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대다

   청소년 테마소설

   세상 속으로 5회

 

 

나는 광대다

 

장정희

 

 

 

 

 


   땡~

   산조 가락이 자진모리의 클라이맥스 지점을 향해 막 솟구쳐 오르던 순간이었다. 힘차게 튀어 올랐던 태섭의 손가락이 땡, 소리와 함께 대금 위에서 조용히 잦아들었다. 숨죽일 듯한 적막이 찾아왔다. 적막은 짧았지만 숨결은 뜨거웠다. 태섭은 입술에 대고 있던 대금을 내려놓고 심사관들을 향해 앉은 채로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방석 옆에 놓여 있던 정악대금을 함께 챙겨든 후 뒷걸음질 치듯 천천히 수험실을 빠져나왔다.

   문을 열자 진행요원이 문틈에 귀를 대고 있다가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다음 순번의 수험생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갔다. 태섭은 대기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창백한 얼굴들을 힐끗거리며 복도로 나왔다. 복도는 바닥에 주저앉아 삑삑삑 불어대고 있는 대기자들의 연주 소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벌겋게 달아올라 있던 태섭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듯 바람이 달려들었다. 태섭은 곧바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목 언저리가 뻐근했다. 대금 연주자들에게 목 디스크는 숙명이라지 않는가. 태섭이 고개를 좌우로 젖히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태섭은 담배를 힘껏 빨아들였다. 비로소 딱딱하게 굳어있던 입술의 감각이 살아남을 느꼈다. 태섭은 습관처럼 입술의 아랫부분을 문질렀다. 취구가 닿는 아랫입술 언저리는 피딱지가 떨어질 날이 없어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버렸다. 누구든 그 부위에 거무죽죽한 흔적을 갖고 있다면 그는 대금 연주자일 것이다. 태섭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끝났어!

   해가 기울면서 날은 더욱 쌀쌀해졌지만 아직 눈이 내릴 기색은 없었다. 이제 겨울은 곧 시작될 것이다. 수시 모집은 대학 입시의 첫머리일 뿐 영광과 회한의 경계를 가를 때까지 입시생들의 겨울은 계속될 것이다.

   태섭은 가방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자와 콜이 쏟아졌다.

   ‘물론 시험은 잘 봤겠지? 네가 떨어지면 붙을 놈 누가 있냐?’

   ‘빨랑 내려오기나 해. 얼굴 잊어버리겠다.’

   ‘오늘 수시 봤던 놈들까지 다 올 거야.’

   ‘끝나면 곧장 전화해. 안 하면 죽어!’

   태섭은 휴대폰을 그대로 가방에 던져 넣고는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걷기조차 힘이 들었다.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동안, 남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태섭의 곁을 스쳐갔다. 이곳은 2년 전 캠퍼스 투어로 와 본 이후 두 번째다. 캠퍼스 투어는 태섭의 열망에 더욱 불을 지펴 놓았다. 와 봐야 새로울 것도 없다는 듯 나른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대학생들이 부러웠다. 목표물을 손안에 얻은 사람만의 여유랄까. 나도 저들처럼 심상한 표정으로 이 캠퍼스를 활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이어 두 번이나 전화가 왔다. 엄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얼굴로 하루 내내 서성였을 엄마를 떠올렸지만 모든 게 귀찮았다.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엄마를 생각하면 의지가 곧아지기는커녕 어지럽게 흐트러져버렸다. 엄마를 위해서 잘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살 뿐이다. 그런 결과가 엄마에게 기쁨이 된다면 그저 좋은 일이다. 이곳의 대학생이 되는 것은 태섭의 소망이지만 곧 엄마의 소망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매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태섭을 태운 지하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강 철교를 건너갔다. 넓고 툭 트인 강 위로 한 무더기의 철새가 시위를 하듯 떼를 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태섭은 깜빡 잊었다는 얼굴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쨌냐?”

   내내 기다리고 있었던 듯 레슨선생님의 목소리는 조급했다. 태섭은 주위를 힐끗거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정악은 좀 아쉽지만 산조는 열심히 했어요.”

   태섭은 궁중 음악으로 연주되는 고아하고 장중한 정악보다는 민속 음악인 산조의 자유로움에 훨씬 더 흥미를 느꼈다.

   “본래 정악이 약한 것을 어쩌겠냐. 대신 넌 산조를 잘하니 어쩔란가 싶다만.”

   선생님이 아쉬운 듯 낮게 한숨을 쉬었다.

   “다른 친구들은 어쨌대요?”

   “이 상황에서 어떤 놈이 ‘나 잘했어요.’ 하겠냐?”

   “하긴 그러네요.”

   “내려가는 중이냐? 여긴 안 들를 거야?”

   태섭은 레슨실에 들러 다른 친구들의 동향을 살피고도 싶었지만, 이미 치러 버린 시험에 붙잡을 미련이 뭔 소용이냐 싶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일이 있다시니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국립국악원 단원인 선생님은 태섭의 멘토이자 미래의 모습이기도 했다. K시에서 4시간씩이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레슨을 받은 지 어느덧 2년. 태섭이 주말에 올라올 때마다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급기야 연습실에서 도둑잠 잔다는 것을 알고 열쇠를 따로 챙겨주신 고마운 분이다. 태섭은 선생님의 출신 대학을 거쳐 국악원 창작단원이 되는 게 꿈이다.

   추운겨울 아침, 화장실에서 찬물에 머리를 감고 나오면 머리에서 김이 폴폴 피어올랐다. 그런 태섭 앞에 선생님은 가끔 따뜻한 만두나 찐빵, 김밥 같은 것들을 내놓곤 했다.

   “먹자, 아침을 안 먹고 나왔더니 출출하군.”

   그러나 선생님은 정작 만두에는 손을 대지 않고 일회용 종이커피를 탔다. 선생님은 커피를 마시며 태섭이 만두 먹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짐짓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아침이냐 점심이냐? 수험생이 몸 하나 말고 뭘 믿을 게 있다고.”

   “어젯밤 늦게 야식을 먹었더니 입맛이 없어서요……”

   “야식, 그거 몸에 해롭다. 제때 식사를 해야지.”

   선생님이 태섭을 볼 때마다 습관처럼 강조하는 것은 늘 체력이었다.

   “대금은 몸으로 부는 악기여. 창자가 다 쏟아질 때까지 훅훅 기운을 내뱉는 거란 말이여. 넌 재능은 있다만 몸이 비리비리해서 영 마뜩찮여.”

   “저 이래봬도 건강해요. 한번 보실래요?”

   태섭은 장난스럽게 팔목을 걷어붙였다. 살점 하나 없이 하얀 팔뚝 위로 굵은 핏줄만이 앙상하게 드러났다. 선생님은 푸, 소리를 내며 비웃음을 토해냈다. 레슨생이 하나 둘도 아닌데 선생님은 어찌 내게 이런 사랑을 베푸실까. 태섭은 몸 안으로 따뜻한 기운이 피돌기처럼 퍼지는 것을 느꼈다.

   “촌놈이 서울을 멀다 하지 않고 올라와 열심히 하는 것이 대견해서 그런다. 내가 지방 촌놈 아니냐. 내 어릴 적 모습이 딱 너여.”

   하지만 태섭은 안다. 지난여름부터 레슨비를 제때 내지 못하다가 급기야 줄여야했던 태섭의 속사정을 선생님이 아시고 난 뒤부터라는 것을. 레슨비는 줄였지만 좀처럼 줄여지지 않은 교통비와 식사비만으로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는데, 선생님 덕분에 잠잘 곳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게 어딘가. 식당일을 시작한 엄마의 월급으로 버틸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지만, 태섭은 엄마의 노고를 외면하면서 버텼을 뿐이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찬바람이 뭉텅이로 쏟아져 들어왔다. 요란한 소리로 철교를 내달리던 지하철이 땅속으로 하강하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르던 네온사인이 순식간에 스러져버렸다.

   “내려가서 연습 게을리 하지 마라. 시험 봤다고 다 끝난 게 아니란 말여.”

   “네, 선생님. 자주 연락드릴게요.”

   선생님은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아쉬운 듯 전화를 끊었다.

   “나는 네가 꼭 붙었으면 좋겠다.”

   태섭은 전화기에 한참동안 귀를 대고 있었다. 선생님의 말은 어둠 속에서 따뜻한 불빛처럼 피어올랐다.

 

   고속터미널은 논술시험을 마치고 내려가는 지방 학생들로 몹시 붐볐다. 창구 앞에는 버스표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긴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태섭이 30여 분을 기다려 얻은 버스표는 2시간 후에 출발하는 일반 고속이었다. 좀 더 싼 값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일반표는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감지덕지해야지.

   태섭이 레슨을 서울로 다니기 시작한 뒤 몸에 붙은 생존술은 오로지 견디는 것뿐이었다. 서울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차가 막혀도 견뎌야 했고, 버스를 기다리는데도, 밥을 먹는데도, 레슨을 받는데도 기다리고 견뎌야 했다. 때로는 서서, 때로는 앉아서, 때로는 졸면서 버텼다. 그러는 동안 태섭은 무엇 때문에 자신이 서울 사람이 되려 하는지 생각했다. 속칭 ‘인 서울’에 대한 열망의 정체가 무엇인지.

   레슨선생님은 태섭을 가리켜 ‘지방 촌놈’이라고 말했지만, 태섭은 서울에 사는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지방 천민’에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길은 서울에서 시작되고 서울에서 끝나버릴 뿐, 떡고물 하나 지방에 떨어지는 것은 없다고 느꼈다. 문화적인 행사만 봐도 그렇다. 변변한 무대에 출연하기는커녕 공연 하나 감상하기 힘들다. 그러니 길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 신분상승의 열망인 것도 같고.

   하지만 우리 모두가 발버둥을 쳐서 서울 입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모든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몸과 마음의 진액을 빼 가며 성 앞에 도착한 우리들에게 열린 길은 그저 방을 얻고 등록금을 마련하고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 뛰어들어야 하는 아르바이트 전선뿐 아닌가. 그 길이 곧 내 길이기도 할 테고.

   대합실을 서성이다 빈 의자를 찾아 앉은 태섭은 자신의 어깨에 둘러메고 있던 대금 가방을 두 다리 사이에 세워 놓고 허벅지를 바짝 붙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졸다가 생길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태섭에게 대금은 등에 솟은 혹처럼 몸에서 떨어질 수 없는 신체의 일부였다. 그런데도 친구들 중에는 버스나 택시에 놔 두고 내린 놈들이 종종 있었다. 가격이 어디 서양 악기에 비교가 되겠냐는 사람도 있지만, 몇백만을 호가하는 가격도 만만치 않는 데다 자신에게 맞게 길들이는 동안 들였던 노력과 정성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었다.

   태섭은 고등학교 기간 내내 악기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다. 마음에 맞는 악기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구한 뒤에도 자신의 입에 맞기까지에는 적잖게 품이 들었다.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느라 날렵하고 예리한 무술용 칼을 가지고 다니면서 취구와 청공을 깎아내기도 했고, 반대로 별의별 접착제를 붙여 소리가 과도하게 새나가는 것을 막았다. ‘연주 실력을 닦아야지 악기 타령을 하면 되겠냐’는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악기는 태섭의 몸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그러니 어깨에 멘 대금 가방을 언제든 더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깜빡 졸았나 보았다. 휴대폰이 바르르 떨어 열어보니 정수 형이었다.

   “어, 형? 웬일이세요?”

   “너 오늘 시험 봤담서? 잘 봤냐?”

   “뭐…… 그럭저럭요.”

   정수 형은 타악 전공으로 판소리까지 넘나드는 재주꾼이다. 사물놀이와 북장단을 비롯해 못하는 영역이 없다. 게다가 넉살도 좋아 재담에도 능하다. 놀이마당에 흥을 살려내는 재주는 연륜 많은 선생님들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다. 그러니 좋은 대학을 갔겠지. 그런데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1년 다니고 휴학을 해서 등록금을 벌고 있는 거다.

   “오늘 친구들 모이기로 했담서?”

   “네. 저는 지금 서울이니 좀 늦게 도착할 것 같아요.”

   정수 형은 태섭이 속한 예술고등학교 봉사 동아리 〈비단길〉 회장이었다. 요양원이나 시설 봉사뿐만 아니라 문화 단체의 길거리 공연 등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같이 다니면서 공연을 했다. 정수 형은 태섭의 실력을 일찌감치 인정해준 선배 중의 하나였다.

   “나한테도 오라고 하더라만 못 갈 것 같아 전화했다. 너랑 할 얘기가 있어서.”

   “뭔데요? 형?”

   “시험 끝났으니 이제 시간 좀 있겠다?”

   다양한 장르에 재주가 많다는 점에서 태섭은 정수 형과 궁합이 잘 맞았다. 태섭 또한 대금을 시작하기 전에 애초 사물놀이로 국악에 맛을 들인 터라 꽹과리와 장구 같은 사물놀이에 관심이 많았고 능숙했다. 게다가 판소리 북장단 치는 법을 배워 고수대회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고, 또 가야금에도 관심이 많아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방학 때는 정가의 기본과 심화 과정을 익히기도 했다. 태섭은 제 전공에만 힘을 쏟지 않고 여기저기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다른 전공자들의 눈치를 받기도 했지만, 이내 뭐 그럴 놈이라는 체념을 받아낼 만큼 국악의 맛에 미쳐 지냈다. 그들은 스스로를 ‘잡놈’이라 부르며 어울려 다녔다. 정수 형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태섭은 외제차를 탄 아버지가 학교 앞까지 매일 등하교를 시켜 주는 건설회사 사장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의 회사에 부도가 나기 전인 지난 여름까지의 화려한 추억이지만 말이다. 태섭의 그런 집안 사정을 아는 사람은 유일하게 정수 형뿐이었다.

   “이런저런 공연이 많은데 같이 하지 않을래? 네게도 용돈벌이가 될 테고.”

   그렇잖아도 집에 내려가면 당장이라도 알바를 구할 생각이었다. 편의점이라도 좋고, 대형마트 짐꾼 일이어도 좋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해야 할 상황이다.

   “좋아요, 형.”

   “내일부터 당장이야. 아침 일찍 공연복 챙겨서 우리 집으로 와. 알았지?”

   태섭은 전화를 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좋다고 대답했으면서도 막상 전화를 끊고 보니 뭔가 허전했다. 버스가 플랫폼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고 있었다. 태섭은 허벅지 사이에 세워둔 대금 가방을 메고 버스에 올랐다.

 

   좌석의 안전벨트를 묶으려는 순간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였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느낌이라면 지나친 걸까.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가 없다.

   “버스 탔어요. 지금 출발해요.”

   “어쨌냐? 시험은……”

   엄마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태섭은 무심한 듯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쩌긴요, 그저 그렇죠 뭐.”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태섭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도대체 난 엄마에게 왜 이럴까. 이런 때 빈말로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오죽 좋으냐. 하루 내내 마음 졸이고 있었을 엄마의 마음을 풀어 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말이다.

   “고생했다. 얼른 내려와서 푹 쉬어라.”

   어쩌면 태섭은 엄마와의 사이에 꽁꽁 묶어두었던 뭔가가 터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모른 체했으므로 앞으로도 모른 체 살고 싶다. 집안 형편이 어느 정도인지 안다는 것은 두렵고도 무서운 일이다. 아빠는 왜 집을 떠났는지, 여름 이후 레슨비며 입시를 준비하느라 들어갔던 돈은 모두 어디서 나온 것인지, 엄마의 월급이 얼마인지 태섭은 알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벌이를 자신에게 다 쏟아도 뒷바라지가 용이치 않다는 것을. 돈 떼어먹고 도망가 버린 거래처 사장을 찾겠다며 이 도시 저 도시 전전하면서 간간이 소식을 전해오는 아빠가 사실은 채무를 갚지 못해 몸을 숨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모두 두려운 일이다. 아빠는 지금 낯선 도시의 공사장 인부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썼던 교통비, 식비, 용돈과 레슨비가 아빠의 등에 땀으로 엉겨 붙은 몇 섬의 소금 덩어리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도착하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니까 잠깐 얼굴 보고 들어갈 게요. 조금 늦을 테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알았다. 너무 늦지는 마라.”

   엄마의 목소리엔 감출 수 없는 피로가 짙게 배어있었다. 노동으로 인한 피로보다 태섭의 입시에 하루 내내 맘을 졸였던 까닭일 것이다.

   늦은 밤, 집안일까지 마친 엄마의 푹 꺼진 눈을 볼 때마다 태섭은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엄마도 겨우겨우 버텨 가는 눈치였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별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던 엄마도 생애 처음으로 맞닥뜨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을 테니까.

   애초 누구보다도 품격 있는 삶을 강조하던 엄마였다. 작년 말인가. 태섭이 정수 형의 부탁으로 친척의 칠순 잔치에 뒤풀이 연주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판소리와 대금 독주와 삼도사물로 프로그램을 짜서 잔치의 흥을 돋우었다. 친척은 고마움의 표시로 그들에게 약간의 현금을 봉투에 담아 주었다. 태섭은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봉투를 엄마에게 건넸다. 그러자 엄마는 봉투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런 식으로 칠순 잔치에 가서 푼돈 벌게 하려고 너 대금 공부시킨 게 아니다.”

   어린 나이에 돈에 맛 들이면 예술이 변질된다는 것이 엄마의 주장이었다. 엄마는 굶어죽어도 예술적 자존심을 지키는 예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돈 저 돈 코 묻은 돈까지 걷어 내며 장터의 약장수 같은 광대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태섭은 알 수 없는 수치감에 떨며 발끈 화를 내고 말았다.

   “예인이랑 광대가 뭐가 다른데? 관객은 최선을 다하는 연주자 앞에서만 옷깃을 여미는 법이야.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태섭은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당황한 듯 커다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던 엄마가 떠올라서다. 형편없이 몰락해 버린 지금도 엄마는 그렇게 생각할까. 엄마는 낮에는 밥을 팔다가 밤이면 술집이 되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 주로 주방 일을 본다지만, 음식 솜씨 형편없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설거지 아니면 홀 서빙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껏 엄마가 품격 있는 삶을 주장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이 돈 때문이었다면, 현재와 미래의 품격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 것 또한 돈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품격을 좌우하는 것은 오로지 ‘돈’뿐이다. 고결하고 도도한 품격을 유지하고 싶다면 돈을 소망하는 수밖에.

   아까 정수 형의 전화를 받고 느낀 허전함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을까. 자신의 전공이 푼돈으로 쉽게 환산될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느낀 불안이었을까. 그렇다면 예인과 광대의 길은 어떻게 같고 다른가.

 

   잠이 들었던가 했는데 눈 떠보니 벌써 K시에 도착해 있었다. 휴게소에 들렀을 텐데도 깨지 않고 내처 4시간이나 자버린 것이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모임장소를 알리는 친구들의 문자가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

   “어, 여기야.”

   소주방 문을 열고 태섭이 들어서자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일행 속에서 승원이 번쩍 손을 추켜들었다. 피리를 전공하는 진수와 상진, 타악의 경철, 판소리의 영일과 승원, 가야금의 아름, 대금의 효진까지 여럿이었다. 술잔이 몇 순배나 돌았는지 얼굴들이 모두 불콰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삐딱하게 노려보고 있던 효진이 벌떡 일어서더니 태섭에게 혀 짧은 소리로 비아냥댔다. 술에 취한 효진의 얼굴이 벌겠다.

   “그래, 귀하신 분은 언제나 막장이지. 나 같은 초짜는 초장에 왔으니 먼저 가 봐야겠다.”

   효진이 걸음을 떼려다 휘청, 넘어지고 말았다. 태섭이 엉겁결에 팔을 내뻗자 효진이 거칠게 뿌리치며 소리쳤다.

   “이제 적선까지 베푸시려고?”

   순간, 태섭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야아, 친구 사이에 그렇게 심한 말을……”

   경철과 영일이 효진의 몸을 일으키며 상황을 무마하려고 애썼다. 그들에 의해 억지로 의자에 앉은 효진이 이번에는 맥주잔을 집어 태섭을 향해 내던졌다. 술잔은 태섭의 귓불을 스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영일이 달려온 종업원을 제지하며 부서진 유리조각들을 줍기 시작했다.

   “야, 야, 효진이 더 이상 술 먹이면 안 되겠다. 누가 데려다 줘야 하는 거 아냐?”

   태섭은 효진의 얼굴을 외면한 채 굳은 얼굴로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긴 한숨처럼 연기를 뱉고 있으려니 효진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이 새끼야, 담배 허락받고 피워. 너는 네가 얼마나 재수 없는 놈인지 알기나 해? 날마다 외제차로 출퇴근하시는 자랑스러운 아드님께서 남들 밥벌이 전공까지 싹쓸이해야 직성이 풀리던? 그런 놈이 내게 뭐라고? 네 실력으론 멀었으니 연습이나 열심히 하라고? 이 새끼야, 누구한테 훈계야? 내가 네 정도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이 개새끼야! 너처럼 서울까지 쫓아다니며 레슨비 낼 돈이 없어 이 모양으로 지방에서 빌빌대고 있으니 사람으로 안 보이냐? 앞으로 서울의 대학생 되면 시시대는 꼴 시려서 어떻게 보냐?”

   “야, 안 되겠다. 얘 택시 태워서 보내야겠다.”

   영일이가 효진의 몸을 잡아 끌었다. 경철이가 영일을 따라 같이 일어섰다.

   “놔, 나 안 취했다고!”

   경철과 영일의 손에 이끌려 나가던 효진이 발악을 하듯 외쳤다. 잔뜩 움츠린 채 효진이 문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름이가 따라 일어섰다.

   “내가 효진이 데려다 주고 들어갈게.”

   아름이가 태섭을 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미안해, 대신 사과할게. 효진이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예민해져서 그럴 거야. 말이 과하긴 했지만 틀린 건 아니잖아?”

   태섭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은 그런 태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술집을 빠져나갔다.

   한바탕 시끌벅적한 소동을 치른 뒤 반이나 자리를 비워버리는 통에 분위기가 어색해져버렸다. 그러자 상진이 소주잔을 들어 태섭에게 권했다.

   “야, 술이나 먹자. 뭐 효진이 저만 입시생이냐? 혼자 괴로운 척 똥 폼 다 잡고 있네. 그건 그렇고, 어때? 오늘 시험은 잘 봤어?”

   그렇지 뭐. 태섭은 혼잣말로 주절거리며 앞에 놓인 잔을 집어 한입에 들이부었다. 불길이 내려가는 것처럼 내장이 후끈했다. 오징어 다리를 잘근잘근 씹고 있던 진수가 끼어들었다.

   “야, 그 말을 한 게 언젠데 지금까지 꽁하고 있었데? 하여간 여자들은 놀라워.”

   진수의 말에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승원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나는 효진이 마음 이해해. 우리가 뭐 공부 잘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잖아. 실기가 생명인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재능 없다 식의 말은 사형선고야.”

   승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수가 냉큼 말을 받았다.

   “태섭이 효진에게 그 말을 할 때 나도 옆에 있어서 아는데, 친구이자 같은 전공자끼리 나눌 수 있는 진심어린 충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구.”

   그러자 승원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야 새끼야, 충고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예의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불시에 날아오는 게 칼날이지 충고냐?”

   “하긴……”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승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경철이는 대학 안 가고 바리스타 공부한다더라. 재능도 문제지만 취직 걱정 안 할 수가 없대.”

   “영일이도 그렇잖아. 이혼한 엄마가 벌어 겨우 먹고사는 눈치던데.”

   상진이 한층 어두워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진수가 씹고 있던 오징어를 뱉어내며 소리를 높였다.

   “왜 이렇게 사는 것이 다들 구질구질해? 가난뱅이 국악과라 그런가?”

   “설마 국악과라 그러겠냐. 하여간 지금 우리들 마음은 하나같이 지옥이라는 거지.”

   친구들의 말소리는 태섭의 뇌리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연신 술을 들이켠 탓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잔마다 담겨 있던 효진의 얼굴도, 엄마의 얼굴도 차차 스러져갔다.

 

   “아이쿠, 이런!”

   엄마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자루처럼 무너지는 태섭의 몸을 황급히 부축해 들였다. 늦은 밤까지 어둠 속에서 거실을 서성이고 있던 엄마의 얼굴은 초췌했다. 떼꾼한 눈으로 엄마를 치어다보던 태섭이 엄마 앞에 주저앉듯 무릎을 꿇었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 다 미안해…….”

   태섭은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그동안 꽁꽁 묶어놓았던 의식의 매듭을 헐겁게 풀어버린 모양이었다.

   “왜 그래? 시험 잘못 본 거야?”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엄마가 태섭을 방으로 이끌었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까지 깊게 덮어준 다음, 물기어린 눈으로 태섭을 바라보다가 방을 나갔다. 태섭은 징징대며 울음소리를 늘어놓다가 잠꼬대로 이어졌다.

   효진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다 미안해…… 나란 존재는 왜 태어났을까. 왜 나는 비싼 돈 들이면서까지 음악을 할까. 음악을 안 하면 안 되나? 안하고도 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안하면 뭐해서 먹고 사냐? 뭐 음악을 먹고 살려고 하냐? 그저 좋아서 할 수는 없냐고. 여기 이상주의자 납셨네. 넌 식구들 굶기는 무능한 가장이 되도 좋냐. 게다가 지금 집안 형편도 안 좋잖아. 근데, 너 진짜로 음악을 하고는 싶냐? 응, 죽을 만큼. 음악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형편이 어려워지니 열정이 더 강해지는 느낌이야. 누가 예술에 고난이 필요하댔지? 그렇담 지금 난 수렁을 건너는 중인가? 근데, 사람들은 참 이상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면서도, 나 같은 사람들을 보면 뭐 먹고 살려고 그러냐고 타박해. 잘 먹고 사는데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말이야. 공부에만 목숨 걸고 살라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른 채 살다가 죽어가잖아…….

   밤새 비몽사몽 생각의 변방에서 헤맸던 모양이다. 눈을 뜨니 벌써 아침이다. 머리가 지끈거려 무겁고 불쾌하다. 천장을 보면서 어젯밤 일을 헤집어보던 태섭이 불현듯 정수 형과의 약속을 떠올린다. 용수철이 퉁겨 오르듯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머리 아파할 겨를도 없다.

   공연복부터 챙겨 놓고 태섭은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악기를 메고 집을 나선다. 지금껏 자신이 온실에서 화초처럼 살아왔다면, 오늘부터는 잡풀처럼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거다. 회갑잔치든 칠순잔치든 앞풀이든 뒤풀이든 마음껏 뛰어주마. 예인이 되고 싶은 나를 광대로 만드는 세상, 그렇다면 광대가 되어 세상을 마음껏 비웃어주겠어.

 

 

 

 

작가소개

장정희(소설가)

   소설가. 전남 영광 출생으로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2004년 〈문학과 경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잘 놀기’를 최고 덕목으로 꼽는 저자는 잘 놀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잘 놀기 위한 첫 번째 수칙으로 시간만 나면 여행을 떠난다. 정신없이 일한 끝에 주어진 꿀맛 같은 여행으로 인해 저자는 삶의 깊이를 더해간다. 멀게는 아프리카, 인도, 티벳, 타클라마칸, 몽골……, 가까이는 국내 어디로든 떠난다는 저자는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삶이라고 믿는다.
   2009년 첫 작품집 『홈, 스위트 홈』이 출간되어 문화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현재 광주에서 고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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