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비 외 1편

 

 

전국에 비

 

 

 


황유원

 

 

 

 

 

어둔 방
창밖으로 들려오는 자욱한 빗소리 속에서
나는 기타를 치고
기타는 허공에
나무 한 그루 심어 놓는다
기타의 목질(木質)이 허공에서 축축이 젖어 가는 사이
나무는 비를 맞아 무럭무럭 자라나고
우리는 그 아래서 비를 그으며
젖은 머릴 말리며 다시
기타를 친다
내가 기타를 치면 참
평화롭다고 너는 말하지
나는 고작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틀렸는지나 생각할 뿐인데 너는 그게
평화롭다고 말하고 진심으로 평화로워지지
나는 어리둥절해지고
내가 치고도 듣지 못한 음악을 너의 입으로 전해 듣고서야
평화로워진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처럼
참 쉬운 평화
그러나 네가 없으면 도래하지 않는
너로 인해 듣는 참평화
어쩌면 이 모든 건
규칙적인 비의 리듬이 가져다준 착각일 뿐
풍부해진 대기가 소리의 울림들을 한껏 껴안고선
공중에 잠시 머물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해 보지만
말해 본들
이미 평화는 왔고
이유 따윈 중요치 않다
이미 전국은 무수한 빗소리를 거느리고 있고
오래 사람이 찾지 않은 숲 냄새 속에서
방은 여전히 어두운 채였는데
어느덧 혼자 남겨진 내가
그곳에서 듣는 빗소리
열린 창 하나만으로
씨앗 속 세상에서
씨앗 밖 세상을 듣는 듯했다

 

 

 

 

 

 

 

 

거대한 환상

 

 

 

 

 

가벼운 새는
풀숲에
풀잎 엮어 집을 짓고
무거운 새는
나무 위에
나뭇가지 엮어 집을 짓는다
그것은 섭리
집은 자기
집주인을 닮았다
그러므로
자기 집이 없는 사람
이를테면
자이나(Jaina) 수행자들은
누운 곳이 곧 자기 집이므로
이 세상이 다 그와 닮고
노숙자들이 한참을 배회하다
잠드는
지하철역과 골목은
점점 노숙자들을 닮아 간다
집을 버린 사람과
집에서 버려진 사람은
아무래도 서로 다른 걸 닮아 가는데
오늘은 텅 빈 뱁새 집 하날
조심스레 따다
식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건 버린 집이 아니라
다 써서 버려진 집
잠시
맑고 포근한 시절의 너를 떠올렸다
물결은 오늘 모든 바다에서
잔잔하게 일겠고
이윽고 식탁에서
없는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투명하게
무음으로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세상은 거의 사라졌다

 

 

 

작가소개 / 황유원(시인)

– 2013년 《문학동네》 등단.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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