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오키나와 외 1편

 

 

오하이오 오키나와

 

 

 


이상협

 

 

 

 

 

추운 비행기를 타고 나는
봄에 미리 와서
흰옷을 입고 나이를 세다

 

손톱을 주웠네 반짝이는 바닷가 끝에서 끝으로
비행기가 날고 오 분에 한 번쯤 귀를 만졌네

 

서울은 눈이 많고 추위가 길고
기후가 나를 출발하게 하는데

 

아무도 모르고 벚꽃까진
멀다 하는데 나는 무수히
무수히 눈을 뜨고 여기는
봄으로 건너뛰는 길인데
기후가 나를 발견하는데

 

우는 사람을 보았네
우는 사람이란 무엇일까 여행지에선
길 잃은 골목이 반갑고 술집이 있네

 

얼음은 울음처럼 덜컥 내려앉네 잔속에
술을 녹여 먹었네 아와모리는 차고
서울은 무섭고 서울은 추운데
휘파람을 불었네 겨울에 부르튼 입술로
이주해 온 봄에서

 

나는 꿈인가 보다 아와모리는 뜨겁고 꿈은 정확하고
실패한 고향이었으면, 잠이 흐르지 않는
남은 어둠 속에서 아와모리를 마셨네
손바닥과 목구멍만 남네 뜨겁게
창밖이 보일 때까지 깨어서
잠들었네 봄의 아침에
골목처럼 지나가는 나는 12월의 공기고 아직 태어날 순 없고

 

우는 사람이 우는 사람을 달래고 있었네
떨림이 떨림을 포개어
제자리로 힘을 돌려놓을 때

 

목소리를 잠그고
비행기를 돌려보내고 매일
비행기를 기다리다
아와모리는 식고
봄은 무엇일까
봄에만 있는 것이 있었네

 

나는 양팔로 맞바람을 끌어안고
‘오하이오 공기인형' 저절로 말했네

 

 

 

 

 

 

 

 

문과 답

 

 

 

 

 

아무도 답이 없었다 그 여름엔
잘못할 일들까지 잘못한 일이 되었다
없는 응답 속에서
미움은 모두 얼굴로 바뀌어 갔다
아무도 주워가지 않았다
혼잣말을
표정을
질문을
사과하느라
가파른 거울이 되어 갔다
끝까지 나를 지켜주겠다던 형은
공초 필터처럼 쓰게 웃었다
존경하는 A는 자기를 지키느라 제주로 갔다
그 여름 시작한 일은 없었지만
끝나는 일은 많았다
거울의 방을 상상할 때처럼
없는 전부를 바라보느라 여름이 갔다
값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아유고잉위드미’를 들을 때도
나는 우울했다
강변의 빛들이 수군대며 뒤를 따라왔다
이런 게 다 길이라면
아무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믿지 않았다
공평하게
막다른 길에선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핸들을 꺾으며 갔다
처음 보는 동네 사람들은
아는 사람처럼 웃음을 흘렸다
그 여름에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나를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문장웹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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