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편집위원 노트]

 

 

휴식

 

 

이영주(시인)

 

 

 

 

    여름입니다. 태풍이 오려나요. 오늘 따라 숨기 좋은 방을 찾아 비 오는 거리를 쏘다니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삶의 짐이 얹혀 있습니다. 물속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아이들, 아이들을 보며 기나긴 슬픔의 장막에 갇힌 어른들, 먼 나라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다시 죄 없는 아이들이 죽어갑니다. 거리에는 열심히 살아가지만, 기댈 곳 없는 영혼들이 빗물 자국처럼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럴까요. 이곳저곳에서 떠다니는 슬픈 표정에게도, 기쁜 표정에게도 맑은 구름 같은 진정한 휴식 하나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8월은 일상에서 탈출하는 기회들이 시끌시끌하게 모여 있는 신나는 달입니다. 여름이 정점에 오른 달이면서, 그 여름이 떠나갈 자리를 마련해 주는 달이기도 하지요. 휴가 시즌이면서, 말복도 있고요. 지친 몸을 위해 보양식도 먹고, 밤에는 살짝 얼린 수박화채를 냉장고에서 꺼내 먹으면서 공포영화를 보기에 적합한 달. 그리고 친구나 가족들과 낯선 여행지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숲길도 걷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다시 다가올 힘든 일상을 잊는 시간들이 담겨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휴가는 휴식과 동의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휴가를 위해 우리가 달려오고, 그 휴가를 휴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여러 사회적 틀에 맞추려고 의식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멋진 차를 타고 멋진 숙소에 묵으면서 불합리하게 책정된 휴가비용을 맞추기 위해 일상의 여유로움을 포기한 상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 시간들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휴가는 끔찍한 악몽으로 탈바꿈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짜 휴식은 규정된 무엇이 아니라 상처받은 자신을 들여다보며 위안을 찾고 싶은 마음의 시간일 거예요.
    우리는 고도화된 사회에서 우리 자신을 너무 학대하고 살아 왔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학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죠. 사회라는 전투 공간에서 열심히 싸워야 하는 전사의 길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포감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삶에 실패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무서운 사회에 내던져져 있습니다.

 

    휴식. 우리에게는 휴가가 아니라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 휴식.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한 시간. 바보처럼 나를 버려 둘 수 있는 시간. 그렇게 텅 비어서 공기처럼 흐를 수 있는 시간. 오롯이 존재가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시간. 구름처럼 형태를 만들었다가 지웠다가 서서히 사라질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은 우리가 자신만의 휴식을 만들어내는 데서 시작됩니다. 8월에는 좀 쉬어 봅시다. 다정하고 편안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휴식. 자기만의 방식으로 쉬어 봅시다. 우리는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이번 《문장》은 휴식을 위한 마음을 담고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문장웹진》의 <나는 왜> 시리즈가 조혜은 시인을 모시고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판매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감정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나?”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시인의 이야기. 시인의 여러 경험과 에피소드가 특별한 시간을 선사합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와 ‘소설을 펼치는 시간’은 신춘문예 등단 특집입니다. 이제 막 얼굴을 내민 새내기 작가들이 소중한 작품을 보내주셨습니다. 열정 넘치는 신인들의 세계를 신나게 탐험해 볼까요?
    김언수 소설가의 중편연재 「구암의 바다」가 3회를 맞이했습니다. 서사의 힘이란 놀라운 것입니다. 빨려들 수밖에 없는 에너지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에세이 테라스는 이번 호부터 새로운 필자로 참여하는 조재룡 비평가의 산문이 시작됩니다. ‘패자의 숭고함’이라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삶에는 실패하고 영혼은 아름다운 패자들. ‘패자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비평가의 치열한 내면 여행이 어디로 흘러갈지 주목해 주세요. 일독을 권합니다.
    익명소설 코너가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 그동안 연재된 익명소설들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하나의 책으로 탄생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장웹진》이 진정한 휴식의 시간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과 함께 지지를 보내주세요!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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