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허삼관매혈기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평범한 사람이 이끌어낸 진한 감동

– 위화의『허삼관 매혈기』

 

 

유희민(소설가)

 

 

    『허삼관 매혈기』는 1996년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소설이다. 소설 자체도 유명하지만, 소설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바로 작가 위화다. 그는 세계인이 존경하는 중국 최고의 작가다. 그의 작품 『인생』을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찍으면서 전 세계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많은 작품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그리스, 일본, 베트남 등 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우리 문학이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우리 젊은 문학도들이 우리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소원한다.

 

    제목에 해설을 붙인다면 ‘허삼관이라는 사람이 피를 파는 이야기’다. 중국인의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주인공 허삼관은 무슨 관직에 있는 사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이름이다. 이름 끝에 ‘관’이라는 글자가 붙어 무슨 관직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냥 이름일 뿐 그는 생사(生絲)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다.
피를 파는 이야기는 소설의 처음부터 나온다. 허삼관이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 치매에 걸린 그의 할아버지는 피를 팔지 않으면 뼈가 튼튼한지 알 수도 없고, 남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성안이라는 곳에서는 남자가 피를 팔아본 경험이 없으면 결혼하기가 쉽지 않았다. 피는 건강의 상징이었고, 돈줄이었다.
피를 팔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고, 피를 뽑고 난 후에도 해야 할 조치가 있다. 피를 많이 뽑으려면 방광이 터질 정도로 많은 물을 먹어야 하고, 그 물의 양은 사발로 여덟 개 정도다. 그러나 더 마실 수 있다면 이뿌리가 시릴 때까지 마셔야 많은 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 물을 마셔 아무리 방광에 부풀어 올라도 피를 뽑기 전까지 오줌을 참아야 한다. 피를 뽑아 판 후에는 반드시 돼지간볶음 1접시에 황주 두 냥을, 특별히 황주는 데워서 마셔야 한다.
허삼관이 우연한 기회로 처음 매혈을 하고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큰돈을 받게 된다. 피는 자신의 목숨을 바꾼 것과 같은 귀한 돈이었다. 그런 만큼 매혈을 해서 번 돈은 절대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처음 매혈을 하고 나서 한 행위는 결혼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양이다. 특별히 허삼관이 사는 동네에서의 미녀의 기준은 얼굴이 예쁜 것은 물론이지만, 엉덩이가 큰 여성이었다. 처음 매혈을 할 때 함께 했던 근룡이가 허삼관에게 말한다.
“엉덩이 큰 여자가 쓸 만하지. 침대에 누우면 큼지막한 배처럼 넉넉하거든.”
그래서 허삼관이 택한 여자가 바로 성안에서 꽈배기를 튀겨서 파는 허옥란이었다. 그녀는 옷을 자주 갈아입었다. 하루에 세 번 옷을 갈아입고 돌아다니지만, 기실 그녀의 옷은 세 벌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꽈배기 서시라고 불렀다. 허옥란에게는 이미 하소용이라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허삼관은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이 허옥란과 결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차피 당신은 다른 자식은 없고 딸 하나밖에 없소, 이대로라면 이제 당신은 대(代)가 끊길 겁니다. 그러나 딸이 나와 결혼한다면 나도 허 씨이기 때문에 대를 잇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그녀와 결혼하게 되지만, 소설은 결혼한 그 시점부터 작가인 위화의 해학과 기지 넘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자의 눈물을 뽑아내고, 때로는 웃게 한다. 소설의 백미는 무엇보다 주인공인 허삼관의 인간애다. 허삼관은 아내 허옥란이 낳은 세 아들 중 장남인 일락이가 전혀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소문에 시달린다. 9년 동안 키운 아들이 점점 허옥란의 예전 애인이었던 하소용을 닮아갔던 것이다. 누구보다 허옥란을 사랑했던 그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그때부터 일락이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다.
피를 팔기는 하지만,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피를 팔지 않는 허삼관은 나라 전체가 기근으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을 때 또 다시 피를 팔게 되지만, 피를 팔아 번 돈은 친자식이 아닌 놈에게는 절대 쓸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에 그는 가족 외식에서 일락이를 제외한다. 일락이는 친아버지라는 하소용을 찾아가 자신에게 국수를 사 달라고 애원해 보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고 혼자 서럽게 운다. 허삼관이 눈물범벅이 된 일락이를 업고, 국수가게로 가는 모습은 읽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허삼관의 인간적인 모습은 소설의 곳곳에 묘사되어 있다. 그의 아내가 기생이었다는 누명을 쓰고 길 한가운데서 자아비판을 받는 부끄러운 상황에서도 사람들 몰래 밥 아래쪽에 반찬을 깔아 가져다준다. 또 집안에서도 허옥란을 상대로 온 가족이 비판투쟁대회를 해야 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아내를 비판하게 되지만, 철없이 어머니를 비판하는 아이들로부터 그는 아내를 옹호한다. 정상적인 사람조차 매혈하려면 피를 뽑고 나서 3개월의 시간이 지나야 하지만, 그는 아들 일락이가 간염에 걸려 상하이에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지자 3일에 한 번씩 피를 파는 일도 감행한다. 피를 팔아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허삼관은 수없이 피를 팔지만, 한 번도 자신을 위해 피를 팔지는 않았다. 그가 나이 예순이 되어 처음으로 자신이 먹고 싶어하는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사 먹기 위해 피를 팔려 하지만, 나이 먹은 영감의 피는 살 수 없다고 매혈을 거부당한다. 여전히 건강하다고 생각한 그는 실의에 빠져 울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아내인 허옥란이 그를 위로하며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사준다. 그녀는 피를 받아주지 않는 혈두를 욕하면서 허삼관을 위로한다. 그 위로에 기분이 좋았던지 허삼관은 그녀의 말에 맞장구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허삼관 매혈기』는 지금의 중국이 아닌 모택동 시대의 가장 고통스러운 중국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위트와 재치로 때로는 눈물짓게 하고 때로는 배를 잡고 웃게 한다. 위대한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서 언제나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준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허삼관이 주는 진한 애정과 인간애다. 그는 누구보다도 아내를 사랑했고, 장남인 일락이를 사랑했다. 평범한 사람이 이끌어낸 진한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작가 위화의 멋진 글 터치다. 중국을 이야기하면 「삼국지」나 「손자병법」 같은 고전을 생각하기 쉽지만, 위화의『허삼관 매혈기』는 중국사람들의 진솔한 내면을 그대로 보여준 수작이다. 젊은이들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유희민(소설가)
 

1960년 목포 출생.
201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글틴 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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