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문학당 참여 후기 에세이 “서울편”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전인철
목록

[글틴스페셜] 글틴 문학당 참여 후기 에세이 “서울편”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1)

 

 

전인철

 

 

3_

 

 

    나는 이번 ‘글틴 문학당’ 행사의 스태프로 가게 되었을 때 기분이 참 묘했다. 나는 성인이라는 개념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실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복을 벗을 때보다 생일이 지나 더 이상 글틴으로 글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이 내게 십대를 지나왔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번 ‘글틴 문학당’의 진행을 도와 가면서, ‘문학청소년’들을 만난다는 게 너무 반갑게 느껴졌다. 문학을 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문학을 좋아하기 시작한 학생들을 만나면서 몇 년 전에 내가 문학을 처음 시작했던 시기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그다지 끈기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거나 글을 쓰는 걸 즐기던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중학교 재학 시절, 국어 선생님의 수행평가로 시를 몇 편씩 암송하다가 호기심에 시를 쓰던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한 달만 더 지새우면 해로 따져 육 년이 되어 간다. 다른 작가 분들에 비한다면 한없이 적은 시간일 테지만,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할 때면 내게 시를 오래 썼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나는 상대방에게는 미안하지만 약속을 조금 일찍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는 곧장 노트북을 켜고 이제껏 써온 시들을 다시 읽는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할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솜씨라는 걸 자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글을 쓴다고 어떻게 지금까지 버텨 왔는지를 고민했다. 장 주네는 고독을 통한 시인의 죽음에서 시의 이미지가 온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걸 버텨낼 만한 여력이 없는데 말이다. 문창과에 들어오기 전까지 글틴은 내가 글을 쓰는 데 상당부분 조력자 역할을 해주었다. 단순히 각 게시판 선생님들의 합평을 통해서 내 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고 말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작품성 향상은 그때도 지금까지도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틴은 내게 글을 쓰는 작가로서 그리고 글을 읽는 독자로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걸 뽑아 보자면 합평과 문학캠프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중학교 삼학년 말부터 글틴 게시판에 시를 올렸다. 그 당시에는 유종인 선생님께서 시 게시판을 맡고 계셨다. 유종인 선생님 이후 시 게시판을 맡아 주신 김성규 선생님이나 윤석정 선생님도 마찬가지이지만, 유종인 선생님은 내가 봐도 시라기에는 부끄러운 텍스트를 진지하게 시라고 생각하고 읽어 주셨다. 다양한 코멘트도 해주셨지만 그 사실이 내게는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글틴에는 동계 문학캠프가 있었다. 나는 나 외에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었기에, ‘문학청소년’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나는 캠프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고 문학을 하는 데 대한 소소한 고민을 나눴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다니는 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인 시인과 소설가 분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왜 시를 써야 하는지, 왜 쓰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나름대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첫째 날, 선발대로 다른 스태프들보다 먼저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참가 학생들의 인원수를 체크하면서, 최대한 즐겁고 편안하게 학생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말솜씨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학생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나는 여러 가지 말을 재치 있게 한다기보다는 같은 말을 여러 학생들에게 건네는 편을 택했다. 다행히 학생들은 내 말들을 웃으며 받아 주었고, 함께 대화해 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몇몇 질문을 받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나 책을 묻기도 했고, 문학을 하는 데 대한 고민이나 문창과 입시에 대한 질문도 적지 않았다. 그때의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받았던 도움들을 다시 돌려주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최대한 답을 해주기도 했고, 행사에서 스스로 원하는 답을 찾아 돌아가기를 바랐다.
   이틀 동안 진행된 행사는 첫째 날은 분야별로 합평 수업, 둘째 날은 은희경 선생님의 특강과 함께 ‘문학난장’이 주를 이루었다. 합평 수업에서 나는 윤석정 선생님의 강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수업에서는 윤석정 선생님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들으며 학교에서 배우는 기교나 수사를 떠나서 결국 시는 사람이 사람을 위해 쓰는 것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각자 필기를 하거나 질문을 하면서 가슴속에 품고 있는 의문을 하나 둘씩 해결하는 듯 보였다.
    둘째 날에 진행된 은희경 선생님의 강의는 참 좋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소설가가 되기까지, 그리고 소설가가 된 이후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시간에는 거기 있는 모두가 조용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표정이 깊은 사람이 몇몇 보였다.
    강의 이후에는 바로 ‘문학난장’이 진행되었다. 오은, 박솔뫼, 강동호 선생님이 모여 좌담하는 자리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고교 시절에 쫓기듯 문학을 했다. 문창과를 준비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도 눈앞에 있는 창작물이나 곧 다가올 입시가 결과라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문학난장’에서는 선생님들께서 자기가 본격적으로 창작을 하게 된, 창작을 하고 있는 과정을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그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무책임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인상에 가까웠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문학난장’에는 문창과 출신 작가가 한 분도 없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나와 같이 문학이 자유롭다 느끼면서 문학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있는 학생들이 있었다면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싶었다.
   무사히 행사가 끝나고 혜화역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중에는 더러 문학에 흥미를 가진 경우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무겁다고 느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글틴 행사에 참여하면서 때로는 문학을 더 좋아하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다소 진지한 분위기에 내가 문학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고민한 적도 많았다. 그런 생각을 갖는다면 그저 부담이라 느끼지는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행사에서 어떤 걸 느꼈든지 간에 문학을 좋아하는 감정이 어울리지 않는, 혹은 잘못된 거라 말할 사람은 없다고. 내가 이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어느 정도 문학을 한 지도 시간이 지나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도 글틴 행사를 다니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달래고 좋은 글을 어떻게 쓰나 고민했다. 그렇게 시를 쓰고 읽었다. 일단, 나 같은 사람도 그 사실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1)  오은 시인의 시집 제목 인용

 

 

 

 

 

 

 

전인철
작가소개 / 전인철

–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전공으로 재학중.

 

   《문장웹진 2016년 12월호》

 

목록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