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재와 문학 - 김미정
공통재와 문학 김미정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법적 소유권 문제라든지 한 작가의 창조의 고충을 모른 척해도 된다는 식의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혹자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말들을 덧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전기적, 역...
|
바위 하기 - 이진명
바위 하기 이진명 작년 10월 하순 문예지 겨울호 원고로 ‘바위’ 시 6편을 써 넘겼다. 이상스럽게도 그즈음 느닷없는 ‘바위’ 시가 6편씩이나 써졌다. 바위에 대해 특별히 작정한 일도 없고, 관심을 기울여 오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바위가 불려나와 써지는지 스스로도 의아했다. 비주얼과 환...
|
지란지교를 꿈꾸며 - 조경란
[조경란이 만난 사람 7] 소설가, 조성기 지란지교를 꿈꾸며 드디어 칠 년 동안 미루고 있던 장편소설을 쓰기로 굳게 결심하고 이른바 ‘잠수’라는 걸 타기 시작한 지 한 삼개월쯤 지난 것 같다.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가깝게 지내는 모 방송사의 한 PD를 집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원고를 시작하기 전...
|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 김남희
내가 미술 경매를 하는 까닭 김남희 “네, 다음 작품은 인동욱 작가의 <세상 생각>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번 옥션에서 가장 치열한 입찰이 예상되는 작품 중 하나인데요, 저희 옥션에서 팔리기엔 사이즈도 너무나 커서 미안한 생각이 다 드네요. 인동욱 작가는 집에 참 관심이 많은 작가입니다. 평...
|
‘사랑과 죄’의 인공적 탄생 - 복도훈
‘사랑과 죄’의 인공적 탄생 ―염상섭 장편소설 『사랑과 죄』다시 읽기 복도훈 연애와 돈 횡보(橫步) 염상섭(1897?1963)의 장편 『사랑과 죄』(1927?1928)는 뛰어난 연애소설이자 풍속소설이다. 『사랑과 죄』에는 작중 인물들의 사랑과 욕망의 갈등,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 제도로 편입시키고 교정하려는...
|
구름 속으로 외 3편 - 김경인
김경인 구름 속으로 물 아래에서 금요일에서 온 사람 지워지지 않는 페이지구름 속으로 외 3편 천천히 사라지고 있군 나는 조금 가벼워진다고 생각해 미끈거리는 꼬리를 싹둑 잘라내고 뒤죽박죽 흩어져볼까 지독한 냄새를 흘리며 나무는 이파리에 숨어 초록을 견디는...
|
귀비(楊貴妃), 배꽃에 지다 - 이병천
귀비(楊貴妃), 배꽃에 지다 이병천 서기 756년, 당(唐) 현종의 치세로 천보(天寶) 15년에 들어선 초여름, 섬서성 마외파(馬嵬坡) 지역에는 새벽부터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릎 관절의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황제는 등을 돌린 채 잠을 자고 있던 양귀비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
|
매듭 - 남상순
매듭 남상순 1 식사를 마치고 출근을 위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설 때까지만 해도 할아버지의 여든네 번째 생신은 그냥 그렇게 끝나는 듯 보였다. 사실 말이...
|
오래된 입덧 - 김서령
오래된 입덧 김서령 나는 또 냉장고 앞에서 헉헉대고 있었다. 냉동실 맨 아래 서랍에는 국물을 내는 멸치가 봉지째 들어 있었다. 허겁지겁 봉지를 열고 코를 박았다. 굵은 멸치에서 비린내가 울컥 올라왔다. 킁킁. 아예 주방 바닥에 주저앉아 냄새를 들이마셨지만 한번 달아오른 가슴께는 여간해서 잠...
|
물색환 - 안성호
물색환 안성호 한 달째 물색환(物色丸)을 생각하고 있었다. 담배도 소용없었다. 창밖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사물의 색을 손가락으로 굴려 둥글게 만들어보았지만 몸 안에서 만져지는 것은 구슬처럼 둥근 환(丸)이 되지 못했다. 한약방 같은 곳에 전화를 걸어 알아도 봤고, 한의학 서적을 뒤적거리기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