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편집위원 노트]

 

 

여름밤

 

 

이영주(시인, 본지 편집위원)

 

 

 

 

    밤이 끝나질 않습니다. 밤이 끝나지 않기를 기다리죠. 한낮의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시간. 서늘한 기운이 우리의 머리를 조금씩 가라앉게 하는 시간. 이상하게 친밀하고 이상하게 영원할 것 같은 시간. 밤은 끝나지 않고, 그 밤을 지새우는 누군가는 검게 물들지만 다정합니다. 창문을 열어 놓기 때문일까요. 집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골목을 소란스럽게 채우고 오히려 그래서 이 밤이 좋아요. 공포가 사라진 밤. 서로 모르지만 서로 다 알고 있는 밤. 여름밤, 여름밤입니다.

 

    이제 우리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점점 더 길어지는 기후에 직면했습니다. 때 이른 더위와 때 늦은 더위가 여름과 겨울 사이를 설명해 주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계절의 이름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 상상이나 해보셨나요?
    날씨와 또 다른 날씨가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즐겁기도 하지만, 어쩐지 무섭기도 합니다. 세상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고, 그 방향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문명의 이기를 마음껏 누리는 동안, 자연은 상처 입은 채 몸을 바꾸어 갔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뜨거워지고 계절은 처참한 모습으로 점점 더 달라질 겁니다. 많은 징후들로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을 해왔던 문제죠. 여기저기서 걱정의 목소리를 담아 새로운 운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문명의 이기에 물든 일상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선 것을, 아주 불편한 형태로 해야 한다면 누구나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 여름밤이 여름이라는 한 계절에 머물고 다른 밤이 되려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계절이 그 시간만큼만 머물다 떠날 수 있도록.

 

    저는 여름밤에는 악몽을 자주 꿉니다. 꿈도 많은 밤이죠. 누군가의 영혼이 조심스레 머물다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여름은 조금 더 많은 악몽을 꾸게 될 것 같습니다. 물속에 있었던 젖은 영혼들이 바깥으로 나와 축축한 마음을 말리길 바랍니다. 낮에 머물다 간 태양의 열과 빛이 어린 영혼들을 뽀송뽀송하게 말려 주길 바랍니다.
    그렇게 툭툭 털고, 아름다운 길로 갈 수 있다면. 저는 조금 더 악몽을 꾸더라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악몽과 친밀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밤이 환해질지도 모릅니다.

 

    우는 영혼의 눈물을 닦아 주려면, 많은 사후처리를 우리가 잘해 주어야 합니다. 눈물이 바다 속으로 번져서 너무 큰 눈물이 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힘 있는 우리의 판단과 행동. 바다보다 큰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이번 《문장 웹진》은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가득 담고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고성만, 황혜경, 서윤후, 이근일, 기혁 등의 시인들이 펼쳐 놓은 아름다운 언어 ‘시가 내게로 왔다’에 주목해 주세요.

 

    독특한 서사의 매혹을 보여주고 있는 중편 연재 배수아, 박금산 소설가의 작품이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밀도 높은 세계 안을 탐험하는 것으로 여름밤을 덥혀 보는 것은 어떨까요. 구병모 소설가의 단편도 독자들을 설레게 합니다. 아무래도 여름밤에는 소설입니다.

 

    에세이 테라스가 새로운 필진들을 모시고 색다른 지도를 그리려고 준비 중입니다. 두근두근. 곧 시작합니다. 앞으로 기대해 주세요.

 

    《문장 웹진》은 열려 있는 가능성입니다. 마음의 계절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여름밤에는 수박을!

 

 

 

 

   《문장웹진 6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