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월평]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하고 계십니까

 

 

[5월 월평]

 

 

어떻게 교감하고 소통하고 계십니까

 

김미정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를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으며 문화의 축적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삼지만, 실제로 그것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해서 인간의 언어생활은 원초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오해의 연속일 뿐이며, 거기서 비롯된 언어의 횡포가 인간들을 핍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 E. 이오네스코, 「의자들」

 

 

    여러분은 판토마임을 보신 일이 있나요. 대사 없이 몸짓만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무언극(無言劇)이라고도 하지요. 무대장치가 없거나 최소화된 상태에서 배우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무언가를 표현해 냅니다.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이루어지는 극이지만, 우리는 배우가 표현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 무용은 어떤가요. 판토마임보다 조금은 모방성이 덜하지만(‘마임’은 ‘mimic’에서 온 말입니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말/글 언어를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언어가 그뿐일까요. 무용이나 판토마임은 ‘몸’이 언어이고, 회화는 캔버스와 물감이 언어이고, 음악은 ‘음’이 언어입니다. 이것은 예술장르에만 한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떠올려 봅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표정만으로, 행동만으로 서로 공감하거나 소통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이건 비단 사람 사이에서만 경험하는 일이 아니지요. 종(種)이 다른 동물들과도 그것은 가능합니다.
    부조리극 작가인 이오네스코는 「의자들」에서, 위의 인용과 같이 직접적으로 언어의 공허함, 언어소통의 (불)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소통할 공식적인 매체인 ‘(말/글)언어’를 가졌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이 언어가 곧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게 하고, 문화를 축적, 전승케 하였으며, 문명을 여기까지 이르게 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가끔씩 이 언어로도 소통되지 않는 상황들, 언어로 세계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앞서 ‘언어소통의 (불)가능성’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이것은 ‘언어소통은 가능하기도 하지만 불가능하기도 하다’는 역설을 표현하려는 말입니다.
    소통할 수 없다면 언어가 무슨 소용일까요. 우리는 분명히 언어를 통해 소통합니다. 지금 제가 문장들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고 있듯이,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누군가와 언어를 통해 소통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지금 글자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지, 과연 온전한 100퍼센트 소통이란 가능한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문장들의 내용과 의도와 뉘앙스가 고스란히 여러분에게 도착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자기만의 회로 속에서 조금씩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언어소통은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이것은 말, 글, 몸짓, 행위, 음 등등에 모두 해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표현하고 느끼고 교감하고 소통하려고 합니다. 불가능해도 그런 노력은 중요한, 아니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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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한 것은 「할머니와 별」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할머니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소위 ‘문맹’으로 살아오셨습니다. 손녀는 그것도 모르고 어휘력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 마음에 할머니에게 편지를 씁니다. 편지(내용)는 다른 사람의 낭독을 통해 할머니에게 전달되고, 그것을 알게 된 손녀는 다시는 할머니께 편지를 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한 통의 편지를 통해 할머니의 손녀 사랑은 깊어가고, 돌아가실 때까지도 꼬깃꼬깃한 편지를 주머니에 간직하셨습니다. 손녀는 글을 읽지 못하는 할머니가 모아서 전해주신 시들을 읽으며 시인의 꿈을 키워갑니다. 지금 손녀는 밤하늘의 별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합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뒤늦은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할머니는 평생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한 채 살아오셨겠지만, 손녀와의 교감에는 그런 말/글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손녀와 교감이 끊긴 것은 아닙니다. 말/글 언어가 아예 필요 없는 곳에 계시기 때문이지요. ‘밤하늘의 별’을 통해서도 교감할 수 있는 곳에 계시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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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헤매다」에도 역시 ‘별’이 제재로 등장합니다. 도심에서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시겠지만, 별을 찾아보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 같습니다. 밝고 화려한 도심의 불빛들이 별빛을 초라하게 만드니까요. 저는 최근에 하늘의 둥근달이 너무 또렷해서 사진을 찍어 본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진에 찍힌 것을 보니 달이 두 개더군요. 알고보니 달 옆의 가로등이 함께 찍힌 것입니다. 진짜 달보다도 더 달 같은 형상으로 말이지요.
    이 시는 도심의 인공불빛에 감추어져 있던 별들을 새삼 발견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세상에 대해, 사물에 대해 호기심도 애정도 없다면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화자는 낡은 아파트와 귀가하는 취객의 고단함을 겹쳐놓습니다. 남루한 일상, 삶 속에서도 누구나 각기 ‘제 별’이 있을 것입니다. 취객 역시 ‘제 별’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는 곧 낡은 아파트 어딘가에서 고단한 하루를 안식을 누리게 되겠지요. 화자 역시 ‘제 별’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곧 찾을 수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깊은 밤 다리 위에서 차들이 질주하는 풍경을 “저마다 달고 온 길들이 한데 모여/ 다발째 빠져나가는 다리 위로는/ 긴 꼬리를 남기며 유성처럼 차가 달렸다”라고 묘사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행의 “하나뿐인 내 계절의 하늘”은 ‘별’과 관련하여 어떤 수사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관되게 ‘별’의 이미지를 언어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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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로 펼쳐지는 감정의 입체 세계 – 〈 세계 팝업아트 展 〉」은 전시회 관람기의 모범적인 형식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이 글은 ‘팝업아트’가 무엇인지, 혼동하기 쉬운 ‘팝아트’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이 전시의 기획 의도를 차분하게 잘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필자가 관람한 동선과 전시 공간별 주제를 좇아 전개하고 있습니다. 사진과 함께 읽으니 실제로 〈 세계 팝업아트 展 〉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 전달이 주가 되고 필자만의 감상이 적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도식화되어 있고 평면적인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생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는 감상이, ‘팝업아트’의 속성과 관련해 좀더 ‘입체적으로’ 설명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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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천포로 한 번 빠져 보세요」를 읽으며 ‘이 글의 필자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교 없이 체화된 유머와 위트가 간간히 눈에 띕니다. 사라진 것에 대한 추억을 말할 때에는 보통 회고조의 비감 같은 것이 어리기 쉬운데, 이 글은 시종 밝고 유쾌합니다. 속담으로도 유명한 ‘삼천포’는 지금은 없는 곳입니다. 행정구역 통합을 거치며 사라진 것이지요. 그러나 필자는 시종 자신이 사는 곳을 삼천포라고 말합니다. 스스로의 유년의 추억은 ‘삼천포’라는 지명과 짝패로 환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필자의 추억은 ‘장소’에 대한 추억입니다. 그리고 사진 덕택인지 필자의 추억에 함께 빠져들 것도 같습니다. ‘사천’이 아닌 ‘삼천포’에 실제로 가보고도 싶어집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에도 쉽게 이입이 됩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지금은 사라진 ‘삼천포만의’ 특징, 현재 통합된 사천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과거 삼천포만의 정취 등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사라지기 이전 삼천포만의 고유성이 무엇이었을까’가 내내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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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네 편 중 세 편의 글에 ‘별’이 등장하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문득 오늘 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별이 대신 전해줄 것도 같고, “내 눈 어두워 알지 못했던 것”(「별을 헤매다」)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싶어지네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글틴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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