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저온에 뒤틀려 네 귀가 잘 맞지 않는 철제 현관문 사이로, 투우사가 나부끼는 붉은 천에다 머리를 들이대고 달려드는 커다란 소처럼 외풍이 밀고 들어온다. 회색 페인트가 갈라져 벗겨진 자리에 다갈색 녹이 드러나 문이 흔들릴 때마다 가루가 되어 떨어진다. 2010.08.20
이 노인은 곡물 창고를 정리하러 현관문을 나섰다. 곡물 창고는 본채 건물의 뒤란 쪽에 위치해 있었다. 뒤란은 풀이 무성히 자라 큰 돌과 웅덩이를 가리고 있었고, 그래서 이 노인은 뒤란 쪽에 백열 전등을 하나 달아 두었지만 그것은 고장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 노인은 발로 풀 밑을 더듬으며 나아가야 했다. 2010.08.20
우린 항상 헷갈렸죠. 내가 형인지 동생이 형인지. 그래서 동생을 죽인 것은 아니에요. 으스스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요, 우리가 사는 방에 누군가 같이 살았어요. 가끔 벽에서 칼자국이 만져지기도 했죠. 벽화처럼. 2010.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