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 외 1편

 

 

미동

 

 

 


안희연

 

 

 

 

    나무 한 그루를 베어 왔다. 이 숲엔 나무가 차고 넘치니까 한 그루쯤은 괜찮겠지. 그날 일을 완전히 잊었다. 달고 긴 잠을 잤다.

 

    그 숲을 떠올린 건 방 안에서 낯선 소리를 들었을 때였다. 삭삭. 삭삭.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무언가 베는 소리가 반복됐다.

 

    잘못 들었겠지.

 

    무심해지려고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서 칼이 번뜩였다.

 

    다 필요 없다는 말.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는 손처럼. 집요한 밤이 찾아왔다. 아침을 가로막고 서서

 

    그날의 벌목을 떠올렸다. 한 그루 나무가 사라진 자리와 다른 나무가 이토록 많지 않으냐는 위안,

 

    너무 늦게 그곳으로 갔다. 숲에는 수백 개의 나무둥치만 남아 있었다.

 

    뒤덮을 흙이라면 충분했다. 얼마든 달아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똑똑히 보았다. 숲은 날개 없는 새가 되어갔다. 날아오르려다 주저앉고 날아오르려다 주저앉는 소리 때문에

 

    한밤중에도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이 숲을 완성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마중

 

 

 

    보트를 타고 10분만 가면 어마어마한 반딧불이 부락이 있다고 했다.

 

    지척에 그런 곳이 있어요?

 

    우리는 곧장 보트에 오르려 했다. 더 어두워져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는 물가에 앉아 어둠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제멋대로 상상하는 일은 즐거웠다.

 

    평생을 기어 다녀야 하는 뱀 ; 그건 너무 전형적이지 않아?
    슬플 때마다 뾰족해지는 송곳니 ; 그건 너무 낭만적인데?

 

    우리는 검은 천으로 뒤덮인 상자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며
    손의 기분을 헤아렸다.

 

    말캉거리는 것들이 만져졌다.
    길 잃은 양을 봤어. 홀로 숲속을 헤매다 늑대를 만났는데
    저도 모르게 와락 끌어안더라.
    나는 다락을 열었는데, 거기 수백 개의 얼굴이 들어 있었어.

 

    그런 상상은 영혼을 할퀴었다.
    하늘 전체가 불길로 뒤덮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무얼 기다리고 있지?
    왜 여기 남겨진 거지?

 

    빛의 살점 같은

 

    제법 깊은 곳까지 떠내려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출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작가소개 / 안희연(시인)

– 201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 2015)가 있다.

 

 

   《문장웹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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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우

첫번째 시 에서 하나쯤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없어져버린 숲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어요. 저는 맨 마지막 구적인 '이 숲을 완성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에서의 숲이 나무가 빽빽히 자라나고 있는 울창한 숲이 아닌 나무그루들로만 꽉 찬 숲을 생각했어요. 화자가 다 베어버린 나무들을 바라보며 후회하는 모습으로 생각했는데 시의 의도와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