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어른이 되기 위한 첫걸음

 

[숨겨진 보물 같은 책 이야기]

 

 

어른이 되기 위한 첫 걸음

 

서유미(소설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특별한 이상 없이 평균적인 보통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하자 없는’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 이를 테면 어떤 테두리 밖의 사람들, 실업자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못생긴 여자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의 정상은 ‘주류(主流)’라는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청소년들은 ‘어른’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실제로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을 만나서 물어본다면 그 애들은 선생인 나를 고려해서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겠지만 그래도 험한 말을(욕설을 하는 녀석도 한두 명쯤 있을 것이다) 쏟아낼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어른이, 어른이 아니라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어린 아이들보다 더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를 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해버린 것 같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내가 청소년이었을 때도 어른들은 답답하고 고리타분하고 고집불통의 존재이긴 했다. 그래도 그 속에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고생하며 청춘을 희생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연민이 다분히 깔려 있었다. 주변의 어른들 중에는 이상한 사람도 있었지만 꽤 괜찮은, 훌륭한 분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나 영향력을 끼치는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는 상식 이하의 발언과 행동을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저런 인간이 어쩌다 저 위치에까지 올라갔으며, 저 지위와 권력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망쳤을까,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어른이 왜 이렇게 한심한 존재가 되었을까. 국어사전에서는 어른을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건 바로 어른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주어지는 이름이나 그저 나이 많은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른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게 아니라 성장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책임지려고 노력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쉽게 어른이 되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와 어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시야가 좁아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존재라면 어른은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야한다. 내가 먹고 입고 신고 걷는 것,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일하고 쉬는 것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이 일상 가운데 많은 이들의 노동과 삶이 얽혀 있으며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걸 헤아려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저 전기, 수도 요금을 내고 돈을 주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쓰면 그만이 아니라 모든 일들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 어른이다. 그런 고민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들이라 할 수 있다.
    택배 회사에서 일해 본 사람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구입한 물건이 어떻게 집까지 배송되는지의 매커니즘에 대해 알게 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사람은 그 일이 그저 커피만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잔과 탁자를 닦고 휴지통 비우기와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편리하고 화려하고 세련된 일과 광고 너머에서 그 매끈한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궂은일을 하거나 착취를 당하고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삶의 이면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눈뜨게 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직접 경험할 수 없다면 영화나 책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간접 경험을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단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류의 드라마는 피하길. 이럴 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이 똑바로 박힌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 소녀들에게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 한 권을 권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권 이야기를 풀어 쓴 『별별차별』이다. (사실 나이를 먹었으나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아 어떤 결정권을 휘두를 수 있는 어른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가 흔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상업영화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서 제목이 낯설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본에서 자유로운 단편영화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신선하고 반갑다. 이 책을 읽은 뒤 소개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인권의 기본은 차별 금지다’라는 생각으로 쓰였다. 인권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장에서는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다. 부제는 ‘인간의 표준은 없다’.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같은 성적소수자뿐 아니라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두 번째 장은 우리 안의 타자,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타자들이라 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로 같은 한국인도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는 특히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영화가 마음에 남았는데 그들이 처참하게 동사(凍死)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 감금되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앞에서는 참담해졌다. 몇 십 년 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서 노동자로 일했는데 왜 지금 저들을 감싸 안을 수 없을까, 생각하니 더 안타까웠다.
    그 다음 장은 ‘장애인 인권, 옆 사람이 보이시나요?’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광화문 사거리를 목숨 걸고 횡단하는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장은 인종 차별에 대한 내용으로 ‘색맹이 되자’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은 총 아홉 개의 장에 걸쳐 소수자 인권, 이주노동자 인권, 장애인 인권, 인종 차별, 여성 인권, 개인정보 노출 문제, 탈북자 인권, 외모 차별 문제,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특별한 이상 없이 평균적인 보통의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하자 없는’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들, 이를 테면 어떤 테두리 밖의 사람들, 실업자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못생긴 여자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의 정상은 ‘주류(主流)’라는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디지털 시대에 힘없는 자, 고용된 자들은 유리 거실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개인정보가 낱낱이 노출되어 있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것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예쁜 게 착하다는 말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 여자들 중에서도 태생적으로 뼈대가 굵고 살이 많은 타입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여자들을 자기관리 안 하는 게으르고 미련한 사람 취급한다. 그녀들은 그런 평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끊임없이 화장품을 사고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운동을 하고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그리고 사회면에는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성형수술을 한 뒤 죽는 여자들에 대한 기사가 실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한심해하거나 죽어도 싸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악순환은 왜 끊어지지 않는가. 우리 사회는 외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외모에 대한 평가를 너무 즐기지 않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은 아이들, 청소년의 인권을 다룬 영화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자신이 뭔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경제권이 없고 부모의 보호 아래 산다는 이유로 어른의 잣대로 평가되고 어른에게 휘둘린다. 그러면서 많이 다치고 아파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느라 아프고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다. 용기 내어 말해도 어른들의 대답이 고작 이 따위이기 때문이다.
    “아파도 참아. 지금 힘들어도 좀 참아.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이 말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다들 아프다고 하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이 악물고 참으며 살아간다. 언제까지 아픈데 참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틀 안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살 것인가.
    부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멋진(이 ‘멋진’은 ‘생각이 잘생기고 몸매 좋은’이 아니라 ‘생각이 똑바로 박힌’에 해당한다) 어른으로 자라나 사회가 좀 변화되길 기대해본다.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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