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시] 문 없는 방

 

[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시]

 

 

문 없는 방

 

 

 

서명진

 

 

 

 

    어린 시절 나는 어두운 우리 집이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은 항상 어두웠다
    작은 창마저 막혀 있어 한낮에도 햇빛조차 들지 않던 검은 방
    그 작고 어두운 방에서 일곱 식구가 오글오글 모여 살았다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내 나이 열일곱 살에 시작한 첫 직장생활.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서 빵 만들 준비를 하고 공장장인 동네 형이 나오면 같이 만들어서 아침 8시엔 빵을 매장에 진열해야만 했다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후에 빵과 케이크를 만들고 저녁이 되면 내일 만들 빵에 대한 준비를 했다
    미리 반죽해서 빨간 통에 담가 놓으면 아침에 숙성이 되어 빵을 만들 수가 있다
    그제야 나는 청소하고 쉴 수가 있었다

 

    내 잠자리는 제과점 내 전등이 하나뿐인 어두운 방.
    여기도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았다.
    자려고 누우면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몇 번씩 깨곤 했다
    제과점엔 정말 쥐가 많았다.
    어른 팔뚝만한 쥐도 여러 마리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그런 쥐들이 수시로 내 방을 드나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불을 켜고 잤다
    불을 끄고 자는 데 한 달이나 걸렸다
    그때야 쥐와 시끄러운 소리에 익숙해질 수가 있었다

 

    천구백팔십오 년 구의동 독일제과점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농사지을 땅 한 평이 없어 엄마는 허드렛일 하러 다니시고 누나와 형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갔다

 

    한 달 일하고 받은 월급 사 만원
    은행에서 첫 통장을 만든 후 시장에서 엄마와 동생들의 선물을 샀다
    그때만큼은 내가 굉장한 부자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늘도 빵을 만든다
    누이를 닮은 보름달 빵
    형을 닮은 곰보 빵
    엄마를 닮은 단팥 빵
    빨간 반죽 통에서 숙성되는 내 가족의 일용할 양식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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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