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타임머신

 

–<황혼의 타임머신> 재수록을 허락하며-
   

 까마득히 잊었던 아이가 불쑥 나타나, 꾸벅 인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1970녀대초 그 때는 우리도 젊었었는데…..


 그 무렵 나는 학생잡지 <학원>의 편집부장이었으며, 시를 쓰는 30대의 청년이었습니다. 일제시대인 어릴 적부터 SF, 즉 공상과학소설에 심취하여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학생잡지를 편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그쪽 작품들을 자주 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로 외국작품들이었지만…..

 

그런데, 그 때 <학생과학>이라는 잡지가 시인 지기운 씨의 주간으로 발행되어, 당시 <한국일보> 과학부장이던 서광운 선생과 아동문학가 오영민 선생을 위시해서 우리 몇 사람이 서툴게나마 연재 혹은 단편을 싣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끝내는 우리나라 최초의 SF작가클럽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첫 회장은 서광운 선생이었습니다.


 나도 표제작 이외에도 몇 편의 단편과 <잠수함 유격대>라는 중편을 쓴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 해동출판사에서 몇 사람의 글을 모아 전집으로 간행하여 많은 청소년들이 읽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에 얽매어 자유로운 독서 생활을 못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껏 그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독서 지도가 정말 아쉽습니다.


 

 인간은 옛적부터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던 꿈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하늘을 나는 꿈, 물속으로 다니는 꿈, 아니 이제는 달나라에 가고, 전 우주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SF는 항상 과학보다 먼저 앞장서 걸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문예진흥원이 구상하는 <사이버문학광장>은 훌륭한 성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끝으로 그 무렵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황혼의 타임머신>도 외국작품의 번안임을 여기 밝혀 둡니다.


-필자 약력-


   <학원> <주부생활> 편집국장
   금성출판사 편집 상무
   62년 <자유문학>으로 시단 등단
   윤동주문학상 수상
   시집 <물은 하나되어 흐르네> <기다림에도 색깔이 있나보다> 등
   번역서 및 추리소설, SF 몇 편
   민족문학작가회의 자문위원,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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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황혼의 타임머신」을 만났을 때 

 

 

좌 백 (무협작가, 글틴 편집위원)

 

 

제 경우에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70년대에는 읽을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책이 귀한 시절이었지요. 하긴 흑백으로밖에 안 나오는 TV가 동네에 딱 한 대만 있던 시절이었으니 책이라고 넘쳐날 리 없었겠지요. 그에 비하면 요즘은 읽을 것, 볼 것, 가지고 놀 것이 넘쳐나는 시대 같습니다. 그런데 예전보다 책은 훨씬 덜 읽으니 묘한 일이지요. 모자라야 아껴보고 넘쳐나면 소홀히 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사의 법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런 70년대에 저는 강민 선생님이 쓰신 이 작품, 「황혼의 타임머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저조차도 이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어야 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요람에 누워 있을 때인(사실은 포대기에 감싸여 있었지요) 60년대에 『학원』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것이거든요.

 

제게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큰형님이 계셨는데, 물자가 부족한 시대를 살아온 분답게 한 번 산 책은 절대 버리지 않으셨어요. 그런 책들 중에 『학원』이 있었던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1963년 몇 월 호인가부터 1967년까지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있던 책들 중 하나에 강민 선생님의 「황혼의 타임머신」이 있었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 봐도 묘한 소설이었습니다. 타임머신이 등장하니까 SF, 즉 과학소설 같긴 한데 배경은 과거의 어느 시대지요. 그 시대가 또 아주 묘해서 검객이 나오고 공주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가상의 세계를 그린 것이니 팬터지 같기도 하고, 무술을 사용한 활극이 있으니 무협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글틴에 장르소설의 모범이 될 만한 작품을 싣자고 했을 때 이 작품을 추천한 것입니다.

 

장르의 경계는 그리 단단하지 않습니다. 작가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그리고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따라서는 어떤 장르 속에 다른 장르의 장점을 얼마든지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소설처럼 말이지요. 팬터지나 무협, 혹은 SF나 추리라는 특정한 틀에 얽매이는 일 없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범으로서 저는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장르작가로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에서 SF소설은 그다지 많이 창작되지도, 읽혀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는 아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조금 이상한 일이지요. <스타워즈>나 <매트릭스>, <터미네이터>처럼 SF적 장치를 동원한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이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는 상황이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창작된 SF 소설들이 활발하게 번역되어 소개되었지요. 국내 작가도 많지는 않았지만 강민 선생님이나 서광운 선생님처럼 번역을 하고 창작을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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