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O창작기금 수상작_동시] 두메분취 외 6편

[ARKO창작기금 수상작_시]

 

 

두메분취

 

 

 

전병호

 

 

 

비바람에 꺾일 듯
더 세게 불면 날아갈 듯
절벽 끝에 뿌리 내리고
꽃을 피운 두메분취야.

 

장대비가 그치자
빗방울을 튕겨내고
젖은 꽃잎 말리며
고개 드는 두메분취야.

 

구름 틈으로 잠시 빛나는
천지를 보는 건
너뿐이다.
꺾일 듯 여린 줄기로
다시 서는 너뿐이다.

 

 

 

 

 

 

 

이름 지키기

 

 

 

누가 자꾸
이름 바꿔 부른다면

 

백 년,
또 백 년 후에는
어떻게 되겠니?

 

“백두산!”
“백두산!”

 

우리가 자꾸
불러 주지 않으면
정말 빼앗길지 몰라

 

이름을 빼앗기면
백두산도!

 

 

 

 

 

 

백일홍 꽃밭

 

 

 

 

하양, 노랑, 다홍, 빨강……

 

한민족이 사는 집마다
아이가 마당에
색동저고리를 벗어 놓았다.

 

 

 

 

 

 

백두산 잠자리

 

 

 

키 작은 나뭇가지 위에서
빙빙 돈다.

 

“잠자라, 잠자라.
여기 앉아라.”

 

나는
검지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잠자리 포르르
날아와 앉았다.

 

나는 나무다.

 

 

 

 

 

 

싱아

 

 

 

 

못 잊던 친구를
뜻밖에 다시 만난 것처럼

 

“어머, 너 싱아구나?”

 

엄마가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엄마가 어렸을 때
무심천 둑에서 보았다는 싱아

 

지금은 백두산으로
이사 와서 살고 있다.

 

 

 

 

 

 

연길 거리에서

 

 

 

신 닦이점, 혼례청, 랭면
살까기, 가락지
닭알볶음밥…….

 

한 집 건너
낯익은 한글 간판

 

처음 왔지만
낯설지 않은 거리

 

“얼음보숭이 주세요!”

 

큰 소리로 외치며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한 개
사먹고 싶다.

 

 

 

 

 

 

백두산 숲

 

 

 

백두산 숲이 울창한 것은
쓰러지지 않은 나무보다
쓰러진 나무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백두산 비바람은
태풍같이 몰아쳐서
뿌리 얕은 나무는
퍽퍽 쓰러진다.

 

수많은 나무가 쓰러진 자리에
다시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뿌리 깊이 내린 나무만 남아
아름드리로 자란다.

 

백두산은
아름드리 나무로 숲을 이룬다.

 

 

작가소개 / 전병호(아동문학가)

– 충북 청주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90년 《심상》 시 당선. 동시집 『들꽃초등학교』, 『봄으로 가는 버스』, 『아, 명량대첩!』,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 외. 세종아동문학상·방정환문학상·소천아동문학상 수상.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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