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특!기자단]‘결핍의 문학적 승화’

 

[문학특!기자단]

 

 

‘결핍의 문학적 승화’

― 조혜은 시인 공개 인터뷰 참관기

 

 

 

김유진 (문학특!기자단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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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슬비 내리던 7월 9일 수요일 오후 7시,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문학 특!기자단’이 모였다. <작가와의 만남, ‘나는 왜?’>의 행사가 이곳에서 매달 열리기 때문이다. 이 달의 작가는 시집 <구두코>의 저자 조혜은 시인.
    미리 도착해 행사를 준비하던 오창은 평론가를 비롯해 진행을 맡은 이영주 시인이 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학생들도 문을 두드렸다. 안양예고를 갓 입학한 문예창작과 어린 시인들이 떠드는 소리에, 스페이스 필룩스는 금세 활기로 가득 찼다.
    ‘나는 왜?’ 공개 인터뷰 행사는 입담 좋은 이영주 시인과 함께 진솔한 말을 펼치는 조혜은 초대 시인 덕에 시종일관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조혜은 시인은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강남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2008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최근에 데뷔한 터라 약력은 간소했지만, 그의 첫 시집인 <구두코>는 보통의 시집보다 훨씬 두꺼웠다. 고등학교 시절 소설을 쓰고 싶어서 이야기를 만들던 전력뿐 아니라, 이천년 대의 산문적 어법 시들의 경향이 반영됐다. 첫 시집을 낼 때까지 신나게 썼다고 한다. 진행자인 이영주 시인은 “젊은 작가들 중에서 몇 안 되는, 에너제틱한 문체를 지닌 이”라며 “첫 시집 전체에서 언어가 분출되듯 쏟아지고, 에너지가 넘치는 묘사와 이미지가 이어진다”고 평했다. 그러나 지금 조 시인은 말이 줄어든 상태란다. ‘바뀐 방식’대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 테마는 크게 시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의 사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삶에 대한 진술에서는 “아버지 사업을 정리하고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 오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불편할 정도의 가난을 겪었을 때”의 유년 시절 얘기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건물 옥상에 텐트를 짓거나 개조해서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 아버지가 건축을 하셨는데요. 집을 직접 고치는 걸 좋아하셔서, 스티로폼으로 된 집을 만드신 거예요. 겉으로는 이글루처럼 보이는데 들어가면 되게 더웠어요. 반대로 겨울에는 추웠고요. 집 가운데에 난로를 놓아두었는데, 젓가락을 난로에 달궈서 벽을 찌르면 집에 구멍이 뚫렸어요. 그럼 그 구멍에 껌을 씹어서 막았어요. 그걸 지금 시로 쓴 거예요.”
    조 시인은 어린 시절의 사소한 경험들이 훗날 시상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한다. 당시 육체적인 고통보다 힘든 것은 어른에게 치유 받지 못한, 정신적인 결핍감이었다.
    학교에 가서 솔직하게 자신이 힘든 것을 털어놓았다가 ‘너보다 더 심하게 가정 폭력을 받는 아이도 있다’는, 담임의 말을 들었다. 이후 공유할 수 없는 기억에 대한 상처는 누구에게 얘기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고, 작가는 그것을 문학에 ‘화풀이’하면서 치유했다.
    또한 작가의 시에는 갖가지 소품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 역시 작가의 과거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이영주 시인은 “시집 목차를 보면 무척 재미있다”며, 조 시인이 현실 생활의 소품이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물건으로 시를 써내는 것을 인터뷰의 화제로 삼았다. 실제 작가는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품’과는 관계가 멀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등록금과 생활비에 당장 써야 했던 그에겐 어찌 보면 당연했던 일이었다.
    “대학 간 언니에게 ‘대학은 어때?’라고 물었어요. 언니는 과 선배가 본인에게 ‘너는 멀리서 봐도 알아볼 수 있어’라고 말했대요. ‘눈에 띄어?’라고 물으니까, ‘겨울 내내 코트 하나 입고 다니니깐 넌 줄 알겠어’라고 했대요. 그래서 제게 대학은 무서운 곳이었어요.”
    아르바이트 중 백화점에서 만난 손님들도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직원들의 칭찬을 얻기 위해 입지도 않을 옷을 잔뜩 사는 여자, 33 사이즈에 가까운 몸매임에도 남편 때문에 다이어트를 강행하는 여자, 장애아동을 차로 치어 놓고는 그 치료를 ‘AS(에이에스)’라고 말하는 여자 등, 작가는 이러한 손님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야 하는 자신이 백화점의 부속품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양한 일과 사람을 대하면서 작가는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대학시절 ‘특수교육과’를 전공하면서 겪은 경험도 작가의 집필에 영향을 미쳤다.
    “제가 전공을 할 때 타 과 교육학 교수님이 그런 말을 했어요. 장애를 안 가진 우리가 장애를 가지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과 일반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런 용어로 구분 짓는 것이 싫다고요. 하지만 규정되지 않았을 뿐 모두가 기형적 삶의 형태를 가졌다고 볼 수 있거든요. 기형이 추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특화된 성격으로 개발했을 때 아름다운 게 될 수 있는 거고요. 제가 기형적인 어린 시절을 시로 표현한 것처럼 말이에요.”
    줄곧 문학을 꿈꿔왔던 작가는 친구로 인해 특수교육과로 진학했지만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문학수업을 접하게 된다. 유년시절 생활기록부에 ‘작가’라는 희망직업을 유지해오다가 고 3때 옆에 앉아 있던 친구를 따라 우연히 교육과로 진학했던 것. 어떤 과인지 알지는 못했으나 흥미를 느꼈다. 7년 동안 그렇게 특수교육과를 다니다 뒤늦게 시를 쓰게 됐다. ‘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 같다고 느꼈으나, 사실 일관되게 좋아했던 문학으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3학년 때 김행숙 교수님이 학교에 오셔서, 그분의 수업을 듣게 됐어요. 교수님께 시를 배우면서, 시각 장애인들이 빛을 느끼지 못할 때 뺨에 빛이 닿는다고 생각하듯이 감각장애란 내가 느끼지 못하는 걸 누군가 느끼는 것이라고 여기게 됐어요. 장애를 기형적 삶의 형태로 보기보단 내 몸에 예민하게 수용해 써보는 게 어떨까 해서, 그에 관련된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조 시인의 개인적인 창작 배경 이야기가 끝난 뒤, 인터뷰 테마는 자연스럽게 참관 학생들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예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께 맞춰 쓰는 시, 입시나 백일장의 심사 위원에게 맞춰야 하는 시, 자신이 쓰고 싶은 시가 다 따로 있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토로였다. 작가는 이에 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회적으로 세심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황병승 시인의 시집을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한동안 계속 그런 스타일로 시를 썼죠. 김행숙 교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시는 쓸 때 재미있어야 계속 쓸 수 있다고 하셨죠. 누군가를 위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잖아요? 내가 먼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벌써부터 쓰기 힘들어지면, 앞으로 평생 짊어지고 갈 수 없잖아요?”
    사회자인 이영주 시인은 “그냥 재밌게 쓰라”는 말이라 풀어주며, “선생님이 (본인 스타일과 안 맞는 시다) 뭐라 그러면, ‘네’ 하고 집에 가서 재밌게 써요”라고도 조언해 주셨다.
    조혜은 시인은 행사 내내 조근조근 말을 이어나갔다. 작가가 지닌 결핍감과 독특한 경험들이 그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의 시들은 남들에게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과거의 상처들을 공유해내며 치유하고 있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섬세한 시선도 느껴졌다.
    “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억에 집착하면 그 다음 단계로 못 나가는 것 같아요. 친구가 ‘너는 네 인생을 아빠 때문에 힘들다고 하느냐? 핑계 아니냐?’고 했던 적이 있어요. 나이 들어보니 그 친구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글로 해소하면서 내 삶을 새로 시작하자 생각했고, 첫 시집으로 그것들을 털어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누구 때문에’ 하면서 원망이 심했는데, 그것도 풀렸고요. 독자들에게는 길고 지루하고 낯선 이야기일 수 있는데, 한 권으로 통일되게, 내 삶의 정리가 끝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작가의 말대로 자신의 기억에 대한 집착을 벗어낸 첫 번째 시집에 이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두 번째 시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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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틴 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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