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 外 1편 - 전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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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수몰지구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 내리고
흘러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뿐이다



법흥사 발전소


앞마당에 소방차가 서 있는
절은 거대한 화력 발전소
주차장엔 버스들이 불타고
산문도 불타고 사천왕상도 불탄다
성냥알처럼 불이 붙은 신도들이 지나가는
석탑도 불타고 복전함도 불탄다
산 위로 오르는 길은 심지처럼 뻗어있고
적멸보궁에서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도 불타고 백팔 배도 불탄다
불타서 끌어올리는 사자산 푸른 하늘
저 거대한 발전타워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숲에서 숲으로
염불를 송출한다
눈을 감으면
우우웅
고압선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아직 환하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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