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특!기자단 인터뷰] 글틴‘홍철’, 댓글 너머 시 스승을 마주하다

 

[문학특!기자단 인터뷰]

 

 

글틴 ‘홍철’, 댓글 너머 시 스승을 마주하다

― 김성규 시인 인터뷰

 

 

 

    “글을 쓴다는 건 잘 쓰는 것의 문제가 아니에요. 시를 잘 쓰고 소설 예쁘게 쓰는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가 반성적인 사회가 되겠죠. 항상 고민하는 사회가 될 거예요.”

 

 

    6월 10일 오후 7시, 문학특기자단 2기 학생기자 홍철(글틴 필명)이 시 게시판 운영자 김성규 시인을 인터뷰했다. 홍철은 문학특!기자단 2기 신입 멤버로, 첫 번째 아이템 회의에서 김성규 시인을 각별히 존경한다고 밝혔다. 본인이 시를 쓰도록 북돋은 첫 번째 스승이라고도 밝혔다. 다른 학생들도 그런 존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동의했다. 마침 김성규 시인이 현재 글틴 시 게시판을 담당하는 교사인 까닭에, 인터뷰 준비가 시작됐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홍철이 김 시인의 섭외를 직접 시도했다. 바로 통화 연결이 닿지 않았으나, 회의 후에 따로 섭외가 성사됐다.
    인터뷰 당일, 홍철은 6시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인 5시에 연희동에 도착했다. 시인에게 건넬 질문 목록을 점검하고 차분히 인터뷰를 준비했다. 소나기가 퍼부은 바람에 양말, 가방, 교복 등이 비에 많이 젖어 고생을 했지만, 연희동 식당가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긴장감을 줄였다. 연희문학창작촌 입구에선 사진을 찍고, 먼저 도착한 여유를 즐겼다.
    모든 준비를 마친 6시 정각, 김 시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웬걸. 예정된 약속 시간보다 심지어 일주일이나 먼저 도착해 버린 것. 그때 김 시인은 다른 업무 중이라 마포에 있었고, 인터뷰어인 홍철만 창작촌에 있는 셈이었다. 그래서 다시 이동했다. 마포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커피홀’ 카페로 약속 장소가 다시 정해졌다. 비는 그쳤으나 양말이 마르지 않아, 이동 중 홍대역 매장에서 새 양말을 사서 갈아 신었고 전철을 타고 마포로 갔다. 만나고 싶은 이를 순조롭게 만나면 감격이 덜할 수 있다.
    당일 취재에 대한 교육은 인터뷰어로서의 태도, 인터뷰 중 챙겨야 할 필수 질문 등에 대한 것이었지만, 사실 팬미팅 사전 준비 같은 분위기도 있었다. 홍철이 여러 공적·사적 질문들을 두루 챙기며 열의 있게 인터뷰에 임했던 까닭이다.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좋아서’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고 소나기에 용오름까지 지나간 날, 마포 카페에서 김성규 시인과 글틴 기자 홍철은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작가와 독자, 기자와 취재원보다는 팬과 스타의 만남에 더 가까웠으나, 홍철은 인터뷰 도중 긴장한 기색 없이 시종일관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차근차근 질문했다. 김 시인은 자상하게 근황과 더불어 시에 대한 견해들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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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

 

    글틴문학특!기자단 홍철(본명 박지영, 이하 홍철) : 전 지금 고3이고 글틴은 작년부터 시작했어요. 장래희망은 기자예요. 시인님은 현재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해 계신 것으로 아는데요. 요새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김성규 시인(이하 시인) : 주로 하는 일은 수업이에요. 대학에서 문창과 수업을 해요. 어떻게 보면 ‘글틴’하고 비슷한 건데, 남는 시간은 주로 시 쓰고요. 책이 나온 지가 얼마 안 됐어요. 작년에 냈는데요, 1년 지났네요. (2013년, 시집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발간) 글이란 게 늘 그런 거 같아요. 처음이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한 상태예요.

 

    홍철 : 연희문학창작촌 생활은 어떤가요?

 

    시인 : 연희문학창작촌 입주해서 좋은 건, 어둠 속에서 빛이 생긴 것 같아요. 살던 집이 저층이라서 낮인지 밤인지 몰랐는데, 연희문학창작촌은 해가 뜨면 환하고 밖에 소나무도 보여요. 신분 상승한 느낌이랄까? 연희가 되게 예쁘잖아요.

 

 

    @ 김성규 시인의 학창 시절은?

 

    홍철 :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셨는지요?

 

    시인 : 처음 쓴 건 중학생 때예요.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시를 썼어요. 그땐 시를 써야겠단 생각을 많이 못 했어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길로 가고, 대학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고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시를 써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시집을 사서 열심히 읽었어요. 수업 시간에 주로 읽었는데요. 지금은 인문계 고등학교가 예전보다 강압적이지 않은데 옛날엔 강압적이어서, 수업 때 걸려서 혼나기도 하고, 시집을 뺏기기도 하고, 많이 맞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땐 시를 열심히 썼어요. 외모를 보면 알겠지만 (웃음) 제가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에요. 있는 듯 없는 듯 했어요.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고, 백일장은 거의 나가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자란 충북 옥천이 워낙 시골이에요. 백일장 나가고 글을 쓴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었어요. 고3때 한두 번 백일장을 나갔던 거 같아요.

 

    홍철 : 그때와 지금 시 성향이 비슷한지요?

 

    시인 : 고등학교 1,2학년 때는 이 시인 시집 읽으면 이렇게 쓰게 되고, 다른 시집 읽게 되면 다른 시처럼 쓰게 되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때 신경림의 ‘농무’,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입’,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등을 읽었어요. 시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썼죠. 아무리 써도 안 되더라고요. 고3 되면서 ‘농무’를 보며 생각한 게, 시대가 지났는데도 시 속의 농촌 현실과 지금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쓰게 됐어요.
    그때 시와 지금 시가 내용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질문을 듣고 지금 생각해본 건데, 그때도 현실에 대해서 약간 비판적인 사고가 있었고 그런 시를 주로 읽었어요. 지금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제 시에 결합돼 있지만, 그 점 빼고는 그때와 내용은 비슷해요. 세계 비판적인 시가 많았던 거 같아요.

 

    홍철 : 고등학교 때 영향 받은 작품이 있나요?

 

    시인 : ‘농무’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중2 때였나? 교과서에 신경림 선생님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실렸는데 이제까지 봤던 시와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았어요. 너무 예쁘게 아름다운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시였는데, 현실을 그대로 인식하고 무언가를 첨가하지 않았어요. 날 것 그대로 인식하면서, 현실에 대한 울분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걸 읽고 중학교 때 참 감동을 받았어요.
    신경림 시인은 등단 후 10년 뒤에 시를 쓰셨어요. '갈대'는 등단했을 때 쓴 시고, 나머지는 10년 후 쓴 시예요. 나머지 시도 좋고, ‘갈대’나 ‘농무’, ‘파장’도 다 좋아했어요.

 

 

    @ 김성규 시인이 직접 전하는 창작 이야기

 

    홍철 : 시인님은 등단 전후 마음가짐이 어떻게 다른가요?

 

    시인 :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저는 긴장이 좀 풀렸어요. 등단하고 나면 내가 발표한 시들을 누군가 보잖아요? 예전엔 혼자 시를 갖고 있어서 불안했는데, 첫 시집 내고 시간이 지나니까 긴장이 조금 풀어졌어요. ‘초심으로 돌아가자’란 말을 하잖아요. 학생들도 대학 입시가 끝나면 ‘공부 안 해도 되겠지’ 그런 것처럼, 긴장감이 풀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등단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등단하면 죽을 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고 써야겠다고요. 나이 먹어서 여든 돼서 긴장감 풀어진 채로 쓰고 싶지 않아요. 쓸 거면 열심히 쓰고, 대충 쓸 거면 시를 쓰지 않는 거죠.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홍철 :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라는 시집에는 만화적인 요소가 있는데요.

 

    시인 :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판타지적이에요.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 마법사’의 창작 모티브는 독신자인데요. 자기 마법을 늘 연구하는 자예요. 처음 생각은 ‘사진에서 사람이 걸어 나온다면 어떨까?’였어요. ‘그 사람하고 얘기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썼어요. 시 쓰는 사람들이 언어로 묘기를 부리는 자들이잖아요? 언어를 새로 만드는 사람들이 시인인데, ‘시 쓰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독신자로서 죽게 된다면, 벽에 걸려 있는 부모가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했어요. 나중에 경찰에게 발견되고, 시신은 있지만 영혼은 하늘로 날아가요. 약간 사실적 측면도 있고, 환상적 측면도 있는 시죠.

 

    홍철 : ‘자살하는 날의 아침’ 같은 시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비극적으로 끝나는데요.

 

    시인 :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 마법사’라는 시처럼 현실 비판적인 게 바탕에 있지만, 그 시는 굉장히 개인적이죠. 단순하게 얘기하면, 어느 날 우울해서 쓴 거예요.
    밤새도록 시를 쓴 날이었어요. 컴퓨터 앞에서 쓰고 있는데, 뿌옇게 아침이 밝아오는 거예요. 그때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무엇을 위해서 글을 쓰고, 무얼 위해서 사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내가 돈을 원하는가, 시인으로 유명해지길 원하는가?’ 물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에요. 외로워서 시를 쓰는 건데, 글쓰기가 나를 세계로부터 고립되게 만들고 외롭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나 외로웠어요. 우리가 그럴 때 있잖아요? 외로울 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전화할지 떠오르지 않는 거죠. 괴로운데 부모님에게 전화할 수 없잖아요? 나이 든 아들이 ‘외로워요’ 할 수도 없죠. 형제들은 ‘넌 아직도 그렇게 사냐?’ 그럴 거구요. 친구들에게 전화할 수도 없어요. 다른 직업의 친구들과 문학 얘기를 할 수 없어요. 친구들은 ‘얼마나 돈 버나’ 이런 얘기 하는데, 우린 다르잖아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사실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거든요. 지금은 문인들을 많이 만나지만, 문인에게 아침부터 전화해서 술을 마시자 하기도 그렇고요. 물론 그러자고 할 순 있지만요.
    너무 외로운 생각이 들어서 누가 나를 한 번만 안아줬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고, 그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슬픈 현실이었죠.

 

    홍철 : ‘자살하는 날의 아침’에서 묘사되는 ‘고구마’는 직접 기르시는 건가요?

 

    시인 : 누나랑 같이 살았는데 누나가 고구마를 가져와서 키웠어요. 고구마 줄기가 빛이 없어서 죽었어요. 그런 거랑 여러 가지가 떠올라서 쓴 거죠.

 

    홍철 : 평소 식물, 동물 키우는 걸 좋아하시나요?

 

    시인 : 동물은 먹이도 줘야 하는데, 내 자신에게 먹이 주는 것도 힘들어요. 저도 밥을 불규칙하게 먹거든요. 동물한테 그러면 학대하는 거잖아요. 식물은 키웠어요. 사람이 또 견디기 힘든 게 식물이 죽는 건데요. 동물 키워본 사람들도 그럴 거예요. 잘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너무 슬프겠죠. 식물도 어느 날 죽은 걸 보면 너무나 슬퍼요. ‘내가 사랑을 주지 않아서 죽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엔 제가 ‘개운죽’을 3개 사서 키워요. 마트에 가니깐 팔더라고요. 예전에 한참 크다가 어느 날 죽어서 안 키우다가, 이제 다시 키워보려고 해요.

 

    홍철 :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라는 시에서 그 지하 동굴의 모티브는 무엇인가요?

 

    시인 : 그 시는 지하에 사는 가족들 이야기인데요. 일가족이 독극물로 음독자살을 하죠. 제가 서울에 올라오면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맨날 지하에 살았어요. 옛날에 사람들은 음지 지하에 살면서 땅 속을 파고 들어갔잖아요. 인류 역사가 엄청나게 진보했다고 하지만, 그 시절과 얼마나 다른가 생각했어요. 역사는 진보한다 해도 인간의 삶은 진보하지 않고 패턴만 살짝 바뀌었어요. 예수나 부처를 보면서 믿음을 구하듯이, 약간의 형식적인 외면적 변화만 있을 뿐 근본은 똑같아요.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나 유적지에 사는 사람과 똑같아요. 부자나 가난한 사람도 여전히 같아요. 사람들은 그러잖아요?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고, 아침형 인간이 되면 성공한다고 하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성공 신화가 있는데요, 성공 신화라는 것은 사실 대부분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철 : 그럼 시인님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흔히 말하는, 돈 잘 벌고 결혼 잘 하는 게 아니라 시인님만이 생각하는 다른 게 있으신가요?

 

    시인 : 행복하게 사는 거겠죠? 돈을 많이 번다거나 유명해진다거나 예쁜 여자를 만난다거나, 이런 것들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이잖아요. 그게 목적이 아니에요. ‘열심히 일한 사람. 오늘 떠나라’는데, 열심히 일한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거든요. 글을 열심히 쓰는 이유도 행복하기 위해서 쓰는 건데, 잘 안 되는 것뿐이죠. 성공한다는 것은 행복해진다는 것이에요. 돈이 많아도 우울한 사람이 있고 재벌가 자식이 자살하기도 해요. 너무 가난하면 그것도 힘들겠죠. 왜냐하면 돈 때문에 늘 싸워야 하니까요.

 

    홍철 : 시인님께서 김구용 문학상을 수상하시면서 시를 언급하시다가, 시는 시인에게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시인 : 저는 청소년들에게 문인이 되라고 절대 권유하지 않아요. 문인이 된다는 것은 친구가 없어진다는 거예요. 많은 시간을 글 쓰는 데 할애해요. 글은 친구랑 쓰는 게 아니라 혼자 쓰는 거잖아요. 많은 시간을 글을 써야 되고, 그렇게 하고 싶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아무래도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 적고, 글과 씨름하게 돼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전화할 사람 없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세계와 고립되기 때문이에요. 어떤 때는 밤부터 아침까지 써요. 그때는 그게 괴롭든 즐겁든 상관없이 시와 만나는 시간이잖아요? 시가 사람이라면 시와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인데, 그런 시간에 나의 괴로움을 누구에게 얘기하겠어요? 시에게 얘기하는데, 어떻게 보면 엄살이죠. 종이 위에 하는 거예요. 시로써 종이와 대화하는 거죠. 시가 친구예요. 날 위로할 사람은 시밖에 없는 거죠. 그 괴로움을 건져내 시를 쓰면서 낯선 세계,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내가 만든 낯선 세계로 날 데려가요.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 마법사나, 독신자가 돼서 하늘로 날아가기도 하고, 혁명을 이루려다 실패해서 망명의 땅으로 가기도 해요.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죠. 나를 데려가는 땅이 아주 아름다운 땅은 아니고 낯선 땅인데, 가만히 있으면 늪과 같은 곳이에요. 늘 외로움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삶이죠. 세계관 자체가 비극적이에요. 제가 쓰는 시가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시는 아닌데, 저 같은 시도 가끔은 있는 거죠. 뭐. (웃음)

 

    홍철 : ‘적도를 걸어가는 남과 여’는 비극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비극적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최선을 다하는 삶을 강조하시는 건가요?

 

    시인 : 시지프 신화 알죠? 시지프가 산꼭대기로 돌을 밀어 올리면 바위가 굴러 떨어지고, 반복되는 거잖아요. 인간의 운명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차피 죽는 것. 그게 운명인데, 죽어야 되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바위를 올리는 게 세계에 저항하는 방식이에요. 바위는 땅 아래로 떨어지지만 또 올리는 거죠. 인생이란 것도 그렇지 않나요? 내 인생이 잘 갈 수도 있고, 잘못된 길로 날아갈 수도 있는데, 최선을 다해서 날아가는 게 좋지 않나요? 그럼 날아가는 순간이나 날아간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 거예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홍철 : 그러면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에서 맹인은 눈을 보게 되지만 맹인으로 돌아가는데, 그는 운명론적인 삶을 예측하지 못했던 건가요?

 

    시인 : 오이디푸스 신화랑 비슷한 건데요. 자기 스스로를 맹인이 되게 만들잖아요. 이런 영화가 있어요. 어떤 지식인이 사고 때문에 맹인으로 살아가는데 물소리가 너무 아름답게 들리고 자기 부인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맹인이 어느 날 다른 이유 때문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서 수술을 통해 눈을 뜨고 왔어요. 근데 누가 부인인 줄 몰라요. 예쁜 여자가 부인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거죠. 자기가 아름답게 듣던 물소리는 더러운 물 소리였어요. 그건 어떻게 보면 세상에 눈을 뜨는 건데요. 우리도 세상에 눈을 뜨면, 어렸을 때 보던 것처럼 세상이 아름답지 않고 쓰디쓴 곳이라고 점점 깨달아가요. 맹인이 눈을 뜬 거죠. 차라리 이 세상을 몰랐으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오이디푸스가 질문을 하면 안 되는데, 이 세계에 대해 계속 질문해요. 수수께끼를 풀고 신탁의 내용을 찾아가다가 자기가 봐선 안 되는 세상의 진리를 본 거죠. 어머니와 결혼하고 아버지 죽인 걸 알게 된 거예요. 차라리 몰랐으면 눈을 찌르지 않았겠죠. 맹인이 되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진리를 많이들 태양 이데아로 보는데, 눈으로 태양을 보면 눈이 멀어버리잖아요. 맹인도 학생이 말한 대로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며 동시에 세상의 진리, 봐선 안 될 고통, 참혹한 장면을 봤기에 눈을 찌를 수밖에 없는 거죠. 시에서는 뇌가 너무 작았다면 불행하지 않았을 텐데, 차라리 바보였다면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생각하는 구절이 있어요. (‘우리처럼 작은 뇌가 있었다면 그렇게 허황된 왕국을 떠올리지 않았을 텐데’)

 

    홍철 : 오이디푸스는 방황하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눈을 떠서 세상을 보더라도 끝까지 눈을 뜬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시인 : 이론상으로는 그렇죠. 시적으로는 영원히 진리를 찾아 헤매는 자의 운명이에요. 미학적으로 보면 운명이지만, 현실에서 그러긴 힘들겠죠. 시라는 공간은 현실과 어느 정도는 맞닿아 있으나, 분리돼 있어요. 떠돌아다니는 게 맞다 생각해요.

 

    홍철 : ‘너는 잘못 날아왔다’ (창비, 2008),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 (창비, 2013) 두 시집 안에 스스로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하는 시가 있나요?

 

    시인 : 완성도가 높은 건 ‘사자의상’이라고 생각하고, ‘잉어사육’이라는 시를 좋아해요. ‘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도 제가 썼지만 좋아하는 시예요.

 

    홍철 : 시 속에 공통점이 있나요?

 

    시인 : ‘사자의상’, ‘잉어사육’은 비극적인 내용이에요. ‘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은 판타지 내용이에요. ‘얼음궁전’, ‘만년설’도 그래요. 거부할 수 없는, 재난적인 상황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을 그렸어요.

 

    홍철 : 그시인님이 추구하는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시인 : 예술이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게 시예요. 어머니가 아들에게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그 마음이 온전히 담길 수 없잖아요. 아들을 너무나 아끼고 안쓰러워하고, 자신이 무언가를 하려는 욕망을 자식이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데, 그 모든 걸 담을 수 없어서 ‘사랑한다’라고 하죠. 마음을 담기엔 너무 작은 게 언어예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감정과 슬픔과 분노와 따뜻함, 이런 것들을 모두 담는 시를 쓰는 것인데, 이룰 수 없는 것이죠. 완벽한 책을 만드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들의 꿈이에요. 보는 순간 자기 세계가 바뀌는 것이죠. ‘백년 동안의 고독’의 마지막 장면에선 책을 읽는 순간 세계가 파괴되고, 그 예언이 들어 있어요.

 

 

    @ 글틴에 대한 각별한 애정

 

    홍철 : ‘글틴’을 알게 된 계기가 있나요?

 

    시인 : 글틴을 원래 알고 있었어요. ‘문장’ 사이트가 연동돼 있으니까요. 예전에 문장에 시도 발표해서 사이트를 들어갔어요. 그러다 봤어요. 그런데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어른들이 '요즘 애들은 어떻다 어떻다’ 말하는데, 공자 맹자 시대부터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 했잖아요. 20~30년 전 빈곤 속에서 허덕이던 때보다 상대적으로 삶은 나아졌지만, 지금은 어릴 때부터 경쟁 체제에 익숙해요. 옛날엔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시골에서 온 영향도 있지만 학원 안 다니고 대학을 갔는데, 요새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다니잖아요. 그 이전부터 다녀요. 경쟁 체재를 어린 나이부터 받아들여야 되나 싶고, 이런 경쟁 체제로 끝없이 달려가는 속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죠.
    문학은 달려가는 게 아니라 뒤돌아보는 행위예요.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해요. 남에게 퍼부을 비난을 자기에게 퍼붓고, 자기 자신에게 화살을 쏘는 게 글이에요. 자기를 반성하는 것인데, 이런 반성 속에 있다면 경쟁을 거부할 가능성이 많아요. 체재를 비판하는 사람은 학생들이죠. 이런 경쟁적인 세상에서 글을 쓰는 학생들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글틴을 보면 요즘에도 이런 애들이 있나 싶고, 이런 애들이 있어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쓴다는 건 잘 쓰는 것의 문제가 아니에요. 시를 잘 쓰고 소설 예쁘게 쓰는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가 반성적인 사회가 되겠죠. 항상 고민하는 사회가 될 거예요.
    글틴이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봤을 때도 그랬어요.
    심사를 할 때 보니깐 잘 쓰는 학생들도 너무 많아요. 내가 고등학교 때 이렇게 잘 썼나 싶어요. 나는 유치하게 많이 썼어요. 너무나 부끄러워요. 누구를 사랑하느니 그런 걸 많이 썼어요. 남을 비판하는 글을 써도 직설적인 비판이었지 시적인 언어로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글틴에는 잘 쓰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는데, 좋은 시는 어른들 시에 절대 뒤처지지 않아요. 주장원, 월장원 심사는 체제 속에 있어서 안 할 순 없는데 이걸 꼭 심사해야 하나 회의감도 들죠. 쓰는 게 중요한 거고 심사를 통해 발전하기도 할 텐데요. 글틴은 근본적으로 좋은 사이트이고, 필요한 곳이에요. 문학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데가 많이 없잖아요? 상당부분 입시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놀이로서의 공간은 없으니까요. 앞으로 계속 잘 됐으면 좋겠어요. 홍보도 잘 되고요.

 

    홍철 : 글틴에서 시인님은 계속 활동할 의향이 있으세요?

 

    시인 :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죠. 학생도 어른들이랑 얘기할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저도 나이가 저보다 많은 분이거나 어린 학생들과 만나는 게 모험이고 경험이죠. 저번에 사이트에서 ‘동접’을 보고, 동접이 뭔가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동시접속’이더라고요. 인터넷 하다보니깐 ‘동접됐다’ 나오는 거예요.

 

    홍철 : 젊은 세대들과 대화가 통하시는 거 같은데, 노력을 하시는 거예요?

 

    시인 : 내가 무척 게으른 사람이라 그건 아니고, 수업으로 대학생을 만나니깐 그런 용어를 많이 써요. 질문도 하면서 아는 거죠. 재밌어요.

 

    홍철 : 신조어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신조어가 쓰이면 문학적 파괴라고 생각하나요? 언어쓰임의 범위를 넓게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나요?

 

    시인 : 좁게 만든단 생각은 안 들어요.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하잖아요. 두루 쓴다는 거잖아요? 신조어 때문에 문학적 언어가 한순간에 파괴되진 않아요. 시나 소설은 몇 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신조어가 침투돼도 미세한 영향만 받아요. 그것이 언어를 파괴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새로운 세계를 반영하는 거죠. 시대상이나 세태가 반영된 시들이 있어요. 영화라든가 일본 만화라든지. 그런데 긴 역사를 보면 한순간이죠. 그런 현상이 오래 간다고 보기도 어려워요. 1910년대 초반 시를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기란 걸 알 수 있어요. 조선시대까지 몰랐는데 일제시대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지식인들이 신화를 처음 안 거예요. 제우스 얘기하면 얼마나 새로웠겠어요? 그런 시를 많이 썼죠. 지금 보면 유치하잖아요. 시간이 지나서 보면, 최신 유행어를 쓰는 것이 오래 가는 경우는 많이 없는 거 같아요. 문학도 축적의 역사라서, 한순간에 파괴되거나 변화하지는 않아요.

 

    홍철 : 글틴 심사하시면서 심사 기준이 있으신지요?

 

    시인 : 다른 심사도 그렇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건 재미예요. 보편성과 특수성 중에 특수성 강한 게 시라서요. 저는 재미있는 시가 좋아요. 그리고 예술은 완성도가 있어야 돼요. 안도현 선생님은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라고 하셨는데요. 시는 손끝으로도 쓰고 머리로도 써요. 뇌가 시켜서 쓰는 것이지만, 손으로도 쓰거든요. 뇌로부터 먼 곳이 손, 발이에요. 감각적이죠. 손으로 쓰는 것은 기존에 있는 걸 가져오거나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재구성하는 거예요. 만들 때 완성도 뛰어난 게 좋겠죠. 완성도를 본 뒤에는 ‘독자들에게 얼마나 재밌나, 그리고 새로운가?’ 그걸 봐요.
 
    지영이 학생 필명이 어떻게 되죠?

 

    홍철 : 홍철이에요.

 

    시인 : 홍철은 이제까지 남자인 줄 알았어요. 왜 홍철이에요?

 

    홍철 : 사고가 낙천적이지 않은지라, 조금이라도 노홍철을 본받으려고요.

 

    시인 : 노홍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어요. 이름이 홍철이고 시도 비극적이라서 마르고 키 큰 남학생이겠지 했어요. 전혀 알 수가 없는 거 같아요. 예측에서 빗나갔을 때 그게 좋은 거예요. 시를 잘 써요. 개인적인 취향인데,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근데 습작기 때는 운문시를 많이 쓸 필요가 있어요. 운문시를 많이 쓰면 산문시는 자연스럽게 써져요. 훌륭한 학생이군요. 시는 언제 써요?

 

    홍철 : 틈나는 대로 쓰고 있어요. 수업 시간에 필기하는 척하면서 쓰는 거예요.

 

    시인 : 문제적인 학생이구나. (웃음)

 

    홍철 : 사시 지도하시면서 기억나는 제자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시인 : 기억나는 제자는 많은데요. 인간은 너무 사사로운지라 아무래도 제가 시를 쓰다보니깐, 시 쓰는 애들이 눈에 확 띄어요. 어쩔 수 없어요. 잘 쓰는 학생이 많은데 대학을 졸업하면 생활이 어렵다보니 직업전선으로 많이 나가요. 이쪽과 저쪽이, 아군과 적군이 마주치는 쪽이 전선인데, 삶이라는 것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글 쓰는 것에 대해서 많이 힘들어해요. 생활하기 바쁜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 학생들은 안타깝지만 시를 쓰라고 권유하긴 힘들어요. 시를 쓰면서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에요. 잘 쓰다가 어느 순간 생활 속에 묻혀 가는 제자들이 많이 생각나요.

 

    홍철 : 글틴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지요?

 

    시인 : 지금 상태로도 굉장히 잘 되는 사이트예요. 이렇게 방문자가 많은 사이트가 많지 않을 걸요. 청소년 방문자들 덕분에 잘 되고 있는 거죠. 글틴이라는 곳이 출구 없는 청소년들, 학생들에게 작은 출구가 돼요. 이쪽으로 와서 쉬거나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안정을 취할 수 있어요. 지금 너무 잘 되고 있는 거 같아요.

 

 

    @ 김성규 시인의 집필습관과 일상생활

 

    홍철 : 순간순간 시상은 어떻게 잡아내시나요?

 

    시인 : 생각났을 때 즉각 써요. 과일도 금방 열려 있는 걸 따서 먹었을 때 맛있고 상하지 않는 거지, 오래 두면 상하잖아요. 시상도 떠올랐을 때 잡아야 돼요. 시간이 지나면 상해버려요. 쓰진 못해도 메모는 해놓는 게 중요해요. 어떤 때는 금방 쓸 때가 있어요. 퇴고를 살짝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쓰고 쓰고 또 써요.

 

    홍철 : 몇 년 동안이나 퇴고한 때도 있어요?

 

    시인 : 한 달 있다 다시 퇴고하고, 몇 년 동안 퇴고한 시도 있어요.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 그랬어요. 신춘문예 몇 년 동안 내면서, 조금씩 고치고 또 고쳤어요.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는 거 같아요. 고쳐서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어서, 쓴 다음에 두고 봐야 돼요. 어느 날은 시를 쓰고 나서 ‘내가 드디어 대작을 완성했구나. 대서사시를 썼구나’ 하고 자요. 다음 날 아침에 봤을 때 너무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 글을 쓴다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봐야 돼요. 어릴 때는 그림 연습하는 것처럼 퇴고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해요. 실력이 많이 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착상이 중요한 거 같아요. 글틴은 퇴고는 적게 하는 거 같아요. 인터넷 사이트니깐 써서 바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퇴고는 약간 부족해요. 대신 즉각 올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죠.

 

    홍철 : 혹시 착상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시인 : 아이디어를 쥐어짜야죠. 예전에 탈수기가 없을 땐 빨래를 손으로 짰잖아요? 어릴 때 동생이랑 비틀어서 한 바퀴 돌면서 짰는데, 더 이상 물이 나올 것 같지 않지만 한 바퀴 더 돌리면 물이 떨어져요. 착상도 짜고 짜고 또 짜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시 쓰는 게 업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외부에서 부여를 했든 스스로 부여했든 운명적인 거예요. 써질 때나 아닐 때나 무조건 써야 되는 거죠. 쉰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일종의 방기예요. 쉬어선 안 돼요. 그대로 모른 척하는 것과 똑같죠. 사제가 신의 말을 전파해야 하는데, 신의 말을 전파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나태해지면 엄청난 죄악이잖아요? 문학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놀고 술 마시고 다른 건 다 해도 되는데, 시는 항상 써야죠.

 

    홍철 : 시를 쓰지 않는 시간엔 주로 어떤 걸 하시나요?

 

    시인 : 티브이도 보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해서 널고, 책을 볼 때도 있어요. 동네를 돌아다니며 산책을 할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고향이 시골이라서 고향 한 번 다녀오면 여행이죠. 일상적인 일을 해요. 설거지나 빨래는 해야 돼서 하는 거고, 산책하는 게 좋아요. 예전에 저희 동네에 흉가가 있었어요. 흉가에 담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거예요. 너무나 오랫동안 버려진 집이라 집을 뚫고 오동나무 한 그루가 솟아올랐어요. 좀 신비한 거예요. 이 집은 왜 흉가가 됐을까 궁금했어요. 사연이 있어서 흉가가 됐을 텐데요. 옛날에 그 집의 담쟁이덩굴을 보면서 시를 썼는데 별로라서 시집엔 못 넣어요. 옛날에는 장미 넝쿨 우거진 집이었고 여자 남자가 행복한 집이었는데, 여자가 사라지고 남자가 죽어서 흉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홍철 : 혹시 시 말고 다른 글도 쓰시는지요?

 

    시인 : 처음에는 산문도 쓰고, 다른 사람 시 해설하는 것도 쓰고 그랬어요. 너무 힘들어요. 이것도 에너지를 많이 써야 되잖아요. 나처럼 에너지가 원래 작은 사람이 다른 곳에다가 에너지를 낭비하면 안 되겠다 해서, 산문은 거의 안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청탁이 들어오면 쓰긴 하는데, 되도록 안 써요. 산문 이야기가 시적인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하나를 뺏긴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 산문을 쓰다가 다시 보니 시로 써야 되는 내용인 거예요. 괜찮아서 그대로 두고 엉뚱한 걸 발표한 게 있어요. 그걸 먼저 발표하면 산문이 되니까요.

 

    홍철 : 이재훈 시인과 대담하신 글도 쓰셨는데요. 동료 작가들과 교류가 잦은 편이죠?

 

    시인 : 동료 시인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김중일, 윤석정, 김안, 신동옥 시인은 저랑 동갑이에요. 시인이면서 믿음이 가는 친구들이죠.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 가끔 만나 얘기를 하면서 좋은 책 얘기도 많이 해줘요. 어려운 얘기를 하면 마음속으로 잘 되길 바라는 친구들이죠. 저도 그 친구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마음속으로 늘 좋은 친구들이고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글 쓰는 데 덜 외롭구나 생각했어요. 글 쓰다가 다른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꼭 자기 친구들은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보다 자기를 질투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요. 나이가 들면서 질투보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이 많다는 건, 어린 아이 맘을 맘속에 갖고 있다는 거죠. 그런 동료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홍철 :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적과 적이 만나는 전선에서 서로 만나서 화합할 때 글이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인 :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부분. 많은 경우가 아니라 소수의 경우 문학을 통해서 세상을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윤흥길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장마’,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같은 소설이 나올 땐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해서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죠. 지금도 그럴까요? 학생들은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요.

 

    홍철 : 시인님은 시를 통해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시인 : 시를 통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다기보다는요. 시를 쓰면 자기를 반성하기 때문에 남을 비난하는 일이 적어져요. 어떤 갈등이 생겼을 경우,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렇게 본다면, 시가 주는 변화는 적극적 행동보다는 반성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내부에서 자라는 악을 억눌러 놓는 역할을 해요. 대지에 악의 씨앗은 늘 뿌려져 있고, 흙을 뚫고 솟아나올 가능성이 많은데, 예술은 늘 이것이 싹트는 것을 방해하죠. 동시에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고, 딱딱하게 규정된 현실에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홍철 : 두 번째 시집까지 발표하셨는데, 세 번째 시집에서 어떤 지향점이 드러날까요?

 

    시인 : 제가 제 시를 평가하는 것은 어렵지만, 개인적인 감정도 많고 사회 비판적인 것도 좀 있는 거 같아요. 저희 또래 작가들에 비해서 조금 드러나는 편인 거 같아요. 현실 비판적인 측면도 있어요. 개인적인 슬픔을 표현할 수도 있는데, 아까 말한 사회적인 역할이 있어요. 사실 점점 잘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때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기자 역할이 되게 크잖아요. 기형도 시인이 기자였어요. 기자 생활 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많아요.

 

    홍철 : 시인님 만나면서 글틴과 청소년 언론에서 기자 생활을 하게 됐어요. 의지를 준 것도 시인님이세요. 저는 솔직히 아직 시인님이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 모르지만, 저를 변화시켰기에 변화시키시리라 믿어요.

 

    시인 : 우리가 주변의 친구라든지 한 명에게 감동 주기가 되게 어려운데요. 글을 쓴다는 게 좋은 점은, 요새 책이 안 팔린다고 하지만 만일 100권이 팔린다면 백 명에게 감정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수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요.

 

    홍철 : 시인님 이상형은 어떻게 되세요?

 

    시인 : 나를 이해해주면 너무나 고맙지만 그러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내가 복잡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처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것,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게 운명적으로 주어진 것들이 있잖아요. 이 현실에서 꼼짝달싹 못 하고, 어떻게 보면 갇혀 있는 존재로 세상의 체제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데, 그걸 이해해주면 너무나 감사하겠죠.

 

 

정리 : 변인숙 ( 문학!특기자단 교육담당 | baram4u@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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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후기]

    “내게 시 스승은 김성규 시인님 한 분뿐!”

 

 

작성 : 박지영 (문학 특기자단 2기 | 191860@naver.com )

 

 

    사람들은 대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 그 상대는 좋아하는 상대방일 수도 있고, 생일을 맞은 친구일 수도 있고, 존경하는 선생님일 수도 있다. 나로 말하자면, 김성규 시인님께 전해드리려는 목적이 아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을 혼자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차피 시인님께 편지를 전해드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글틴 문학특기자단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 이야기를 하며 6월호 인터뷰를 김성규 시인님으로 맡게 되었다. 글틴 캠프 때에나 뵐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너무 빨리 예정된 시인님과의 만남이었다. 결국 시인님을 뵈었지만 마음을 표현하기엔 너무 이른 건 아닐까 하는 용기 없는 마음에 편지를 전해드리지 못했다.
    내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인님을 존경하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시인님을 알게 된 시간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고, 우연히 글틴이라는 사이트를 알았다. 주장원이 되자 문득 시인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져서 발표하신 시집들을 읽었다. 교과서나 수능특강과 같은 문제집에서나 보던 사랑에 관해 노래한 시와 자유와 독립만을 외치던 시들을 보던 나에게는 꽤 큰 충격이었다. 인터뷰에서 시인님은 ‘농무’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나는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를 읽으며 이와 같은 더 좋은 시들을 쓰고 싶다는 목표와 욕심이 생겼다. 표현력의 부족함을 고민하며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았을 때부터, 시는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주장원이나 월장원에 당선된 것보다도 중요했던 사실은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나의 글이 시인님의 평가를 받으면서 의미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인님은 나의 시에 또 다른 의미를 붙여주시는 분이셨다. 시인님이 나의 의미를 붙여주셨기에 나 역시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시뿐만이 아니라, 추구하는 것 없이 하루를 기록하기보다는 보낸다는 것에 더 가까웠던 삶에 목표와 생기를 불어넣으셨다. 사회를 비판하고, 현실의 어두운 부분까지 조명하는 이상적인 시를 쓰셨기에 시인님을 동경하게 되었다. 아니, 내 삶에 의미를 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시인님께선 존경받기 충분했다. 또한 나는 시를 쓰면서 다른 작은 준비들도 실행할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열정이 생겨 기자단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현재는 글틴을 포함해 두 군데에서 기자 활동을 하며 기사를 쓰고 있다.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에 대한 회의를 덜어주고, 기자라는 장래희망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시인님께선 시를 가르치시면서 여러 제자를 봐오셨겠지만, 내게 스승이라곤 시인님 한 분 뿐이었다. ‘시를 쓰는 우리’라고 말씀하셨기에 나는 낯선 이들과 엮여진 일종의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것으로 엮여진 유대감, 그것은 같은 주제로 구성된 문단처럼 결속력이 있는 것이었다.
    인터뷰 시간을 잘못 알아서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기자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꼼꼼함이 결여되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자책감이 들었다. 기분이 붕 뜬 나머지 다음 주에 예정된 인터뷰를 일주일 정도 앞당겨 생각했던 것이다. 인터뷰 날짜를 정한 문자를 재차 확인하고 당황했다. 미지 언니까지 곤란스럽게 해서 죄송하고, 시인님을 뵐 낯이 없었다. 결국 7시쯤 작가회의 건물 근처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미리 준비한 인터뷰 질문은 당황스러움으로 백지장이 된 지 오래였다. 설상가상으로 폭우가 내려서 물에 젖은 생쥐 꼴인 데다가.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만난다는 느낌이 들어 인터뷰를 미루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넋을 놓고 있었는데 시인님께서 들어오셨다. 시인님께서 음료를 주문하시고, 나는 목이 타 계속 아이스티를 들이키다시피 했다.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 등을 간략히 밝히고 글틴 기자라는 소개를 한 후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사말을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터뷰를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막상 시인님을 보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학교 수업을 들으며 틈틈이 인터뷰 질문을 구상하고 처음 만났을 때 드릴 말이나 격식적인 말들도 준비를 했지만 이상하게 한 마디도 말할 수 없었다. 질문의 어미를 무엇으로 하는 게 좋을지 몰라서 계속 말끝도 흐렸다. 내가 시인님을 편하게 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시인님께서 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하신 것 같다. 미지 언니의 타이핑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들렸지만 안정되기보다 오히려 더 초조했다. 내가 옆에서 묵묵히 타자를 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뵙고 싶다고 고대한 분을 뵙고 있었지만, 환상이 실제가 되는 순간은 실감이 안 나기 마련이다.
    두세 질문을 던지고 나니 나름대로 떨지 않고 인터뷰 진행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시인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미리 준비했던 질문보다 즉석에서 궁금한 질문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평소에 시인님의 시집을 여러 번 읽어 보아서인지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 틈틈이 작품과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김구용 시 문학상을 정지용 시 문학상으로 언급하고 말았는데, 분명히 머릿속은 김구용 시인이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했던 실수까지 생각나서, 시인님께서 인터뷰한 걸 후회하고 계시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까지 들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이나 시인님의 시집에선 사적인 부분까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평소 시인님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공식적으로 여쭐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몇몇 인터뷰 질문에 대한 시인님의 대답은 재치가 가득하셔서 인터뷰 분위기를 한결 밝게 만들어주셨다. 첫 인터뷰라 부족한 점도 많았고 진행도 매끄럽지 않았지만, 친절하고 구체적인 답변으로 질문에 답해주신 시인님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좋은 시인이 될 거라고 격려해주신 시인님께 앞으로도 시를 쓰는 일을 계속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더불어, 꿈꿀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글틴 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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