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_차세대2차_소설] A Stranger

 

[2014년 2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A Stranger

 

 


서동찬

 

 

 

삽화-A-Stranger

 

    강한 바람이 불며 모래가 흩날린다. 조용한 주택가의 2차선 도로 양쪽에는 드문드문 주차된 자동차가 있지만,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마을 어귀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남자는 머리에 상처가 있는지 얼굴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다. 흐르는 피 때문에 눈을 뜨는 게 힘든지 남자는 눈을 빠르게 깜빡이기도 하고,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기도 하면서 비틀비틀 걷고 있다. 그러다 이내 멈춰 서서 주변을 한 번 살피고는 길게 한숨을 뱉는다.
    남자는 다시 비틀비틀 걷다가 또 멈춰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남자는 한 상가 건물에서 슈퍼마켓을 발견하고는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슈퍼 문 앞까지 걸어간 남자는 문손잡이를 붙잡고 당겨보지만 주인이 자릴 비운 건지 문은 열리지 않는다. 남자는 문손잡이를 몇 번 더 흔들어 보지만 여전히 문은 덜컥거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는다. 남자는 얼굴을 출입문에 바짝 붙이고 안을 살피려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 얼굴을 문에 서 떼고는 가만히 서서 문을 쳐다본다. 남자는 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오른팔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문질러 닦는다. 천천히 돌아선 남자는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남자는 움찔하며 다급하게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는 다시 슈퍼마켓 문손잡이를 잡고 세차게 흔든다. 문이 열리지 않자 남자는 빠르게 좌우를 확인한다. 절뚝이며 2차선 도로를 건너 건물과 건물 사이를 향해 빠르게 걸어간 남자는 건물 사이에 몸을 숨기고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재킷 안쪽을 한 번 살핀다. 남자의 재킷 속에는 붉은 빛이 도는 칼 한 자루가 있다. 남자는 품에서 칼을 꺼내 들고는 주변을 살핀다. 그리곤 자신의 발밑에 있는 하수도 구멍에 칼을 던져 넣는다. 달그락 소리를 확인하고 다시 벽에 붙어 서는 남자.
    점점 가까워지는 듯하던 사이렌 소리가 다시 멀어져가고 남자는 벽에 붙어 서서 도로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보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긴 한숨을 뱉는다.
    “후우.”
    남자는 고개를 쭉 빼고 도로가 양쪽을 살핀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건물사이에서 빠져나온다. 남자는 다시 슈퍼 쪽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주변을 살핀다. 남자의 앞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남자를 본다. 남자는 의미 없이 고양이를 멍하니 보다 쪼그려 앉아 손을 내민다. 고양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남자를 보고 있다. 남자는 고양이를 향해 한 발을 더 내딛는다. 그러자 고양이는 뒤돌아 빠른 속도로 남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남자는 괜한 입맛을 다시며 힘겹게 일어선다. 그리고는 다시 도로변을 이리저리 살핀다.
    남자가 서 있는 쪽 길가, 조금 떨어진 곳에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쪼그려 앉아 있는 꼬마가 보인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꼬마를 유심히 쳐다본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꼬마는 손에 무언가를 쥐고 시멘트 바닥에 그림이라도 그리는 듯이 보인다. 남자는 짧은 한숨을 한 번 뱉고 비틀비틀 꼬마를 향해 걸어간다.
    꼬마와 점점 가까워져가던 남자는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왼팔을 들어 자신의 얼굴에 흐른 피를 닦아낸다. 소매를 한 번 확인한 남자는 재킷을 펼치고 자신의 몸에 무언가 이상한 점은 없는지 살핀다. 셔츠 앞부분에 묻은 피를 확인한 남자는 재킷을 여미고 단추 하나를 잠근다.
    고개를 들고 짧게 한 번 한숨을 쉰 남자는 비틀비틀 꼬마를 향해 걸어간다. 남자는 꼬마의 옆에 다다라 멈춰 선다.
    꼬마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의식한 건지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를 들고 남자를 올려다본다.
    “어? 피.”
    꼬마는 오른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한다. 남자는 오른팔을 들어 소매로 이마를 한 번 닦고 꼬마에게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꼬마는 그런 남자를 가만히 보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오른손을 흔들어 보인다. 꼬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보다 다시 고개를 숙인다. 남자는 흔들고 있던 자신의 손을 한 번 보더니 꼬마의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꼬마야. 여기서 뭐하니?”
    꼬마는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자 신경 쓰이는 듯 앉은 자세 그대로 남자의 반대편으로 반걸음 옮겨 앉고는 말한다.
    “엄마 기다려요.”
    “엄마?”
    “네.”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양팔을 뒤로 하고 몸을 살짝 누인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꼬마를 관찰한다. 꼬마는 깨끗한 흰색 반팔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있다. 단정하게 자른 짧은 머리를 한 꼬마는 한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시멘트 바닥에 뭔가를 열심히 끄적이며 남자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뭘 그리고 있는 건지, 쓰고 있는 건지, 나뭇가지를 갈아내기 위한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꼬마의 손은 규칙 없이 움직인다. 남자는 그런 꼬마를 안심시키려는 냥 힘겹게 웃어 보이며 말한다.
    “엄마는 어디 갔어?”
    “아침에 일하러 가셨어요.”
    꼬마는 남자가 신경 쓰이는 듯 남자의 얼굴을 계속 힐긋거리며 대답한다. 그러다 나뭇가지를 쥔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가리키며 다시 말한다.
    “아저씨 피 계속 나요.”
    남자는 가만히 꼬마를 쳐다보다가 오른팔을 들어 다시 소매로 이마를 훑는다. 그리고는 어색하게 활짝 웃어 보인다.
    “넘어져서 조금 다쳤어. 괜찮아.”
    남자는 과장되게 높은 톤으로 말하며 웃는다. 꼬마는 남자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 다시 바닥으로 고개를 돌리고 바쁘게 손을 움직여댄다.
    “엄마는 언제 오셔?”
    “아직 한참 더 있어야 돼요.”
    “그런데 왜 벌써 기다리고 있어?”
    “걱정되니까.”
    남자는 꼬마의 옆모습을 보며 왼손을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으며 말한다.
    “엄마가 걱정이 된다고? 왜? 엄마가 어디 아프시니?”
    꼬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럼 왜 엄마를 기다려?”
    꼬마는 손에 든 나뭇가지를 바닥에다 빠르게 긁어대며 말한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우리 동네에 무서운 사람이 있대요. 그래서 엄마한테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봐…….”
    남자의 미간이 한 번 찌푸려졌다 펴진다.
    “무서운 사람?”
    “네.”
    “그게 누군데?”
    “그건 나도 몰라요. 근데 사람들이 그 무서운 사람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많이 죽었대요.”
    남자는 목을 쭉 빼고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자동차도 없다. 남자는 다시 꼬마의 옆모습을 보며 말한다.
    “그게 무슨 이야기지?”
    “얼마 전부터 우리 동네 사람이 죽기 시작했어요. 벌써 8명이 죽었대요. 그게 그 무서운 사람이 죽인 거래요.”
    남자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품 안을 확인한다. 그리고는 괜히 자신이 입고 있는 재킷을 추스르며 말한다.
    “누가 그래?”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알아요. 그래서 경찰차도 맨날 맨날 다녀요.”
    “경찰?”
    “네. 여기 이러고 앉아 있으면 하루에 몇 번씩이나 지나다녀요. 오늘도 세 번이나 지나갔어요.”
    남자는 앉은 상태에서 목을 쭉 빼고는 또 다시 좌우를 한 번 살핀다. 그리고는 꼬마의 옆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며 말한다.
    “그래서 엄마한테 무슨 일이 있을까봐 걱정돼서 나와 있는 거야?”
    꼬마는 대답대신 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바닥을 긁어대던 꼬마의 손은 다시 천천히 무언가를 적고 있는 듯 움직인다. 남자는 가만히 꼬마의 손을 보고 있다가 말한다.
    “그 무서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는 거야?”
    “경찰도 모른대요. 그 사람은 할아버지, 할머니도 죽이고, 아저씨, 아줌마도 죽이고, 나 같은 꼬마도 죽였다고 했어요.”
    남자는 다시 꼬마의 옆모습을 보며 말한다.
    “그 무서운 사람이 이 동네 사람이래?”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어요.”
    남자는 괜히 양팔의 소매로 자신의 얼굴을 두어 번 닦는다. 그리고는 꼬마의 손과 옆모습을 번갈아 보며 묻는다.
    “근데 넌 안 무서워?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이 동네에 있는데?”
    “난 괜찮아요.”
    “왜?”
    “난 달리기를 잘해서 어른들한테도 이겨요.”
    꼬마는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려 웃어 보인다. 남자는 꼬마의 웃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따라 웃는다.
    “그렇구나.”
    남자는 손을 들고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한다. 꼬마는 남자의 손을 보고 움찔하며 입을 벌린다. 남자는 자신의 손을 멈추고 주먹을 두어 번 쥐었다 내린다. 꼬마는 남자의 손이 제자리로 간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숙인다.
    “경찰 아저씨들이 다니면서 잡아줄 텐데 그렇게 걱정되는 거야?”
    꼬마는 고개를 홱 돌려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인다.
    “꼬마야. 근데 엄마랑 같이 있다가 그 무서운 사람을 만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남자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가득 머금고 묻는다. 꼬마는 물끄러미 남자를 쳐다본다.
    “엄마도 달리기가 빨라?”
    꼬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럼 엄마가 위험하잖아.”
    꼬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잠깐 멈췄던 손을 천천히 움직이며 대답한다.
    “생각을 해봐요. 아저씨가 그 무서운 사람이라면 날 잡는 게 쉬울 것 같아요, 아님, 우리 엄마를 잡는 게 쉬울 것 같아요?”
    남자는 잠깐 생각하다 대답한다.
    “널 잡는 게 쉽겠지.”
    꼬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러니까 그 무서운 사람도 날 쫓아올 거예요. 그 사람이 우리 엄마를 놔두고 날 쫓아오기 시작하면 난 전속력으로 달릴 거고. 그럼 돼요.”
    남자는 꼬마의 옆모습을 가만히 보며 웃는다.
    “그렇구나.”
    “아저씨도 조심하세요.”
    꼬마는 남자를 흘끔 보며 말한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꼬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남자는 고개를 젖히더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다시 꼬마를 보며 말한다.
    “그럼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어?”
    “네.”
    “아빠는?”
    “아빠는 없어요.”
    남자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남자는 다시 바닥을 마구 긁어대는 꼬마의 손을 보며 말한다.
    “꼬마야, 혹시 휴대폰 같은 거 가지고 있니?”
    꼬마는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
    남자는 다시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꼬마야, 혹시 집은 여기서 멀어?”
    꼬마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본다. 그리고는 또 한 번 고개를 가로젓는다.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던 꼬마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저씨, 피 또 나요.”
    남자는 움찔하며 자신의 오른팔 소매로 얼른 얼굴을 닦는다.
    “괜찮아, 괜찮아.”
    남자는 혼잣말하듯 작게 말하며 웃는다. 그리고는 다시 꼬마를 보며 말한다.
    “집이 여기서 가까워?”
    “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를 빤히 보고 있던 꼬마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다 뭔가를 끄적거린다.
    “뭘 그리고 있니?”
    “아무것도 안 그리는데요?”
    “그럼 뭐하고 있는 거야?”
    “그냥…….”
    꼬마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얼버무린다. 남자는 아주 재미있다는 듯 혼자 웃으며 다시 묻는다.
    “꼬마야. 아저씨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
    꼬마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손만 천천히 움직이며 말한다.
    “뭔데요?”
    남자는 꼬마를 보며 침을 한 번 삼킨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저씨가 아까 넘어지고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집에 가서 얼굴 좀 씻고 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꼬마는 고개를 홱 돌려 남자의 얼굴을 본다.
    “우리 엄마가 집에 아무나 데려가면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집에 아무도 없잖아. 엄마도 모를 거야.”
    “그치만 엄마가 절대,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남자는 잠깐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말한다.
    “넌 아저씨가 안 무섭지?”
    “네.”
    “그럼 괜찮아. 엄마가 뭐라고 하면 아저씨가 잘 말해 줄게.”
    “그치만 아저씨는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이제는 알잖아.”
    “아저씨가 누군데요?”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아저씨는 옆 동네에 살아. 이 동네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작은 사고가 있어서 좀 다쳤어. 이제 알겠지?”
    꼬마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남자는 꼬마를 가만히 쳐다보다 말을 잇는다.
    “아저씨가 혹시 나쁜 사람이면 달려서 도망치면 되지.”
    꼬마와 남자는 가만히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있다.
    “넌 달리기를 잘하잖아. 아저씨는 지금 걷는 것도 힘들어. 그래서 네가 달리기 시작하면 아저씨는 널 잡을 수가 없어.”
    남자는 두 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꼬마는 아무 말 없이 남자의 눈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남자는 팔을 내리면서 말한다.
    “혹시 엄마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된다는 이야기는 안 했어?”
    꼬마는 천천히 고개만 가로젓는다.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쉰다. 그리고는 꼬마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 끙끙거리며 자신의 오른손을 재킷 안주머니로 집어넣는다. 잠깐 동안 뒤적거리던 남자는 품에서 둘둘 말린 돈뭉치를 꺼낸다. 남자는 돈뭉치를 만지작거리더니 만 원짜리 한 장을 빼서 입에다 문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돈 뭉치를 다시 재킷 안주머니에 넣고 꼬마를 향해 만 원짜리를 내밀며 말한다.
    “아저씨가 용돈 줄게.”
    꼬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남자는 쥐고 있는 만 원짜리를 어서 받으라는 듯 흔들어 보인다.
    “아저씨가 너무 힘들어서 집까지 못 갈 것 같아. 그래서 물 한 잔만 마시고 싶은데 저기 슈퍼도 문을 닫았잖아.”
    남자는 아까 자신이 들어가려다 실패한 슈퍼마켓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꼬마는 남자의 손가락이 향해 있는 슈퍼를 물끄러미 보다가 남자 쪽으로 고갤 돌리며 말한다.
    “저기 슈퍼마켓 아저씨도 그 무서운 사람한테 당했대요.”
    “그래?”
    남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다시 만 원 짜리를 흔들며 말한다.
    “물 한 잔만 주지 않을래?”
    꼬마는 또 말없이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본다.
    “봐.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면 너한테 돈까지 주겠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도망가라니까. 동네에 경찰서 있지? 그리로 뛰어가면 되는 거야.”
    남자는 자신의 양팔을 벌리고 꼬마를 향해 웃으며 말한다. 꼬마는 가만히 남자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본다. 꼬마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는 어느새 뾰족하게 갈려 있다. 꼬마는 나뭇가지 끝을 가만히 보다가 바닥에 툭 던져 버린다. 그리고는 남자의 손에 들린 만 원짜리를 천천히 받아든다.
    “그래. 물 한 잔만 주면 돼.”
    남자는 웃으며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꼬마는 남자의 눈치를 보며 바지 주머니에 만 원짜리를 집어넣는다. 잠깐 고개를 들고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던 꼬마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는 바닥을 짚더니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꼬마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한다.
    “집이 어디지?”
    꼬마는 손을 쭉 뻗어 남자가 걸어온 반대 방향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쪽이요.”
    “그래?”
    남자는 자신의 바지를 툭툭 털고는 꼬마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말한다. 남자의 손은 피와 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꼬마는 그런 남자의 손을 보고는 움찔하며 어깨를 움츠린다. 움찔하는 꼬마에 놀란 남자는 얼른 자신의 손을 몸 뒤로 숨겨 열중쉬어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는 바지에 손을 마구 비벼 닦는다.
    “아저씨가 좀 심하게 넘어졌거든.”
    꼬마의 어깨에 피와 흙이 섞인 얼룩이 생겼다. 남자는 다시 팔을 뻗어 그것들을 털어 주려다 멈칫 하고는 손을 뒤쪽으로 재차 숨긴다. 꼬마는 자신의 어깨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려 남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본다. 남자는 정장을 입고 있지만 바지와 재킷 여기저기에 흙이 묻어 있고 안에 입은 하얀 셔츠는 부분 부분 붉게 물들어 있다. 남자는 꼬마가 계속 자신을 훑어보자 다시 양팔을 벌리며 말한다.
    “왜? 뭐 이상해?”
    “아저씨, 진짜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남자는 밝게 보이려고 애쓰는 듯 입을 한껏 벌리며 웃어 보인다.
    “그럼. 아저씨는 그냥 넘어져서 다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 돈 주는 것 봤어? 아저씨는 너한테 돈도 줬잖아.”
    꼬마는 자신의 어깨에 묻은 얼룩을 털어 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까 받은 만 원짜리를 한 번 꼭 쥔다.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천천히 뒤돌아서는 꼬마. 남자는 짧게 한 숨을 쉬고는 꼬마를 따라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여기서 집이 보여?”
    “네. 저기예요.”
    꼬마는 50m정도 떨어져 있는 파란 지붕 주택을 가리킨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꼬마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저 파란 지붕이니?”
    “그 옆이에요.”
    남자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어서 가자.”
    꼬마는 뒤돌아 걷기 시작한다. 남자는 천천히 꼬마의 뒤를 따라 걷는다. 꼬마는 뒤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한 번씩 힐긋거리며 걸어간다. 남자는 한 손은 자신의 허리춤에 올리고 한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꼬마를 쫓아 걸어간다. 남자는 잠깐 서서 주변을 다시 두리번거린다. 남자와 꼬마가 걷고 있는 길가에는 여전히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뒤쪽을 한 번 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길을 잠깐 보고 서 있는 남자.
    “뭐하세요?”
    남자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자신을 향해 뒤돌아보고 있는 꼬마를 확인하고는 웃으며 말한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꼬마는 제자리에서 남자가 천천히 자신에게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다. 그리고는 남자가 바로 앞까지 오고 나서야 뒤돌아 다시 걷기 시작한다. 남자는 힘겹게 발걸음을 몇 번 옮기다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반복한다. 꼬마는 한 걸음 한 걸음 바닥을 보며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몰래 뭘 하다 걸린 사람처럼 움찔하며 멈춰 선다.
    “왜?”
    “아저씨 진짜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럼.”
    “진짜 물만 마시고 갈 거예요?”
    “그래. 물만 마시고 갈게.”
    꼬마는 다시 뒤돌아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남자는 짧게 한숨을 한 번 쉬고는 꼬마를 뒤쫓아 비틀거리며 걷는다. 어디선가 또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남자는 움찔하며 주변을 살핀다. 이들의 주변에는 길게 이어져 있는 담벼락뿐이다. 몸을 숨길 곳을 찾지 못한 남자는 자신의 재킷 앞을 여미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고개를 살짝 들어 앞서 가고 있는 꼬마를 확인한다. 꼬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다. 남자는 계속해서 좌우를 경계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꼬마가 또 멈춰 서고 이번에는 걸음을 멈춘 꼬마를 먼저 본 남자가 묻는다.
    “또 왜?”
    남자는 사이렌 소리가 신경 쓰이는 듯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다 왔어요.”
    꼬마는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킨다. 꼬마의 손가락이 향해 있는 담벼락에는 한가운데에 문 하나가 덜렁 달려 있다.
    “여, 여기야?”
    “네.”
    “그래?”
    남자는 문 주변을 본다. 문 주변에는 특별한 것 없이 담벼락만이 길게 이어져 있을 뿐이다. 어느새 사이렌 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들리지 않는다. 남자는 꼬마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인다. 꼬마는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는 주머니를 뒤적여 열쇠 하나를 꺼내 문에 꽂고 돌린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고 꼬마는 열쇠를 뺀 다음 문손잡이를 돌린다.
    문을 열고 꼬마가 들어간다. 남자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꼬마를 따라 문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주변을 살핀다. 두 사람이 들어간 오른쪽에 작은 건물이 있고 정면에는 큰 주택의 옆면이 보인다.
    “뭐해요?”
    어느새 옆에 있는 작은 건물 앞까지 걸어간 꼬마가 남자를 보며 말한다.
    “어. 여기가 너희 집이야?”
    “저기 저 큰 집은 주인아줌마 집이에요. 우리 집은 여기고.”
    꼬마는 문 하나가 달려 있는 작은 건물을 가리킨다. 남자는 건물을 이리저리 살피다 꼬마를 향해 걸어간다. 꼬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문손잡이를 잡고 다시 건물을 이리저리 살피다 안으로 들어간다. 문의 안쪽은 2m정도의 통로가 있고 오른쪽으로 문이 하나, 정면으로 문 하나가 있다. 꼬마는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남자를 보며 말한다.
    “여기가 방이에요. 잠깐 들어가 있으세요.”
    “응? 그래.”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꼬마는 다시 뒤를 돌아 정면으로 보이는 문으로 걸어간다. 꼬마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남자는 꼬마가 정면에 보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열고 들어온 집의 문을 잠근다. 그리고는 천천히 신발을 벗고 문이 열린 오른쪽의 방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방의 한켠에 서서 방 안을 둘러본다. 열고 들어온 문의 오른쪽에는 옷장이 있고 한쪽 구석에는 작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책상 위쪽 벽면에 달린 거울로 천천히 걸어간 남자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아, 더럽게 망가졌네.”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한다. 그리고는 상처가 난 머리를 비춰보다 손으로 대충 털고는 다시 뒤돌아 방안을 살핀다. 책상 위에는 꼬마와 한 젊은 여자가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놓여 있다. 남자는 사진을 집어 들고 눈앞 가까이에 가져가본다. 잠시 사진을 보고 있던 남자는 손가락으로 액자를 톡톡 두드리며 웃는다. 천천히 액자를 내려놓고 남자는 돌아선다.
    엉거주춤하게 서서 연신 방안을 살펴보던 남자는 바닥 한가운데에 앉는다. 잠시 앉은 채로 방안을 살피고 있자니 꼬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꼬마의 손에는 물 컵 하나가 들려 있다. 방으로 들어온 꼬마는 컵을 남자에게 건네고 남자의 옆에 앉는다.
    “여기서 엄마랑 둘이 살아?”
    “네.”
    “엄마는 언제 들어온다고 했지?”
    “아직 안 와요. 밤늦게 올 거예요.”
    남자는 꼬마에게서 받은 물 컵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물 안 마셔요?”
    “어, 잠깐만 쉬었다가 마실게. 아저씨가 좀 많이 걸어왔더니 힘들어서 그래.”
    꼬마는 남자를 물끄러미 본다. 남자는 그런 꼬마를 향해 한 번 웃어 보인다.
    “아저씨. 또 피 나요.”
    “그래?”
    남자는 자신의 소매로 다시 얼굴을 한 번 훔친다. 그리고는 꼬마를 보며 말한다.
    “꼬마야. 미안한데 혹시 수건 같은 것 없니?”
    “아저씨, 물만 마시고 간다고 했잖아요.”
    “그래. 근데,”
    남자는 다시 자신의 이마를 옷소매로 한 번 훔치고 말한다.
    “피가 자꾸 나는 것 같아서 말이야. 피만 좀 닦을게.”
    꼬마는 입술을 한 번 삐죽 내밀고는 다시 방을 나간다. 남자는 얼룩이 진 자신의 재킷 소매를 한 번 보고는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양팔을 허공에 한 번 털어본다. 꼬마가 한 손에 수건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남자는 꼬마가 건네는 수건을 받아들고 피가 흐르는 자신의 상처에 갖다 댄다.
    “아.”
    “많이 아파요?”
    “어? 아니, 괜찮아.”
    “병원 가 봐요.”
    “괜찮아. 그냥 넘어진 거야.”
    남자는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꼬마를 향해 손사래를 치고는 이마에 대고 있던 수건을 뗀다. 수건은 검붉게 물들어 있다.
    “고마워.”
    남자는 손을 뻗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지만 꼬마가 남자의 손을 피해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남자는 머쓱해진 자신의 손을 한 번 보고는 소년을 향해 웃어 보이며 손을 내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옆에 놓아두었던 컵을 집어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하아.”
    남자는 빈 컵을 바닥에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한 번 쉰다.
    “엄마한테 혼나니까 그 수건은 가져가세요.”
    꼬마는 빈 컵을 한 번 보고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엄마한테 혼나? 아, 그렇지. 피 묻은 수건이니까.”
    남자는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는 고개를 들고 다시 방안을 보다가 책상 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사진에 있는 게 엄마야?”
    꼬마는 선 채로 고개를 돌리고 책상 쪽을 본다.
    “네.”
    “넌 엄마 닮아서 그렇게 귀엽게 생겼구나?”
    꼬마는 남자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다. 남자는 꼬마를 보며 씨익 웃어 보이고는 바닥을 짚고 힘겹게 일어난다. 꼬마는 그런 남자를 가만히 보고 서 있다.
    “으으.”
    짧은 신음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꼬마를 가만히 쳐다본다. 꼬마도 남자를 가만히 쳐다본다. 잠깐 동안 서로를 그렇게 쳐다보고 서 있던 두 사람. 남자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꼬마에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꼬마는 남자를 피해 한 발씩 뒷걸음친다. 점점 가까워져오는 남자를 피해 뒤돌아 문손잡이 쪽으로 손을 뻗는 꼬마. 문손잡이를 잡음과 동시에 남자의 손이 꼬마의 손목을 잡는다.
    “왜, 왜 이러세요?”
    뒤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말하는 꼬마를 보며 남자는 웃어 보인다.
    “꼬마야. 어디 가려고?”
    “커, 컵 가져다 놓게요.”
    “컵은 저기 있는데?”
    남자는 방바닥에 놓인 컵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꼬마는 그대로 서서 침을 한 번 꼴깍 삼킨다.
    “가, 가져갈 거예요.”
    꼬마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문손잡이를 돌리려 하지만 손목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 때문에 돌리지 못한다. 남자는 꼬마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향해 돌려세운다. 그리고는 조금씩 옷장이 있는 쪽으로 밀어붙인다. 천천히 남자의 손에 의해 옷장까지 밀려간 꼬마는 떨리는 눈으로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꼬마의 귓가에 바싹 가져간다.
    “꼬마야. 엄마 말씀을 잘 들어야지.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이면 어떡하니?”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잡고 있던 손으로 꼬마의 목을 움켜잡는다. 움찔한 꼬마는 소리를 지르려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입을 벌린 채로 양팔을 휘두른다.
    “아.”
    꼬마가 휘두르는 팔이 남자의 상처 난 머리를 치자 남자는 작은 신음과 함께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자신의 상처를 부여잡는다. 꼬마는 잠깐 그런 남자를 보고 있다가 온몸으로 있는 힘껏 남자를 밀친다.
    “윽.”
    남자는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꼬마는 그 틈에 문까지 달려 문손잡이를 잡고 돌린다. 문이 열리고 꼬마가 열린 문틈으로 발을 뻗으려는데 남자의 손이 꼬마의 발목을 잡는다. 꼬마는 미끄러지며 바닥에 쓰러진다. 남자는 안간힘을 쓰며 꼬마의 발목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아아아아.”
    꼬마는 작은 소리를 내며 남자 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남자는 쓰러져 있는 꼬마를 뒤집어 바로 눕힌다. 그리고는 꼬마의 몸에 천천히 올라탄다.
    “너 날 친 거야?”
    남자는 다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인다. 한쪽 손은 자신의 이마를 짚고 한쪽 손은 꼬마의 머리에 올려놓은 남자는 잠시 웃으며 꼬마를 내려다본다. 꼬마는 다리를 버둥거리며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허리 위에 올라탄 남자의 무게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한다.
    “어른을 때리면 못써.”
    남자는 여전히 웃으며 꼬마의 머리에 있던 손을 천천히 뗀다. 그리고는 자신의 재킷 안주머니로 손을 옮긴다.
    “아.”
    무언가를 꺼내려던 남자는 찾는 물건이 없는지 당황한 얼굴로 더듬더듬 품 안을 살핀다. 그러다 갑자기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는다.
    “컥, 억.”
    남자는 상체를 숙이며 괴로워하고 꼬마는 깜짝 놀라며 남자에게 깔려 있던 몸을 있는 힘껏 좌우로 흔든다. 온몸을 흔들며 조금씩 남자에게서 빠져나온 꼬마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남자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켁켁거린다. 꼬마는 짧게 기침을 하고는 남자를 쳐다본다. 목을 쥐고 발버둥을 치는 남자를 보면서 꼬마는 벽 쪽으로 조금씩 걸어가 벽에 딱 붙어 선다.
    “아저씨 괜찮아요?”
    벽에 붙어선 꼬마는 남자를 보며 묻는다. 남자는 간신히 고개를 들고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꼬마를 본다. 발버둥 치던 남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꼬마는 가만히 서서 그런 남자를 지켜보고 있다. 얼마 후 부들부들 떨리던 남자의 몸에 떨림이 사라지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충혈된 눈을 뜬 채로 꼼짝하지 않는 남자. 꼬마는 잠시 동안 벽에 붙어 서서 남자를 보고 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남자 쪽으로 다가가 발을 뻗어 남자의 팔을 쿡쿡 찌른다.
    “아저씨. 아저씨.”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꼬마는 남자의 옆구리 쪽으로 손을 넣어 낑낑 거리며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바로 눕힌다. 그리고는 남자의 얼굴을 본다. 남자의 어깨를 흔들며 꼬마는 다시 말한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저씨.”
    아무런 반응이 없자 꼬마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방 안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그렇게 서 있던 꼬마는 누워 있는 남자의 옆에 앉는다. 옆에 놓인 빈 컵을 집어 든 꼬마는 컵을 이리저리 살피며 혼잣말을 한다.
    “이건, 생각보다 반응이 느리네.”
    꼬마는 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눈을 뜨고 입을 벌린 채 굳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아저씨. 모르는 사람의 집을 함부로 따라 가는 게 훨씬 위험한 거예요.”
    꼬마는 웃는다.
    “제가 이 동네에 무서운 사람이 있다고 미리 이야기도 해줬잖아요. 남자고 여자고 다 당했다니까, 왜 제 발로 오고 그래요.”
    꼬마는 남자의 재킷 안주머니에 손을 뻗으며 말한다.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내가 자꾸 사람을 죽이게 되잖아요.”
    꼬마는 남자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내들고 이리저리 돈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간다. 잠깐 거울을 보고 서 있던 꼬마는 책상 서랍을 열고 돈 뭉치를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을 닫고 방문 쪽으로 걸어간다. 문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더니 고개를 돌려 남자 쪽을 가만히 보고 있는 꼬마.
    꼬마는 남자를 보며 한 번 씩 웃고는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집을 나간다. 저 멀리 어디에선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 선정평 >

 
전형적인 알레고리 계열의 소설이다. 작가는 잠시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만든 세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플롯 또한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칼날처럼 정확하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은 후엔 선연함만 남는다. 우리가 지뢰처럼 곳곳에 퍼뜨려 놓은 선의와 불신, 오해에 대해서 성찰하게 한다.
    (이기호 / 소설가)

 

===== 작가와 6문6답 =====

 

1. 우선 선정된 소감을 간단히 밝혀주세요. ^_^

  잘 실감이 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즐겁습니다. 최근에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글을 써오고 있었는데 여러모로 힘이 되는 일입니다.

 

2. 이 작품을 처음 떠올렸을 때 어디서 무얼 하고 계셨나요?

  이 작품을 처음 떠올렸을 때는 사실 방에서 누워 있었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처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3. 글을 쓸 때 특별히 듣는 음악이 있다든가, 자기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별히 듣는 음악은 없지만 항상 음악을 듣긴 합니다. 당시 쓰는 글의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곡은 바뀌는 편입니다. 자기만의 습관이라면 특별한 건 없지만 다량의 커피와 담배 정도랄까요. 아주 조용한 곳에서보단 조금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긴 합니다.

 

4. 작품을 발표하기 전(혹은 퇴고를 하신 후)에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있나요?

  특별히 정해진 사람은 없고 글쓰기를 마친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나는 주변 지인에게 보여주는 편입니다.

 

5. 평생 또는 두고두고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직은 손대기엔 큰 주제 같아서 망설이고 있는 이야기는 인간의 탄생과 죽음, 종교와 범죄가 뒤섞인 이야기인데 너무 거창해서 묵혀두고 있는 중이고요.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심리나 편견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쓰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6. 지금 막 쓰고 있는 (또는 품고 있는) 작품의 예고편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 글을 쓰고 나면 ‘이런이런 장르의 글입니다.’ 라고 말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장르 구분이라는 게 보기에 따라선 애매한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해석에 대한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일단, 지금 막 손을 보고 있는 작품은 미스터리물 혹은 스릴러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과 악의 관계나, 사회적으로 조금 문제가 되었던 갑을관계 등을 줄기로 한 글입니다.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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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미있는 삶

잘 읽었씁니다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