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궁남지 외 1편

 

 

시월, 궁남지

 

 

 


강은교

 

 

 

 

 

시월, 궁남지에 가면 보아 두게
시드는 것의 위대함을
지는 것의 황홀함을
저무는 것의 눈부심을
푸르르 푸르르 어둠이 오는 소리 들어 두게

 

보아 두게, 애인은 찬란하다
순간은 찬란하다
절망도 찬란하다

 

궁남지에 가면 보아 두게
구불거리는 길로 가는 한 사람, 저물녘에 열린다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어느 햇볕 눈부신 날,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무덤가 검은 덧창을 여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덧창이 된 한 사람을 생각한다

 

    어느 비 무겁게 양철지붕을 두드리던 날,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하늘로 떠간다, 우르르쾅쾅 우르르쾅쾅 먹구름을 마신다, 먹구름이 된다

 

    어느 깊은 꿈 하나 내 살을 펄럭거리던 날, 즐겁게 한없이 가벼워져서, 너를 황금 꽃병에 꽂는다, 살살이 꽃인 너를, 숨살이 꽃인 너를, 내 간절곶인 너를, 아야아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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