. 건식은 아내에게 누에 농사에 대해 설명을 했다. 봄누에와 가을누에 치기. 잠실로 쓸 비닐하우스. 산속의 뽕나무와 앞으로 집 주변에 심게 될 뽕나무. 그리고 판로에 대해. 아내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풀솜에 싸여 있는 하얀 고치들은 앙증맞았다. 옛날엔 고치를 모두 따면 견면채취기란 게 있어 거기에 넣어 돌리면 풀솜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고치를 팔았다. 물론 더 옛날 옛날에는 집에서 직접 고치를 삶고 실도 뽑고 심지어는 천까지 짰다.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한 바구니의 누에가 두 바구니의 고치로 변한 걸 보니 새삼 신기했다.
    “아빠, 무슨 생각을 해요?”
    “응. 누에가 대견해서.”
    “제가 봐도 대견해요!”
    “내가 봐도 대견하다!”
    아내가 말을 거들었다. 세 사람은 누에고치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 갓 태어난 갓난아기를 바라보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치를 짓기 전에 죽어버린 누에도 있었지만 더 많은 누에들이 무사히 고치를 짓고 번데기로 변했으니 보면 볼수록 대견하고 기특했다. 더욱이 제대로 시설을 갖추지도 못한 잠실에서 자란 누에들이었기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건식에겐 실직의 아픔을 달래 주었고 결코 떠올리기 싫었던 기억을 불러온 것도 누에들이었다.
    “아빠, 이제 뭘 할 거예요?”
    “방 청소가 끝나면 고치에 묻어 있는 풀솜을 제거할 거야.”
    “어떻게요?”
    “다 방법이 있다.”
    “그다음엔 고치를 어떻게 해요?”
    “번데기가 누에나방으로 변해 고치를 뚫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다음엔?”
    “나방이 낳는 알을 받아야지. 그 알을 잘 보관했다가 가을에 다시 누에를 칠 거야.”
    “그럼 이 고치는 버려요?”
    “아냐. 나방이 뚫고 나오면 조금 상하기는 하겠지만 고치에서 실을 한번 뽑아 볼 생각이야. 가능할지 어떨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비단까지 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옛날엔 여자들이 집에서 천을 짰으니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야.”
    “고치 하나에서 실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
    아내가 풀솜이 가득한 고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물었다.
    “책에는 약 1500미터의 실이 나온다고 적혀 있어.”
    “……긴 거야, 짧은 거야?”
    아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엄청 길어요!”
    건식은 아내에게 방 청소를 부탁하고 섶으로 사용한 소나무 가지를 모두 방 밖으로 내갔다. 얘기를 하는 동안 어렸을 때 본 견면채취기의 형태가 점점 또렷하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모양은 간단했다. 나무판자 가운데 굵은 철사를 양쪽으로 가로질러 돌릴 수 있게 설치하는 게 전부였다. 그 위에 고치들을 올려놓고 돌리면 고치의 풀솜이 철사에 감겨 함께 돌아가고 다 감기면 매끈한 고치만 판자 밖으로 떨어졌다. 어쩌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라졌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게 새삼 신기했다. 물론 아름다웠던 기억만 떠오르는 건 아니겠지만. 건식은 헛간을 뒤져 적당한 나무판자를 찾았고 집 안 곳곳을 뒤지다가 부서진 시멘트 담장에서 삐죽 튀어나온 굵은 철사를 찾아 펜치로 잘랐다. 못과 망치, 톱이 들어 있는 연장통을 찾아 마당의 평상에 주저앉은 건식은 준비한 물건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어린 시절 견면채취기를 돌리는 건 동생들의 몫이었다. 동생들은 그 일만큼은 일이 아니라 놀이를 하듯 즐거워했다. 돌아가는 철사 위에서 통! 통! 통! 춤을 추는 것만 같은 고치들을 보는 건 대단히 즐거웠다. 그렇게 춤을 추다가 풀솜이 다 벗겨지면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통! 통! 통! 튀다가 함지 속으로 들어갔다. 식구들 모두가 흥겨운 시간이었다. 풀솜을 모두 벗기면 이제 고치 수매하는 공판장으로 가져가 등급을 매기고 돈으로 교환하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은 식구들이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날이기도 했다. 그러니 고치의 풀솜을 벗기는 일이 신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설계를 마친 건식은 톱으로 판자를 잘랐다. 대패가 있으면 좋았으나 없어서 대신 사포로 문질러 표면을 반들반들하게 만들었다. 잠실 청소를 끝낸 아내와 아들이 마당으로 나와 팔짱을 낀 채 건식의 작업을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어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철사도 판자의 길이에 맞게 다시 자르고 한쪽 끝을 기역자로 구부려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다음엔 펜치로 못을 구부려 고리 모양을 만들어 판자 양쪽에 박았다. 그 두 개의 고리에 철사를 넣고 돌릴 수 있게. 대단히 헐렁해 보이고 간단한 구조였지만 그 활약상을 직접 봐야 비로소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기구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와 아들이 팔짱을 풀고 한 마디씩 던졌다.
    “어째 좀 없어 보이네.”
    “아빠, 이거 장난감 같아요!”
    “조금 있다가 이걸로 고치의 변신을 보여줄게.”
    건식은 마지막으로 철사의 손잡이에 테이프를 몇 겹으로 감아 잡기 편하게 만들었다. 이제 성능을 시험해 보는 일만 남았다. 아내와 아들을 앞장세운 건식은 견면채취기를 들고 잠실로 향했다. 과연 고치들이 어떤 춤을 출지 궁금했다.
    “자, 시작한다!”
    둥근 밥상 위에 견면채취기를 올려놓은 뒤 건식은 그 위에 고치를 한 줌 올려놓았다. 손잡이를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과연 의도했던 대로 될까. 아내는 다시 팔짱을 꼈고 얼굴을 밥상 위로 들이민 아들이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건식은 시계 방향으로 손잡이를 천천히 돌렸다. 철사가 돌아가자 철사 주변에서 잔뜩 헝클어진 파마머리를 하고 있던 고치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번을 더 돌리자 철사에 무엇이 돌돌 감기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졌다. 건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잡이를 더 빨리 돌렸다. 고치들이 하나둘 철사 주변으로 끌려왔고 철사 위의 고치들은 통통 튀어 오르며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을 격렬하게 출수록, 손잡이를 빨리 돌릴수록 철사는 실패처럼 풀솜을 감아 나갔고 드디어 풀솜을 모두 벗은 매끈한 고치가 밥상 아래의 바구니 속으로 톡톡 떨어져 쌓여 갔다. 아들과 아내의 탄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우와!”
    “신기한 기구네!”
    “고치를 계속 올려놔.”
    아내와 아들이 번갈아서 고치를 올려놓고 건식은 계속 견면채취기의 손잡이를 돌렸다. 손잡이는 처음보다 확실히 돌아가는 속도가 뻑뻑했고 무게감이 느껴졌다. 돌아가는 철사가 계속해서 풀솜을 감고 있다는 증거였다. 확인 차원에서 건식은 손잡이를 돌리는 일을 멈추고 채취기 위의 고치들을 치웠다. 과연 풀솜으로 지은 옷을 겹겹이 걸쳐 입은 철사는 익은누에처럼 살이 통통 쪄 있었다. 건식은 아내에게 손짓했다.
    “칼을 가져와.”
    “칼?”
    “응. 잘 드는 칼로.”
    “칼로 뭐 하게?”
    “이걸 잘라내야 해.”
    아내가 가져온 칼로 건식은 철사에 두툼하게 감긴 풀솜을 잘라냈다. 철사에 풀솜이 많이 감기면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건식은 철사에 감긴 풀솜을 벗겨냈다. 세탁을 하면 베갯잇으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빠, 고치가 정말 예뻐요!”
    “너무 귀엽다!”
    아들과 아내는 풀솜보다 바구니에 담긴, 말끔하게 면도나 이발을 한 것만 같은 흰 고치들을 만지작거리며 칭찬을 늘어놓느라 바빴다. 건식은 다시 견면채취기 위에 고치를 올려놓고 손잡이를 돌렸다. 고치들은 다시 통, 통, 통, 춤을 추고 춤을 다 추고 나면 바구니 속으로 또르르 굴러갔다.
    고치들은 견면채취기 위에서 목욕을 하는 것 같았다. 좁쌀만 한 알에서 깨어나 맹렬한 누에의 시절을 거친 뒤 그동안 먹은 뽕잎을 실로 토해 내 만든 고치 속으로 번데기가 되어 사라진 누에들. 그 번데기의 집이 풀솜을 걷어내자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집으로 변했다. 지중해의 바위 절벽에 자리 잡은 흰색 집들보다 백 배 천 배나 아름다운 집들이었다. 들어가고 나가는 문조차 없는 둥근 집. 그 둥근 집 안에서 홀로 칩거 중인 번데기들. 날개가 돋기를 꿈꾸며 마지막 잠을 자는 번데기들. 그 꿈도 온통 희고 환할 것만 같았다. 건식과 아내, 그리고 아들은 바구니에 가득 들어찬 고치들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가느다란 실 같은 어떤 이야기를 닮은 집을. 그 실의 처음을 찾아내 천천히 감으면 심야의 라디오 연속극처럼 잔잔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게 틀림없었다.
    “옛날에 어떤 학자는 누에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누에고치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가운데 놓고 건식은 아들과 아내에게 누에의 결벽에 대해 들려주었다.
    “누에는 통곡하는 소리, 부르짖거나 성내는 소리, 욕지거리, 음담패설을 싫어한다. 불결한 사람이 곁에 다가오는 것도 싫어한다. 부엌에서 칼 쓰는 소리나 대문이나 창문 두드리는 소리 또한 싫어한다. 어디 그뿐인가. 연기도 싫어하고 생선이나 고기 굽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누린내, 사향 냄새도 싫어한다.1)
    “아빠, 음담패설이 뭐야?”
    “……야하고 지저분한 얘기.”
    “그게 뭔데?”
    “그건 어른들 얘기니까 넘어가! 크면 알게 돼.”
    아내가 먼저 대답했다.
    “그럼 사향 냄새는?”
    “화장품이나 향수 냄새랑 비슷한 거야.”
    아들은 바구니에 담긴 누에고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확대경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보았다. 건식과 아내는 아들의 입에서 또 무슨 엉뚱한 질문이 나올까 생각하며 살짝 긴장했다.
    “……누에는 신선 같아요.”

   1)  홍만선 『산림경제지 양잠편』.

 

25

 

    집 옆 골짜기에서 내려온 마을의 아저씨들이 건식의 집으로 웅성거리며 몰려왔다. 경찰도 그 틈에 끼어 있었다. 아저씨들은 들것을 네 개나 들고 있었는데 누군가 거기에 실려 있는 것 같았다. 마당에 서 있는 건식은 무서웠다. 사방은 온통 환한데 건식의 집으로만 짙은 먹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저 사람들이 왜 우리 집으로 몰려오는 거지? 가족들이 있는 잠실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집으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만화에서나 본 괴물 같았다. 그들이 가까이 오자 삽사리가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닭장의 닭들마저 매나 오소리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외양간의 소도 구유를 뿔로 들이받으며 울어댔다. 건식은 두 다리가 땅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꼼짝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마침내 마당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들고 온 들것을 마당에 내려놓았다. 그들은 들것을 덮은 가마니를 벗겨냈다. 아버지, 엄마, 예식이, 하식이가 거기에 누워 있었다. 건식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지만 눈을 뜬 것보다 더 선명하게 가족들의 얼굴이 보였다. 왜 가족들이 들것 위에 누워 있는 거지? 누에로 변한 잠실의 가족들은? 건식은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있는 잠실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장거리처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건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두커니 들것 위의 가족들만 바라보았다.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한 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건식에게 말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빌려준 윗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들은 건식을 붙잡고 왜 거짓말을 했냐고 캐물었다. 하지만 건식은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건식의 가족이 산짐승에게 공격을 받았거나 절벽에서 떨어졌을 거라고 유추했다. 그 두 가지가 함께 일어났었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지만 건식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뽕잎 자루가 있던 곳엔 분명히 가족들이 없었다. 절벽 아래엔 지게와 망가진 리어카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골짜기의 더 깊은 곳에 있는 다른 절벽에서? 아니, 아니야! 가족들은 뽕을 따러 가서 잠시 낮잠을 자다 누에로 변한 것일 뿐이다. 건식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잠실로 가서 누에로 변한 가족들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순간에 상갓집으로 변한 집 풍경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다. 눈물만 줄줄 흘리며…… 마치 아주 길고 끔찍한 악몽 속에 갇힌 것만 같았다.

 

26

 

    옛날 옛날에 산골 마을에서 누에를 대량으로 키우던 집이 있었어. 그 집 양반은 벼슬을 하다가 유배를 온 건데 나중에 유배가 풀리자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가족들이 모두 그곳으로 내려와 정착을 한 모양이야. 그 집 양반은 집안을 다시 일으키려면 누에를 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한 거야. 옛날엔 누에를 키워 고치를 파는 게 아니라 그 고치로 집에서 실을 잣고 천까지 짰어. 그러니 고치를 파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거야.
    엄마, 우리 집이랑 비슷한 처지네요.
    하식이가 누에들에게 뽕잎을 뿌려 주며 말했다. 이제 누에들은 썰지 않은 뽕잎을 먹을 만큼 많이 자라 있었다. 하식이의 말을 들은 예식이가 발끈해서 쏘아붙였다.
    넌 말을 그렇게밖에 못 하니!
    ……엄마, 미안해요.
    괜찮아. 그건 엄마가 잘못한 거야.
    엄마, 그럼 그 양반도 누에 때문에 유배를 갔어요?
    그건 잘 몰라. 하여튼 그 양반과 아내는 누에치는 일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매달렸어. 하인들이 있었지만 누에가 뽕을 왕성하게 먹을 때면 품을 사면서까지 열성을 보였지. 얼마나 많이 누에를 쳤냐면 집 안의 방이란 방은 모조리 잠실로 사용했어. 양반집이라 방이 꽤 많았을 텐데 말이야. 사람이 자는 방에 누에가 있으니 당연히 잠잘 곳이 없었지. 그럼 어디서 잤을까?
    우리처럼 정지에다 멍석 깔아 놓고 잤어요?
    아냐. 그들은 양반이라고 했잖아. 하식아, 옛날에 양반은 먹을 게 없어 곧 굶어죽게 돼도 체통을 지키느라 골몰했어. 이 양반은 고을 아전의 방을 빌려 아내와 아들 내외가 생활하게 하고 자기는 경치 좋은 곳에 방 한 칸짜리 정자를 짓고 혼자 살았어. 집에도 잘 가지 않고. 그러니까 이 양반은 그래도 양반이라고 직접 뽕을 따거나 그런 일은 전혀 하지 않았지. 대신 정자에 앉아 글을 읽으며 가끔 이래라 저래라 지시만 하고 일은 여자들과 하인들이 한 거야.
    나는 어른이 되면 절대 안 그럴게요.
    그걸 어떻게 믿어. 어른이 돼 봐야 알지.
    누나, 내가 약속 안 지키는 거 봤어?
    엄마는 하식이 약속 믿는다. 자, 이 방은 뽕을 다 줬으니 윗방으로 가자. 건식이는 정지 가서 뽕 한 자루 가져오고. 대화가 그치자 방 안엔 누에들이 일제히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버지는 뭐 하고 있더냐?
    정지에서 낫이란 낫은 다 갈고 계세요.
    배고프다 안 그러디? 그래, 다행이다. 자, 그럼 하던 얘길 마저 해줄게. 하여튼 그 양반은 유배를 가긴 갔지만 재산이 꽤 있었나 봐. 남녀 노비가 백 명이 훨씬 넘었는데 남자들은 주로 뽕잎을 따러 다니고 여자들은 집에서 누에를 돌보는 일을 했어.
    와, 노비가 백 명이 넘어요? 엄마, 그럼 노비들은 잠을 어디서 잤어요?
    노비들도 자기 집이 따로 있어서 낮에는 주인집에 가서 일을 하고 밤에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했어. 하여튼 그 양반은 워낙 많은 누에를 쳤던지라 사내종들은 매일 같이 말을 끌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 찾아가 뽕을 따는 게 일이었지. 심지어는 비가 퍼부을 때도. 그런데도 뽕이 모자를 때는 남의 집 뽕을 돈 주고 사는 경우도 있었지. 그러니까 이 양반은 거의 누에 공장을 운영한 거야. 아니, 아니다. 고치에서 실을 뽑고 천까지 짰으니 지금으로 말하면 방직공장을 운영한 거야. 벼슬길이 끊기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던 중이었는데 대량으로 누에를 치고 비단을 짜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일찌감치 눈치 챈 거지. 거기에다가 그 양반은 고치에서 실을 뽑는 기계와 천을 짜는 기계까지 사용할 정도였지. 또 그 양반의 아내는 고치에서 더 좋은 명주실을 뽑으려고 솜씨가 뛰어난 기술자까지 초빙해 배울 정도였어. 비단도 좋은 비단이 있고 품질이 떨어지는 비단이 있었거든. 같은 비단이라 해도 품질 여부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이거든.
    그럼 그 양반은 엄청 부자가 됐겠네요?
    벼슬할 때보다 더 부자가 됐지. 근데 이 양반도 결국 돈만 밝히는 장사꾼을 벗어나지 못했어. 비단을 이용해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들였거든. 이 양반이 살던 시대에는 백성들이 비단을 세금으로 냈는데 이 양반은 쌓아 놓은 비단이 많으니까 대신 내주는 일을 시작한 거야. 그리고 나중에 그 값을 백성들에게 농작물로 받으면서 많은 돈을 챙긴 거지. 그러니 마을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했지. 그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이 양반과 거래한 이들이 엄청나게 많았어. 거의 독점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이 양반이 많은 비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전직 벼슬아치다 보니까 그 지역 관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야. 좋게 보면 세금제도가 그러니 서로 맞아떨어진 거고 나쁘게 보면 관청의 힘을 등에 업고 엄청 많은 돈을 벌은 거지.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 양반과 거래를 한 많은 사람들은 등골이 휠 수밖에 없었어. 그 사실을 눈치 챈 가족들도 부끄러워했고 이 양반도 찜찜해 했지만 그 일을 멈추진 않았단다.
    나쁜 양반이야!
    가난한 백성들이 일 년 동안 힘들게 농사지은 걸 빼앗아가다니…….
    하식이와 예식이가 엄마의 얘기에 논평을 했다. 뽕잎을 주던 건식도 거들었다.
    나쁜 양반이지만 나라에서 세금제도를 잘못 만든 것도 문제가 있어.
    자, 누에들 밥 다 줬으니 이젠 우리가 밥 먹으러 가자.
    남포등이 밝혀 주는 정지에서 다섯 식구는 멍석 위에 놓인 둥근 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하식이와 예식이의 군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오랜만에 특별한 반찬이 밥상 위에 올라온 저녁이었다. 낮에 고무구박을 머리에 인 생선장수가 집에 찾아온 모양이었다. 엄마는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네 토막을 낸 뒤 화로에 담아 놓은 숯불에 재를 살짝 덮고 싸리나무가지를 올려놓고 구웠다. 정지에 고등어 굽는 냄새가 봄날 목련처럼 피어올랐다. 고등어에서 우러나온 기름이 숯불로 떨어질 때마다 치직거리며 재를 뚫고 자그마한 불꽃도 피어올랐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고등어 냄새에 마당가에 묶어 놓은 삽사리도 코를 벌름거리더니 정지를 향해 컹컹 짖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산골에 자리한 건식의 집에서 고등어는 한 달에 두어 번 먹으면 많이 먹는 반찬이었다. 그렇게 구워진 고등어가 마침내 밥상 위에 올라왔으니 동생들의 군침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식이는 젓가락을 손에 잡은 채 아버지의 젓가락이 먼저 고등어에 다가가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마치 출발선에 엎드린 100미터 육상선수처럼 비장한 표정이었다. 특별한 반찬은 언제나 아버지가 먼저 한 점 먹어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아버지가 고등어를 젓가락으로 한 점 집자 하식이의 젓가락은 하늘에 떠 있던 매가 일직선으로 내려와 닭을 채어가듯 고등어를 향해 내리꽂혔다. 저녁밥상 위로 달그락, 쩝쩝, 후룩…… 소리들이 참새들이 재잘거리듯 피어났다. 남포등은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둘러앉은 밥상 주변을 따스한 옛날이야기처럼 밝혀 주고.
엄마는 왜 고등어 머리만 먹어요?
    밥을 다 먹은 뒤 불룩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며 하식이가 물었다.
    어두일미라고, 생선은 머리가 제일 맛있다.
    머리에는 살점이 하나도 없잖아요.
    살점은 얼마 없어도 고등어 눈깔이 얼마나 고소한데.
    고등어 눈깔을 먹어요?
    그럼! 그걸 먹으면 눈이 밝아져.
    진짜?
    바보야, 엄마가 너 많이 먹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보다 못한 예식이가 동생에게 꿀밤을 먹였다. 하식이는 누나를 째려보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내 울상을 지었다. 하식이는 엄마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말했다.
    미안해요, 엄마. 내가 나중에 돈 벌어서 맛있는 고등어 많이 사드릴게요.
    그래, 그래!

 

27

 

    집 안엔 침묵만 가득했다.
    사나흘 동안 폭풍 같은 일들이 휩쓸고 지나간 뒤 찾아온 침묵이었다. 건식은 북적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자 잠자리를 누에들이 고치를 거의 다 지은 잠실로 옮겼다. 이젠 뽕을 따러 산으로 갈 일도 없었다. 소여물을 끓이지 않아도 되었다. 밭에 심어 놓은 농작물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윗마을 아저씨는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엄마가 선 보증에 대한 문서를 꺼내 보여주며 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외양간의 소를 자기 집으로 끌고 갔다. 아버지와 엄마가 밭에 심은 농작물을 수확할 때까지 대신 관리하고 그 수확물을 가져가기로 했다. 잠실에서 고치를 짓고 있는 누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아직 중학생인 건식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냐고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건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닭들과 삽사리는 가져가지 않았다. 닭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삽사리마저 가져가겠다고 했다면 아마 건식이 입을 열었을지도 몰랐다. 건식은 잠실에 누워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누에로 변한 가족들이 지은 고치들을 바라보았다. 엄마와 아버지, 예식이와 하식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잠박에 있던 누에들이 모두 섶으로 올라갔기에 건식이 바라보고 있는 고치들이 가족들이 지은 고치라고 단정할 수조차 없었다. 고치를 지은 위치로 어림잡을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에 두 개의 큰 고치와 쌍고치가 나란히 열려 있는 걸 건식은 줄곧 들여다보았다. 쌍고치 속에 들어간 게 동생들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니, 말할 수 없으니…… 건식은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엄마와 아버지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돼요?”
    “…….”
    “저는 이제 혼자가 된 거예요?”
    솔잎 사이에 둥지를 튼 고치가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이제부턴 저 혼자 살아야 되는 거예요?”
    건식의 눈앞에 세 개의 고치들은 다시 미세하게 떨었다. 말없이.
    “……두렵고, 무서워요.”
    건식은 알고 있었다. 고치를 짓고 번데기로 변한 누에는 다시 잠든다는 것을. 그 잠에서 깨어나면 누에나방이 된다는 것을. 지금 고치 속의 누에 번데기들은 마지막 잠을 자려 한다는 것을.
    “그 안은 따스해요?”
    고치들의 떨림이 잦아들고 있었다.
    “엄마, 아버지? 저는…… 너무 추워요.”
    이불을 뒤집어쓴 건식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까지 부딪쳐 가며.
    “……저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요.”
    건식은 저녁도 먹지 않고 그대로 잠실에 쓰러져 잠들었다. 다행히도 꿈속은 춥지 않았다. 혼자도 아니었다. 가족들 모두가 마당에 펼쳐 놓은 멍석에 앉아 환한 얼굴로 고치를 따고 있었다. 아버지가 잠실에 들어가 고치가 주렁주렁 열린 섶을 가지고 멍석 위에 올려놓으면 건식과 예식이, 하식이는 고치를 땄고 엄마는 그 옆에서 견면채취기를 돌렸다. 예식이와 하식이는 번갈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예식이는 엄마의 허락을 얻은 뒤에야 <고향초>를 애잔하게 불러 박수를 받았다. 정말이지 뽕을 따다가 서울에 취직이 되어 고향을 떠나가는 아가씨처럼 보였다. 누나는 나중에 가수가 돼라. 가수는 아무나 되니. 내가 볼 땐 누나가 이미자보다 훨씬 잘 불러. 이미자가 잘 부르지 어떻게 내가 더 잘 부르니. 하식이와 예식이의 대화를 들은 아버지가 한 마디 거들었다. 여자가 가수 되면 팔자 사나워져. 그냥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 그게 최고야.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재주가 출중하면 그 재주 팔아먹고 살아야지. 예식아, 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엄마가 밀어 줄 테니. 엄마, 나는? 하식이도. 아버지는 뭐라 한 마디 할 듯한 표정이더니 입을 닫고 잠실로 들어갔다. 엄마는 칼로 철사에 두툼하게 감긴 풀솜을 죽죽 잘라 벗겨냈다. 그것은 마치 갑옷 같았다. 햇살이 너무 환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날이었다. 건식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행기가 만들어낸 가느다란 구름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실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 비행기를 바라보다가 건식은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는 캄캄한 잠실 안이었다. 밑바닥까지 말라버린 것만 같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건식은 엉금엄금 기어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마당엔 푸른 달빛만 서늘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개집 안에 있던 삽사리가 건식의 기척을 눈치 채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건식은 젖은 눈으로 삽사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잠자리로 돌아왔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눈을 꼭 감았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뽕나무에 올라가 손가락과 입술, 혀가 시퍼렇게 물들 때까지 오디를 따먹고 빈 도시락 가득 오디를 따서 담았다. 그 오디에 뿌린 당원이 녹으면 동생들과 숟가락으로 퍼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간혹 벌레가 건드리고 간 오디를 먹으면 쓴맛이 어마어마했는데 뱉어내도 그 이상한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시 달콤한 오디를 찾아 이 뽕나무 저 뽕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바빴다. 산딸기가 다 익을 때까지 오디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가끔 뽕나무에서 떨어져 팔뚝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일이 벌어져도. 건식은 꿈을 기다리며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문창호지를 통과한 달빛이 잠실을 은은하게 밝혀 주는 밤이었다. 어느 날은 학교까지 누에가 따라온 적도 있었다. 입고 있던 옷에 붙어서 따라온 거였다. 그걸 발견한 옆자리의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면 건식은 아무렇지 않게 누에를 떼서 창문 너머 목련 잎 위에 올려놓았다가 깜박 잊어버린 적도 있었다. 건식은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을 밀어버리고 꿈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애를 썼다. 가족들이 모여 있는 꿈속으로…… 다행히 꿈은 다시 이어졌다. 풀솜을 모두 제거한 고치들을 엄마와 아버지는 자루 속에 담았다. 한 자루, 두 자루, 세 자루…… 배가 불룩해진 자루들의 입구를 노끈으로 묶은 아버지는 리어카에 차곡차곡 실었다. 그 높이가 어른 키를 넘을 정도였다. 고치 자루가 떨어지지 않게 밧줄로 단단하게 묶자 마침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엄마, 아버지, 예식이, 하식이가 리어카 주변에 모였다. 건식도 당연히 따라갈 생각에 정지에 들어가 풀솜이 묻은 손을 씻고 나왔는데 아버지가 제동을 걸었다. 소가 새낄 낳을 때가 되었어. 혹시 모르니 넌 집에 남아서 외양간 소를 돌봐라. 그렇다면 아버지가 남고 내가 리어카를 끌고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나는 소가 새끼 낳은 거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직접 받아 본 적은 없는데…… 건식의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걱정 마. 소는 지가 다 알아서 새낄 낳아. 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내 생각엔 한 이틀 남았는데 혹시 모르니까 집에 있으라는 거야. 자, 출발! 아버지가 리어카를 끌고 엄마와 동생들이 뒤에서 고치 자루를 잡은 채 따라가는, 마치 소풍을 가는 듯한 모습을 건식은 섭섭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외양간으로 갔다. 암소의 젖은 탱탱하게 불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송아지가 나올 것만 같아 건식은 후다닥 정지로 뛰어가 가방에서 국어책을 챙겨와 외양간 앞에 앉았다. 소는 연신 되새김질을 하며 건식을 바라보았고 건식은 담벼락에 기대 책을 보다 소를 보다가를 반복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고치를 팔러 간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오빠?”
    “형?”
    건식은 눈을 떴다. 눈을 비볐다. 예식이와 하식이, 그리고 엄마 아버지가 보였다.
    “예쁘지?”
    “형, 내 옷은 어때?”
    “……예쁘다. 하식이는 멋있고.”
    “오빠 옷도 사왔어. 내가 골랐어.”
    예식이와 하식이는 비단옷을 입은 채 웃고 있었다. 그 뒤에는 갓 태어난 송아지 한 마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외양간 바깥을 기웃거렸다. 아버지는 암소의 등을 긁어 주었고 엄마는 여물을 가져와 구유에 부어 주었다. 눈부시게 환한 봄날이었다.

 

28

 

    건식은 고속도로로 들어서지 않고 치악산 구룡사로 가는 국도로 차를 몰았다. 옆에는 아내가 타고 아들은 뒷자리에 앉았다. 주말이라 국도에도 나들이 차량이 많았지만 고속도로보다는 덜했다. 사실 구불구불한 국도를 택한 것은 밀리는 차량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전 그 길을 따라 되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기 때문이었다. 뒷자리의 아들 옆에는 눈부신 누에고치들이 뽕잎을 깐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대체 어딜 가는 거야?”
    “비밀.”
    “아빠, 바다 보러 가는 거지?”
    “그래, 거기 갔다가 바다도 가자.”
    “거기가 어딘데요?”
    “비밀.”
    강원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일차선 옛길은 구불구불할뿐더러 올라가고 내려가는 고갯길의 연속이었다. 건식은 새말에서 치악산의 동북쪽 자락을 넘어가는 고갯길로 접어들었다. 문재라고 불리는 길이었다. 예전에는 터널조차 없었다. 산자락을 따라 돌아가는 길을 돌고 또 돌아야만 넘을 수가 있었다. 속이 울렁거려 멀미를 몇 번이나 하면서. 건식은 문재를 올라가면서 심호흡을 했다. 버스를 타고 멀미를 하며 마지막으로 이 고갯길을 내려왔던 게 마치 며칠 전이었던 것만 같았다. 원주, 새말, 문재, 안흥, 전재, 계촌, 여우고개, 방림, 대화, 모릿재, 진부, 월정거리, 대관령…… 어제 휴대폰의 지도로 길을 찾아본 옛날의 그 길과 고개, 마을의 이름들이었다.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었던, 아니 떠올리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던 바로 그 길이었다. 이 길은 중학교 이학년 때 혼자가 된 건식이 고향집을 떠나 친척의 손에 이끌려 훌쩍거리면서, 멀미를 하면서 원주로 왔던 바로 그 길이었다.
    “당신, 고향에 가려는 거지?”
    “고치의 명주실을 풀면서 가는 거야. 끝이 어딘지는 가봐야 알아.”
    “비단길이네!”
    “……맞네. 비단길!”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길은 높고 얕은 산과 마을, 논과 밭, 언덕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한 오라기 명주실처럼 보였다. 길고 긴 이야기를 닮은 길. 원주에 온 뒤로 건식은 단 한 번도 고향에 가지 않았다. 당연히 아내와 아들 역시 건식의 고향에 갈 수 없었다. 고향집이 아직 그대로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친척 어른은 집과 밭을 엄마가 보증을 섰던 윗마을아저씨에게 팔았다. 그 돈으로 빚을 모두 갚고 남은 돈은 건식의 통장에 넣어 주었다. 그 돈으로 건식은 원주의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중고등학교, 대학을 다닐 수 있었고 취직을 하면서 독립을 했다. 그런데…… 나는 왜 그동안 한 번도 고향에 가지 않았던 걸까. 건식은 안흥에서 구입한, 한껏 부풀어 오른 고치 같은 안흥찐빵을 우물우물 씹어 먹으며 저속으로 여우고개를 내려갔다. 고치의 명주실을 풀고 또 풀면서.
    “아빠, 가도 가도 산이야!”
    “아주 옛날에는 이런 고갯길을 사람들이 걸어서 다녔어.”
    “산적들도 있었겠네요?”
    “그럼. 그래서 혼자 고갯길을 넘지 않고 여러 사람이 같이 넘곤 했어.”
    “귀신들은 없었어요?”
    “있었지.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구미호, 도깨비, 그리고 처녀귀신들이 밤중에 혼자 고갯길을 넘는 사람들을 노렸어.”
    “왜 밤에 넘어요? 낮에 넘지.”
    “먼 길을 가다 보면 캄캄한 밤중에 혼자 고갯길을 넘을 때도 생겨. 그게 인생이야. 그때 누가 옆에 있으면 한없이 기쁘겠지…….”
    “우리 세 식구처럼!”
    건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와 진부를 가르는 모릿재를 넘고 오대천 옆 절벽 위에 지어 놓은 정자인 청심대를 통과하면서부터 건식의 마음은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십여 리만 가면 고향집이었다. 결코 다시 찾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곳을 아내와 아들과 함께 찾아가고 있는 길이었다. 진부 시내로 접어들자 건식은 마트 앞에 차를 세우고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샀다. 이제 십여 분만 더 가면 고향집이었다.
    “아빠, 여기가 어디예요?”
    “……아빠가 어렸을 때 살던 곳이야.”
    “여기에 집이 있었다고?”
    건식은 감자 밭으로 변해버린 집터를 바라보았다. 집이 그대로 남아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허전했다. 그곳이 그나마 집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건 개울 옆의 오래된 돌배나무가 전부였다. 건식은 돌배나무 아래 차를 주차했다. 자그마했던 돌배나무가 그동안 이렇게 커졌다니…….
    “자, 이제 산소에 가자.”
    “산소가 있었어? 화장했다고 했잖아.”
    “……있어.”
    “세상에!”
    “……찾아올 수가 없었어.”
    건식은 골짜기로 차를 몰았다. 좁은 길이었지만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 산소 근처까진 차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집도 사라졌는데 산소도 사라진 게 아닐까. 그 세월 동안 벌초 한 번 하지 않았으니 산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리도 만무했다. 산소는 비탈 밭 옆 산자락 아래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건식의 마음이 다시 콩닥거렸다.
    “아빠, 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와요!”
    뒷자리의 아들이 소리쳤다. 건식은 급히 차를 멈췄다. 아내가 건식보다 먼저 고개를 돌렸다.
    “그렇구나!”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마침내 길고 긴 고치의 명주실이 모두 풀렸다.

 

    <끝>

 

 

작가소개 / 김도연(소설가)

– 강원도 평창 출생. 《강원일보》,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0년 중앙신인문학상.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아흔아홉』, 『산토끼 사냥』, 『마지막 정육점』, 산문집 『눈 이야기』, 『영』 등이 있음.

 

   《문장웹진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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