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사는 재미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사는 재미

 

 

 

최지애

 

 

 

    누구에게나 인생은 무겁다.
    사는 게 재미있어야 한다.

 

  # 어제, 한동안 수집

cjae-1 〈아름다운 닥터마틴을 모아서. 하필 제일 자주 신는 빈티지 클래식이 빠졌다.〉

 

    수집광으로 알려진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모든 것을 보관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옆에는 항상 상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책상에 놓인 모든 것들을 그 상자에 쓸어 담고는 했다. 그림이나 책, 초대장이나 신문, 동전 등 하나도 빠짐없이 상자에 담았다. 그리고 상자에 날짜를 써서 보관했다. 이렇게 쌓아둔 상자가 무려 600여 개나 되었다. 이후 전문가들이 상자를 조금씩 발굴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전시하기도 했다.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은 앤디 워홀에 대한 기록이자, 그 시대의 기록이었다. 어쩌면 수집은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단순히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를 남기는 거라 하겠다. 앤디 워홀은 가고 없으나 살아생전 그가 아꼈던 물건들이 곧 그가 아니겠는가. 실은 내게도 많은 상자가 있다. 나는 앤디 워홀보다 체계적으로 스타벅스 컵, 티백 꽁다리, 에코백, 선글라스, 도시기념품 등을 분류해 담아두었다. 그중 가장 아끼는 수집품은 닥터마틴이다. 내가 산 것은 신발이 아니라 자유인 거라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개성을 세일해서 싸게 산거라 말해도 니가 지네냐 문어냐, 신발이 몇 갠데 또 샀느냐는 구박만 돌아오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나치게 아름답고 소유하고 싶고 나 닮은 딸에게 길이길이 물려주고 싶으니까.

 

  # 오늘, 언제나 여행

cjae-2 〈2012년 8월, 몽골 고비사막에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은 1831년부터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를 여행한 뒤, 1837년까지 외국 여행을 총 29번 했다. 여행하며 빅토르 위고, 찰스 디킨스와 어울렸고 작품을 구상한 것은 물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즉흥시인』을 완성할 정도로, 그에게 여행은 경험과 영감의 완전체였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또 어떤가. 서른일곱 생일을 막 지난 어느 새벽, 괴테는 출세한 관료로서 누리던 호화로운 생활을 모두 버리고 도망치듯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났다. 그는 평생 동경해 온 이탈리아의 로마에 도착한 날을 '제2의 생일'이라 표현했다. 베니스와 로마, 나폴리와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편지와 일기, 메모를 썼고, 이후 『이탈리아 기행』을 완성했다. 한 나라를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열정, 겸손한 여행자의 자세, 예술과 문화에 대한 경외심은 내가 대문호로부터 전수받아야 할 유산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새해 벽두부터 여행사 사이트를 뒤지며 땡처리 항공권이나 얼리버드 상품을 살핀다. 지금껏 발도장을 찍은 나라가 스무 곳 정도가 되고, 여러 번 간 것을 합치면 족히 서른 번 넘게 짐을 꾸렸다. 여행 중 가장 긴 체류는 영국 런던에서였고, 아직까지 제2의 생일은 13세기 미녀로 인정받았던 몽골에서의 첫날이지만, 곧 ‘멋진’이란 단어로 시작해 ‘꿈만 같다’는 말로 끝나는 여행담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 내일, 조만간 사진

cjae-3〈2014년 1월, 할슈타트. 내가 찍은 나름 괜찮아 보이는 사진 한 장〉

 

    평생 가난하게 살다 1890년대 파리에 정착한 으젠느 앗제(Eugene Atget)는 몽파르나스 마을 근처에서 ‘예술가를 위한 문서(Document fir artist)라는 간판을 내걸고 화가들에게 사진을 팔아 생활비를 벌었다. 그는 자신의 첫 카메라로 파리 풍경과 사람들을 1,000장 이상 촬영했다. 프랑스의 고독한 사진가, 앗제가 30년 동안 찍은 1만여 점의 낡은 흑백사진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프랑스 파리 그 자체였다. 마흔 살이 넘어 처음 카메라를 잡은 앗제는 그 뒤로 죽을 때까지 무겁고 커다란 카메라를 가지고 어스름한 새벽녘이나 저녁, 파리의 뒷골목을 배회하며 사진을 찍었다. 화려한 파리 이면에 늘 존재했던 골목 풍경과 그곳에서 저마다의 삶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 앗제의 사진은 시간의 움직임을 포착하기보단 정지된 공간을 풍경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다. 그래서 그의 사진이 좋다, 나는. 어느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것들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시선, 머지않아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져 버릴 그 어떤 것의 기록.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던 내가 슬슬 묵직한 카메라가 좋아지려 한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몇 해 전, 내가 선물한 캐논 DSLR이 이제 무겁다고 한다. 여전히 카메라는 장롱에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 덕에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보았다. 어쨌거나 두근두근.

 

 

작가소개 / 최지애(소설가)

– 현실에 빚을 지고 있는 소설을 앞에 두고 생각한다. 과연 내 생의 어느 부분이 소설이 될까? 헐렁한 일상이 몹시 궁금해진다. 특별한 어느 날의 누군가처럼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을 쓰고 싶다. 2013년 심훈문학상 수상, 2014년 계간 《아시아》 봄호(32호)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다.

 

   《문장웹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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