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외 1편

 

 

벽시계

 

 

 


함명춘

 

 

 

 

 

    소년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방에 걸린 벽시계를 날마다 닦기로 했습니다

 

    닦으면 닦을수록 벽시계는 시간을 빠르게 걷게 한다고 믿었습니다

 

    해도 달도 별도 산속의 나무들도

 

    때가 되면 꼬박꼬박 밥도 주었습니다

 

    소년과 벽시계는 한 몸같이 살았습니다

 

    소년이 곧 담장키를 훌쩍 넘을 해바라기가 될 무렵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석 달 후엔 할머니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소년은 벽시계를 날마다 닦아 주었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소년은 벽시계 닦는 일을 멈추었습니다

 

    아빠가 생계 문제로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소년은 흰 광목천으로 벽시계를 둘둘 말아서 다락에 눕혀 놓았습니다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

 

    소년은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누구나 태어나 죽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아주 오래전 벽시계와 한 약속이 떠올라 고향집을 찾아갔습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금 간 데 하나 없는 백자같이 빛을 머금고 서 있었습니다

 

    마당에 핀 복사꽃을 지나 방문을 열어 보니 벽시계가 걸려 있었습니다

 

    아직도 맥박처럼 초침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벽시계를 와락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고 얼마 후 눈을 떠보니 텅 빈 저녁 들판이었습니다

 

    지나는 마을 사람이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시계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라지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쪽 하늘엔 갈 곳 잃은 새 떼처럼 옹기종기 모인 노을이 자릴 뜨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결행

 

 

 

 

 

    김 씨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지 두 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자전거포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가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건 EㆍT라는 영화를 본 직후였다
    외계인 EㆍT를 태운 자전거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를 사로잡았다

 

    당장 고등학교를 때려치웠고 부모 몰래 가출을 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구타를 했고 어머니는 술집 마담이었다
    자전거 회사에 들어가기엔 아직 어려 자전거포 점원으로 들어갔다
    주인은 이 년이 넘도록 청소만 시켰다 숙식만 제공했고 굼뜨다고 몽둥이질은 예사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는 이 년 내에 수리를 터득한 후 다시 이 년 내에 자전거포를 차지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뜻을 이뤘다 간판을 새로 달고 문을 열었다 고철이 돼버린 자전거를 새것처럼 척척 고쳐 주었다
    이제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만들면 되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손님들이 몰려오자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전거포를 일주일에 두 번만 열기로 하였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가출을 한 여고생이 찾아왔다 하룻밤을 재워 준 것이 화근이었다
    딸을 갖게 되었고 딸은 초등학교를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시 이 년 내에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만들기로 다짐했다
    밤낮없이 문을 닫아걸고 불을 켠 채 작업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년이 다된 어느 날, 느닷없이 천둥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이내 벼락같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다시 침묵이 흘렀고 그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자전거포 문을 닫았다

 

    제가 만든 자전거를 타고 전 이제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가 가출을 해서 이 마을에 왔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버릴 동안 신문지상엔 끔찍한 미제 사건들이 오르내렸다
    팔과 다리는 어느 야산에 머리와 몸뚱이는 강가에 버려진 중년 부부 사건이 발생했고
    수차례 몽둥이로 맞은 후 불에 태워진 사십대 중반의 남자 시체가 한강 위로 떠올랐다
    토막 난 채로 하수구에 버려진 이십대 주부와 어린 딸도 발견되었다
    추측과 혐의만 난무할 뿐 물증은 없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판도라 상자처럼 그 누구도 굳게 닫힌 자전거포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걸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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