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가 내게로 왔다 |겨울산- 고광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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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무들 말랐다
홑겹 차림
눈 이고 선
철없는 어린것들
아랫도리 시리다
바람에 길 내준
등고선
길 없는 비탈에 가부좌 틀고
석 달째 동안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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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윤달- 고영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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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염전에 담긴 물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나무 그늘 안쪽으로
태양이 기울며 햇살을 밀어넣는다
눈 밝은 그대여!
화첩(畵帖)을 넘기며
당신은
먹황새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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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을 펼치는 시간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박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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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인 K 41을 만난 것은 11월 11일이었다.
― 반가워요. 재인이에요.
기다리고 있던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는 명함을 건넨 뒤 바로 용건에 들어갔다.
― 익명의 기록으로 남으실 건가요?
― 아직 생각 중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대개 아직 생각 중이다. 삶과 죽음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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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쟈넷, 여행은 즐겁니?- 조광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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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검정을 밝히는 밤, 누워 있는 쟈넷과 사진 속 분칠한 쟈넷, 커튼의 주름들 같은 간격을 바람이 움켜쥐듯 좁혀 놓은 밤, 쟈넷 축하해 당신 혼자 다소곳하게 누워 있을 공간이 생겼다니, 인사 나온 사람들은 가로등처럼 고개를 숙이고도 쟈넷의 여행길 참 잘 밝혀 준다. 삐져나온 시트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쟈넷, 더 이상 오뚝이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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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특별한 야미의 인생- 장해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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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캄캄한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울고 있다. 나를 감싼 건 검은 비닐봉투다. 뜨거운 날씨에 부글거리는 썩은 음식물 냄새가 하얀 찰흙으로 방금 빚은 것처럼 조그맣고 깨끗한 내 콧속으로 쉴 새 없이 기어 들어간다. 엄마의 자궁과는 다른 물컹거리는 공간이 기분 나빠 나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목이 쉬어라 운다. 나는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갓난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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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세이 테라스 |콜테스의 희곡들- 조연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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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희곡작가 콜테스의 글들을 몰아서 하루 이틀 상관으로 읽었다. 내가 읽은 콜테스의 희곡들은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로베르토 쥬코』, 『서쪽 부두』이다. 영상 매체가 두드러지게 발전을 거듭한 요즘에는 희곡이라는, ‘글로 쓰인 영상’이 존재할 틈이 좁아졌다. 그건 연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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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벌레- 조성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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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눈동자가 떠 있다. 미약한 안광을 뿌리면서 쉴 새 없이 확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윽고 목매단 사람처럼 잦아드는 비명소리를 낸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근육이 제멋대로 턱을 죄어 온다. 어금니가 산산조각 나서 잇몸을 찢어발길 것 같다. 다리를 움직여 보지만 제자리에서 뒤뚱거릴 뿐이다. 눈동자가 더욱 발광을 해대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시커먼 이끼덩어리가 흘러내린다. 눈동자 주위에 희멀건 흰자위가 불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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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카메라- 성민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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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한 시간째 붙들고 있다. 사십오 도를 어림잡아 카메라를 들고, 어디서 들었던지 문득 떠올라 턱도 살짝 당기고, 입꼬리가 처지지 않도록 무던히 애를 쓰며 찍은 수십 장의 사진 가운데서 앨범에 저장된 것은 단 두 장이었다. 힘들어 보이고, 경직되고, 아파 보이는, 아니 그렇다고 느껴지는 다른 사진들과 달리, 그 두 장에서는 애쓴 만큼의 웃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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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미리 쓰고, 또 쓰는 작가의 말- 임수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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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해 여름 소설가가 되었다. 지레 소설을 더는 쓸 기회가 없을 거라고 단정하고, 긴 소설을 써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걸로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고 배짱을 부렸다. 그건 소심함을 가장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심드렁한 연극이었는데, 그게 들통 났는지, 다행으로 짧은 소설들을 쓸 기회가 계절처럼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다른 엄살을 찾아 헤맸고, 생활은 늘 간절기를 살듯 상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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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박진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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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평소에 더 자주 뵙고 싶었던 분들과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생겨 무척 기쁩니다. 오늘은 지난 한해의 문학을 정리하고 2012년 문학을 전망해보는 자리입니다. 우선 2011년 문학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시와 소설을 꼭 나누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소설 먼저 얘기해보는 것도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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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신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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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믿기
너를 진리라고 생각하기
네가 생각하기 전에 이미 너의 생각대로 살기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가 충남 홍성교도소에 수감돼있는 정봉주 전 의원을 특별면회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실형을 받은 이유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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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세 개의 노트- 김성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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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재산이 있다면 그간 쓴 작품일 텐데, 그런 면에서 나는 ‘원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첫 책이 나왔으니 이제 방 한 칸 마련한 셈이다. 세간은 모두 아홉 개. 아홉 편의 단편을 쓰는 동안 삼년이 금세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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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봉숭아물- 김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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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의 봉숭아물이 손톱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열 손가락, 발가락 다 싸매고 어기적어기적 이마 위의 땀을 닦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쳤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쌉싸래한 초겨울과 마주하고 있다. 주황빛은 물러가고 생생한 분홍빛이 솟아오르는 손톱을 보며 지난여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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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할머니의 풍선껌- 김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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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차에 오른다. 할머니 댁에 가는 건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나는 최대한 가지 않겠다고 버텨 보지만 끝까지 차에 태우는 아빠를 이길 수가 없다. 연산동에 있는 할머니 집에는 정말 가고 싶지 않다. 혼자 있는 할머니도 싫고 무엇보다도 그 냄새가 싫다. 할머니 집에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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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나는 잘못이 없다- 문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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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시험 마지막 날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했으니, 지난 3일 동안 시험 망쳤던 사람도 오늘 열심히 치고 기분 좋게 끝내도록!”
“결과 좋으면 맛있는 거 사주셔야 해요!”
“꼴찌만 면해 봐라. 뭐든지 사줄 테니까. 나도 너희한테 뭐 좀 사줘 보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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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페루- 이은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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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처럼 찾아오는 어느 고산지대의 해질녘
인디오 소년들이 한 떼의 양을 몰고 좁은 들판을 내려간다
세상의 모든 저녁 위에 걸쳐진 어둠과
천천히 지워져 가는 지루한 시간들
이 긴 나라 안에서는 고요만이 유일한 화법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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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보들레르- 장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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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샤를 보들레르를 논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엄청난 낭비벽과 창녀 잔 뒤발과의 오랜 애정행각 등 실제로 그의 인생은 방탕이라는 단어에 어울릴 만했다. 또한 여기서 나는 그런 사실들을 부정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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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간이역- 김도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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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역, 모퉁이 꽃밭에 물을 뿌리던 노인은
흰나비의 궤적을 따라
녹슨 철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반짝이듯 멀어지는 나비는 철길 너머 아득한
구름의 내부를 더듬어 길을 찾고 있다
오지 않는 기차 대신 구름과 나비가 머물다 떠나는 플랫폼,
이곳의 마지막 역장이었던
노인의 얼굴에 선로처럼 돋은 검버섯들 사이로
붉거나 푸른 웃음이 핀다
멀리 덜컹대며 떠나간 무수한 삶의 궤적들은
지금쯤 어느 벌판 위를 달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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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눈- 김경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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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등에서 얼어붙은 창문냄새가 났을 때
나는 너의 등이 되었지
네가 뒤돌아보지 않는 등 만질 수 없는 등
길바닥에 쓰러진 불 꺼진 가로등
그칠까 눈이 그칠까 솟구칠까 눈이?
너의 등에서 짓밟힌 눈사람 냄새가 났을 때
나는 너의 등뼈가 되었지
어둠 속에선 딱딱하지만
가장 붉은 네 심장을 감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움츠린 등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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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사랑, 침실- 김소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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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붉은 여자가 떠났다
사랑, 침실로
여자가 창문에 고개
들이밀고 내 침대에 올라왔지
사랑, 침실로
옆에 누워 속삭이며
죽음의 이불을 덮자
하이얀 눈 굴리며
죽음의 이불을 덮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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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발산하는 詩- 천서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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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증식한다고 느끼는 밤, 눈 온다
취한 네게 내 손가락을 먹이던 그 밤이다
그것도 나무라고
한꺼번에 새들을 쏘아 올리던 자잘한 나의 계통수
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 없는 우리, 우리는
작은 점 하나에서 장히 왔다 여기까지
그리고 아픈 남자만 사랑하던 여자의, 그 남자들
여자가 아껴먹던 저녁의 국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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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미인의 집- 박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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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골목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두운 골목, 사실 사람의 몸에서 그림자보다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노래다 울지 않으려고 우리가 부르던 노래들은 하나같이 고음(高音)이다 노래가 다음 노래를 부르고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붙잡는 골목이 모래내에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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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소혹성의 나날들 2- 허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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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얼음이 언
어느
일요일
아침
녹슨
중장비
널려 있는
재개발구역
종주먹 쥔
볼이 튼
여자아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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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니다- 김이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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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에 홀린 듯 그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단순하면서 아주 습관적으로 움직이신다. 사람들은 그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그의 걸음걸이는 일정한데, 마치 제대로 착지할 자리를 찾고 있는 듯이 시험적으로 발을 디뎌보는 것 같다. 그가 들고 있는 낫은 아무런 인위적 강제성 없이 소박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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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을 펼치는 시간 |시계, 시간, 그리고 꿈- 전은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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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만 뜨고 가만히 드러누운 채로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엔 그 무엇인가의 그림자가 마치 여자 손바닥처럼, 바람도 불지 않는, 공기의 소통마저 차단된 공간임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처음엔 그 그림자가 창밖의 어느 곳에서 비치는 나무그림자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으나 곧 그것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근처엔 9층까지 올라와서 내 방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을 만큼 키 큰 나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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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심장공장- 이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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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공장은 갈대숲에 있다.
나는 날마다 맨얼굴을 장롱 속에 숨기고
얼굴을 갈아입고 출근한다.
빌딩숲을 지나 공장 정문에 내린 나는
심장을 깊숙이 숨긴다.
작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울리면
나는 재빠르게 심장을 만든다.
내 심장과는 다른 심장을 만들려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소리 커질수록
나는 나를 모른 척한다.
어제 살았던 주소와 얼굴 따위는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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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내게로 왔다 |인력(引力)의 시간- 이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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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에게
젖 물리고 누워
보드라운 엉덩이 한껏 두들겨주고 싶다
달은 꽉 차
가슴은 부풀어 봉긋 거리고
팔랑팔랑 치맛단 부풀리는 어린 계집아이
바람 속을 뛰어 다닌다
빈 바람만 일고
공허는 언제나 제일(祭日)처럼 찾아와
빈 것도 빈 것대로의
가득함이 있는 거라 애써 웃었다
거푸집을 허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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