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 민구
사자
민구
나는 종종
부엌에 들어가서 잠이 들었다
그 곳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자가 있고
굶주린 사자가 출몰하는 아궁이가 있다
우리는 잿더미에서 감자와 고구마를 꺼내려다
그만 잠자는 사자의 꼬리를 건드려
손을 데기도 했다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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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You - 기혁
For You
기혁
변별력 없는 작별인사를 좋아해.
윗입술과 아랫입술의 正·反·合
식사예절을 좋아해.
‘논다’와 ‘놀고 있다’ 사이,
도마뱀을 자른 꼬리는 비로소
낙관주의를 배웠어요.
우리가 껴안았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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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만남을 발견하라 - 함돈균(문학평론가)
의미 있는 만남을 발견하라
함돈균(문학평론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특별한 만남’의 기회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관심이 인식을 지배한다’고 했다. 이 글의 논지에 맞춰 쉽게 번역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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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문] 엘리펀트 - 김건태
[2010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작]
엘리펀트
김건태
빠이로 향하는 픽업 버스 안에서 기사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도착이 조금 지연될 거라고 말했다. 기사의 말에 버스 안은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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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 - 김록
김록
그것을 찾으러 간 것이
그것을 잊으러 간 것 같다
들어가면 방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또 방문을 열어야 한다
열었는데 조금 전 방 안에 무엇이 있었는가,
거기에서부터 또 열고 있었다
그렇게 나가면 창문이 원래 없었던 것처럼
또 창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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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부문] 바람 - 조현빈
[2010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작]
바람
조현빈
바람이 분다. 나무 사이로, 가지 사이로, 이파리들 사이로, 꽃이 져버린 철쭉의 무성한 초록 무덤 사이로, 벚나무 아래 낡은 벤치에 앉아 칭얼대는 아기 달래고 있는 할머니들 사이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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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부문] 아틀라스의 유언장 - 임재영
[2010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작]
아틀라스의 유언장
임재영
남반구는 나에게 종종 묻곤 했다.
– 이제 어쩌죠?
정말이지, 그 질문은 언제나 나를 막막하게 한다. 나는 가장 방대한 초세포신경연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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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즐거운 생일파티 - 황형선
[2010년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작]
즐거운 생일파티
황형선
오늘은 마을의 마지막 생일파티를 벌여요 설레는 마음에 옆집 순이가 훌쩍거리기 시작해요 집집마다 하얀 벽지 크림들이 더 누래지기 전에 어서 케이크를 차려야 해요 건너 건넛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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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다. - 손홍규
[작가가 읽은 책]
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다.
– 로베르토 볼라뇨 『칠레의 밤』(열린책들, 2010)
손홍규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방에서 보낸다. 딱히 갈 곳도 없고 나를 찾는 이도 없어서다. 책상 앞에 앉으면 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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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하지 마라, 반응하라. 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세번째 - 함성호
[에세이 테라스]
사고하지 마라, 반응하라
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세 번째
함성호
이것은 에셔의 판화입니다. 제가 앞서 ‘습합’이란 말을 했는데 에셔의 판화에는 그것보다 더 복잡한 습합의 방법인 재기 순환의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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