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_차세대1차_시]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니 외 3편

 

[2014년 1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니?

 

 


권민자

 

 

 

지금부터 나는 꺾인 기분을 목으로 말할래.

 

끊임없이 등질 곳을 찾는 저녁. 추워지겠지, 속삭이는, 머리,
그때마다 생각했어. “망쳐버린 관계는 왜 버릴 수 없는 걸까?”

 

늘 나는 나를 버리고 온 곳에서 발견돼.
다시 주워온 목은 “나는 어쩌다 나를 꺾지 못하는 걸까.”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비밀
그러므로 나의 “혀는 도마” “뼈는 칼”

 

계단이 발뒤꿈치에서 서성거렸지,
관심의 폐활량이 짧아졌다 길어졌지,
땅에 얼굴을 겹치고 조금 눈을 감았지,
그러고도 모자란대서 여기저기 말했지. 계속,

 

입. 씻고 싶은 목의 기분으로. 발랄하게.
발랄하게. 불쾌.

 

식탁 위에는 식탁밖에 없어 잘려나간 사탕수수 같은 바람이 불었고
아무 것이나 올려놓아도 상관없을 것 같은 식탁과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때때로 송아지, 아주 가끔 악몽, 아직도 울타리.

 

볼 때마다 달라지는 기분을 간섭하지 않아.
식탁에서밖에 볼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배려는 혀가 기쁨에 겨워 목을 조여도 이해하는 것.
절망은 체위를 바꾸어도 뜯는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마지막은 언제나 문의 손잡이에 있다”고 했지만
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하지 말아줘.

 

 

 

 

 

 

속에서 혀가 나왔다

 

 

 

음독은 장미
장미의 안에서 나는
뺨을 깨뜨렸다 손을 터트렸다 이마에서 수천 개의 눈들이 쏟아져 나와 코는 혀를 자르고

 

대답은 늘 팔의 방향처럼 고정되어 있다
고양이 눈동자처럼 퍼지는 “거짓말!”
배후는 암전되고 암전은 선택되고

 

나는 때때로 “절반만 바칠래?” 말하는 입의 그였다
깨진 쟁반의 입으로, 입으로 깨진 쟁반으로, 그처럼

 

나는 하루에 한 번 상자를 주었다
부담 갖지 않아도 돼 (거짓말이지?)

 

그는 상자를 방에 쌓아두었다 “거짓말”처럼 쌓여가는 상자들

 

방에서의 저녁은 화남지역에서 봤던 적토다 상자에서의 저녁은 혓바늘이다

 

 

 

 

 

 

아가들

 

 

 

너는 참 많은 토마토의 사람이구나. 나는 더 많은 토마토의 사람이 되고 싶어.
떨어뜨렸다. 손의 위치에서 손을. 토마토의 위치에서 토마토를.

 

 

 

계단을 밟고 밟다가 핥는 허벅지. 위로는 필요 없어. 속도가 필요할 뿐.

 

오래 살기 위해선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평범하게 살기 위해선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왜 겹치는 게 아무 것도 없을까. 봄은 단문일까.

 

못된 것만 닮는 아가들은 나를 또,
열까, 말까.

 

꽃 같은 변덕을 목에 꽂고 아가들은 계절의 손목을 당겼지. 저의를 갖고
사라지는 목덜미는 생겨나는 가로수. 그때마다 나는 “계속 폐를 끼치는군요.”

 

알아들었을까? 뺨은 독사인 것. 태양은 끝을 모은다는 것.
그러니까 더 이상의 질문은 “아가들”이라는 것.

 

밟고 밟으니까 펼쳐지는 얼굴을 밟다가 그때부터
악몽은 한 다발의 아가들. 없는 발로 걷는 악의들.

 

나의 숟가락은 자궁 모양이란다. 나의 배꼽은 예쁘게 박은 입술이란다.
나의 귓속은 펼쳐지지 않은 길이란다. 나의 의자는 나무를 기억하지 못하단다.

 

그러니까 수화기처럼 “잘 지내세요.” 말하자,
거울에서 식초를 꺼내자! 진심에 어울리는 얼굴을
도려내자, 토마토가 으깨지는 방식으로 있는 힘껏 손에서 떨어지는
“결심들”

 

 

 

 

 

 

당신의 모든 시간은 이제 외로울 차례

 

 

 

구름은 지붕 위를 걸어가는 장미
참나무 옆 말버섯처럼 일렬횡대로 선 코알라부엉이코끼리범고래

 

정물화처럼 가만히 소란스러운 사람들은 두부를 사러가는 사람들

 

두부를 사러가는 건 행복한 일 생각 없이 발등을 밟고 그런데 여긴 왜 왔니? 묻는 일
천천히 걷다가 태양은 목처럼 그늘을 만들고

 

후회하진 않지만 (정말?)

 

예감은 바닥을 코뿔소로 태양을 계단으로 5월의 과수원 방향으로
쏟아지는 사람들은 예감처럼 오늘은 아닌 사람들

 

젓가락을 나란히 놓아야 했을까? 묻고 동공을 찌르는 속눈썹
체념은 아름다워 두부다워 일제히 비둘기를 잃어버린 태양은 송곳니털구름버섯

 

머리 위의 소나기는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이등분된 몸
그러므로 당신의 모든 시간은 이제 외로울 차례

 

 

 

[작품 심사평]

< (선정평) 「속에서 혀가 나왔다」 외 3편 >
 
    처음 읽으면 신선한데 의미는 잘 잡히지 않는다. 구체적 풍경을 찾으려고 한다면 이 작품들을 알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 작품들은 심상에 관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분에 관한 것이다. 기분우주라고 생각하고 읽어보라. 뒤 문장은 앞 문장과 어김없이 어긋나는데, 그것이 이 시인이 갖고 있는 힘일 것이다. “혀는 도마”, “씻고 싶은 목의 기분”, 그리고 “뼈는 칼”, 이 시인의 기분우주가 관념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때때로 송아지 아주 가끔 악몽, 아직도 울타리”의 기분은 “화남지역에서 봤던 적토”가 있을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시인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원)

 

===== 작가와 6문6답 =====
 

1. 우선 선정된 소감을 간단히 밝혀주세요. ^_^

  당시에 턱 막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것이 조금 풀렸습니다.

 

2. 이 시는 언제, 어디서 영감을 얻어서 쓰게 되셨는지 간단한 시작 메모를 좀 부탁드릴게요.

  “당신”에게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3. 글을 쓸 때 특별히 듣는 음악이 있다든가, 자기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아무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쉽니다. 집 안에 틀어박혀서 인터넷 서핑이라든가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든가 하는 식으로……. 정말 이렇게까지 혼자서 틀어 박혀 있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아무 생각도 안날 때까지 쉽니다. 그렇게 머리를 텅 비운 상태에서 시를 씁니다. 어쩌면 다른 세계에 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진공 상태 같기도 하거든요.

 

4. 글을 막 완성했을 때 가장 먼저 읽어주는 1차 독자가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5. 지금 막 발을 뗀 신인이지만, 일평생 작가로 살면서 이것만은 꼭 쓰겠다, 라고 다짐한 주제나 소재가 있나요?

  여러 생각을 하고, 생각한 것을 그때마다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6. 향후 작품 활동 계획을 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쓰고 있는 작품들을 발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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