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외 6편

 

 

 

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김미혜

 

 

 

사람을 태우려고 태어난 게 아닌데
공을 굴리려고 태어난 게 아닌데

 

앉아!
돌아!
가만히 있어!
훈련을 받는다.
“말 안 들으면 때려야 돼.”
쇠꼬챙이가 달린 막대기로
머리를 찍힌다.
쇠고랑에 발을 묶인다.
주름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코끼리를 적신다.

 

코끼리를 차마 보지 못하고
뚝뚝 눈물 떨어뜨렸던 아이가 자라서
앉아! 돌아! 가만히 있어!
쇠꼬챙이가 달린 막대기를 든다.

 

누가 코끼리를 울게 했을까?

 

매 맞고 온순해진 코끼리 등에 올라
기념사진 찍는 우리.
코끼리 쇼를 보고
박수치는 우리.

 

 

 

 

 

 

 

개 코

 

 

 

공을 어디 숨겼는지
딱 알고 찾아오네!

 

바람을 개는 코도
눈이야.

 

 

 

 

 

 

뻥쟁이

 

 

 

 

“팔딱팔딱 싱싱하지요?
얘가 시치미 떼고 죽은 척하는 거예요.”
깡시장 생선가게 아저씨
삼치 등을 쿡쿡 누르며 말했다.

 

“삼치가 뻥치는 거여? 주인이 뻥치는 거여?”
할머니가 하하 웃으며
뻥쟁이 두 마리 달라고 했다.

 

반짝반짝 까만 눈동자가 흐릿흐릿
삼치 한 마리 눈이 스르르르 풀렸다.

 

 

 

 

 

 

아기 호박

 

 

 

둥글둥글
탱탱 빵빵
황금
보름달

 

늙은 엉덩이를 탕탕 두드리며 아기가 말했어.
“이건 아기 호박이야!”
“이건 아기 호박이야!”

 

더 늙은 호박 옆에 앉았더니 아기 호박 되었어.
더 커다란 호박 옆에 앉았더니 작은 호박 되었어.

 

 

 

 

 

 

도레미파솔라시도 종을 흔들어요

 

 

 

선모가 부르는 계이름에 맞추어
도미솔 도미솔 라라라 솔 또롱또롱
빨강 노랑 파랑 핸드 벨 흔들 때

 

나는 한 번도 종을 흔들지 못했어요.
내가 들고 있는 보라색 종은 '시' 음을 내는 종.

 

"다른 노래 연주하자."
쪼그라든 내 손을 보고 선모가 말했어요.

 

빨빨파파남남파 초초노노주주빨
아롱다롱 꽃들이 또로롱또로롱
춤추며 피어날 때
시가 있는 노래, 어디에 숨었을까?'
목마른 초롱꽃처럼 고개 숙였는데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한 번 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선모가 시든 꽃을 살려냈어요.

 

그때 짝꿍이 '솔' 핸드 벨을 내밀었어요.
"나랑 바꾸자."

 

 

 

 

 

 

시험 시간

 

 

 

곱셈 나눗셈도 못 하는
네가 5학년 수학 시험을 본다.
1번 답 3번, 2번 답 3번, 3번 답 3번……
척척 답을 적고 점수를 매긴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커다랗고 빨간 동그라미가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네 점수는 100점.
거뜬하게 백 점을 받은 너는
점퍼를 머리까지 끌어올려 뒤집어쓴다.
너는 거북이가 된다.
등딱지 안에 쏙 들어간 거북이
꼼지락 꼼지락.
등딱지 안에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커진다.

 

유리창 넘어온 햇살
네 등을 덮어 준다.

 

 

 

 

 

 

겨울 준비

 

 

 

 

      노랑
    노랑 노랑
노랑 노랑 노랑 노랑
        노랑

 

은행나무가
화르르화르르
황금빛 깃털을 흔든다.

 

사람들이 은행나무를 쬐고 있다.
은행나무를 빙 둘러싸고 가을빛을 쬐고 있다.

 

 

 

   《문장웹진 5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