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세이_7회] 인간의 가치를 위협하는 사물의 힘

 

[고전에세이_7회]

 

 

인간의 가치를 위협하는 사물의 힘

-모파상의 「목걸이」-

 

 

정여울(문학평론가)

 

 

 

    무언가를 반드시 갖고 싶어 안달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안다. 때로는 사물이 사람을 잡아먹을 때가 있음을. 그것을 갖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다보면, 처음에 왜 그 물건에 반했는지, 도대체 왜 이 물건을 갖기 위해 혈안이 되었는지, 그 시작조차 까맣게 지워지고 만다. 사람들은 명품을 향한 집착 때문에 카드빚에 쫓기기도 하고, 집이라는 거대한 사물을 갖기 위한 꿈 때문에 미래를 저당 잡히고 기꺼이 하우스 푸어가 되기도 한다. 사물이 상품이 되는 순간, 그 사물에는 가격이 매겨지고, 그 가격은 인간의 능력을 시험하며 ‘그 물건이 없어도 아무 불편 없이 잘 살 수 있었던 과거의 삶’을 깡그리 잊어버리게 만든다. 사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만, 때로는 사물을 향한 소유욕 때문에 우리 삶이 파괴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사물을 향한 소유욕 때문에 삶을 탕진해버린 이야기 속의 대표적인 주인공이 바로 모파상의 「목걸이」에 등장하는 마틸드다. 「목걸이」는 첫 문장부터 잔인하게 시작된다.

 

운명의 잘못이랄까, 간혹 하급 관리의 가정에 예쁘고 귀여운 여자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있다. 그녀도 그런 고운 처녀였다. 지참금이 없고 유산이 굴러 들어올 만한 데도 없으며, 행세깨나 하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귀여움을 받으며 아내로 맞아질 그런 연줄도 없었다. 그녀는 문부성에 근무하는 한 하급 관리가 청혼하는 대로 결혼하고 말았다.
 
– 모파상, 「목걸이」 중에서

 

1

 

    마틸드의 아름다운 외모와 가난한 처지는 마치 ‘어긋난 운명’처럼 그녀에게 주어졌다. 가난한 하급 공무원의 아내가 되었지만 항상 귀족들의 생활에 헛된 동경을 품고 있었던 마틸드. 그녀에게 어느 날 남편은 장관 부부가 주최하는 무도회의 초대장을 건네준다. 남편은 단순히 우울한 아내의 기분을 달래줄 요량이었지만, 아내는 더 큰 것을 원한다. 마틸드는 그날 무도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이길 원하지만, 무도회에 입고 갈 번듯한 옷이 없다. 무도회 초대장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티켓인 양 마냥 들뜬 마틸드를 바라보며 남편은 연민을 느낀다. 마틸드가 꿈꾸는 것은 주목받는 삶이었다. 화려하고 거침없고 사치스러운 삶.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아름다운 물건들을 집안 가득 채워 넣고 언제 어디서든 여왕처럼 행동하는 것. 그녀가 있는 곳이 곧 세상의 중심인, 그런 삶을 꿈꾸는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에게 없는 것만을 애타게 선망하던 그녀에게 남은 것은 삶에 대한 불만과 귀족들에 대한 질투뿐이었다.

 

그녀가 항상 꿈에 그리는 것은 동양풍 벽걸이가 걸려 있는 조용한 거실에 청동으로 만든 촛대에 불이 켜진 그런 풍경이었다. (…) 진귀한 골동품들이 가득 찬 으리으리한 가구들……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은 모든 여자가 선망하는 유명인들이다. 그런 가까운 친구들과 오후 다섯 시에 모여 그윽한 향기로 가득 찬 멋진 살롱에서 고상한 대화를 나눈다. (…) 번쩍거리는 은 식기, 요정이 사는 숲 한가운데 이상한 새나 옛날이야기의 인물이 수놓아진 벽걸이, 고급 그릇에 듬뿍 담아 내놓는 산해진미가 있다. 송어의 빨간 고기나 기름진 병아리의 부드러운 날개를 입에 넣으면서 속삭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스핑크스처럼 신비한 미소를 띠고, 여성의 환심을 사려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 사람들의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 이것이 그녀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 모파상, 「목걸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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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무도회에 입고 갈 옷이 없어 울상이 되어버린 마틸드에게 오랫동안 차곡차곡 모아 둔 비상금을 내놓는다. 마틸드는 아름다운 옷을 장만하여 뛸 듯이 기뻐하지만 이번에는 ‘장신구’가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옷은 비상금으로 간신히 마련했지만 값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전 재산을 팔아도 마련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남편의 소중한 비상금으로 마련한 드레스 정도로 마틸드가 만족했다면 「목걸이」의 비극은 하룻밤의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마틸드는 한 번 기회를 잡은 이상 절제 따위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장신구랄 게 하나라도 있어야죠. 보석 한 개도 없어요. 몸에 붙일 것이 하나도 없다니, 궁상을 떠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날 밤 모임엔 숫제 안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남편은 장미꽃이라도 달면 예쁠 것 같다고 마틸드를 설득해 보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친다. “안 돼요…… 돈 많은 여자들 틈에 끼어 궁색한 꼴을 보이는 것처럼 창피한 건 없어요.” 그녀는 단지 무도회의 즐거움이 아니라 무도회의 유일한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고, 그런 허영심을 만족시켜 줄 화려한 목걸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녀는 마침내 유일한 부자 친구인 포레스터 부인에게서 멋진 목걸이를 빌려 무도회에 참석한다. 친구에게 빌린 아름다운 목걸이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그녀의 운명을 한 순간에 바꾸어줄 비장의 무기로 거듭난 것이다. 마침내 파티의 주인공이 된 마틸드, 즉 로와젤 부인은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멋지게 무도회를 치러낸다.

 

파티 날이 왔다. 로와젤 부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어느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점잖고, 우아하고, 명랑하게 웃고, 너무 기뻐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남자란 남자는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그녀를 소개받고 싶어했다.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 모두 그녀와 왈츠를 추려고 했다. 장관조차도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취한 듯한 기분으로 정신없이 춤을 추었다. 쾌락에 취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 미모의 승리, 이 밤의 영광스러운 성공, 이 모든 아부와 찬미. 욕망이 일깨워지고, 여자의 가슴에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하기만 한 승리, 그러한 것에서 생기는 행복의 구름, 그 속에서 일체를 잊었다.
 
– 모파상, 「목걸이」 중에서

 

3

 

    그녀는 모두가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드는 축제를 ‘나만의 공간’으로 전유해버린다. ‘모두가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쳐다본다’는 생각에 도취되어 다른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내가 이 아름다운 세상의 중심이다’라는 환상에 빠져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그만 그 아름다운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녀와 남편은 정신없이 목걸이를 찾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곤두박질치고 만다. 그녀는 파리 시내를 샅샅이 뒤져 간신히 똑같은 목걸이를 발견하지만 그 엄청난 가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남편은 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산은 물론 집문서까지 모두 저당 잡혀 간신히 돈을 마련한다. “이 사람에게 1천 프랑, 저 사람에게 5백 프랑 하는 식으로 돈을 꾸고 여기서 5루이, 저기서 3루이 꾸느라 수많은 차용 증서를 썼다. 목숨 같은 증서를 저당 잡히기도 하고, 고리대금업자와도 거래하고 온갖 사채업자를 찾아다녔다. 나머지 평생을 몽땅 바쳐도 갚을 힘이 있을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마구 서류에 서명했다.” 그렇게도 고생하여 똑같은 목걸이를 감쪽같이 가져다주었지만, 포레스트 부인은 마틸드에게 쌀쌀맞게 대한다. "좀, 일찍 갖다 줘야지. 나도 언제 쓸지 모르잖아." 심지어 포레스트 부인은 목걸이 상자뚜껑을 열어보지도 않는다.

 

    이제 마틸드에게 남은 인생은 오직 채무 변제뿐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목걸이를 원했다가,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떠맡게 된 마틸드는 남편과 함께 평생 온갖 궂은 일을 해가며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한다. 십 년이 지나서 두 사람은 빚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갚았다. 터무니없는 고리대금의 이자까지 모두 갚고 나자,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틸드는 할머니처럼 변해버린다. 가난과 세파에 찌들어 우락부락하고 지독한 아줌마가 되어버린 마틸드는 가끔 옛날을 회상하며 ‘그때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 보곤 했다. “인생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 참으로 변화무쌍한 것이다. 한 사람이 파멸하거나 반대로 구원을 얻거나 하는 것이 다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로도 충분한 것이다!”
오랜만에 샹제리제로 산책을 나간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젊은 옛친구, 바로 그 저주받은 목걸이의 주인인 포레스터 부인을 만난다. 그녀의 눈부신 모습을 보자 마틸드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른다. 분노와 질투와 원망과 억울함이 뒤섞여 마틸드는 갑자기 용감해져버린다. 이제 빚은 몽땅 갚았으니까, 전부 말해야지. 이게 바로 다 너 때문이라고. 너만 아니었으면, 너의 그 잘난 목걸이만 아니었다면, 내 인생은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4

 

그녀는 터벅터벅 친구 곁으로 다가갔다.
"잘 있었어? 쟌느?"
상대는 로와젤 부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허름한 옷차림의 여인이 이렇게 허물없이 친구처럼 부르는 것에 놀란 것이다.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저, 실례지만…… 저는…… 혹시 댁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나 마틸드 로와젤이야." 상대는 깜짝 놀랐다. "뭐! 마틸드? 너무 변했구나……!"
"그래, 변했어. 무척 고생을 했단다. 그게 너를 만나고 나서부터야…… 다 너 때문이었어……!"
"나 때문에? 어쩜, 왜?"
"너 기억나니,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 말이야. 장관 댁 무도회에 가느라고 내게 빌려준 거 말이야?"
"그럼 기억해. 그게 어쨌다는 거니?"
"그게 말이야. 그걸 내가 잃어버렸어."
"뭐라고? 하지만 돌려줬잖아."
"아주 비슷한 딴 걸로 갖다 줬어. 꼭 십 년이 걸렸구나, 그 돈을 갚느라고. 잘 알겠지만 우리들처럼 재산도 아무 것도 없는 처지에선 그리 쉽지 않았지…… 아무튼 겨우 끝장이 난 셈이야. 이제 맘이 편안해."
포레스터 부인은 우뚝 멈춰섰다.
"내 것 대신 다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단 말이야?"
"응, 그래. 너 몰랐구나. 하긴 모양이 똑같은 목걸이였으니까."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 순진한 웃음을 띠었다. 포레스터 부인은 숨이 탁 막혀 친구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어쩜, 어떡하면 좋아, 마틸드! 내 건 가짜였어, 기껏해야 5백 프랑밖에 나가지 않는…… "
 
– 모파상, 「목걸이」 중에서

 

    그녀가 10년 넘게 노심초사하며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변제하려던 그 채무의 원인, 목걸이는 가짜였던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꾸미면 부자처럼 보이는지, 어떤 드레스를 입고 어떤 목걸이를 착용하면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지는 알았지만, 정작 부자들의 진짜 본심은 몰랐던 것이다. 일단 포레스트 부인은 그렇게 비싼 목걸이를 가난한 친구에게 빌려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마틸드는 몰랐다. 부자들의 눈에 비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모습인지. 그들이 소중한 물건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왜 그렇게 늦게 가져오느냐고 신경질을 부리는 능청맞음까지. 그러나 더욱 본질적인 것은 사물의 호화로움 속에서 자기 존재의 가치를 찾으려고 했던 마틸드 스스로의 어리석음이었다.

 

    그녀에게는 그 아름다운 목걸이의 끔찍한 주술에서 벗어날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남편이 ‘장미꽃 몇 송이’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울 거라는 조언을 받아들였더라면, 그녀는 목걸이를 빌리기 위해 ‘부자 친구’를 만나 애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목걸이를 잃어버렸을 때, ‘똑같은 것’으로 바꿔치기 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친구에게 고백했다면, 그녀는 그토록 엄청난 빚을 떠맡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치 ‘목걸이’ 하나에 인생이 걸린 듯 그것을 탐하지 않았더라면, 마틸드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과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목걸이는 ‘결코 지금의 당신이 누릴 수 없는 것, 그러나 당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그 무엇’이 되어 그녀의 보상받지 못할 허영을 만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목걸이는 결국 인생의 족쇄가 되어버리고 정작 그녀가 원래 누리고 있었던 평범한 삶의 가능성마저 완전히 박탈해버린다. 마틸드는 단지 친구의 ‘목걸이’를 원했지만 사실 그 목걸이의 안주인, 포레스트 부인의 ‘화려한 삶’을 부러워했던 것이 아닐까. 목걸이는 바로 그녀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의 안타까운 상징이 아니었을까.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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