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_차세대1차_소설]말레이곰과 스프링벅

 

[2014년 1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말레이곰과 스프링벅

 

 


이진

 

 

삽화_말레이곰과-스프링벅

 

    곰이 탈출했다. 조련사가 점심밥을 주려고 우리 문을 열어 놓은 틈을 타서 동물원 뒷산을 타고 도망쳤다. 아침 뉴스에서는 탈출한 곰은 ‘말레이곰’으로 야생 곰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고 온순한 기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곰은 잡식성이며 기본적으로 온순합니다. 그러나 만일 마주친다면 눈을 피하지 말고 서서히 뒷걸음질 쳐 달아나십시오.

 

    눈을 피하지 말고 서서히 뒷걸음질 쳐 달아나십시오.
    나는 앵커의 말을 혼잣말로 따라하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깎았다. 요 며칠 발톱 깎기를 깜박했다가 스타킹을 두 켤레나 해 먹었다. 투명 매니큐어로 올이 나간 부분을 메워서 신었지만 며칠 못 가서 버려야 했다. 새 스타킹을 꺼내 신고 출근용 원피스를 입었다. 임용고시에 합격했을 때 백화점 세일 판매대에서 산 모직 원피스는 육 년을 내리 입어 허옇게 보풀이 일어났다. 대충 파우더와 립스틱만 바르고 집을 나섰다.
    현관에 서자마자 이마가 찌푸려졌다. 어제 저녁에 가지런히 정리해 둔 신발들이 엉망진창으로 흩어져 있었다. 여동생은 오늘도 새벽녘에야 기어 들어온 모양이었다. 신발들을 대충 밀어 치우고 출근용 단화를 신는데 벗겨진 앞코가 눈에 거슬렸다. 깨끗한 새 구두는 동생이 신고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동생은 내가 일 년에 한 번 새 구두를 사기만 하면 귀신같이 알고서는 끌고 나갔다.
    하는 수 없이 앞코가 까진 단화를 신고 출근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깨끗하고 고요했다. 언제나 아이들이 없는 학교였으면 좋겠다. 다만 그곳은 이미 학교가 아닐 테지만. 나는 교무실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흐트러진 머리를 빗었다.
    “정 선생님, 주말에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네? 뭐 말이에요?”
    “에이 모르는 척은. 주말에 소개팅 했다면서. 증권사 다닌다며?"
    “아, 네. 괜찮았어요.”
    젊은 여교사들이 옆자리 정 선생님 주위에 모여서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에 아닌 척 귀를 기울이며 수행평가 내역을 전산 시스템에 입력했다. 마지막 소개팅을 해본 게 언제였더라. 내가 어머니의 희망을 이뤄 드리는 길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돈 잘 버는 남자를 잡는 것, 하나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을 얻는 것. 가능하면 두 개를 다 이루어 보려 했지만 결국 둘 다 이루지 못했다.
    한 덩어리의 아이들이 복도를 내달렸다. 뛰지 말라고 고함을 질러도 들은 척 만 척 “선생님 안녕하세요”를 메아리처럼 남기고 신나게 굴러갔다. 아이들은 항상 무리를 짓는다. 초원을 달리는 영양 떼처럼.
    “쌤, 안녕하세요.”
    복도 끄트머리 계단 위에서 그 아이가 나에게 인사했다. 한겨울에 체육복 바지를 무릎 위까지 걷어 올린 채 씩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무릎부터 정강이까지 한 뼘 넘게 벗겨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다쳤니?”
    “축구하다 넘어졌어요.”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고는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 아이를 보면 네 발굽에 용수철이 달린 것처럼 통통 뛰어다니는 초식동물이 떠오르곤 했다. 이름에도 용수철이라는 말이 들어간 짐승이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놀러 간 동물원에서 나는 그 짐승이 뛰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서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남아 기다렸더랬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 짐승은 내 앞에서 통통 뛰어오르지 않았다.
    나는 계단을 세 개 네 개씩 힘차게 뛰어오르는 아이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영양처럼 길고 가느다란 다리가 하얗게 빛났다. 스프링벅(Springbok). 뒤늦게 통통 뛰는 그 짐승의 이름이 기억났다.
    스프링벅을 닮은 그 아이는 맨 뒷줄에서도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가 컸다. 중학생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빠르게 자랐다. 키 크고 잘생긴 그 아이는 성적은 중간을 밑돌았지만 운동은 곧잘 했다. 장래희망 조사에는‘연예인 매니저’라고 적어 냈다. 따르는 아이들이 대여섯 명 있고 그 무리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아이였다. 몰려다니기는 했지만 눈에 띄게 말썽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
    스프링벅 무리들은 어른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일진 놀음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요즘 애들은 국회의원 뺨치게 약아빠졌거든. 대학 시절 과 톱이었던 선배는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는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했고 사랑하는 만큼 증오했다. 나는 그 선배처럼 아이들을 증오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신경을 쓸 만큼 사랑하지도 않았다.
    나는 스프링벅을 눈으로만 좇을 뿐이었다. 약 팔십 평방미터의 사각형 교실이라는 작고 안전한 공간 안에서만.

 

    수업 시작 벨이 울린 지 한참이 지나서야 양호실에서 돌아온 스프링벅은 빨간약을 바른 다리를 옆 분단 아이에게 자랑하며 킬킬거렸다. 내가 주의를 주자 스프링벅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쌤, 이거 보세요. 피 멎으라고 발랐는데 피가 더 나는 것 같아요.”
    스프링벅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에 나는 흠칫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여자 아이에게는 절대 나지 않는, 오래 묵은 간장 같기도 하고 삶은 달걀 노른자 냄새 같기도 한, 남자 혼자 사는 자취방의 이불과 싱크대와 세면대에 놓인 칫솔에 밴 눅눅한 냄새. 나는 처음으로 사귀고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남자를 떠올렸다. 함께 임용고시 준비를 하던 동기였다. 동기라지만 삼수를 한 나보다 두 살 어린 아이였다. 그 아이는 세수와 목욕은 잘했지만 청소와 빨래는 손을 놓고 살았다. 참다못해 내가 청소와 빨래를 도맡아 해 주었지만 방 안의 찌든 냄새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거 남자 숫내야. 위로 오빠 세 명을 둔 친구는 총각이 결혼해서 여자와 같이 살면 자연스레 없어지는 숫내라고 했다. 한창 이차 성징을 겪고 있는 사내아이 서른세 명이 가득한 교실에 여자는 나 혼자뿐이었다. 서른세 명의 숫내를 지우기에 나 혼자서는 중과부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옛 남자 친구의 방에 배어 있던 숫내도 끝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육 년 내내 그 방에서 함께 살다시피 하며 섹스를 했는데도. 나에게는 선천적으로 여성호르몬이 부족한지도 모른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서인지 생리주기도 불규칙했다. 내 딴에 열심히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어도 별다를 것 없었다. 애초에 패션 감각이라는 것이 없는 탓이었다. 패션 감각을 키우려면 돈이 든다. 나는 여학생들이 애용하는 국산 저가 화장품만 사서 썼고 한 번 산 옷은 보풀이 일어날 때까지 입었다. 드라이클리닝 값 칠천 원이 아까워 값나가는 모직 코트나 오리털 점퍼도 하나하나 손으로 빨아 말렸다. 우리 집에 사는 세 여자 중 나처럼 악착같이 아끼며 사는 여자는 나 하나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혼자만 항상 쪼들렸다.
    “쌤은 언제 결혼해요?”
    스프링벅이 대뜸 물어 왔다. 교실 뒤쪽에서 스프링벅의 부하 아이들이 이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 아이의 말 한 마디로 내가 전력을 다해 쌓아 놓은 수업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스프링벅을 근엄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책이나 봐.”
    실은 나는 스프링벅의 이마를 보고 있었다. 연한 갈색으로 탄 잘생긴 이마 한복판에 커다란 여드름 두 개가 나 있었다. 여드름 꼭대기가 반투명하게 농익은 것이 며칠만 놓아두었다가 엄지손가락 두 개로 살짝 비틀어 주기만 하면 시원하게 툭 터질 텐데. 나는 햇볕이 잘 드는 방의 창가에 스프링벅을 앉혀 놓고 여드름을 짜주는 상상에 빠져들었다. 사춘기성 여드름은 하루만 지나도 다시 돋아날 테고, 나는 다음날과 그 다음날에도 새로 돋아난 여드름을 계속 짜줄 것이다. 여드름은 이마뿐 아니라 볼과 턱에도 날 테고 어깻죽지와 등판 여기저기에도 돋아나겠지. 샛노란 고름이 톡 터져 나오는 순간 스프링벅은 얼굴을 찡그리며 아프다고 호소할 테고, 나는 그 아이의 탄탄한 등판이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한 대 찰싹 내려치며 남자가 그거 하나 못 참고, 라고 웃음기를 담아 꾸짖어 줄 것이다.
    스프링벅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변성기를 지나 굵직해진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쌤도 골드 미스예요?”
    순식간에 나는 상상에서 깨어났다. 스프링벅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느물거렸다. 제압당한 나는 스프링벅의 시선을 피해 물러났다. 사내아이들이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저녁상을 차려 놓고 내가 퇴근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은 집을 비웠는데 집보다 교회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어쩐 일로 집이에요?”
    냄비째로 올린 된장찌개에서 내가 질색하는 돼지고기 비계 냄새가 피어올랐다. 한 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 힘든 어머니가 밥상까지 차려 놓고 나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다는 뜻이었다.
    “넌 언제쯤 결혼할 거니?”
    몰라요. 때 되면 하겠죠. 아님 말구.
    “어제 신문에서 봤는데, 노산하면 애한테 아토피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더라.”
    그럼 선이라도 보여주시든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누구는 아토피 앓는 애라도 낳기 싫어서 안 낳고 버티는 줄 알아요?
    “참, 지난 주일에 우리 권사님이 은근슬쩍 물어보대. 따님이 학교 선생님 하신다면서요, 하고. 권사님 막내 조카가 H건설 대리인데 아직 홀몸이라더라. 연대 토목학과 나오고.”
    그야 어머니는 딸내미가 서른한 살 노처녀라는 소리는 권사님한테 하지 않으셨겠죠. 나는 마음속으로만 수없이 말대꾸했다. 천성 소심한 주제에 천둥벌거숭이 같은 사내아이들 앞에서 하루에 다섯 시간씩 끝도 없이 떠드는 직업을 굳이 택한 이유는 줄기차게 떠들어대다 보면 내 속에 켜켜이 쌓인 말들을 조금이라도 살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 참고서 내용을 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속에 쌓이는 말은 오히려 더욱 많아지기만 했다. 교사 생활 육 년이 넘어서야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애초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명희야.”
    “……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내가 대꾸를 했으니 이제 진짜 용건이 나올 차례였다.
    “내가 급하게 필요한 데가 생겨서 말이야.”
    그러면 그렇지.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지난달에 이백만 원 드렸잖아요?”
    “그게 턱도 없다더라. 최소 천오백은 있어야 점포를 알아본다고…….”
    어차피 이럴 생각으로 상 차려 놓고 기다리는 흉내 낸 것 뻔히 아는데 뭐 하러 노산이니 맞선이니 사설을     펼쳐서 사람 기분을 잡쳐 놓아요?
    이번에야말로 나는 어머니에게 한바탕 쏟아 부어 줄 작정이었다. 그러나 한 발 앞서 어머니의 장탄식이 시작되었다. 선수를 빼앗긴 나는 결국 어머니에게 돈 천만 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어머니와 나, 애초에 승패가 정해진 게임이었다. 목적을 달성한 어머니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진짜다. 너 시집가기 전에 이자 두둑하니 얹어서 돌려줄 테니까 두고 봐.”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나는 의미 없는 으름장을 놓고 일어났다. 어머니는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처럼 곱게 화장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저녁 안 먹니?”
    가식적인 눈빛에 식욕이 뚝 떨어졌다. 집 앞 편의점에 소주를 사러 나갔다.

 

    “일어억?”
    1학년 음악 담당 박 선생님이 메조소프라노 음정으로 소리쳤다. 오늘 점심시간의 화제는 올해 서른한 살로 나랑 동갑내기인 정 선생님의 적금 액수였다. 옆 반 담임 이 선생님이 민망해하는 정 선생님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정 선생이 진짜배기 골드 미스라니까요. 대학 때부터 적금 부었는데 지금껏 한 달도 빼먹은 적이 없대요.”
    “우리 연봉 뻔한 거 다들 아는데, 그 나이에 벌써 일억을 모아? 시집 자금 마련했으니 이제 남자만 들여놓으면 되겠네.”
    “남자 친구 아직 없지? 잘 골라, 잘.”
    “정 선생 같은 또순이가 어련히 잘 고르겠어? 그나저나 어쩜 그렇게 돈을 잘 모았어? 재테크 비결 좀 가르쳐줘 봐.”
    “에이, 저는 돈 굴릴 줄도 모르고 쓸 줄도 몰라서 월급은 무조건 엄마한테 맡기고 용돈 받아썼거든요. 다 엄마 덕분이죠.”
    선배 교사들의 질문 공세에 정 선생님이 수줍게 대답했다. 조신한 말투와는 달리 눈빛이 자신만만했다. 가느다란 몸에 참한 관상을 지닌 정 선생님에게는 소개팅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지참금 일 억을 쥔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졌으니 앞으로는 더욱 많은 소개팅이 들어오겠지.
    일억……. 어머니만 없었으면 나도 일억을 모았을 텐데. 누구는 어머니가 딸내미 돈을 굴려 주는데 누구 어머니는 돈 까먹기에 바쁘다. 해묵은 억하심정이 북받쳐 올랐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쳐다보며 입으로 시래깃국을 날랐다. 맞은편에 앉은 정 선생이 신은 새하얀 에나멜 수제화의 앞코가 정 선생의 눈빛처럼 자신만만하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무심코 발을 의자 뒤로 빼서 닳아빠진 내 단화를 숨겼다.
    아이들이 공을 차며 소리 질렀다. 사내아이들은 점심시간 내내 쉬지 않고 뛰어놀았다. 나는 자판기 종이컵을 한 손에 쥐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 버릇대로 스프링벅을 찾아보았다. 스프링벅은 항상 점심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총알처럼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곤 했다.
    너른 운동장을 헤매던 내 시선이 마침내 머무를 곳을 찾았다. 스프링벅은 빨간약을 바른 긴 다리로 종횡무진 뛰어다니고 있었다. 스프링벅이 골대 한가운데로 슛을 날리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엉덩이를 반쯤 띄웠다. 그러나 골키퍼를 맡은 아이가 두 손을 내밀어 슛을 막아내고 말았다. 스프링벅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누가 내 공 막으래?”
    스프링벅은 갑자기 골키퍼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골키퍼 아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스프링벅에게서 달아났다. 그러나 스프링벅은 긴 다리로 골키퍼 아이를 금방 따라잡아 목을 끌어안고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흙먼지가 노랗게 일어나며 한 덩어리가 된 두 아이를 뒤덮었다. 스프링벅은 땅에 드러누운 골키퍼 아이의 허리 위에 올라앉아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열댓 명의 아이들이 바닥을 나뒹구는 두 아이를 둘러싸고 웃어댔다.
    장난치는 걸까. 나는 벤치에서 엉덩이를 반쯤 뗀 채 갈등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의 싸움은 어린 고양잇과 맹수들이 서로 장난치고 뒹구는 것처럼 보였다. 스프링벅이 새로운 펀치를 날리기 위해 오른팔을 치켜 올릴 때마다 아직 가느다랗지만 탄탄하게 힘줄이 오른 상박이 정오의 햇빛에 빛났다. 정말이지, 좋은 날씨였다.
    “이놈들!”
    마침 나타난 체육 선생이 고함을 지르며 운동장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어서 빨리 달아나. 나는 속으로 스프링벅을 응원했다. 스프링벅과 아이들은 민첩하게 사방으로 흩어져 한 명도 잡히지 않고 달아났다. 스프링벅에게 두들겨 맞던 골키퍼 아이는 길게 드러누운 채 움직이지 않았다. 체육 선생이 혀를 차며 골키퍼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제야 나는 골키퍼 아이 또한 스프링벅처럼 우리 반 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는 골키퍼 아이를 데리고 교실로 돌아갔다. 골키퍼 아이의 퉁퉁 부은 얼굴은 누런 흙먼지와 눈물과 코피로 엉망진창이었다. 아이는 어디를 쳐다보는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나는 이 아이가 사팔뜨기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몇몇 반 아이들에게‘사시 병신’이라 불리며 놀림을 받는다는 사실도.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뭐 하다 이렇게 다쳤어?”
    아이는 고개를 수그린 채 웅얼거렸다.
    “……잖아요.”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달팽이처럼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탁한 목소리에 나는 이마를 찌푸리며 되물었다.
    “뭐? 방금 분명히 뭐라고 하지 않았니?”
    아이의 목소리는 한층 더 음침해졌다.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지가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뭐라고 할 도리가 없다. 나는 아이를 남겨 두고 교실을 나갔다.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준비할 시간이 늦어버렸다.

 

    스프링벅의 이마에 돋아난 여드름은 하루하루 붉게 농익어 갔다. 스프링벅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아이를 불러 세워 여드름을 짜주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내가 빌려준 천만 원을 정체불명의 자영업자에게 투자했다. 그 자영업자가 어머니가 요즘 만나는 남자인 모양이었다.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연대 나왔다는 권사 아들과의 선 이야기는 이후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사팔뜨기 골키퍼 아이는 눈이 사팔뜨기라는 것만 빼고는 딱히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사팔뜨기 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광적으로 좋아했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수업시간에 몰래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스마트폰을 압수당하곤 했다. 아이들 앞에서 벌도 줘보고 교무실로 불러다 크게 혼을 내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렇게 말 안 듣고 딴 짓을 하는데도 사팔뜨기 아이의 성적은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으며 특히 국어 점수가 높았다. 사팔뜨기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네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했고 수학여행비나 급식비를 빼먹는 일도 없었다.
    말하자면 사팔뜨기 아이가 문제아로 분류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우리 반에는 사팔뜨기 아이를 맹렬하게 놀려대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그중 하나가 스프링벅이었다.
    “야, 사시 병신아. 이거 몇 갠 줄 알겠냐?”
    쉬는 시간마다 스프링벅은 사팔뜨기 아이의 책상 위에 올라앉아 그 아이의 눈앞에 손가락을 흔들며 도발했다. 그러면 스프링벅의 추종자들이 스프링벅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사팔뜨기 아이 얼굴 앞에 손가락을 흔들어댄다. 사팔뜨기 아이는 책상에서 일어나 도망쳤지만 스프링벅은 긴 다리로 뛰어 두세 걸음 만에 사팔뜨기 아이를 따라잡아 구석에 몰아넣고 더 심하게 놀려대곤 했다. 가끔 쉬는 시간에 교실을 들여다보면 높은 확률로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스프링벅은 사팔뜨기 아이를 때리거나 돈을 빼앗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 눈이 미치는 곳에서는.
    그러고 보니 학기 초에 단 한 번, 사팔뜨기 아이가 교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아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했고 나는 그 아이에게 무슨 대답을 했던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날을 기억하는 것은 아침부터 돈 타령을 하는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삼십 분이나 지각을 해서 학년 주임에게 혼쭐이 난 날이기 때문이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나는 뒷문으로 들어가 스프링벅의 등을 때렸다.
    “그만 자리에 가 앉아.”
    스프링벅이 나를 돌아보았다. 햇볕에 탄 목덜미에서 이어지는 근육의 탄탄한 긴장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쌤, 오늘 자습하면 안 돼요?”
    나는 애써 스프링벅을 무시했다. 스프링벅은 싱글싱글 웃으며 계속 졸라댔다.
    “쌔앰, 오늘 자습해요. 네?”
    구석에 처박힌 사팔뜨기 아이가 누구를 보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스프링벅을 향한 미움을 사팔뜨기 아이에게 돌려보내며 차갑게 노려보았다. 사팔뜨기 아이는 고개를 숙여 내 눈빛을 피했다.

 

    만일 마주친다면 눈을 피하지 말고 서서히 뒷걸음질 쳐 달아나십시오.
    출근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뉴스는 오늘로 실종 5일째를 맞이한 말레이곰의 소식을 전했다. 말레이곰은 야생 곰 중에서 덩치가 제일 작으며 온순한 잡식성이다. 나는 이제 달달 외워버린 말레이곰의 특징을 머릿속에 그려 보며 출근했다. TV와 인터넷 뉴스를 통해 본 말레이곰의 실제 모습은 한 마디로 볼품없었다. 곰이라기보다는 커다란 개에 가까운 작은 덩치에 살집도 없었고 징그럽게 기다란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갈색으로 뭉그러진 사과를 집요하게 핥아먹고 있었다. 이빨도 날카롭지 않았으며 한눈에 게으르고 온순해 보였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띈 것은 말레이곰의 발톱이었다. 말레이곰은 끄트머리가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날카로운 발톱으로 과일이나 벌레를 찍어 먹었다. 탈출한 말레이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거나 자극하면 발톱을 휘두르는 걸까. 볼품없이 작은 곰이 사람을 향해 필사적으로 발톱을 휘두르는 광경은 무섭다기보다는 불쾌했다.
    5교시는 우리 반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보다 일 분 일찍 들어갔더니 교실은 난장판이었다. 담임교사가 수업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마음을 놓는다. 담임이라고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조용히 해!”
    온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며 교탁이 부서져라 책을 내려쳐도 아이들은 들은 척 만 척 떠들어댔다. 교사들 중에는 방학 동안 성대 결절 수술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수술비가 만만치 않다고 했지. 나는 소리 지르기를 포기하고 칠판에 필기를 시작했다. 필기를 끝내고 교실을 걸어 다니며 공책에 필기 내용을 받아 적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맨 뒷줄에서 발걸음이 멈추었다. 사팔뜨기 아이가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너, 필기 안 하고 뭐 하는 거니?”
    사팔뜨기 아이는 공책 맨 뒷장에 필기 대신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즉시 사팔뜨기 아이의 공책을 빼앗아 들었다. 사팔뜨기 아이의 공책은 여백마다 낙서로 가득했다. 맨 뒷장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거대한 유방을 지닌 여자 아이가 팬티 바람으로 제 젖가슴을 움켜쥔 채 혓바닥을 쑥 내밀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젖가슴 옆의 동그란 말 칸에는 음담패설이 한가득 적혀 있었다.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공부하는 책에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소리치자 사팔뜨기 아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 분단에서 꾸벅꾸벅 상모를 돌리던 스프링벅이 저한테 고함을 지르는 줄 알았는지 고개를 번쩍 들고 이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사팔뜨기의 공책을 둘둘 말아 쥐고 사팔뜨기 아이의 책상을 내려치며 명령했다.
    “뒤에 가서 수업 끝날 때까지 서 있어!”
    나는 사팔뜨기 아이를 교실 뒤에 세워 놓은 채 수업을 계속했다. 맨 뒷줄에 앉은 스프링벅과 친구들이 서 있는 사팔뜨기 아이에게 돌돌 뭉친 휴지 따위를 집어던졌지만 모르는 척했다. 온종일 사팔뜨기가 그린 벌거벗은 여자 그림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저녁, 퇴근 버스 안에서 나는 치한을 만났다. 치한은 처음에는 내가 앉은 자리의 등받이에 아랫도리를 문지르다 내가 눈치를 채지 못하자 아예 내 어깨에 아랫도리를 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놀라 올려다본 나와 치한의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그러자 치한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옆자리로 이동했다. 혼비백산한 나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렸다.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며 욕지기가 밀려 올라왔다.
    좁은 차도 건너편에서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아이가 혼자 걸어오고 있었다. 사팔뜨기 아이였다. 작달막한 체격에 검은 배낭을 짊어지고 검은 동복 재킷 소맷부리로 콧물을 연신 문질러 닦으며 굼뜨게 걸어오는 사팔뜨기 아이의 모습이 꼭 말레이곰 같아 기분이 나빴다. 문득 낮에 그 아이에게서 빼앗은 공책을 교무실에 두고 온 것이 기억났다. 그 아이가 공책 가득 그린 더러운 만화 그림들이 떠오르며 또다시 구역질이 치밀었다.
    “야! 사시 병신 잡아라!”
    갑자기 한 떼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차도를 달려 내려왔다. 선두에 선 아이가 손을 뻗어 퍽치기마냥 사팔뜨기 아이의 배낭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사팔뜨기 아이는 보도블록 위에 엎어졌다.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자전거에서 뛰어내리며 엎어진 사팔뜨기 아이를 일으켜 세우더니 오피스텔 건물 옆 골목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아이들의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그 아이들은 스프링벅의 친구들이었다.
    아이들에게 끌려가는 사팔뜨기 아이와 내 눈이 마주쳤다. 도통 시선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그 아이는 나를 본 게 아닐지도 모른다. 사팔뜨기니까. 나는 고개를 돌리고 새로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심장이 세게 뛰었다.

 

    “언니, 이번 주말에 소개팅 한다며?”
    여동생이 드물게 먼저 말을 걸었다. 동생은 전문대 방송연예학과를 졸업하고 방송국에서 연예인 코디네이터 일을 잠깐 하다가 연예인들 강짜가 재수 없다며 그만두더니, 다음에는 미용실에서 조수 일을 반년 남짓 하다가 원장의 말투가 재수 없다며 그만두었다. 그 뒤로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 중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동안 동생은 스스럼없이 돈을 썼다. 주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노느라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었다. 동생의 관심사는 오직 남자뿐이었다. 물 좋다는 강남 나이트클럽을 다니는 것도 키 크고 차 있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남자 연봉은 얼마나 된대? 키는 커?”
    말만 꺼내고 잊어버린 줄만 알았는데 어머니는 진짜로 교회 권사 조카와의 소개 자리를 만들어 왔다.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그 남자와 만나기로 했다. 하필 토요일도 아닌 일요일 저녁이라니, 다음 주에 수행평가가 있어서 이번 주말 내내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물론 이런 내 불만은 주제도 모르는 노처녀 헛소리로 퉁을 먹을 것이 뻔한지라 어머니 앞에서는 입도 벙끗하지 않았다.
    “나도 잘 몰라. 연대 나오고 H건설에서 일한대.”
    “대기업이잖아? 잘 좀 잡아 봐. 언니는 교사니까 스펙도 되잖아? 나이가 좀 걸리지만 그래도, 교사니까.”
    동생은 연두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가락을 후후 불며 떠들었다.
    “너 왜 자꾸 내 구두 신고 나가?”
    “내가 언제?”
    “지난번에도 개시도 안 한 새 구두 신고 나갔고, 어제도 신고 나가서 뒷굽 망가트려 갖고 왔잖아.”
    “내가 안 신었다니까? 엄마가 신었나 보지.”
    나보다 한참 작은 어머니 발 사이즈를 뻔히 알면서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동생에게 진저리가 났다. 더 이상 말도 섞기 싫어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는 내 등에 대고 동생이 쏘아붙였다.
    “돈도 잘 벌면서 쪼잔 하기는.”
    교사 좋지. 공무원, 평생직장에 철철이 방학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아? 교사라는 직업을 마냥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교사가 언성만 높였다 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대드는 아이들과 공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카톡과 문자를 퍼붓는 학부모들과 엄혹하기 짝이 없는 교원 평가의 공포 속에서 끝없이 쌓여 가는 과중한 업무 이야기는 하나마나였다. 아마 그 권사 조카라는 사람도 내 직업이 교사가 아니었다면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테지.
    소개팅은 일요일 저녁 일곱 시였다. 어머니를 통해 남자의 주말 특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을 잡았다는 사정을 들었다. 나도 주말에 할 일 많다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모처럼의 그럴듯한 소개팅 자리다. 연대 출신에 대기업이라. 아니꼽지만 동생 말대로 잘해 보고 싶었다. 나는 몇 년 전 온라인 반값 쇼핑몰에서 큰 맘 먹고 산 브랜드 원피스를 잘 다려 입고 집을 나왔다.
    남자는 십오 분 늦게 약속 장소인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게는 묻지도 않고 음식을 주문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예요.”
    “아, 그래요?”
    미적지근한 대화가 오갔다. 남자는 점원이 날라 온 음식을 두어 입 맛보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며 별안간 점원에게 매니저를 불러 오라 했다. 불려온 젊은 여자 매니저에게 남자는 음식이 다 식지 않았냐며 도도하게 항의했고, 잠시 후에 점원이 새로 요리한 음식과 함께 사과의 표시라며 남자가 주문한 요리보다 더 값이 나가는 다른 요리를 내왔다. 음식의 양이 너무 많아 절반도 먹을 수 없었다.
    “실례지만 아버님께서…….”
    “이혼하셨어요.”
    힘겹게 음식을 밀어 넣으며 내가 대답하자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요? 저는 사별하셨다고 들었는데.”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남자는 냉수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말을 돌렸다.
    “남자애들 가르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겠어요?”
    “뭐…… 그렇죠.”
    “친구 말 들어 보면 젊은 여선생님들한테 짓궂은 짓도 하고 그런다는데.”
    말하면서 내 얼굴을 흘깃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남자가 기대하는 만큼 젊지 않은 나는 움츠러들었다. 파운데이션으로 가리지 못한 눈가의 주름이 신경 쓰였지만, 이미 늦었다. 남자와 나는 겨우 한 시간 만에 식사를 마쳤다. 계산을 마친 남자가 지루한 어조로 물었다.
    “어디 사시나요?”
    “망원동이요.”
    “저는 삼성동 삽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걸려요.”
    소요 시간을 강조하는 남자의 눈빛은‘강남 사는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먼 곳까지 나오지 않았느냐’고 책망하는 듯했다.
    “저는 요 앞에서 마을버스 타고 갈게요.”
    “아, 그러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가 대답했다. 예의상이나마 집으로 데려다준다는 말도 없는 것을 보면 나오기 싫은 자리에 억지로 끌려 나온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이 모든 불쾌한 느낌들이 전부 나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남자의 얄미운 말을 야무지게 받아치지도 못했고, 인터넷 여성 커뮤니티에 떠도는 소개팅의 기본 매너를 남자에게 당당히 요구하지도 못했다.
    남자와 헤어져 마을버스에 앉자마자 거울을 꺼내 휴지로 립스틱을 지웠다. 거울에 비친 볼품없는 얼굴에 화가 치밀어 거울을 가방 깊숙이 쑤셔 넣었다. 집으로 돌아가자 어머니와 여동생이 “벌써 왔어?”라고 놀랐다. 내 핸드폰에 남자의 안부 문자가 오는 일은 물론, 없었다.

 

    “맞다, 최 선생님. 일요일 소개팅 어땠어?”
    2교시 쉬는 시간 옆자리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냥, 그랬어요.”
    “에그, 인연이 아니었던 모양이네.”
    다른 선생님들은 정 선생님 자리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보다 일주일 먼저 한 소개팅에서 만났다는 남자가 정 선생님에게 선물한 명품 지갑이 화제였다.
    “아직 두 번밖에 안 만났는데 비싼 선물은 좀 부담스럽잖아요. 이번 주말에 만나면 되돌려줘야 하나 고민돼요.”
    “이미 포장 풀었는데 뭘 돌려보내? 그냥 써.”
    “남자가 S증권 과장이랬지?”
    “금융권에서도 증권사가 특히 연봉이 세요. 우리 아가씨 남편이 증권사 다니잖아.”
    정 선생님은 백화점 일층 명품 매장에서 파는 지갑을 책상에 올려놓고 수줍게 웃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정 선생님의 지갑을 바라보며 벌써 얼굴이 희미해져 가는 권사 조카를 떠올렸다. 갑자기 내 자리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우리 반 부반장의 어머니였다.
    선생님, 바쁘신 것은 알지만요. 부반장 어머니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바쁜 걸 알면 전화를 하지 말았으면. 부반장 어머니는 아들이 수행평가 조별 과제에서 성적 나쁜 조원들 때문에 부당한 결과를 받았다는 내용의 불만을 길고 집요하게 늘어놓았다. 점심시간에는 우리 반에서 유일한 체육 특기생의 어머니가 교무실로 들이닥쳤다. 아침 조례 시간부터 우렁차게 코를 골면서 엎어져 있는 꼴에 한 소리 했더니 아이가 뭐라 일러바친 모양이었다. 환갑 넘어 얻은 늦둥이 외아들의 엄마는 멋모르는 젊은 여선생이 운동하느라 힘든 아이 기를 죽인다며 호통을 쳤다.
    길고 끔찍한 쉬는 시간을 간신히 마친 나는 종례를 하러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난장을 피우는 중이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들리지 않는 고함을 질렀다. 종례를 끝내고 교실을 나가려는 나에게 갑자기 스프링벅이 배낭을 메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쌤! 저 질문 있어요.”
    스프링벅은 드물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수업에 관한 질문이라도 하려는 걸까. 스프링벅의 여드름은 집에서 터트리고 왔는지 많이 줄어들어서 이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내심 아쉬워하며 대답했다.
    “그래. 무슨 질문이니?”
    “쌤, 오르가슴이 뭔지 알아요?”
    스프링벅의 입에서 오르가슴 네 글자가 흘러나오기만 기다린 것처럼, 아니, 분명히 기다리고 있었겠지, 스프링벅의 친구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웃어댔다. 이 못된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 나는 천연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스프링벅을 내려다보며 갈등했다.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결국 제압당했다. 나는 친구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끝없이 낄낄대는 스프링벅의 눈을 피해 교실 밖으로 도망쳤다.
    나는 파김치가 되어 퇴근했다. 응접실에서 어머니가 핸드폰을 붙들고 뭐라 뭐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막은 채 내 방에 들어갔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스펀지 귀마개를 한 박스 사 들고 집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전화를 끊은 어머니가 내 방문을 손바닥으로 마구 두드렸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더니 어머니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내 가슴에 엉겨 붙었다.
    “아이구, 명희야. 이를 어쩌느냐, 아이구.”
    “왜 그래요?”
    “김 선생 그 인간이 글쎄 내 투자금을…….”
    지난주에 내가 어머니에게 꾸어 준 돈 천만 원을 하루아침에 날려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엄마 미쳤어? 어쩔 거야? 뭘 믿고 생판 남한테 투자를 해? 천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이야? 내가 그 돈 모으려고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당장 내 돈 돌려내. 내 돈 천만 원 돌려내란 말이야. 내 돈이야 천만 원 내 돈 내 돈 내 돈.
    그러나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말 대신 내 가슴을 쥐어뜯는 어머니의 손목을 세게 비틀어 떼어냈다. 그러자 어머니의 입에서 욕설이 방언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하에 모질고 독한 년, 어미가 홀몸으로 니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한참 나에게 욕설을 퍼붓다가 지친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보나마나 교회에 갔을 것이다. 나에게 미처 못 다 퍼부은 방언을 쏟아내러 갔겠지. 혼자 남은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공중 분해된 천만 원을 생각했다. 가슴이 빠듯해지며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이를 악물고 한참을 울다가 저녁을 굶은 채 잠들었다.
    악몽에 시달리다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다시 자는 건 포기하고 마루로 나가 TV를 켰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밤을 새는지 여전히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볼 만한 방송도 없어 디스커버리 채널을 틀어 놓은 채 멍하니 앉았다. TV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야생 동물들이 등장했다.
    굳게 닫힌 동생의 방문 안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생이 당연히 집에 없으리라 생각했던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리모컨을 쥔 채 무릎걸음으로 동생의 방문에 귀를 바짝 가져갔다. 동생은 남자와 함께 있었다.
    “안 돼 오빠, 울 엄마 집에 왔나 봐. 아이 참?”
    동생도 남자도 잔뜩 혀가 꼬인 것이 술을 진탕 마신 모양이었다.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일까. 정신 나간 계집애가 집에 남자를 끌어들이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방문에서 떨어져 나와 TV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술에 취해 발정 난 것들이 잘 들을 수 있도록, 내 존재를 알아차리기 충분할 만큼 TV의 볼륨을 키웠다.
    고막을 먹먹하게 두드리는 TV 소리 속에서 나는 디스커버리 채널이 흘러나오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남아프리카의 평원을 활주하는 표범과 치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를 뚫고 총알처럼 달리는 톰슨가젤과 스프링벅. 스프링벅은 그 어떤 짐승보다도 높이 뛰어올라 달아나며 필사적으로 뒤를 쫓는 표범들을 농락한다.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뻗은 날카로운 뿔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빛나는 강인한 허벅지. 조약돌처럼 새까만 눈동자를 깜박이며 윤기 흐르는 귀여운 콧등을 기운차게 벌름거린다.
    방 안에서는 동생이 비명을 내질렀다.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 친구와 몇 년을 사귀면서도 끝내 오르가슴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데, 동생은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난 남자가 선사하는 오르가슴을 만끽하고 있다.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나는 들고 있던 리모컨을 동생 방문을 향해 집어던졌다. 나 여기 있어. 내가 여기서 다 듣고 있단 말이야. 방문에 부딪힌 리모컨이 박살나며 배터리가 굴러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방문 너머에서는 동생의 비명이 계속 흘러나왔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베개로 얼굴을 덮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동생이 내지르는 소리는 진작 멎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그 쾌락에 겨운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몇 시간 만에 간신히 잠든 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벌거벗은 채 낯선 남자와 몸을 섞고 있었다. 나는 남자의 배 아래에서 동생처럼 쾌락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내 아랫도리가 제멋대로 들썩이는 것을 잠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내 몸 위에서 힘차게 움직이던 남자가 문득 웃으며 속삭였다.
    쌤. 오르가슴이 뭔지 알아요?

 

    다음날 나는 박카스를 한 박스 사들고 출근했다. 출근 버스 안에서 라디오 뉴스가 말레이곰의 생포 소식을 알려주었다. 9일 만의 생포. 드디어 잡혔구나. 등산객들 이제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겠네. 피로와 수면부족에 찌든 승객들은 무표정하게 창밖만 바라보았다.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이미 나는 피로 누적으로 반죽음 상태였다. 그러나 오늘은 우리 반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긋지긋했지만 믹스커피와 박카스를 번갈아 들이켜며 졸음을 억눌렀다. 수업시간 내내 사팔뜨기 아이의 태도가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사팔뜨기 아이는 교과서를 보는 둥 마는 둥 거친 숨을 내쉬며 연신 고개를 불안정하게 주억거렸다. 보다 못해 내가 한 마디 하자 사팔뜨기 아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말없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은 놀라서 웅성거리다 곧이어 수업의 흐름이 무너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제각각 떠들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아이는 역시나 스프링벅이었다. 스프링벅은 나를 향해 경쾌하게 외쳤다.
    “쌔앰, 우리 자습해요!”
    나는 처음으로 스프링벅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뒷걸음치지 않으려고, 제압당하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그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생명력, 눈꺼풀을 화살처럼 찌르는 아프리카의 찬란한 햇살. 나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지 않은 그 모든 에너지에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스프링벅이 나를 마주 바라보며 웃었다. 어젯밤 꿈속에서처럼 다정하고 매혹적으로. 나는 황홀경에 빠져들며 스프링벅에게 마주 웃어 주었다.
    별안간 교실 뒷문이 벌컥 열리더니 뛰어나간 사팔뜨기 아이가 돌아왔다. 사팔뜨기 아이의 손에는 연필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사팔뜨기 아이는 별안간 그것을 높이 쳐들었다. 그것은 연필이 아니라 미술시간에 쓰는 조각도였다. 사팔뜨기 아이는 아직 자신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는 스프링벅의 목덜미 한가운데를 향해 조각도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스프링벅은 책상을 뒤엎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사팔뜨기는 날쌔게 스프링벅의 등에 올라앉아 계속해서 조각도를 내리찍었다. 아이들이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한순간 사팔뜨기 아이는 겨냥을 잘 못하고 교실 바닥을 내리찍으며 무너져 내렸다. 그 틈을 타서 스프링벅의 친구들이 한꺼번에 뛰쳐나와 사팔뜨기 아이를 제압했다. 이어서 옆 반에서 수업을 하던 남자 교사가 달려 들어왔다. 비명과 울음소리와 피가 뒤엉키는 가운데 나는 혼이 빠져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사팔뜨기 아이가 뒷문으로 들어오고 그 아이가 쓰러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한참 만에 나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와이셔츠를 피로 물들인 남자 교사의 명령에 따라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사팔뜨기 아이는 쓰러진 스프링벅의 바로 옆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스프링벅의 친구들에게 단단히 틀어 잡힌 오른손에 여전히 조각도를 꽉 움켜쥔 채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피 묻은 조각도의 칼날이 말레이곰의 유일한 무기인 갈고리 발톱처럼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그 아이의 사팔뜨기 눈이 뚫어지게 바라보던 것이 스프링벅이었는지 아니면 나였는지 끝내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사팔뜨기 아이에게 나 자신을 겹쳐 보았다. 불합리한 미움, 의도적인 외면, 나를 구성하는 불가항력적인 것들을 되새길 때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비열하고 비참한 감정들을. 사팔뜨기 아이의 초점이 엇나간 눈동자에는 차마 단 한 번도 똑바로 마주볼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말레이곰은 동물원의 우리로 돌아갔다. 말레이곰은 바위 위에 앉아 기다란 혀로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을 핥으며 철창 밖에서 핸드폰과 디카를 들이대는 사람들을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리포터가 마무리 멘트를 한다. 자유의 맛은 달콤했을 겁니다.

 

 

 

[작품 심사평]

< (선정평) [소설] 말레이곰과 스프링벅 >
 
    동물원을 탈출한 말레이곰과 통통 튀어 오르는 스프링벅. 대조적인 두 동물을 현실에 빗댄 비유와 설정. 나이든 여교사가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과 개인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구질구질한 현실이, 여러 색의 물감을 짜놓고 겹친 종이의 데칼코마니처럼 변주된다. 요란스럽지 않은 문체로 매혹과 폭력의 다양한 양태를 담담한 듯 날카롭게 펼치는 작가의 숙련된 솜씨가 기대를 갖게 한다.
    (이혜경)

 

===== 작가와 6문6답 =====
 

1. 우선 선정된 소감을 간단히 밝혀주세요. ^_^

  감사합니다. 글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무척 기쁩니다.

 

2. 이 작품을 처음 떠올렸을 때 어디서 무얼 하고 계셨나요?

  하루빨리 등단하고 싶다고 안달복달하며 원고를 열심히 쌓고 있었습니다.

 

3. 글을 쓸 때 특별히 듣는 음악이 있다든가, 자기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가사가 있는 음악은 피합니다.

 

4. 작품을 발표하기 전(혹은 퇴고를 하신 후)에 가장 먼저 보여주는 사람이 있나요?

  남편. 가차없고 합리적이며 고마운 조언자입니다.
 

5. 평생 또는 두고두고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주제 같은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자기연민에 기반한 자기기만에 대한 경계, 혹은 경고.

 

6. 막 쓰고 있는 (또는 품고 있는) 작품의 예고편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저런 꽃장사 할머니들, 젊었을 때는 용산에서 양공주로 일했대.”
“너 자세히 안다?”
“학부 때 교양 과제하느라 다큐멘터리 보고 알았어.”
양공주……중학생 때 숙제 때문에 억지로 읽은 소설책에서 처음으로 배운 말이었다. ‘몽실 언니’였나. 양공주.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단어인데도 단숨에 모욕감이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더랬다.
“그런 애들은 왜 꼭 외국인만 사귈까? 원어민 강사들 죄다 질 나쁜 애들이라던데.”
“도찐개찐이지. 외국인들 앞에서 벗고 난리치는 울 나라 여자애들 말야. 걔네들이 멀쩡한 여자들까지 욕 먹인다니까.”
“난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 외국인 남자 작업은 받아봤는데, 솔직히 잘 생기긴 했어. 매너도 좋고. 그런데 흑인들은 아무래도 무섭더라. 시커매가지구. 징그러워.”
‘원어’를 사용하는 국가 출신 남자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모국 출신 여자들을 난도질하는 대화가 이어져 나갔다. 가영은 열띤 대화에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해 술만 홀짝였다. 술을 마시며 슬쩍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여전히 납작하지만 깊은 곳에서는 작은 세포가 바쁘게 분열하고 있겠지. 담배 연기를 마시며 칵테일을 들이키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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