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음 4 외 1편

 

 

josun-g 조선 마음 4josun-gjosun-g

 

 

 


김현

 

 

 

 

 

기도하자

 

속삭인다
비가 와 속삭인다 비가 와요
속삭인다 비가 오지 속삭인다
비가
오니 속삭인다

 

비가 기도를 지나올 때
그러면 기도하자

 

비의 숨통으로 들어가자
뼈만 남은 손목을 잡고 속삭인다
비의 숨통으로 들어가요 속삭인다
비의 숨통으로 들어가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단내가 나는 입술을 벌리며 속삭인다
비의 숨통으로 들어가자
달콤하게 속삭인다
비의 숨통으로 들어가면
비가 계속 내릴까
내리는 비는 딱 멈출까
비 사라지고 해 뜰까

 

그렇다고 기도하자

 

비의 숨으로 들어가고
비의 결에 서 있어 봐요
앙상한 손목을 손뼈에서 빼내며 속삭인다

 

이곳은 여전히 비가 와
그곳은 어때
잘 듣지 못하고
속삭인다

 

이곳은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어
그곳은 어때
들리지도 않게 듣지도 못하고 속삭인다

 

이곳은 아직도 비가 온다고
그곳은, 그곳은 어떠하기에
도대체 꺼져 가는 분수처럼 울음을 터뜨린다

 

어쩔 수 없어 기도하자

 

비 오는 예배당을 거닐며
속삭인다
이곳은 비가 멈춰 있다 비 사이에서
속삭인다 비는 아래로부터 딱딱해지고
먹구름은 공증인처럼 흘러간다 속삭인다
그곳은 어떠니
왜 아무런 말이 없니
비가 다 부러질 때까지
예배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설 거야
기다릴래
나도 갈래

 

예배당 문이 열린다

 

조선은 화사하다
텅 빈 해변에서

 

눈으로 와 속삭여
조선은 기도하고
조선이 기도하자
눈이 와

 

   josun-g  눈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밤은 두 눈으로 덮인다. 덮이는 것 위로 떨어지는 것. 떨어져서 합쳐지는 것. 합쳐질 때 토해 나오는 것. 눈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는 눈으로 속삭인다. 눈으로 속삭일 때 눈은 내려온다. 내려온 눈은 발등을 본다. 발등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발등에서 산산이 조각나는 것. 그것 비가. 비가 시작된다. 비로부터 시작되는 비가. 들이친다. 두 손을 모으고.

 

   josun-gjosun-g  들을 수 있다. 소리를. 그 소리를. 조각나는 소리를. 조각조각 떨어지는 소리를. 그는 눈을 시작한다. 눈에 가까워진다. 눈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그는 발등에 떨어진 눈동자를 본다. 발등의 눈은 얼굴의 눈을 본다. 비치는 것. 비추는 것. 비껴가는 것. 떨어지는 것. 멀어지는 것. 그것 노래가. 노래가 시작된다. 음으로부터 시작되는 노래가. 두 손을 모으고.

 

 

 

 

 

 

 

josun-gjosun-gjosun-g 조선 마음 6 josun-gjosun-gjosun-gjosun-g

 

 

 

 

 

옛 남자를 생각한다

 

가령

 

낙엽이 멀어졌어
낙엽을 주었구나

 

옛 남자는 옛 생각을 말한다
불멸이 그것이다

 

지금은 닫혀 있으나
곧 열리게 될 저 물건의 뒤

 

유리창이 있다
지금은 부서지지 않았으나

 

훗날 부서지게 될 저 물건의 뒤에
허공이 있다

 

허공으로 붉은 옛날이 멀쩡히
지나간다

 

가령

 

낙엽이 멀어졌어
낙엽을 계속해 보겠니

 

옛 남자는
정신에 의해 만들어진 얼굴

 

노래하던 죽은 사람에 관하여
남는 시간을 내게 주세요

 

가령

 

낙엽이 멀어졌어
낙엽은 하얘지는구나

 

죽은 사람의 얼굴로
죽은 사람이 금이 간 불멸을 깨뜨린다

 

옛 남자는 옛 남자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제 희다 생각하며 슬프다

 

   josun-gjosun-gjosun-g  “좀 더 멀리 와, 좀 더 가까이.” 흩어진 꽃잎을 보았고 실수로 손목을 그었다. 비로소 실감났다. 잠이 깰 때까지 누워서 죽은 남자와 산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일만 지나면 더는 희고어둔지빠귀가 되지 않겠다. 순정이 떨어졌다. 순정은 어디에도 떨어지는구나. 순정은 어디에서든 밟히는구나. 남자는.

 

   josun-gjosun-gjosun-gjosun-g  피곤한데 불을 꺼도 될까? 그럼. 너무 멀리 가지 마, 좀 더 가까이 와. 마음을 들어. 그 빈민가 같은 마음이 들어. 이곳은 아주 컴컴하고 희구나. 빛이 없구나. 어둠으로 환하구나. 잠이 들 때까지 산새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침묵이 흐르고 꽃나무를 흔들고 순정을 뚝뚝 버린다. 더럽혀질 거야. 불멸의 손목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남자는.

 

 

 

작가소개 / 김현(시인)

2009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글로리홀』.

 

 

   《문장웹진 2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