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선정작 리뷰]어리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2014년도 차세대 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리뷰 ]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 조희애 동화 「해파리 선생님」

 

 

박상률(소설가)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라는 시를 보면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그 시의 운을 빌려 말하자면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다. 사랑조차도 돈에 휘둘려야 하는 자본주의 세상의 어두운 면을 노래한 시이기에, 사랑의 순수 감정이 더 절실하게 여겨지는 시다. 조희애의 동화 「해파리 선생님」을 보면서 자꾸만 그 시의 말투가 겹쳐졌다. 그 시의 말투대로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해파리 선생님」은 교생으로 나온 김해남 선생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동화다. 교생 실습을 나온 김해남 선생을 보고 조아라는 첫눈에 반해 어쩔 줄을 모른다.

 

    “아! 어쩜 저렇게 완벽할까? 인간적으로 너무한 거 아니니?”
    나와 유치원 때부터 친하게 지낸 단짝 조아라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교생 선생님이 우리 반에 온 날 첫눈에 홀딱 반한 아라는 그날 이후 매일 학교에 치마만 입고 오고 있었다.
    “나 꼭 선생님이랑 연애할 거야. 몇 년만 지나 봐. 그땐 선생님도 날 다시 보게 될걸?”
    아라는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넘기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에 반해 ‘나’로 지칭되는 송은하는 김해남 선생이 외계인이라며 증거를 수집한다.

 

    깜빡 깜빡.
    교실 안 형광등이 두어 번 깜빡거렸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교생 선생님이 등장했다. 선생님 손에는 반 아이들이 먹을 아이스크림 서른다섯 개가 든 묵직한 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와아 환호하며 달려들었다.
    나는 책가방에서 파란색 수첩을 꺼내 방금 벌어진 일을 연필로 적었다.

 

    △△년 △월 △일 낮 12시 37분.
    이번에도 역시 교실 형광등이 깜빡거림.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교생 선생님이 외계인이라는 증거는 확실함.

 

    김해남 선생이 아무래도 외계인 같기만 한 송은하는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 본 해파리를 떠올리며 증거 수집에 더욱 열을 올린다. 김해남 선생의 별명이 해파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조아라는 김해남 선생이 외계인이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사실 난 선생님이 외계인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며 아라는 그네를 하나 잡고 앉았다. 그네가 앞뒤로 움직이자 아라의 꽃무늬 치마가 바람에 팔랑거렸다. 나는 그 옆에 서서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아라를 눈으로 좇았다. 아라가 말을 이었다.
    “외계인이면 뭐 어때? 외계인도 사랑은 할 거 아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널 사랑해, 하고는 긴 촉수로 기절시킨 뒤 꿀꺽 삼켜버릴 수도 있다고.”
    “쏭. 너는 왜 선생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선생님이 외계인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해. 지금 우리한테 피해 주는 것도 없는데.”
    “아니, 있어.”
    “뭔데?”
    “그건…….”
    말문이 턱 막혔다. 수위 아저씨 사건이 생각났지만 그걸 말할 순 없었다.
    “그건 지금 말할 수 없어. 나도 아직 조사 중이니까 나중에 정리되면 말해 줄게.”

 

    송은하는 김해남 선생이 아무리 보아도 외계인이다. 그러나 자신이 겪은 사건을 다 말할 수는 없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교생 선생님이 외계인이란 걸 알려줄 증거들은 나에게만 보이는 듯했다. 이를테면 교생 선생님이 긴장할 때 발밑에 물기가 생겨난다든가, 선생님이 나타날 때마다 주변의 형광등이 꼭 한두 번씩 깜빡거린다든가, 남자 손이 매끄럽다 못해 미끄럽다든가, 치아가 가짜처럼 유난히 하얗다든가, 밥을 너무 조금 먹는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흠, 물론 이 중에는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는 증거들도 있다. 하지만 뭔가를 조사할 땐 사소한 것도 놓쳐선 안 된다. 결정적인 증거는 발밑에 숨어 있곤 하니까.

 

    김해남 선생은 교생 실습 기간이 끝나자 학교를 떠난다. 김해남 선생이 떠나감에 따라 송은하가 수첩을 찢어 분리수거함 속에 던져버린 행위는 송은하의 성장으로 읽힌다.

 

    선생님이 떠난 뒤, 나는 학교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내려갔다. 내 손에는 교생 선생님이 외계인이란 증거가 적힌 파란색 수첩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파란색 수첩을 바라보다 작작 찢어 수거함 속에 던져버렸다.

 

    이리하여 마침내 송은하의 외계인 증거 수집 작업도 끝난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출산 휴가를 간 뒤 김해남 선생이 다시 와서 반을 맡는다.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며 대머리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러자 교실 형광등이 수명이 다한 듯 깜빡깜빡했다.
    ‘어라?’
    나는 본능적으로 교감 선생님이 지나온 자리를 쳐다봤다. 하지만 바닥에 물기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김해남 선생은 처음 이 반에 와서 아이들을 만날 때와 똑같이 아이스크림 봉지를 들고 왔다.

 

    교생 선생님, 아니, 김해남 해파리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이 잔뜩 든 봉지를 치켜들고 서 있었다.
    그 순간, 교실 안 모든 형광등이 해파리 선생님을 반기듯 일제히 깜빡거렸다.

 

    송은하가 김해남 선생을 외계인이라 여긴 까닭 가운데 하나인 형광등 깜빡거림 현상은 형광등의 수명이 다해 그랬다. 송은하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교생 선생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설정한 것은 아마도 사랑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송은하식 사랑의 방식이라는 얘기다.
    「해파리 선생님」에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교생 선생이 외계인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은 채 정보를 모아 가는 송은하와 외계인이라도 좋다며 교생 선생을 흠모하는 조아라를 비롯한 친구들의 모습이 비교적 생생히 그려져 있다. 그러기에 끝까지 읽히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진부할 수도 있고 어이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주인공들이 느낄 만한 이야기로 충분하다. 어리다고 사랑을 모르는 바 아니므로!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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