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_차세대3차_소설] 너의 봄은 맛있니

 

[2014년 2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너의 봄은 맛있니?

 

 


김연희

 

 

 

 

    나는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잠을 못 잤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다. 친구인 여경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종종 남자 친구 도현과 침대에 누웠다. 그의 품은 자취방의 추위를 잊을 수 있을 만큼 따스하고, 어렸을 적 할머니 품에서 맡았던 눅진한 설탕 냄새가 났다. 달콤한 향기에 취해 있다 보면 도현은 해초처럼 늘어졌다. 하지만 나는 잠들지 못했다. 도현이 잠결에 몸을 뒤척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어나 창가로 갔다. 가로등을 보기 위해서였다. 주홍빛 가로등. 가로등은 골목의 어둠에 저항하는 듯했다. 나는 그 주홍빛을 보며 어떤 동료의식 같은 걸 느꼈다.
    보름 전에도 도현은 내 방에서 자고 갔다. 나는 그날도 몰래 몸을 빼내어 커튼을 젖혔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수많은 눈송이가 세상을 향해 일제히 떨어지는 광경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받은 선물 같았다. 갑자기 첼로의 선율이 머릿속에서 연주되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협주곡. 그 음악을 들으며 나는 춤을 추듯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았다. 눈송이는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모두 다 처음이었다. 한밤중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것도, 눈송이를 보며 클래식을 떠올리는 것도.
    다음날 아침, 세상은 깨끗했다. 가로등 아래의 쓰레기도 흰 눈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 아래는 쓰레기를 모아 두는 장소였다. 그곳에는 항상 샌드백처럼 빵빵한 쓰레기봉투와 각종 재활용품이 쌓여 있었다. 대학가여서 치킨이나 피자 상자나 술병들이 많았다. 그 뒤로 빈 과일 상자들이 블록처럼 세워져 있었다. 근처에 규모가 큰 과일 가게가 있었다.

 

    – 귤이 겨울의 맛이라는 건 당연하지 않아?

 

    어느 날 밤, 여경이 내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여경은 겨울에 귤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내 방에 올 때마다 귤을 사 가지고 왔다. 여경은 나에게 귤 봉지를 건네고, 패딩 점퍼를 벗으며 다시 말했다. “집 앞 가로등 아래에 과일 상자가 있잖아. 거기 귤 상자에 겨울의 맛이라고 적혀 있더라고.” 나는 귤을 까며 “그래?” 하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여경의 말처럼 겨울의 맛이 귤이라는 건 당연하게 느껴졌다. 나는 귤 조각을 여경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귤은 차고 달았다. 여경은 귤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귤이 겨울의 맛인 건 겨울이 추운 것만큼 당연한 거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귤을 겨울의 맛으로 정했다. 내친김에 가을의 맛도 정해 보기로 했다. 가을의 맛은 어려웠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사과지만, 배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가을의 맛을 사과와 배로 결정했다. 여경은 여름의 맛을 정할 차례가 되자 벌떡 일어났다. 엉덩이가 차가워서 여름의 맛을 생각할 수 없다며 침대에서 전기장판을 끌어 내렸다. 나는 전기장판 위로 옮겨 앉았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전기장판의 열기 탓이 아니었다. 작년 여름 첫 엠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과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름에 처음으로 엠티를 갔다. 장소는 서해였다. 낮 동안 바다에 들어가서 놀고, 밤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나는 술을 많이 마셔서 바람을 쐬러 나갔다. 바닷바람이 더운 공기를 살살 흔들고 있었다. 숙소 앞 소나무 길이 꽤 근사했다. 나는 그 길을 걸었다. 그런데 누군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도현이었다. 도현은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도현을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아무 말 하지 않고 따라갔다. 우리는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구멍가게에 도착했다. 가게 안에 테이블 몇 개와 플라스틱 의자가 있었다. 도현은 파삥수를 주문했다. 발음이 이상해서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눈을 찡긋했다. 뒤쪽 메뉴판에 라면, 떠꾹, 파삥수, 라고 적혀 있었다.
    잠시 뒤 빨간색 반바지를 입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테이블에 냉면 그릇을 덜렁 내려놓았다. 냉면 그릇에 고운 얼음이 원뿔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얼음 위에 색색의 시럽이 뿌려져 있었다. 화려한 치마처럼 시럽이 얼음을 뒤덮고 있었다. 과일, 젤리, 떡은 없고, 커다란 숟가락 두 개가 푹 꽂혀 있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도현은 눈을 빛내며 해변에 가서 먹자고 했다. 우리는 파도가 밀려오는 곳까지 갔다. 하늘에는 큐빅 같은 별이 박혀 있었다. 나는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색소의 향기가 진했다. 붉은색은 체리, 노란색은 참외, 파란색은 멜론, 보라색은 포도인 것 같았다. 얼음을 한 숟가락 뜨자 그 아래 팥이 잔뜩 숨어 있었다. 얼음은 우유로 만들었는지 고소했다. 색소에서 풍기는 강렬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우유와 달콤한 팥이 어우러지자 독특한 맛이 났다. 도현과 나는 경쟁하듯 숟가락질을 했다. 그러다 도현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순간, 사이다 맛이 났다. 도현은 입술을 떼며 처음이라고 속삭였다.
    내가 손부채질을 하자 여경이 전기장판 온도를 낮췄다. 여경은 여름의 맛을 수박으로 하자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봄의 맛이었다. 나에게 봄이란 시골 뒷산에서 폭포처럼 피어나는 노란 개나리와 비명을 지르듯 터지는 핑크빛 진달래와 밤새 목 놓아 우는 개구리였다. 아마 여경도 비슷할 터였다. 우리는 둘 다 부모의 사업 실패로 시골에 맡겨져 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동네에 또래는 우리밖에 없었다. 우리는 친자매와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경의 할머니가 이른 봄에 산에서 캐온 냉이로 끓여 준 냉이 된장국을 좋아했다. 그래서 냉이 된장국을 봄의 맛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냉이에 콩가루를 묻혀 끓인 구수한 냉이 된장국을 먹으면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경은 고개를 내저었다. 계절의 맛을 특정인이 만든 음식으로 정할 수 없다는 거였다. 나는 우리끼리 재미삼아 하는 건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지만, 여경은 좀 더 찾아보자고 했다. 봄에 나오는 과일은 많지 않았다. 딸기가 있지만, 요즘은 하우스 딸기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었다. 냉이, 달래, 두릅, 쑥 같은 봄나물은 봄의 맛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미흡했다.

 

*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산부인과 대기실의 공기는 선사시대부터 고여 있었던 것처럼 탁했다. 창문으로 따스한 햇살이 밀려들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날이 풀려서 공기 중에 봄기운이 가득했다. 그러나 내 옆의 여경은 냉랭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둥글게 나온 배를 감싸며 미소 짓는 임산부 사진이 붙어 있었다. 임산부는 온 우주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다. 나는 여경과 임산부를 번갈아 보았다. 여경의 얼굴은 살얼음이 낀 것처럼 경직되어 있었다. 숨이 막혔다. 여경에게 들리지 않도록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진료실 문이 열리고 얼굴이 각지고 체격이 다부진 간호사가 밖으로 나왔다. 여경은 허리를 더 꼿꼿이 세웠다. 간호사가 여경의 이름을 불렀다. 여경이 벌떡 일어나 진료실로 향했다. 나는 왠지 바닥으로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진료실 문이 닫히기 전 여경이 몸을 틀어 나를 보았다. 미소를 지으려는지 입 꼬리가 떨렸다.
    진료실 문이 닫히자 맥이 풀렸다.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목을 젖혔다. 길바닥에 눌어붙은 껌처럼 무력한 기분이었다. 천장에는 전등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시야가 하얗게 바래고, 몸이 가스로 변해 공기 중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눈이 쨍하게 시고 눈물이 났다. 손으로 눈을 문지르는데, 어디에선가 개구리가 울었다. 개구리는 한참 동안 울다가 멈추고 잠시 뒤 다시 울었다. 나는 멍하니 그 소리를 듣다가 급히 상체를 일으켰다. 며칠 전 봄이 온다는 생각에 휴대폰 벨 소리를 바꾼 게 떠올랐다. 빛의 잔상으로 눈앞이 흐렸다. 눈을 감은 채 가방에 손을 넣고 휘저었다.
    개구리는 그칠 줄 모르고 울었다. 대기실에는 나 말고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원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중년 여자와 자주색 야구 모자를 눌러쓴 남자. 그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뒤집었다. 카뮈의 이방인, 파우치, 립스틱, 열쇠, MP3, 지갑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휴대폰은 없었다.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물건들을 주워 담으며 다른 손으로 더플코트 주머니를 더듬었다. 그 사이 개구리 소리가 그쳤다.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와 있었다.

 

    – 아직 자? 나리타에서 비행기 탄다. 이거 보면 바로 연락해. 이륙이어서 전화기 꺼야 해. 사랑해.

 

    도현이었다. 도현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사촌 집에 보름 정도 머물렀다. 오늘이 돌아오는 날이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코트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오후에 만나면 자고 있었다고 둘러댈 생각이었다.
    소파에 앉아 카뮈의 이방인을 꺼냈다. 책표지에 코트 깃을 세우고 짧은 담배를 입에 문 카뮈가 있었다. 그걸 보니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하지만 담배가 없었다. 담배를 사러 나갈 수는 없었다. 나는 읽다 만 페이지를 펼쳤다. ‘그가 고집을 부리는 것은 잘못이고, 그 마지막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나는 그에게 말할까 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말을 가로막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을 덮고 다리를 끌어 모았다.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산부인과 대기실에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압박했다. 이제껏 나는 산부인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결혼하면 남편과 오는 곳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산부인과를 생각하면 답답한 공기와 여경의 살얼음 같았던 표정과 원색 원피스의 중년 여인과 자주색 야구 모자를 쓴 남자가 떠오를 것 같았다. 작년에 교양 과목으로 배운 ‘심리학의 이해’ 교수는 뇌는 뭐든 ‘처음’의 기억에 많은 용량을 부여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처음’은 강렬하다는 것이었다. 그 강의를 들으며 나는 나의 가장 강렬한 처음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가 나를 시골집에 맡긴 날이었다. 그때도 봄이었다. 나는 할아버지 집에 간다는 말에 제일 좋아하는 연분홍 드레스를 입었다. 어깨에서부터 무릎까지 레이스가 층층이 이어지고, 허리에 광택이 나는 보라색 리본을 매는 드레스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에게 나를 안기고 돌아섰다. 나는 아버지에게 닿으려고 말굽자석처럼 팔과 다리를 앞으로 쭉 뻗었었다.
    생각의 흐름이 짓궂게 돌아갔다. 도현은 해변에서 파삥수를 먹으며 나와 한 입맞춤이 처음이라고 고백했었다. 그러나 나는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와 입맞춤을 했었다. 남자 친구의 부모가 집을 비운 날이었다. 우리는 대부 일편을 보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 친구의 뜨거운 입술이 내 입술을 눌렀다. 화면에서는 결혼식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남자 친구는 거침없이 내 몸 구석구석에 도장을 찍듯 키스했다. 열기가 두 몸을 감쌌다. 잠시 뒤 옷을 입으면서 보니 혈흔이 없었다. 듣던 것처럼 아프지도 않았다. 알던 것과 달라서 놀랐다.
    그러고 보면 나의 첫 경험은 배반의 역사였다. 처음 담배를 피울 때도 기침을 하지 않았다. 목을 타고 넘어간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 조금 쓰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주변에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너 원래 골초지? 하고 물었다. 나는 웃었다.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꾸할 말이 궁했다. 처음 술을 마실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어? 너무 쓰다! 맛이 왜 이래? 따위의 말들은 하지 않았다. 시원하고 맛있는 데다가 몽롱해지는 게 좋아서 그런 질문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나는 여경과 함께 처음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대학에 입학하면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기로 약속했었다. 나는 점수에 맞게 여러 대학에 원서를 넣어 수월하게 합격했지만, 여경은 특정한 대학의 건축학과 단 한 곳에만 원서를 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건축학과가 아니면 다닐 의미가 없다고 했다. 예비합격 상태에서 등록 마지막 날 합격 통지가 왔다. 여경은 세상의 모든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맥주 한 잔을 다 마시지도 못하고 테이블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나는 남은 맥주를 모조리 마시고, 여경을 고모네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자취방으로 돌아와 비틀스의 ‘러버 소울’을 들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

 

    자판기 커피를 석 잔이나 마셨는데도 하품이 나왔다. 여경이 진료실에 들어간 지 사십 분이 지나고 있었다. 원피스 여자는 졸고, 야구 모자 남자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계속 눈이 감겼다. 커피를 더 마시면 속이 쓰릴 것 같아서 물을 마시고 스트레칭을 했다. 앉았다가 일어서고, 목과 허리를 돌리고, 팔을 휘둘렀다. 다시 소파에 앉으려는데, 진료실 문이 열렸다. 아까 그 간호사가 접수대 뒤에서 000보호자님,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불렀다. 중년 여자가 먼저 나갔다. 그리고 야구 모자 남자. 그리고 나. 간호사는 환자에게 영양제 수액을 맞힐 거냐고 물었다. 가격은 삼만 원, 오만 원, 칠만 원이었다. 지갑에 육만 원이 있었다. 나는 오만 원짜리를 골랐다.
    간호사는 수액 세 병을 들고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진료실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자 어둑한 복도가 이어졌다. 복도 양옆으로 안 쓰는 물건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쌓여 있었다. 간호사는 아무런 푯말도 붙어 있지 않은 문을 노크도 없이 열었다. 방 안은 캄캄했다. 여자들이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호사가 불을 켰다. 그리 크지 않은 방 안에 스무 명가량의 여자들이 누워 있었다. 초록색 가운 아래로 맨다리가 엿판 위의 엿가락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간호사는 그중 세 여자의 팔에 링거를 꽂았다. 그러고는 가고 싶은 사람은 가도 좋다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문 앞에 누워 있던 여경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여경 옆에 앉아서 이마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어 주었다. 노란 영양제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누워 있던 여자들이 하나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야구 모자 남자가 방으로 들어와서 어떤 여자 옆에 앉았다. 그 주변 여자들이 몸을 돌리고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었다. 이 여자들의 남자 친구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자고 있을까?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까? 밥을 먹고 있을까? 불현듯 도현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피임하지 않은 게 떠올랐다. 이곳에 누워 있는 사람은 여경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제일 마지막으로 병원을 나섰다. 여경은 장 선배를 만나러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산부인과에 다녀왔다고 말하겠다는 거였다. 여경보다 두 학번 위인 장 선배는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임신했다고 말하면 결혼해야 하는 줄 알 타입이었다. 언젠가 브런치를 먹으러 갔을 때도 여자들은 이런 걸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었다. 한번은 장 선배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는 심각한 목소리로 여경이 유학을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여경이 유학을 포기하도록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학을 포기하라고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궁금했다. 여경은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었다.
    장 선배는 몸을 추스르고 만나도 늦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여경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장 선배를 만나고 나서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뿐이었다.

 

*

 

    내 기분은 가라앉아 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밝았다. 내일이 개강이었다. 대학가는 활기가 넘쳤다. 햇빛은 펄을 섞은 것처럼 반짝이고,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아서 생긴 물웅덩이에 파란 하늘이 비쳐서 초현실주의 그림 같았다. 나는 몸을 웅크린 채 자취방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다.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여자들을 보면 산부인과 병원의 그 방이 생각났다. 그런데 봄의 공기에는 마음의 어떤 스위치를 켜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풀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러한 기분의 변화가 달갑지 않았다.
    집 앞 편의점에서 담배와 일회용 라이터를 샀다. 도현의 설득으로 한 달 전부터 담배를 끊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집 앞 가로등 아래서 담배의 비닐을 벗기고, 일회용 라이터의 톱니를 돌렸다.
    담배 연기로 호흡하며 쓰레기봉투 뒤에 쌓여 있는 과일 상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또다시 봄의 맛을 생각하고 있었다. 딸기 상자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딸기는 이미 봄의 맛에서 제외한 터였다. 곶감 상자도 보였다. 주홍빛 곶감은 가을에 수확해서 말리는 것이니 봄의 맛이라고 할 수 없었다. 사과도 가을에 거둬서 저장한 것일 테고, 파인애플은 필리핀산이었다. 나는 담배를 한 대 더 피웠다. 파인애플 상자 아래 귤 상자가 깔려 있었다. 겨울의 맛! 이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담배를 한 개비 더 피우고서 자취방이 있는 집 대문으로 들어갔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은 어둡고 좁았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난간을 붙잡고 쉬었다.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모처럼 담배를 피워서인지, 아침을 먹지 않아서인지, 밤을 새워서인지, 알 수 없었다. 계단 꼭대기에 올라가서 한 번 더 쉬었다. 뺨을 스치는 찬바람이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잿빛 하늘에 생크림처럼 거대한 적란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적란운 주위로 나이프로 문지른 것처럼 흰 구름이 뭉개져 있었다. 눈이 올지 비가 올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쏟아질 기세였다.
    나는 주인집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주인집에 딸린 바깥방이 나의 자취방이었다. 화장실은 주인집과 같이 사용했다. 나무문에 달린 걸쇠를 풀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방 안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 누운 채로 방 안을 살펴보았다. 토마스 기차가 그려진 간이 옷장, 낡은 나무 책상, 책상 위의 도현과 나의 사진이 담긴 액자, 멜론색 의자, 로터리식 텔레비전, 노트북 컴퓨터, CD플레이어, 삼단짜리 CD랙, 녹색 커튼,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사다 둔 적이 없으니 먹을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나는 몇 번이나 눈으로 방 안을 뒤졌다.
    무언가 먹으면 어지럼증이 가실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눈으로 방 안을 헤집다가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유리병을 발견했다. 모래시계 모양의 유리병에 마름모꼴 박하사탕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도현이 준 것이었다. 도현은 그것을 주며 “‘박하사탕’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이 첫사랑 여자에게 준 것이 박하사탕이야. 그 영화를 보고 여자 친구가 생기면 박하사탕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 하고 말했었다. 나는 얼떨결에 받았지만,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단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커피도 또래들이 주로 마시는 캐러멜 마키아토나 바닐라 라테보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아마 그런 이유로 유리병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병은 묵직했다. 나는 벽에 기대앉아 유리병의 코르크 마개를 열었다. 병 안에 고여 있던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으로 느리게 퍼져 나갔다.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박하사탕 몇 개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마개를 닫으려는데 작고 하얀 쪽지가 보였다. 쪽지는 마개 안쪽에 스카치테이프로 고정되어 있었다. 이불 위로 투명한 비닐이 떨어졌다. 비닐에는 머리카락 몇 가닥과 아주 작은 손톱이 들어 있었다. 쪽지는 지구 위 수억 명 중 한 명인 너를 사랑해, 어쩌고 하는 러브레터였다. 나는 추신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 같이 넣은 것은 내 최초의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이야. 어머니가 모아 주신 거야. 소중하게 간직해 줘. 니가 죽어 땅에 묻힐 때 관에 넣고 싶어. 만약 내가 살아 있다면 직접 넣어 줄 텐데.

 

    서리가 쳐졌다. 일어나서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감았다. 휴지 위에 박하사탕과 입에 있는 단침을 뱉었다. 그걸 휴지통에 버리고, 쪽지와 비닐을 유리병 안에 도로 집어넣었다. 코르크 마개를 꽉 눌러 닫아도 단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

 

    나는 유리병을 등지고 줄담배를 피웠다. 편지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숨이 막혔다. 내 인생을 저당 잡힌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담배 연기로 방 안이 부옇게 흐려졌다. 머리가 빙빙 돌고 구역질이 났다. 개구리가 울었다. 여경이었다. 나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허스키하게 변한 내 목소리가 구둣솔처럼 갈라졌다.

 

    – 내가 무섭대.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졌어.

 

    말을 마친 여경이 잠을 자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여경의 고모네 집으로 전화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당장 여경에게 가보고 싶지만 도현과의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경은 지난밤 새벽 두 시에 내 방문을 두드렸었다. 문을 열어 주자 아무 말 없이 텔레비전 앞으로 가서 앉았다. 동이 틀 때까지 우리는 짱구머리 소년의 괴상한 행동과 아이로 변한 고등학생 탐정이 온갖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걸 지켜보았다. 여경은 창밖이 밝아 올 무렵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여경에게 장 선배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여경은 고개를 저었다. 임신해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통곡하듯 울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를 낳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나는 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학을 말릴 정도로 여경에게 집착하던 장 선배가 헤어지자고 하다니.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하늘은 연한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스노볼을 쥐고 흔든 것처럼 공기 중에 눈송이가 퍼져 있었다. 며칠 전 한밤중에 본 광경이 떠올랐다. 춤을 추듯 떨어지던 눈송이와 내 머릿속에 흐르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 협주곡.
    내가 아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협주곡은 카잘스가 연주한 것이었다. 나는 CD랙에서 CD를 꺼냈다. 케이스 뚜껑에 ‘최초의 클래식’이라고 적혀 있었다. 컴퓨터로 인쇄한 글씨를 스카치테이프로 고정해 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 옆의 CD도 꺼냈다. 강동석 사계 CD였다. 거기에는 '최초의 한국인 연주가!’라고 적혀 있었다. 라파엘 쿠벨릭이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한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에는 ‘최초의 교향곡’, 나카야마 미카의 싱글 Stars에는 ‘최초의 일본 여가수’, 롤링 스톤스의 The Rolling Stones에는 ‘최초의 록’, 너바나의 Nevermind에는 ‘최초의 얼터너티브 록’,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에는 ‘최초의 팝’, 김광석의 공연 실황을 담은 CD에는 ‘최초의 한국 가수’, 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전부 다 도현이 선물한 것들이었다. 그의 취향이 나쁘지 않아서 나는 자주 선물 받은 CD를 듣곤 했었다. 그러나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CD랙에서 CD를 전부 꺼냈다. 그것을 박하사탕 유리병 옆에 내려놓았다. 도현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와 앨범도 끄집어냈다. 옷장에서 흰 남방, 흰 바지, 흰 스웨터도 꺼냈다. 흰색 속옷 세트도 박하사탕 옆으로 옮겼다. 도현은 흰색을 좋아했다. 흰색 모자를 쓰고 다니고, 흰 남방에 흰 바지를 자주 입었다. 하지만 나는 흰색 옷을 입으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져서 싫었다. 선물 받은 옷을 한 번도 입지 않았다.
    침대에서 흰색 이불과 침대 커버도 걷어냈다. 그것들을 둘둘 감아 침대 아래에 처박았다. 도현은 나의 이불이 하얘서 내 방에서 자고 간다고 말할 정도로 흰색 이불을 마음에 들어 했었다. 나는 이불 가게에서 가장 저렴한 걸 고른 거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도현은 내 방에서 자고 갈 때면 재빨리 옷을 벗어던지고 하얀 이불로 몸을 둘둘 말았다. 그러고는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전력을 다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절정이 지나고 나면 도현은 또다시 누드 김밥처럼 흰색 이불을 칭칭 둘렀다. 나는 그런 그를 볼 때마다 조금 외로웠었다.
    가로등 아래로 가서 파인애플 상자를 주워왔다. 파인애플 상자에는 필리핀산이라고 빨간 도장이 찍혀 있었다. 거기에 박하사탕 유리병과 그 밖의 것들을 담았다. 창문으로 싸늘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몸이 오싹해서 창문을 닫았다. 어느새 눈이 잦아들고 있었다.

 

*

 

    도현은 약속시간에 정확히 맞춰 나의 자취방 앞으로 왔다. 나는 파인애플 상자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도현은 아직 켜지지 않은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아까 내린 눈 때문에 모든 게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바람이 맑고 시원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맡았던 봄 안개 냄새가 났다.
    -눈이 다 녹았네. 아쉽다.
    안부 인사가 오간 뒤 내가 말했다. 도현은 나에게 작은 상자를, 나는 도현에게 파인애플 상자를 건넨 다음이었다.
    -첫눈도 아닌데 뭘. 어서 열어 봐.
    도현이 준 상자 안에는 도자기로 된 고양이 인형이 들어 있었다. 일식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행운을 부르는 고양이래. 마네키네코라고 불러. 마네키네코는 손을 들고 있는데, 오른손을 들고 있는 것은 돈을 부르는 것이고, 왼손을 들고 있는 것은 사람을 부르는 거래. 그 고양이는 왼손을 들고 있어. 너를 부른다고 생각하고 샀어. 너는 내가 마네키네코를 준 첫 여자야.
    나는 고양이 상자를 도현이 들고 있는 파인애플 상자에 넣었다. 도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말했다.
    -헤어져.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내 귀에 이명처럼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드니 매끈하던 도현의 미간이 일그러져 있었다. 묘한 일치였다. 그러나 얼굴이 일그러진다고 소리가 날 리 없었다. 나는 그 소리가 어딘가 멀리서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은, 가지를 뚫고 잎이 올라오는 소리일지도. 혹은, 땅에서 씨앗이 움트는 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왜? 하고 묻는 도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손가락으로 상자를 가리켰다.
    -싫어.
    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손가락과 자신이 들고 있는 상자를 번갈아 보았다. 나는 그런 그를 남겨 두고 돌아섰다. 계단을 올라가서 주인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화장실에 아무도 없었다.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콧물이 계속 나왔다. 거울을 보니 눈과 코 주위가 빨갰다. 몇 번 더 세수한 다음 방으로 갔다. 불을 켜지 않은 채 방문에 기대어 앉았다. 어스름한 방 안이 텅 빈 것처럼 커 보였다. 무릎을 세우고 팔 사이에 머리를 묻었다. 문자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현이었다.

 

    – 나는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아.

 

    나는 몸서리를 치며 문자를 지웠다. 그리고 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경의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나는 더플코트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공기 중의 봄 안개 냄새가 더 진해져 있었다. 도현은 아직도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그사이 가로등에 주홍빛 불이 들어와서 연극 무대의 핀 조명을 받고 서 있는 배우처럼 보였다. 도현이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보았다. 마음이 아프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이 거울 속 내 얼굴처럼 낯설었다. 큰길에 다다를 무렵, 도현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한 걸음만 더 나가면 골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 속으로 섞여들면 다시는 도현을 만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궁금했다. 나는 침묵이 불러일으키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아니, 당당하게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몸을 돌렸다. 도현은 파인애플 상자를 뒤집어 흔들고 있었다. 쓰레기봉투들 위로 CD가 번쩍이며 낙하하는 중이었다. 박하사탕이 들어 있는 유리병과 액자, 앨범, 흰옷은 이미 떨어진 것 같았다. 잠시 뒤 도현은 텅 빈 파인애플 상자를 쓰레기더미 위로 휙 던지고 어두운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도 몸을 돌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오가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고 내렸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자취방이 있는 골목에서는 아직도 봄 안개 냄새가 날까. 도현이 뒤집어 들고 흔든 파인애플 상자에서 떨어진 박하사탕 유리병은 어떻게 되었을까. 멀쩡할까? 깨졌을까? 나는 유리병이 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하얀 박하사탕이 눈 녹은 길바닥에 흩어져 더럽혀지고 부서지기를 원했다. 갑자기 혀에서 독초가 움트는 것처럼 쓰고 떫은맛이 번졌다. 어쩌면 이게 봄의 맛인지도 몰랐다. 나는 그 쓰디쓴 맛을 기꺼이 삼키며 여경의 고모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 선정평 >

 
청춘의 쓰라린 맛을, 두 쌍의 연인이 헤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그린 작품이다. 청춘의 고단하고 혼란스런 방황은 뻔한 주제이지만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 뻔한 주제를 다시 되살리는 데 나름대로의 솜씨를 보여준다. 여경이 그의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계기, 화자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이유가 대위법처럼 대비적 조화를 이룬다. 4명의 등장인물들의 성격 창조도 흥미롭다.
    이남호 (문학평론가)

 

===== 작가와 6문6답 =====

 

1. 우선 선정된 소감을 간단히 밝혀주세요. ^_^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이 작품을 처음 떠올렸을 때 어디서 무얼 하고 계셨나요?

  구체적인 것들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지만.

 

3. 글을 쓸 때 특별히 듣는 음악이 있다든가, 자기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 것들에서 영감을 받는 편입니다. 책, 영화, 대화, 풍경, 전시, 음악 같은 것들.

 

4. 작품을 발표하기 전(혹은 퇴고를 하신 후)에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있나요?

  본인을 곰이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작고 귀여운 곰이죠. 그녀를 보고 있으면 프랑수아즈 사강과 아이유가 생각납니다.

 

5. 평생 또는 두고두고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소설은 이 세상 모든 걸 다 쓸 수 있어서 마음에 듭니다. 그것도 혼자, 적은 비용으로. 문제는 쓰고 싶은 걸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인 것 같습니다.

 

6. 지금 막 쓰고 있는 (또는 품고 있는) 작품의 예고편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소설을 썼던 한 남자. 그는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머릿속에 어떤 이야기가 주입되었거든요.

 

 

김연희 (소설가)
 

1979년 서울 출생.
2009년 「서천 꽃밭 꽃들에게」 외 5편으로 대산 창작 기금 수혜.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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