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직도!] 로빈슨 따라하기-조난 모험소설들

로빈슨 따라하기-조난 모험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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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4년, 사략선(전쟁 중인 적국의 배를 약탈하는 배. 해적선과의 차이는 정부의 허가를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에 있다. 하지만 허가받은 사략선이라고 해도 적국이 아닌 나라의 배를 약탈하면 해적행위를 한 것이 된다. 이런 해적행위를 하지 않은 사략선이 거의 없다는 역사적 사실로 볼 때 실질적으로는 해적선과 다르지 않다.) 선원이었던 스코틀랜드 출신 알렉산더 셀커크는 선장과 다툼을 일으켜 칠레 중부 앞바다에 있는 후안페르난데스 제도의 일부인 이름 없는 무인도에 버려진다. 당시 해적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외딴 섬에 버려두는 형벌은 흔한 것이었으며, 버려진 이는 굶주림으로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셀커크는 야생 염소와 바다표범, 산딸기로 연명하며 살아남았다. 1709년 그는 구조되었고, 영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경험은 널리 알려졌다. 그가 버려졌던 무인도는 이후 로빈슨 크루소 섬이라고 불리게 되는데, 셀커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다니엘 디포우가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집필했기 때문이다.

    다니엘 디포우(1660~1731)가 1719년에 쓴 [로빈슨 크루소]의 원제는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 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으로 영국의 요크 출신인 로빈슨 크루소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원이 되어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을 만나 무인도에 표류해 구출되기까지 28년간 살아가는 이야기다.
셀커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그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화한 것이 아니라 다니엘 디포우 자신의 체험을 반영하고 상상으로 부풀린 데다가 당시 대중의 욕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교훈을 담은 일종의 우화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로빈슨 크루소]의 뒤를 이은 조난 모험소설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인데, 이것은 첫째,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존하는 합리적, 자립적 정신, 둘째, 이전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의 지표를 찾는다는 종교적, 도덕적 깨달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무인도에서 홀로 28년 동안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주변의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끈질기게 생존한 모습으로 독자에게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두 가지, 즉 고난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하는 도덕적 재탄생과 고난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모험담이라는 두 요소야말로 로빈슨 크루소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라 할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후 이 두 기둥을 중심으로 여러 문학작품과 사회전반에 영향을 주었고, 이를 전범(典範 : 본보기가 되는 규범)으로 하는 여러 문학, 예술작품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것은 단순한 조난, 모험소설로서가 아니라 앞서 말한 두 개의 중요 요소, 즉 도덕적 재탄생과 생존법을 제각기 강조한 두 가지 형태의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면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평가 받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1999)는 게으름은 죄악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택배 회사 간부가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한 뒤 극적으로 생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사실 초점은 생존법이 아니라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그에게 일어난 가치관의 변화에 맞추어져 있다.
사실 생존법이 발휘될 틈도 없었던 것이, 주인공이 표류한 무인도는 로빈슨 크루소가 표류한 무인도와 달리 자연환경이 풍부하지 않아서 몇 그루 자라고 있는 야자나무 열매만으로 연명해야 했던 것이다. 그 후에 남아도는 긴 시간 동안 그는 자연과의 투쟁보다는 배고픔과 지루함을 이겨내며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씹고 되씹어야 했다. 그 결과 그는 빈틈없이 짜여진 일과가 인생의 최우선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생존법을 강조한 예로는 소설은 아니지만 한때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노빈손 시리즈]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로빈슨을 패러디한 노빈손 시리즈의 제1편은 제목 자체가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로 현대의 과학적 지식과 원리를 이용해 무인도에서 생존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과 자연의 대결]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생존법을 선보인 베어 그릴스가 유명한데, 사실 이러한 운동, 즉 자연을 이해하고 이용하여 문명을 벗어난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법에 대해 공부하고 체험하는 운동은 [동물기]로 유명한 어네스트 시튼이 시작하고 전파한 보이 스카우트 운동이 시초일 것이다.
게리 폴슨이 지은 청소년 소설 [손도끼]와 [손도끼의 겨울 이야기]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사람 없는 알래스카 빙원에서 홀로 생존해야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인공은 비행기에 갖추어진 기본적인 도구, 특히 손도끼와 보이 스카우트에서 배운 생존법으로 가혹한 알래스카의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또 J. C. 조지의 [나의 산에서]라는 청소년 소설은 로빈슨 크루소를 동경하여 홀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출하여 산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하는 어찌 보면 위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무인도에서의 삶을 동경하여 가출해 산을 헤매거나 바다로 나가는 경우가 기사에 실리기도 하는데, 이는 로빈슨 크루소가 우리 가슴 속에 있는 자연에의 욕구 같은 것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한편 보다 본격적으로 로빈슨 크루소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소설들이 있다.
로빈슨 크루소가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812년 스위스의 소설가 루돌프 비스는 [스위스의 로빈슨(Der Schweizerische Robinson)]이라는 작품을 썼고, 1889년에는 프랑스의 쥘 베른이 그 유명한 [15소년 표류기]를 썼다. 그리고 로버트 밸런타인의 [산호섬]이 있다.
특히 [15소년 표류기]는 [로빈슨 크루소]의 전통을 충실히 이어받아서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이 민주적인 선거와 의견조율을 통한 협동과 분업으로 이루어진다는 도덕적 교훈까지 강조하고 있는 작품이다.
[산호섬] 역시 무인도에 표류한 세 소년이 서로 협동하고 도와주며 결국에는 무사히 문명세계로 귀환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 창작된 이 소설을 비틀어 인간본성에 내재한 폭력성과 이기주의를 드러내 보이고, 서로 협동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의견조율을 통해 갈등을 해소한다는 인간문명, 그리고 체제에 대한 환상을 가차없이 깨트린 작품이 노벨상 수상작가인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1954)이다.

핵전쟁의 위험을 느낀 영국은 25명의 어린 소년들을 핵전쟁으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 했으나 소년들을 태운 비행기가 그만 바다에 추락한다. 랠프·잭·피기 등의 소년들은 무인도에 상륙한다. 이들은 구조를 기다리며 랠프의 지휘에 따라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구조되려면 바닷가에 오두막을 지어야 한다는 랠프와 사냥을 해야 한다는 잭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결국 잭과 로저는 갱단을 만들어 무리를 이탈한다.
짐승을 찾아 나선 사이먼이 잭 일당에게 살해되고, 섬에 괴물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년들은 안전을 위해 잭의 갱단으로 들어가고 결국 랠프와 피기만 남는다. 문명세계의 사회관습은 붕괴되고, 인간 본성에 잠재한 권력욕과 야만성이 드러나면서 섬은 지옥으로 변한다. 광기에 찬 잭과 로저는 점점 더 포악해지고 피기마저 죽임을 당한다.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랠프와 소년들은 가까스로 영국 순양함에 의해 구조된다.

– [두산백과]

    특히 <파리대왕>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들을 구하러 온 순양함 장교의 한 마디가 기가 막히다.
“너희들끼리 이 무인도에서 [산호섬]에 나온 것처럼 멋진 생활을 했겠구나.”
그 말을 들은 랠프는 그저 울고 또 울 뿐이다

 

01 01 : [로빈슨 크루소] 원판의 삽화.
주인공인 로빈슨
02 02 : [로빈슨 크루소]는 여러 번 영화화 되었다. 피어스 브루스넌이 주연으로 나온 1997년 작 [로빈슨 크루소]의 포스터
03 03 : [캐스트어웨이]의 한 장면
04 04 : 노빈손 시리즈 1권 [로빈슨크루소 따라잡기]
05 05 : [스위스의 로빈슨] 영화 포스터
06 06 : 우리나라에는 [로빈슨 가족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07 07 :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
08 08 : 로버트 밸런타인의 [산호섬]
09 09 :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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