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작은 공의 굴림이 큰 꿈을 만든다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작은 공의 굴림이 큰 꿈을 만든다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김샴(시인)

 

 

book-1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편리함이 는다 해도 삶의 행복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사람은 불행과 고통을 느끼고 그것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작은 글에서 시작된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은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빈민층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저택, 넓은 땅이 아니라 내 한 몸, 혹은 가족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집 한 채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지금의 편안함 속에서 잊어버린 철거민들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처음 청소년들에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서 어떤 책이 좋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책 한 권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바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많이 알려지고 학교에서도 배우는 유명한 소설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도서들의 꽃밭에서 ‘시’라는 꽃씨를 가져다 준 벌 같은 존재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인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글을 잘 쓰고 싶어 수업 중에도 혼자 노트에 글을 쓰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땐가 글쓰기를 멈추게 하는 글 읽는 소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글의 내용보다도 글을 설명해주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겼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대목을 설명해주던 사람은 그때만 해도 나에게는 한 명의 문학 선생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설명을 할 때와 달리 선생님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많이 달라 보였다. 이후 나는 수업 중에 글을 쓰는 습관이 사라져 버렸다. 단지 시를 쓰고 싶었고 즐기고 싶었던 내 마음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물만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문제나 내 자신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총 12개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학시간을 배경으로 하는 「뫼비우스의 띠」, 자가 수도 때문에 일어난 사건을 서술하고 있는 「칼날」, 가정교사 지섭과 윤호, 은희의 이야기를 다룬 「우주여행」, 우리가 익히 아는 철거 계고장 이야기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신애와 신애의 동생, 동생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육교 위에서」, 윤호와 경애의 ‘노동 수첩’이 키워드가 되는 「궤도 회전」, 은강 시의 이야기를 다룬 「기계도시」, 난장이들이 모여 사는 릴리푸트 읍 이야기로 시작되는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노사대표 회의와 근로자들의 부조리한 삶이 드러나는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안과 밖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병 이야기를 다룬「클라인씨의 병」, 노동자들의 삶을 고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영수와 죽을 뻔한 상황에서 벗어난 회장의 뻔뻔한 생각을 다룬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예비고사 성적의 부진으로 인해 수학선생이 아닌 윤리교사가 되라는 명령을 받은 수학선생의 이야기「에필로그」.
    아래의 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었을 때 그들이 원하는 집만한 크기로 다가오는 철거 계고장이다. 연작 속에서 여러 가지 그림이나 표가 등장하지만 아래의 표만큼 현실적이고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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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철거 계고장을 받아보거나 철거 대상이 된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철거 계고장을 소설에서 보고 나서는 뉴스나 언론에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용산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때가 있었다. 서울시의 도시정비 사업으로 용산 일부를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참사의 발단인데 이 사건의 속에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부분과 유사한 갈등이 있었다. 바로 철거민과 조합 간의 보상비 갈등이다. 일부 세입자들의 반발 이유는 조합에서 내주는 적은 보상비로는 생계와 주거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개발조합 측은 법에 의거하여 정당한 보상을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 기사를 보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2000년대 영화 형식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에서도 곧잘 내세워지며 정당화의 근거로 사용되는 것이 ‘법’이라는 칼이다. 인간을 정당하게 판결할 수 있는 것이 법이기도 하지만 용산 참사와 같은 사건 속에서는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통제하고 오용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비약해서 과도한 ‘법’을 문학 속에서 다룬다면 색다른 상상력으로 좋은 글이 될 것 같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다른 연작들도 서로 다른 깨달음을 준다. 모두 하층민들의 소외된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책 속의 내용과 별개로, 나는 학교에 앉아서만 있어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벗어나 나름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좋은 직장을 위한 숫자에 지나지 않은 ‘학점’보다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위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후의 편안한 생활을 벗어나 여행을 하기로 생각했다. 방학이 되자마자 나는 가방에 최소한의 짐과 5만원의 차비만 들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나 홀로 무전 도보 여행’의 시작이었다.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춘천에서 버스를 내려 처음에는 그간의 여행들처럼 문학관이나 문화재 중심으로 걸어 다녔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일을 해 돈을 마련해서 하는 여행은 마치 내 자신이 하층민의 삶을 사는 듯했다. 그렇게 방학 동안 춘천-강릉-동해-삼척-태백-울진-영덕-포항-울산-부산-창원-거제-통영-고성-사천-진주-하동-광양-순천-여수까지 걸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걷는 모습을 보고 태워주기 위해 일부러 주유소에 들러 나를 기다린 아저씨, 글을 쓴다니 환선굴 앞에서 시를 읊어달라던 가족까지 안락함을 포기한 대신 많은 경험과 행복을 얻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도 등장인물들은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지만 지나칠 정도의 삶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들만의 행복과 부를 쌓으려는 기득권층에 대한 불만을 보일지언정 지나친 욕심을 탐하는 사람이 없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연작의 첫 번째 작품은 「뫼비우스의 띠」이다. ‘무한의 고리’인 시작과 끝이 없는 이 연작은 교실의 수학 시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한다.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내려왔고 또 한 아이는 멀쩡한 얼굴로 내려왔다. 누가 얼굴을 씻을 것인가. 학생들은 더러운 아이라고 답한다. 선생은 아니라고 말한다. 얼굴이 멀쩡한 아이는 더러운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자기 얼굴에도 그을음이 묻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노릇 아닌가. 선생은 다시 묻는다. 누가 얼굴을 닦았을까. 그러나 학생들은 이번에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선생은 말한다. 두 아이가 똑같이 굴뚝을 청소하고서 한 아이만 얼굴이 깨끗하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이 문답은 언뜻 보기에 모순이 있는 듯하지만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사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상에는 올바르지 못한 물음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넘기기도 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그런 것 같다. 잘 쓴 글과 못 쓴 글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자. 등단한 이후로 든 생각이지만 등단 전까지는 잘 쓴 글에 대한 집착이 심했다. 물론 누구나 잘 쓴 글, 인정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러한 틀에 박힌 생각은 집착을 낳고 오히려 자신을 옥죄는 생각의 감옥에 갇히게 한다. 한동안 그 감옥에 갇혀 있던 나는 니힐리즘에 빠지기 시작했다. 등단한 이후로 2~3달간 기성 문인이라는 부담감과 그에 맞는 자격이 나에게 있는지 고민하면서 제대로 된 시조 한 편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서히 잘 써야 된다는 고정관념이나 인정받고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글이 가는 대로 즐겨보자는 마음을 새기게 되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무엇이든 제대로 볼 수 있다. 고정관념이란 정답은 하나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정답을 가지고 살기에는 이 세상의 문제들은 모순이 너무나 많다. 문학은 하나의 겉을 제시할 뿐 진정한 답은 독자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는 굴뚝 이야기와 난쟁이와 곱추의 방화 살인, 몸을 더럽혀 가면서까지 집문서를 훔치는 여자, 악덕 기업주를 죽이려다 다른 사람을 죽이는 노동자 이야기까지 모두 하층민의 삶이다. 현대 사회를 보면 신분, 명예를 떠나 모든 사람이 죄를 짓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하층민들이 저지르는 표면적인 죄가 부각되어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서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세상은 더욱 모순되어 보인다. 그 중에서 ‘신애’라는 캐릭터에서 보이는 중산층의 양심적인 면모는 모순된 사회라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세희 작가는 등단한 이후의 경력에 비해 발표한 작품이 많지 않다. 보통 사람들은 작가의 경력이 오래될수록 많은 작품을 내고, 꾸준히 활동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인으로서 30년이 넘도록 단 2권의 시집만을 낸 시인도 있고, 많은 시집을 낸 사람들 중에도 시집 한 권에 50여 편의 적은 시를 모은 시인들도 있다. 흔히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다작(多作),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이라는 말을 많이 보고 듣는다. 물론 이 3가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따라 하기 식의 방법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창 글을 쓸 때의 나는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다 쓴 다음에는 머리로 생각만 했다. 또 많은 글보다도 필요한 글만 찾아서 확실하게 이해하려 했다. 다작, 다독, 다상량은 보편적인 방법일 뿐 개인마다 따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생각나는 것을 책 속에 적었는데, 다른 책과 달리 적은 부분이 유난히 많았다. 모두가 아는 보석이라고 생각했던 이 책을 읽으면서 숨겨 놓았던 진짜 보석을 찾게 된 기분이었다. 작가의 생각을 훔쳐오기보다는 내가 작가가 되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
    고등학교 때의 그 문학 선생님도 이러한 기분이었을까. 내가 대학 새내기가 되었을 때, 익숙한 이름이 신춘문예 등단 모음집에 올라왔다. 그 선생님이 등단한 작품 또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때 작은 실마리를 얻어 나도 이른 나이에 등단하게 된 것 같다.
    ‘작은 굴림이 큰 꿈을 만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생각을 모아 굴린다면 많은 이들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김샴(시인)
 

1993년 진해 출생, 울산에서 성장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졸업예정
2013년 제24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 당선

 

 

 

   《글틴 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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