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셔터, 누르다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셔터, 누르다

 

 

 

김은

 

 

 

essey-kimun

 

    “언제 내 사진 좀 찍어 줄래?”
    취미가 사진이라고 밝히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자의적이든’ 혹은 ‘타의적이든’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소소하게는 가족, 친구들끼리의 모임이나 여행 사진부터 돌 사진, 결혼식 사진까지. 잠깐이었지만 인터뷰 기사에 실릴 문인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의 사진 실력은 십 년째 아마추어다. 정식으로 사진을 배운 적이 없으니 특별한 사진술이란 게 있을 리 없다(첫 카메라는 보급형 DSLR이었는데 설명서도 이해 못 해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면서 사용법을 익혔다. 그 뒤로는 부족한 기초 지식들을 책으로 하나씩 배워 나갔다. 순전히 ‘글’로 배운 셈이다). 그저 시선이 향하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셔터를 누를 뿐이다.

 

    그것 말고도 나의 취미 생활에는 어려운 점이 하나 더 있다. 낯선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나의 소극적인 태도다(나는 낯선 사람과 마주 앉으면 정면에서 살짝 비껴난 곳에 시선을 고정시켜 둔다. 그 상태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눈다. 평소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카메라 렌즈는 눈이고, 사진을 찍는 행위는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오랜 눈 마주침이 필요하다. 그런데 서로 어떤 교감을 나누기도 전에, 내 쪽에서 먼저 스르르 눈길을 피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피사체와 가까워지는 물리적, 심리적 시간이 언제나 필요하다. 물론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고 해서 누구하고나 친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을 만나도 좀처럼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진을 아무리 여러 장 찍어도 합성사진처럼 부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건 상대방의 어색한 포즈 탓이 아니라 셔터를 누르는 내 마음의 경직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볼 것이다. “그렇게 소극적일 거면 무거운 카메라는 뭐 하러 들고 다니는데?” 하고(카메라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카메라 본체에 렌즈까지 마운트하면 무게가 이삼 킬로그램은 훌쩍 넘는다. 그걸 몇 시간씩 어깨에 메고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깨 통증에 손목의 시큰거림까지. 그래도 어디를 가든 나는 습관적으로 카메라부터 챙긴다. 가까운 곳이든,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먼 곳이든). 생각해 보면 그건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와도 다르지 않다. 늘 나 자신에게로만 향해 있던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것.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익숙한 곳보다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많아졌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생경한 풍경들 앞에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든다. 그럴 때면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마주 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 각도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왼쪽 각도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자세를 한껏 낮춰 바라보기도 하고, 키를 높여 바라보기도 하고. 그렇게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일일이 눈을 맞추다 보면 여행의 속도는 한없이 느려지고, 애초에 계획했던 것의 절반도 지키지 못하고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눈 마주침의 순간,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진다.

 

    이제 나는 보급형 DSLR이 아닌 꽤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렌즈도 줌렌즈부터 단렌즈까지 여러 개 가지고 있다(지금까지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따져 보면 중고 소형차 한 대 값은 될 것이다. 카메라 가방에 소형차 한 대를 넣고 다니는 셈이다). 여전히 책으로 배우고 있지만 십 년 전과 비교한다면 카메라를 다루는 솜씨도 능숙해졌다. 그만큼 세상을 대하는 나의 자세도 세련돼졌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카메라를 꺼내 든다. 여전히 렌즈 너머의 세상은 불투명하고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수없이 눈을 맞추다 보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작가소개 / 김은 (소설가)

– 2014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 「바람의 언어」가 당선되어 등단.

 

   《문장웹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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