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거야_2]그대들이여,꿈을 갖지 마라. 꿈은 갖는 게 아니라 꾸는 것이다.

 

[후회할 거야_시즌2]

 

 

그대들이여, 꿈을 갖지 마라. 꿈은 갖는 게 아니라 꾸는 것이다.

 

김추령(교사)

 

 

 

    얼마 전 아이와 이런 대화를 했다.
    “지금 전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나의 대답은 이랬다.
    “그렇구나.……. 실은 나도, 아직도 그렇단다.”

 

    지금 다시 청소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뭔가를 제대로 알고 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불확정성이 넘쳐나는 정글이다. 전체 속에서 나라는 개체가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어떤 식의 진화를 해나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정글의 불확정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불확정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폭언을 내뱉는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빈번하게.
    “넌 이다음에 무엇이 될 거니?”
    “너의 꿈은 무엇이니?”
    질문을 던지는 어른들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나 알고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청소년 시절 나의 기억은 햇살이 한 뼘 정도 들어오는 아버지의 책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 우리 집에 서재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공간이 별도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된 한옥의 한쪽 방에 크고 투박한 책꽂이에 뒤죽박죽으로 여러 종류의 책이 꽂혀 있었고 그 옆에 낡은 나무 책상이 하나 놓여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책상이 앉아 일본어로 된 책들은 그림만 들여다보았고, 한글로 활자화된 것들은 텍스트를 읽었다. 세로쓰기로 편집된 것은 세로로, 가로쓰기로 편집된 것은 가로로 읽었다.
    아버지가 청년 시절에 사 모은 책들은 모두 활자가 세로로 편집된 조악한 서적들이었고, 활자가 가로로 된 책들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특별히 마련하셨거나 아니면 지인의 부탁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 전집류의 책들이었다. 책꽂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백과사전이었다. ‘가갸~’로 시작해서 ‘~흐히’로 끝나는 인덱스를 머리에 달고 있는 말 그대로의 백과사전. 백과사전을 비롯한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양한 삶을 살았다. 당시의 나를 구성한 것은 꿈을 꾸는 여러 명의 나였다.
    지금의 나는 정해진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선생. 그러나 여전히 내 안에는 꿈을 꾸는 여러 명의 내가 있다.
    내가 왜 선생이 되었는지 몇 년 전에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대학 진학을 할 때 좋아하던 소설 속의 주인공을 닮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려 했던 학과를 부모님이 완강히 반대하셨었다.
    몇 해 전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그때 왜 그렇게 반대를 하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여자가 너무 잘나면 고생을 한다. 조금은 못남 직해야 좋은 남편을 만나서 행복하게 편안하게 잘 살 수 있을 듯해서 반대를 했지.”
    당시에 선생은 조금은 못남 직한 직업이었다. 한참을 웃었다. 난 또 무슨 나라를 구할 만한 큰 이유가 있었다고.
    이렇게 우습게 여러분의 총천연색 꿈이 칙칙한 항아리 안에 묻혀 버릴 수도 있으니 항상 눈을 뜨고 심장의 박동 수를 늦추지 마라. 백 가지의 상상과 천 가지의 희망과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무수한 꿈을 꾸어라.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선생이 안 되고 원하던 다른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내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직업은 직업일 뿐이고 어떤 삶을 살지는 여전히 나를 구성하는 여러 명의 내가 복잡계인 세상과 절묘하게 만나며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그러니 내가 어디 가겠는가, 어느 곳에 가더라도 나는 나일 것이다.

 

    작년과 올해 조금 특별한 학생 그룹과 만나고 있다.
    작년의 학생들은 ‘화’가 많은 아이들이었고 올해의 학생들은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는’ 아이들이다.
    이 두 그룹은 청소년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정 반응에 충실하고 이성적 판단이 아직은 미숙한. 청소년의 뇌 발달 단계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모습이다. 인간의 뇌세포는 엄마의 뱃속에서 거의 대부분 완성이 된다. 그리고 태어난 직후 3살까지 뇌신경 세포와 세포들을 연결하여 외부의 정보를 전달하는 시냅스가 엄청난 속도로 생성된다. 미운 3살은 이들 시냅스의 무작위적인 발달로 인한 과잉 반응의 결과인 셈이다. 이후 성장의 과정 속에서 과도하게 발달한 불필요한 시냅스들의 가지치기가 시작되고 이성적 판단을 보다 원숙하게 하기 위해 뉴런들의 가지치기는 계속된다. 가지를 쳐내는 방식은 외부의 반복되는 자극과 경험, 그리고 학습에 의해서 결정된다.
    ‘화’가 많은 아이들과는 뮤지컬 공연을 했다. 뮤지컬 속에서 아이들은 거칠 것 없이 당당했고 이제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일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들’하고는 무엇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아마도 아이들이 그들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일을 기획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해야 한다’에서 벗어나 그들 안에서 눈치를 보며 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가능성을 만나게 하고, 충분히 꿈꾸고 마음껏 설렐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대들이여, 부디 장래희망이라고 불리는 꿈을 갖지 마라. 그 꿈 안에 자신을 구겨 넣지 마라. 자기개발서가 유혹하는 꿈 따위에 넘어가지 마라. 모두가 천재가 되고 모두가 세상의 리더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 세상은 잔인한 세상이다.
    그저 설렘을 가져라.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하는 항해자를 꿈꾸어라. 터져버릴 것 같은 다양성이 얽히고설킨 세계로. 그 설렘만으로도 너의 항해는 충분히 아름답고 안전할 수 있다. 항해 지도는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의 설렘이 그대들을 그대들의 나라로 인도할 것이므로.

 

    아이와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난 네가 이다음에 뭐가 될지 참 궁금하단다.”
    “엄마, 저도 그래요. 제가 무엇이 되어 있을지 미치도록 궁금해요.”
    그 설렘으로 아이도 나도 오늘을 버티는 것이 아닐까.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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