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름 짧은 이름 외 1편

 

 

긴 이름 짧은 이름

 

 

 


정익진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보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그녀, 정말 오래 살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리아뇨’ *의 아내로…
밀림에서 고생만 하다 젊은 나이에 죽었다.

 

돌로레스, 넌 일기를 왜 나뭇잎에 새기는지 알 수 없구나.
그 정도로는 어림없어. 압도적으로 뛰어날 수 없다면 평범해지든지.
너의 동생 엔카르나시온을 봐라. 말을 거꾸로 하는 재주가 있어. 그리고
거짓말쟁이 흉내를 얼마나 잘 따라하는지 앵무새의 혀가 굳어버렸지.
강 건너 오두막에서 점심을 먹고 델 산티시보네 꽃집으로 가, 가서
사크라멘토 세 다발을 사와라. 돈 대신 손톱 하나를 빼주고 와야 해.
삶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이란다. 꽃집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주문을 외워야 한다. 에스투피냔, 에스투피냔, 에스투피냔 이렇게 세 번.
우린 사크라멘토의 향기가 있어야 목숨을 유지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지?
집으로 돌아올 때, 아콩카과 山, 천사의 계곡을 찾아 십 년 전 등반 도중
눈 속에 파묻힌 너희들 오빠 오타발로의 시신을 반드시 찾아오도록 해라.
그의 영혼을 달래 주어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단다.

 

그러므로,

 

돌로레스… 집중해라 그리고 황금사과를 두꺼비로 변신케 하라.
엔카르나시온… 태양과의 눈싸움에서 지지 말라.
델 산티시보… 히아신스만 고집하지 말고 다른 꽃들도 골고루 섭취하라.
사크라멘토… 입술보다 눈 화장에 더 신경 쓰기 바란다.
에스투피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문을 열어 주지 말아라.
오타발로… 죽었어도 살아나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린다.

 

두얼, 창얼, 칸, 카라, 려원…
結, 淨, 隱… 그리고… 빛으로 충만한 이름 모를 존재들이여…

 

what’s your name? 주어진 이름이 길든 짧든… 모두 오래오래 살기를…

 

   *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의 등장인물.

 

 

 

 

 

 

 

 

We Our Us

 

 

 

 

 

우리는 핑계를 대거나 잘 지내고 있소만

 

휴가를 보내거나 좀도둑이 되어 가오만

 

우리가 가족을 잃어버리듯 짐승들도

 

우리의 얼굴을 잊고 사오만, 우리가

 

겨울만 되면 왜 산악자전거를 타고 지붕 위를

 

달려야 하는지, 우리는 그럴듯한 존재이오만

 

우리를 그들에게 물어보면 우리는 대답할 길이 없소만

 

그들도 우리를 저버릴 수 없겠소만

 

우리가 어릴 땐 포르투갈 人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알래스카 人이오만 그들이 어떨 땐 인디언이었지만

 

이제는 핀란드 人이오만… 한국어로 투덜거리고 있지만

 

장차 우랄알타이어가 먹힐 것이오만

 

대순진리회지만, 요다음은, 남묘호랭개교로 개종할 것이오만

 

우리가 자신의 주인이고 소유하고 생각합니다만
미안하지만 우리는… 어디서 누구인가, 어떤 이는 우리인가,

 

우리가 무엇으로 갈 것인가 알 수 없소만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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