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_차세대2차_소설] 고분

 

[2015년 AYAF 2차 선정작 / 소설]

 

 

고분

 

 


나경화

 

 

삽화_고분

 

    보름 전 한라산에 갔다가 고양이 한 마리를 봤다는 최 중령의 말을 듣고 박찬수는 불현듯 707이란 숫자를 떠올렸다. 흔한 황토색 길고양이였는데 2월의 눈 덮인 한라산, 그것도 윗세오름을 향하는 해발 1,500미터 고지에서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덩그러니 서 있기에 놀랍고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노라고. 급한 대로 배낭을 뒤져서 나온 과일 조각을 던져주었더니 다가와 오물거리며 먹어치우곤 하얀 숲 속으로 스미듯 사라졌다고 했다. 궂은 날씨로 인적이 드문 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목격자는 단독 산행하던 조사과장 최 중령 한 사람뿐이었다.

 

    청주발 제주행 비행기 안에서 박찬수는 그해 여름의 한라산을 떠올렸다가 그만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생각은 떠오르다 가라앉고 흩어지다 뭉쳐지며 한데 뒤섞이더니 빠르게 점멸했다. 깊고 오래된 것들이 가슴 속에 뭉쳐서 딱딱하게 부딪혔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 호흡을 진정한 다음, 혼란의 인과관계를 더듬어 그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려고 시도했다. 번잡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박찬수는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의 실체를 단 하나의 사물 혹은 감정으로 구체화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 실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그러고도 여전히 괴로워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침착하게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잡념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는 강박감이 또다시 새로운 강박감을 몰고 옴을 박찬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용없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었다. 팽팽히 곤두선 신경이 툭 끊기면 차라리 편할 듯싶었다. 어둠 속에서 다만, 기억 속 아스라한 망념들이 눈꺼풀에 선명히 아른거리며 퍼졌다. 찌를 듯 생생한 질감이었다. 침을 삼켜 먹먹해진 귀를 뚫었을 때, 주황색 스카프를 맨 여승무원이 웃으면서 다가와 종이컵에 주스를 따랐다. 제대 후 삼십 년간 박찬수는 제주도 땅을 밟지 않았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MAKRI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수년 전부터 박찬수는 책임조사원 자격으로 국방부와 협력해 틈틈이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작업에 참여해왔다. 일단 현장에 투입되면 적어도 삼사 주는 걸리는 작업이었으므로 학교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는 선에서 발굴작업을 도와왔다. MAKRI는 유해발굴 부대로서 미국의 JPAC에 이어 2007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한민국 국방부가 창설했다. 부대훈은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였다. 새 천 년, 육군 주도 아래 한시적 사업으로 추진될 당시에는 어디부터 어떻게 첫 삽을 들이밀어야 할지 막막한 작업이었다. 정확한 전투 장소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거나 세월의 흐름 속에 지형이 바뀐 경우가 허다했다. 제보의 중요성이 대두했다. 조사과가 한국전쟁 당시 군사 기록과 지도를 일일이 대조·검토해 유해소재 분석지도를 작성한 후, 참전 생존자들과 80대 이상 지역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매장 예상지역을 선정해 잘게 쪼개나갔다. 그들에게 한국전쟁은 어제 아침 먹은 반찬 가짓수보다 생생한 기억이었다. 세분된 지도를 근거로 발굴 가능성이 큰 지역부터 투입돼 전국 산속을 누비는 일은 발굴과 병사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 몇몇의 몫이었다. 박찬수가 가장 최근에 팠던 지역은 낙동강 방어선이 형성됐던 대구 다부동 일대였다. 작년 여름, 장마가 휩쓸고 간 뒷산에서 사람 뼈를 밟았다는 주민의 제보로 물꼬를 튼 이 발굴작업에서 유해 일곱 구를 파냈다. 차진 갈색토 속에서 척추와 대퇴골이 앙상했다. 딸려 나온 유품 중 숟가락과 버클의 형태로 보아 개중 일부는 북한군의 것이었다. 한국에서 발굴한 적군의 유해는 북한의 인계요청 거부로 파주 북한군 묘지로 안장됐다. 죽은 자에게, 산은 하나의 거대한 봉분이었다. 죽은 자를 수습할 때 산 자는 엄숙했다. 삭은 뼈만 남긴 채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영영 사라져버린 생명을 파헤치며 박찬수는 종종 망자의 환청을 듣기도 했다. 참매미 소리가 고막을 뚫고 쩌렁쩌렁 울리는 8월의 대구였다. 박찬수가 첫발을 담근 2006년, 발굴한 유해 175구 가운데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는 단 한 명이었다. 미수습 전사자는 13만 5천여 명에 달했다. 0.00001%의 확률이었다.
    조사과장 최 중령은 용케 박찬수의 군 복무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스치듯 한 번 흘렸을 뿐, 박찬수는 군 시절에 대해 말을 아꼈다. 지방 국립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찬수의 연구실은 인문대학관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했다. 250억 원의 통합지원금을 챙기며 인근 대학과 합칠 때 안쪽 깊숙이 밀려난 구건물인 데다, 전공 관련 각종 자료로 뒤덮인 연구실을 학생들은 ‘고분’이라고 불렀다. 볕이 귀해 늘 서늘했다. 연구실로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최 중령이 한라산에서 고양이를 본 얘기로 운을 떼더니 대뜸 봉황새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최 중령은 역사의 상처 운운 거리며 박 교수를 책임조사원으로 추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박찬수는 자신의 인생이 한 바퀴 크게 헛돈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절감했다. 삼십 년 전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무겁고도 느린 원심력이 작용함을 감지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 궤도가 다만 확실해서 박찬수는 섬뜩했다.
    순항고도 팔천 미터 상공의 적란운을 돌파하자 기체가 휘청거렸다. 창문에 붙은 물방울이 뒤로 밀려 점선으로 흩어졌다. 남해상에 새끼발톱만 한 4천 톤급 화물선이 흰 꼬리를 길게 그으며 남동쪽을 향했다. 이름 모를 무인도가 바다에 얼룩덜룩했다. 내려다보이는 바다가 하늘처럼 푸르고 넓어서 천지가 뒤집힌 것 같은 현기증이 일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졌는지 기체가 크게 돌며 활공각을 조였다. 아래로 쳐진 날개 쪽의 스플릿플랩이 세게 덜렁거렸다. 비좁은 기내가 심하게 흔들렸다. 억센 난기류였다. 떠들어대던 중년 여자들이 일순 얼었다. 하늘이 흐려서 먹먹했다. 채 한 시간도 안 되는 비행이었다.

 

    “건강하셨습니까.”
    공항에 마중 나온 김안희가 박찬수를 보고 꾸벅 인사했다. 문화재청이 시행한 팔만대장경 중복판 진위 조사의 연구 용역을 맡은 박찬수의 연구팀에 속했던 김안희는 급작스레 대학원을 휴학하고 연락이 끊겼었다.
    “좀 우울해 보인다.”
    “아니에요, 우울하긴요. 집에서 놀고먹는데요.”
    김안희의 얼굴빛이 핼쑥했다.
    “나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고생 좀 해야겠구나. 별일은 없고?”
    “숨만 쉬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 어려운 거 하는구나.”
    김안희는 제주도가 고향일 뿐, 중학교 입학기념 등산 후론 한 번도 한라산에 오른 적이 없다고 했다. 체력이 약해서 유적 답사에 참가하면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제철이라는 갈치회 국수를 추천한 김안희는 얼마 전 제주도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 발견된 아이 유골 29구를 화제 삼더니, 술이 좀 들어가자 으레 그렇듯 사회와 정치에 대해 떠벌리기 시작했다. 실핏줄이 터진 눈을 비벼가며 진보의 도덕적 타락과 보수의 필연적 부패를 응징했고, 이어서 우매한 대중과 눈먼 체하는 언론과 악독한 대기업에 대한 작금의 사태를 분석하더니, 이야기의 말미에는 결국 이렇게 지독한 세상에서 삼십 대 중반의 고고미술사학과 대학원생이란 참으로 무력한 존재임을 김안희는 자조적으로 선언했다. 술 취한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회, 선택, 진보, 보수, 부패, 대중, 세상 따위의 단어들이 독일어처럼 각지고 딱딱해서 박찬수는 김안희가 우습고도 귀여웠다. 그 단어들은 결국 씹어 먹기 쉬운 술안주에 불과하게 느껴졌다. 삶은 흐르는 물처럼 다만 그저 그렇게 살아지는 것임을 정말로 모르는지 묻는 것의 무의미함을 박찬수는 알고 있었다. 박찬수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미래가 더 숨 막힘을 절감하는 나이였다. 시뻘겋게 버무린 갈치 몇 점을 마저 집어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김안희의 주량은 소주 반병이었다.
    비실비실 쭈그러든 김안희를 뒤로 하고 바닷가를 찾았다. 초봄의 해변은 사막처럼 적막했다. 소금기를 머금은 해풍이 불어와 가파른 파도를 불러일으켰다. 갈매기 떼가 끼룩끼룩 놀라서 퍼덕거렸다. 사람들이 멈춰 서서 주름진 바다를 멀리 바라봤다. 꿈틀대며 치솟아 오르는 불길이나 휘말려서 요동치는 파도에는 인간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주술적 마력이 서려 있는 듯했다. 눈 덮인 한라산 너머 노을이 풀어 헤쳐지고 있었다. 인간이 영영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노을은 깊게 스며갔다. 박찬수는 칠부능선 즈음을 응시하며 오래된 기억을 더듬었다. 먼 거리였지만 손금을 살피는 듯한 눈빛이었다. 우그러진 기억들이 펼쳐지면서 밖으로 삐져나왔다. 골짜기 깊숙한 곳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환영이 그려졌다.
    밤이 소리 없이 몰려왔다. 땅거미가 지고, 개와 늑대를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가 되자 서성이던 박찬수는 숙소로 돌아갔다. 잠결에, 독일어처럼 각지고 딱딱한 단어들이 자꾸 떠올랐다. 잠든 김안희의 입술은 하얗게 말라서 갈라져 있었다.
    아침부터 가벼운 진눈깨비가 날렸다. 유해발굴감식단은 모레 넘어올 예정이었다. 새벽부터 깨서 뒤척거리던 김안희가 턱이 빠지게 하품했다. 하품할 때, 진분홍빛 목젖이 파르르 떨렸다.
    “교수님이 부탁하셨던 곳에 가볼까요?”
    “그래. 앞장서.”
    택시를 잡은 김안희가 조수석에 앉았다. 박찬수를 훑어본 택시기사가 ‘어드레 감수광?’ 하고 물어보며 웃었다.
    빌레못 동굴 입구는 쇠창살로 봉쇄돼 있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고개 숙이고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듯, 녹슨 자물쇠가 흉물스러웠다. 날벌레 몇 마리가 동굴 속으로 먼지처럼 빨려 들어갔다. 김안희가 주변을 휘휘 둘러보곤 근처 논 배수로 덮개를 들어 올렸다.
    “이쪽이요.”
    미리 깔아놓은 사다리를 타고 5미터 정도 내려가자 좁다란 통로가 나왔다. 우우- 소리가 나는 곳으로부터 느리고 온습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오·폐수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네가 숨만 쉬고 산 건 아니었구나.”
    “머리 조심하세요. 헬멧을 준비하는 건데.”
    김안희가 신이 나서 으쓱거렸다.
    굽힌 허리가 뻐근할 때쯤 통로가 빌레못 동굴과 이어지며 넓게 뚫렸다. 어둠 속에서 오래된 생수통 냄새가 퍼져왔다. LED 손전등을 벽면에 비추자 용암이 흘러내린 무늬가 굳어서 선명했다. 원뿔형의 용암 종유석이 천장에 붙어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수만 년 전 맨틀에서 솟아올라 난폭하게 요동치다 식어버린 마그마의 흔적이 시선을 어지럽혔다. 가늠할 수 없는 저 멀리까지 길이 희미했다. 동굴이 어둠을 품었는지, 어둠이 동굴을 품었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김안희가 아- 하고 소리치자, 어둠이 공명으로 응답했다. 귀가 먹먹해지며 신비로운 음악 소리가 멀리서 가느다랗게 울려오는 환청이 일었다. 동굴은 일그러진 타원형이었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부대 근처 계곡에 동굴 하나가 있었다.”
    박찬수가 손전등을 조절하며 얘기하기 시작했다. 창백한 빛이 홀로그램처럼 투명했다.
    “워낙 깊은 산 속에 있었던 데다, 혹시 ‘도봉산’ 주특기라고 들어봤나?”
    “아뇨. 저는 해군 출신이어서.”
    “섬 도島, 봉우리 봉峯, 뫼 산山. 이 세 개를 줄여서 우리끼린 스스로 도봉산들이라고 불렀거든. 항공 관제부대라는 게 특성상 이런 지형 높은 곳에 주로 배치됐지.”
    “관제부대면 헬기나 비행기 뜨고 지는, 활주로가 깔린 그런 큰 부대 아닌가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가 있던 곳은 아주 조그만 곳이었어. 비행기는커녕 지나가는 등산객 한 명 보기 힘든 오지였지. 꼭 낡은 산장 같았어.”
    박찬수가 잠시 말을 멈췄다. 걸을 때마다 고인 물이 찰박거렸다.
    “항공 관제부대 일이라는 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남들이 들으면 욕하겠지만, 그땐 참 편했어. 온종일 레이더만 관찰하다 보면 잠이 쏟아져. 그마저도 사병들은 장교들 옆에서 뒤치다꺼리나 하는 수준이었지. 참 이상한 게, 내가 거기서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한 기억이 안 나. 특별한 근무라는 게 있었나 싶어. 내가 군대에 온 건지, 그냥 폐쇄된 산장에 감금된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지. 평온했지만 좀 이상한 군 생활이었어.”
    박찬수의 기억은 토막 나 있었다. 토막 사이에 하얀 공백이 자리 잡고 있었다.
    “힘든 기억투성이인 것보단 좋지 않을까요?”
    뒤따라오는 김안희가 어둠에 파묻힌 채 대답했다.
    “천백 고지쯤 됐을 거야, 부대 정문 근처 계곡이 있던 데가. 선임들한테 흘려듣기만 했지, 구멍 틈으로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그 동굴을 실제로 본 건 아마 상병이나 되고 나서였을 거다. 어느 부대에나 전설 같은 얘기가 떠돌 텐데, 우리 부대에선 그 동굴이 전설의 대상이었어. 오래 전 동굴을 처음으로 발견한 어떤 놈이 있었는데, 지독히도 따분했던지라 그 동굴을 탐사하는 재미로 하루하루 군 생활을 버텼다나. 매일매일 조금만 더 깊이 조금만 더 깊이, 하면서 점점 과감해졌겠지. 왜 어둡고 뻥 뚫린 곳이란 게 사람을 살살 빨아들이는 그런 마력이 있지 않나. 시간이 흘러서 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언제 다시 여기 와보겠느냐는 아쉬움에 하루는 구멍의 끝까지 가보겠노라 맘을 먹었대. 가도 가도 동굴의 끝은 보이지 않았어.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할 즈음, 저 멀리서 빨간 불빛이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거야. 동굴 깊숙한 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거지. 어린아이 몇에 여자 한 명, 남자 한 명.”
    “공룡 뼈를 든 원시인이었겠지요?”
    “그들은 토벌대를 피해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다고 했어. 밖에 나가면 토벌대가 사람들을 잡아다 죽인다고. 지저분한 몰골을 하고 겁에 질려 벌벌 떠는 꼴들을 보니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그들을 무시하고 홀린 듯 계속 걸어갔지. 마침내 희미한 빛을 따라 출구를 빠져나오니, 바깥은 수백 년 전의 어느 낯선 시공간이었대. 결국, 시간 여행이었던 거지.”
    “그 병장, 제대는 무사히 했나요?” “아니, 그게 이야기의 끝이야. 과거 속으로 영영 사라져버렸어.”
    “하하, 슬픈 이야기네요. 멈춰버린 국방부 시계에 대한 훌륭한 비유 같은데요.”
    “사람들은 심심할 때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는 법이지.”
    “그런데 저희 지금 어디까지 가고 있는 건가요?”
    앞서 가던 김안희가 멈춰 서서 돌아봤다. 어느덧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한라산 천백 고지까지.”
    “네? 농담이시죠?”
    “물론 농담이지. 하지만 빌레못 동굴이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인 건 알았니? 무려 십이 킬로미터. 나는 제대 후에 제주도 빌레못 동굴이란 게 있다는 걸 알고, 황당하지만 혹시 그때 내가 본 부대 앞의 그 동굴이 이곳까지 연결된 건 아닐까 궁금했어.”
    “교수님께서 여기 제주도에서 군 생활을 하셨단 뜻인가요?”
    “그래.”
    “이상하네. 제가 알기엔 한라산엔 군부대가 없는 거로 아는데.”
    “팔십 년대 중반 내가 제대하고 몇 년 후엔가 폐쇄됐다고 했을 거야. 워낙 최후방인 데다 인원이 적어서 곧 편제 개편되면서 전원 보직 변경될 거란 말이 내가 신병일 때부터 돌았거든. 시설도 낙후됐고, 지독한 오지기도 했고. 폭설이 내리면 외박을 포기했고, 정기 휴가 때 걸어서 하산하다 진흙탕에 미끄러져 팔이 부러져서 다시 올라온 사람도 있었어. 그땐 지금처럼 등산코스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
    “한라산에, 토벌대에……. 따지고 보니까 4·3항쟁 이야기를 동굴이랑 섞은 것 같네요.”
    “실제로 이 빌레못 동굴로 당시 제주 주민들이 숨어들어왔다는 기록이 있어. 불을 피우다 연기가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바람에 토벌대에게 발각돼 몰살당했다고 해.”
    김안희는 혼자 생각에 잠긴 듯했다. 동굴 속에서 헤매다 죽은 자들의 유골이 발에 밟혀 가루로 빠개질 것만 같았다. 박찬수는 평소와는 어딘지 모르게 달랐다. 들떠있거나 쫓기는 듯했다. 무엇이든 떠들어대고 싶은 충동이 박찬수를 떠밀었다.
    “그만 돌아갈까요?”
    “조금만 더 가보자.”
    박찬수의 단호함에 김안희는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래서, 교수님도 그 동굴에 들어가 보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호기심이 들었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엇이 들어 있었죠?”
    “아무것도 없었어.”
    “정말 그렇게 깊긴 했나요?”
    “모르겠다. 입구 쪽을 조금만 파고 들어가니 사람 너덧 명 정돈 너끈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오긴 했는데, 그 뒤론 바위로 완전히 막혀 있었어.”
    “상상해보니 말년에 틀어박혀서 빈둥대기 좋은 장소 같은데요.”
    “맞아. 우리끼린 고분이라고 불렀지. 거기를 여름 피난처로 삼았어. 시원한 바람이 바위틈에서 흘러나왔거든. 부대원들끼리 몰래 거기 모여서 낄낄대며 시간을 죽였지. 할 일도 별로 없는 데다 고립돼서 외로운 사람들끼리 안 친해지는 게 이상하잖아. 다들 착했어. 공군은 대부분 학벌도 괜찮은 안경쟁이들이라 끼리끼리 얘기도 통했고.”
    김안희는 잠자코 얘기를 경청했다. 손전등에 비친 기암괴석이 희번덕거렸다.
    “그렇게 따분하고 별 볼 일 없는 군 생활이 끝도 없이 이어지자 우리는 이상한 놀이를 하기 시작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좀 미친 게 아니었을까.”
    “어떤 놀이였죠?”
    “산에 오래 있다 보면 알겠지만 별의별 생물들이 다 보여. 특히 여름이면 부대 근처에 벌레가 많았어. 산모기 같은 건 기본이고, 손바닥만 한 나방이라든지 생전 볼 일 없는 온갖 기어 다니는 것들……. 독충들도 득시글거렸지. 하루는 누군가 식당에 버려진 김장독 같은 걸 찾아내서 고분 속으로 옮긴 다음, 곤충들을 잡아다가 그 안에 집어넣기 시작했어. 왜 그랬는진 기억이 안 나. 처음에는 실베짱이, 방아깨비 같은 풀벌레들로 시작했지. 그것들이 튀어 올라 탈출하려다 곡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안에서 울렸어. 톡, 톡 하고. 곧 사람들이 비슷한 곤충들을 채집해서 하나둘 집어넣기 시작했어. 재밌더라고. 톡, 톡, 톡. 그러다가 누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냈어, 초식들 사이에 육식 곤충을 섞어보자고. 사마귀를 몇 마리 잡아넣으니까 사마귀들이 초식들을 다 잡아먹었어. 동종포식이라고 나중에는 배고픈 자기들끼리 서로 물어뜯는 거야.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는 서로 마주 보게 하고 뿔이나 턱을 부딪치게 하면 불꽃 튀듯 싸우기 시작하지. 그런 식으로 재미 들리다 보니 우린 점점 싸움을 붙이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지. 수위가 점점 세졌어. 열 올리며 누가 누구를 이길 거라는 내기를 걸기도 했어. 점점 강한 놈들을 찾아다녔지. 물장군, 왕사마귀, 홍단딱정벌레, 말벌, 또 무슨 무슨 큰 거미 같은 것들을 장독에 모아 넣고 서로 물고 찌르고 뒤집어엎고 자르는 걸 구경했어. 놈들은 다들 기를 쓰고 곤죽이 될 때까지 싸워댔지. 죽은 허섭스레기들이 바닥에 쌓이면 장독에 불을 질러 따닥따닥 태워서 깨끗이 털었어. 곤충들이 격렬하게 싸울수록 도봉산들끼린 돈독해졌어. 결국, 독충의 세계로 넘어갔지. 그거 아나? 독충들은 대개 작아. 작은 놈들일수록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한 독을 품고 있지. 그것들을 잡아오던 이병들이 쏘여서 다치는 일이 잦았어. 그런데도 누구도 멈추고 싶어하지 않아 보이더군. 오히려 다친 이병들이 박 상병님,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습니까, 성화였어. 다들 웃는 얼굴을 하고 있던 것 같아.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에 열 올리던 어린애들처럼. 그런데 그해 겨울에 일이 터졌어.”
    “무슨 일이었죠?”
    “봉황새가 추락했지.”
    “봉황새라뇨?”
    박찬수의 머릿속엔 떠올리기 괴로운 것들을 담아놓은 커다란 트렁크 하나가 있었는데, 707이란 숫자는 그것을 여는 비밀번호인 듯했다.
    무릎까지 눈이 쌓인 1982년 2월의 한라산이었다. 새벽부터 눈보라가 몰아쳤다. 센바람이 볼을 깎는 추위였다. 야전삽으로 빙판길을 두들겨 깨는 제설작업이 이른 아침부터 점심까지 이어졌다.
    “갑자기 쾅, 하는 굉음이 들렸어. 뒤로 놀라 자빠질 만큼 폭력적인 소리였어. 멀지 않은 골짜기 어딘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게 보이더라고. 전쟁이 났다, 폭탄이 터졌다, 다들 안절부절못했지만, 지시가 있을 때까지 온종일 대기했어. 다음 날 새벽, 중대장이 부대 전원 집합 명령을 내리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은 거야. 서울에서 제주도로 넘어오던 공수부대 수송기가 대침투작전 훈련 도중 기상악화로 한라산에 추락했다고 했지. 서울에서 웬 공수부대가, 그것도 최후방 제주도에 무슨 대침투작전 훈련을 할 게 있나 싶어 다들 수군거렸어. 아무튼, 중대장 통솔 하에 무릎까지 덮인 눈을 뚫고 사고지점에 도착했지. 멀지 않은 곳이었어. 개미등 계곡이었던가. 육이오 이후, 대한민국 사람 중에 눈앞에서 그렇게 많은 군인 시체를 본 건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보지 못할 걸 봤어. 불에 타서 새까맣게 그을린 시체들이 갈가리 찢긴 채 온 사방에 흩어져 있더군. 장난감처럼 부서진 C-123 수송기에선 까만 그을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시체를 쪼는 까마귀 떼가 새까맸어. 다들 얼이 빠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안경쟁이 꼬맹이들이 뭘 할 수 있었겠어. 중대장이 고래고래 소릴 질렀어. 너희는 이것들을 다 치워야지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리는 정신없이 치우기 시작했어. 앞뒤 잴 틈이 없었어. 그냥 빨리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부대로 복귀해 따뜻한 난롯불을 쬐고 싶었지. 준비해온 정부미 포대에 시체들을 대충 꿰맞춰서 쑤셔 담았어. 어떤 놈의 팔인지 다린지 알 게 뭐야, 눈은 계속 쌓여가고 당장 내가 얼어 죽게 생겼는데.”
    707 특수부대는 몰사했다. 제주 공항 신활주로 건설 준공식에 참여하는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황급히 투입된 병력이었다. 성남 서울공항 통제국은 기상악화로 C-123 수송기의 이륙을 불허했다. 수송기는 기어이 떴다. 특전사령관의 과잉충성이 불러온 인재라는 게 다들 쉬쉬하는 비밀이었다.
    “군부정권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았어. 봉황새 작전으로 사망한 707 특수부대 인원은 모두 오십삼 명. 그중 신원파악이 가능했던 이는 절반도 안 됐지. 사망자들은 전원 일 계급 특진했어. 후에 특전사령관, 특전사령부 참모장 그리고 707 특수부대 직속 지휘관 역시도 처벌은커녕 빠짐없이 모두 진급했지. 그런 시절이었어. ‘어떡하겠나, 인명이 재천인데.’ 대통령이 이 사고에 대해 언급한 유일한 한마디라고 해.”
    김안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로 빚을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요동쳤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 광경이 참 낯익은 거야. 어디서 봤더라, 이 많은 시체를……. 그 순간, 고분에서 우리가 머릴 처박고 관찰하던 검은 장독 속이 떠올랐어. 시커먼 독충들이 와글와글 뒤섞여서 서로 잡아먹다 팔다리가 뜯겨 나가던, 결국엔 새까맣게 타 나뒹굴던 광경 말이야. 현실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 거야. 이 상황이 현실인지 꿈인지 몽롱했지.”
    “……시체는 모두 어떻게 됐습니까?”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체들은 대충 땅바닥에 묻었어.”
    “교수님께서 제주도에 오신 이유로군요.”
    박찬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빌레못 동굴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홀린 듯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때 거기에 고양이가 있었네.”
    “고양이라뇨?”
    “사고 현장에서 고양이를 봤어. 평범한 갈색 고양이였지.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부대 식당에서 음식찌꺼기를 받아먹는 살이 피둥피둥 찐 도둑고양이였어.”
    “짬 타이거 말씀이시군요. 저희 부대에도 한 마리 있었는데, 새끼의 새끼가 임신한 것까지 보고 제대했죠.”
    “그래, 어느 부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고양이었어. 다들 귀여워했어. 순하고 게을러서 이름을 뭐라 붙였었는데, 기억이 전혀 나지 않네. 고양이를 괴롭히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 중요한 건 그날 고양이가 우릴 따라 사고 현장으로 왔다는 사실이야.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한겨울이었는데도……. 시체를 오물오물 뜯어먹는 걸 내가 똑똑히 봤지. 아마도 살이 타는 냄새를 맡고 쫓아온 모양이었어.”
    어둠 속에서, 박찬수의 동공이 산짐승처럼 부풀어 올랐다. 동굴은 점점 오므라들며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살아서는 가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출구가 존재하는 듯했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시간이 흐르자, 거짓말같이 평온한 일상이 찾아왔어. 예전처럼 고분에 숨어서 우리 도봉산들은 낄낄댔지. 그런데 나는 시체를 뜯어 먹던 그 고양이가 이상하게도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어. 고양이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내 속의 뭔가는 변한 느낌이었어. 뱃속에서 검은 독충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서로 물어뜯고 할퀴는 것 같았어. 군대에서의 시간은 영원할 것만 같았지……. 또 다시 따분해진 우리는 고분 속에 숨어서 오랜만에 장독을 꺼냈어. 검은 구멍이 독충들을 쑤셔 넣어 달라고 웅웅대더군. 장독 안이 바글거릴수록 우리도 더 똘똘 뭉쳤어. 배가 빨간 무당개구리, 노랑머리왕지네, 손바닥만 한 갈색 두꺼비가 추가되었어. 작년보다 한 층 더 과감해졌지. 마침내 바위에서 일광욕하던 쇠살무사를 대가리를 눌러 잡아다가 장독 속에 던져 넣게 된 거야. 머리끝까지 화가 난 쇠살무사가 작은 독충들 위에서 날뛰면서 요동쳤어. 뱀 대 곤충이라니, 불공평한 게임이 아닌가. 나는 쇠살무사의 크기에 걸맞은 상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어. 다음 날, 내가 고양이를 먹이로 유인해 목덜미를 잡아챘어.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는 순하게 골골거렸지. 내가 장독 속에 그 고양이를 던져 넣었을 때, 후임 한 명이 덮치면서 말렸어. 취사병으로 갓 들어온, 얼굴이 하얀 이병이었을 거야. 나와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재수 없게도 누군가 장독을 발로 찬 것 같아. 쓰러진 장독이 독충들과 쇠살무사와 고양이를 요물단지처럼 뱉어냈어. 잡물들이 몽땅 뒤섞여서 우르르 새까맣게 튀어나왔지. 몸싸움하던 이병 녀석이 뱀에 물리는 걸 보고는, 우리는 모두 질겁하며 밖으로 뛰쳐나왔어. 그러곤 미친 듯이 흙이랑 돌을 주워다가 고분 입구를 틀어막은 거야.”
    “……고분이 거대한 장독이 됐군요.”
    “그래, 그런 거야. 그 속에서 누가 끝까지 살아남았는지 알아?”
    “……글쎄요.”
    “다음 날 조심스레 고분을 팠더니, 뱀과 독충들과 이병은 모두 죽어서 쓰러져 있었어. 우리는 꼼꼼히 고분을 틀어막았어. 그리고 누구도 그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발설하지 않았지. 다시는 들어가는 일도 없었고. 죽은 취사병은 탈영한 것으로 간주됐어. 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몇 개월 뒤 제대했어.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지. 감쪽같이 사라진 그 고양이만 빼고는.”
    “…….”
    고독염매蠱毒?魅는 상대방을 저주할 때 쓰이는 옛 주술법이라고 세종실록에 기록되어 있었다. ‘누군갈 해코지하고 싶을 때 독충들을 항아리 안에 섞고 땅 속에 묻은 뒤 한동안 삭힌다, 수개월 후 최후까지 살아남은 독충 한 마리가 강한 원한을 품고 저주 대상을 끝까지 찾아가 복수한다’고 한 무당에게 우연히 그 원리를 전해들은 건 무속과 한국미술에 관심을 두던 30대 중반이었다. 박찬수는 인간 세상 너머 떠다니는 것들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을 신봉하지는 못했다.
    “고분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도망친 고양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죽었겠지. 고양이 따위가 뭘 어쩌겠어.”
    “그렇겠죠. 고양이 따위가.”
    “이제 돌아가자.”
    빌레못 동굴을 빠져나왔을 때, 김안희는 시계를 확인했다. 채 한 시간도 흘러 있지 않았다.

 

    유해발굴감식단은 구린굴-삼각봉-탐라계곡-개미등으로 이어지는 등반 코스를 선택했다. 초봄 한라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강풍을 동반한 진눈깨비가 짧게 휘몰아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농익은 햇볕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야는 대체로 선명했다. 공기가 맑아서 호흡이 가벼웠다. 길고 좁은 능선을 따라 울창한 적송 숲이 이어졌다. 거인처럼 치솟은 적송들이 한데 어우러져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가파른 줄기를 타고 사방으로 뻗친 잔가지 위에 눈이 쌓여 백발처럼 하얬다. 바람 불 때마다 숲에서 눈발이 후드득 털렸다.
    개미등 계곡에 도착한 유해발굴감식단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경사가 다소 가팔랐다. 박찬수는 허리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곳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이 어젯밤 꿈 같기도 했고 미래의 상상 같기도 했다. 선명한 기억일수록 아스라했다. 발굴팀장이 유해발굴·감식병들을 집합해 임무 개요를 하달했다. 남색 발굴복을 입은 병사들이 흩어져서 금속탐지기로 바닥을 훑었다. 채 수습되지 않은 수송기의 잔해가 곳곳에서 탐지됐다. 동반한 유가족 대표 노인이, 대충 손으로 파도 금방 찾을 수 있을 만큼 그을린 쇳덩이와 뼛조각이 많이 굴러다녔다고 증언했다. 삽질하는 병사들이 비 오듯 땀을 흘렸다.
    -일동 차렷! 경례!
    -묵념.
    땅 속에 묻힌 첫 유해를 발견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유해가 발견될 때마다 병사들이 경례하고 묵념했다. 그 위치가 박찬수의 기억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유해는 모두 지면 40센티미터 아래에서 발견됐다. 총 다섯 구였다. 서둘러 흙을 덮은 흔적이 역력했다.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중년 여자가 뼈를 보고 혼절했다. 제주 일간지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트렸다. 드러난 유해 둘레를 흰 선으로 표시한 뒤 발굴병이 DSLR 카메라로 사진 찍어 기록했다. 기초 작업이 끝나자, 박찬수가 유해에 달라붙어 발굴·수습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꽃삽으로 잔 흙을 덜고 붓과 솔로 뼈를 털었다. 붓질하는 박찬수의 손놀림이 신중하고 세밀했다. 묵묵하게 작업하는 발굴병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체액이 튀지 않도록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현장에 엄숙한 침묵이 돌았다. 박찬수가 유해를 파고든 나무뿌리를 조경용 가위로 잘라서 다듬었다. 늑골에 붙은 개미집을 털었다. 딸려 나온 손목시계 바늘이 3시 15분에 멈춰 있었다. 썩어서 뒤틀린 군화가 송장처럼 딱딱했다. 인체 골격도가 그려진 시트 위에 다듬기가 끝난 유골들을 하나하나 깔아서 조립하자 사람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팔다리뼈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유해는 찾을 수 없었다. 두개골이 퀭했고, 갈라진 정강이뼈가 쪼개져서 뾰족했다.
    병사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점심을 먹었다. 커다란 플라스틱 반찬 통에 밥을 넣고 햄 소시지와 군용 맛다시를 비벼 먹었다. 박찬수는 전투식량을 먹었다. 소고기 비빔밥이 맵고 느글거렸다. 식사를 마친 이병들이 노트에 인체 골격도를 그리는 연습을 했다. 병사들이 오줌 눈 자리에 누런 눈이 녹았다. 까마귀가 날아와 음식찌꺼기를 쪼아 먹었다.
    오후에 노제가 시작되었다. 한지로 포장한 유골들이 오동나무 관에 안치되었다. 오동나무 관은 깨끗한 태극기로 주름 없이 빳빳하게 싸였다. 태극기를 본 유가족이 통곡하기 시작했다. ‘내 아들아…… 얼마나 춥고 외로웠니……’ 간단한 제사상을 차려 올리고, 단체 묵념을 했다. 적막이 귀를 쏘았다. 당일 발굴한 유해는 일몰 전, 인근 부대 내 임시 봉안소에 안치될 예정이었다. 거품을 물고 눈물을 쏟는 박찬수를 보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산할 때, 일행에서 빠져나온 박찬수는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공군 관제부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숲이, 세상과는 일련의 관계도 없을 법한 적송 숲이 자리를 대신했다. 모든 것이 꿈인가 싶었다. 빽빽한 숲에서 까마귀 떼가 날아다녔다. 박찬수가 다가가자, 까마귀 떼는 검은 숲 속으로 스미듯 사라졌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고분은 막혀 있었다. 돌 틈새로 찬바람이 새어 나왔다. 산 자는 들을 수 없는 어떤 소리가 그 속에서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듯했다. 벌레들이 톡, 톡 튀는 소리 같기도 했고, 고양이가 아기처럼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어둠 속을 수만 년 동안 헤매는 군복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그려졌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며 박찬수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자퇴할 것 같습니다.”
    공항에 마중 나온 김안희가 말했다. 오사카로 건너가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부를 도와 장사를 하고 싶다는 김안희의 음성엔 생기가 돌았다.
    “자꾸 낡은 것들만 들여다보니깐 우중충해지는 게 싫어서요. 그냥 남들처럼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정신없이 돈 버는 게 제일 행복한 거 같아요.”
    “그래, 잘 생각했다. 가기 전에 전화해.”
    꾸벅 인사한 뒤에도 한참 동안 서성이다 뒤돌아 휘청휘청 멀어지는 김안희의 뒷모습에서 박찬수는 알 수 없는 데자뷔를 느꼈다.

 

    학교로 돌아와서, 박찬수는 한동안 연구실에 틀어박혀 논문을 쓰느라 나오지 않았다. 논문 제목은 『한국 고대 미술문화사론: 한반도와 제주도의 구석기 미술에 드러난 건국설화와 그 비교』였다. 논문은 학술지 『고고 미술과 시각문화』창간호에 실렸다. ‘독창적인 연구로서의 가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기존의 연구결과를 재확인했다’고 학계는 평했다.
    한라산에서 발굴한 유해 다섯 구 중,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확인돼 유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이는 한 명이었다. 사망했거나 흩어진 유가족의 DNA 샘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국방부는 발표했다. 유해는 모두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박찬수는 개미등 계곡에서 발굴한 유품 하나를 몰래 빼 왔다. 녹이 슬고 찌그러진 수통이었는데, 깨끗이 씻어서 술을 넣어 마시면 거짓말처럼 알코올이 증발해 물로 희석됐다. 몸속으로 퍼지는 물이 달고 진했다. 물을 마시고 취한 박찬수는 단잠을 잤다. 꿈속에서, 고분 속에 웅크리고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박찬수는 종종 고양이가 작게 우는 환청을 듣기도 했다.

 

 

< (선정평) [소설] 고분 >

 
    역사의 무게를 떠안은 중량감 있는 소설이다. 자칫 식상할 수 있을 소재를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서사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시간의 단층을 여러 겹으로 배치하여 흥미롭게 이끌어간 역량이 돋보인다. ‘해발 1500미터 한라산 고지에서 고양이를 봤다’는 말로부터 ‘그해 여름의 한라산’으로 명명된 역사의 은폐된 뒷면, 전쟁이 불러온 참혹함과 그것을 끝내 망각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을 연이어 이끌어냄으로써 주인공의 짓눌린 고통에 동참하여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힘을 가진 소설이다. 이 소설의 미덕은 두터운 시간의 폭을 그만큼의 질감으로 살려내면서 시간이 만들어낸 사연을 호기심으로 따라갈 수 있게 하는 힘에서 마련된다. (소영현 / 문학평론가)

 

나경화 (소설가)
 

– 1982년 서울 출생.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2012년 『문학사상』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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