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문장청소년문학상_최우수상_시] 이름


이름

 

김민식(木生)

 

 

 

 

 

   지방법원에 개명신청서를 제출하고 왔다
   가을이라기엔 너무 춥고 겨울이라기엔 따뜻한 날
   뒷마당 감나무에선 잘 익은 감이 홍시로 이름을 바꾸는 중이다
   이름도 닳더라, 개명신청서에 너덜너덜한 이름을 마지막으로 적어낼 때
   촌스런 그 이름에선 풀내음이 어찌나 독하게 나던지
   지금은 개명신청기간, 내가 이 이름도 저 이름도 아닌 애매한 시기
   세련된 이름은 영 손에 익지 않더라
   내 이름 하나 견뎌내기가 버겁고
   누군가 반갑게 이름 불러도 쉽게 뒤돌아보지 못하겠다
   골목 사거리에선 노부부가 운영하던 분식집
   간판을 내린 채 새 이름을 달고 있고
   담벼락 아래 피어난 코스모스들은
   한 계절 꽉, 물고 있던 꽃말을 놓아버린다
   그러니까 가을이라고도 겨울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오늘
   이름 없이 투명한 나는 모든 별들에게 이름들 붙여주고 있다
   나는 내 투명한 이름을 소리 없이 벙긋벙긋 발음해본다
   나는 한 이름을 버리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그 이름으로 살아볼 수 있었다
   이제 곧 홍시들이 바닥에 제 몸을 던질 것이다
   어제의 무덤 속에서 내가 자꾸만 울고 있다

 

제8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소감

 

   제가 쓰는 말과 제 여자친구가 쓰는 말은 다릅니다. 제가 쓰는 말과 엄마아빠가 쓰는 말 또한 다릅니다. 저는 올해부터 성인이지만, 아직 제 안의 언어조차 다 책임지지 못하는 어린아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안팎에 있는 말들을 다룰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온 힘을 다해 귀 기울이되 억지로 이해하려들지 않고, 열의를 가지고 말하되 함부로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서로 다른 말들, 그러나 결국엔 하나와 다름없는 말들을 빈 종이에 까맣게 적어나가겠습니다.
   어리석었던 저에게 새로운 낱말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준 여자친구에게 감사합니다. 제가 훌륭한 거짓말쟁이가 될 때까지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뺀질거리던 저를 끝까지 가르쳐주신 배은별 선생님 윤한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게 처음 시를 가르쳐주신 임경섭 선생님 감사합니다.
   올해는 멋진 옷을 입고 나쁜 짓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글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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