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시_맨]꽃들은 오월에 완벽했다

 

 

꽃들은 오월에 완벽했다

 

임솔아

 

 

 

 

    마을이 테두리부터 쉰 물이 들고 있었다 나는 주춤거리며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떠다니는 민들레 홀씨 하나를 잡았다 손바닥에서 하얀 거미가 터졌다 손바닥을 쥐고 걸었다 그림자들이 숲의 이목구비를 바꿔 그렸다 숲의 머리카락이 길어졌다 껍질이 갈라졌다 긴 머리카락 끝에 둥지를 트는 새들을 보았고 나는 내 정수리를 만졌다

 

    웅덩이에 빠졌던 맨발이 발자국을 만들었다 오월의 맨발이 공원을 만들었다 뭉텅 피어났고 뭉텅 떨어졌던 꽃들 나는 차가운 돌 위에 앉아 고여갔다

 

    바닥에서 끌려 다니던 나뭇잎처럼 돌아오지 않는 검은 조각들이 있었다 발밑의 나뭇잎을 주워 먼지를 털었다 분명 내 살에서 자라던 것들 손가락이 젖고 있었다 검은 잎맥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베였다 나와 나뭇잎은 뼈로 닿았다

 

    왕사슴벌레의 유충이 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꽃들은 오월에 쏟아졌고 오월에 다 웃었다 꽃들은 오월에 완벽했고 오월에 다 죽었다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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