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서울 외 1편 - 유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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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공공 서울

 

 

유계영

 

 

    손톱은 밤에 깎는다
    시궁쥐들의 분발을 위해
    인간이 못 다 저지른 악행을 대신해 준다면
    우리가 더 많은 치즈를 빚을 것이다

 

    다음엔 가혹하게 끝내주시겠지
    신도 있다는데
    무거운 얼굴을 씰룩거리는 새들의 병은
    오늘도 차도가 없다
    즐겁고 즐거운 나머지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지나간다
    그러자, 그렇게 하자
    중국매미는 바로 죽여야 한대
    천적이 없기 때문이래 친구가 말한다
    천적이 없는 신 같은 건 만날 일 없던데?
    그러자, 그렇게 하자

 

    시작하는 안녕은 몰라도 끝내는 안녕은 잊지 마
    팔이 하나뿐인 남자는 잊지 않았다
    발이 세 개 되는 그는 유일한 팔로
    세 번째 발목을 들고 근면성실 양말을 팔았다

 

    아침에 켜두고 간 형광등이
    그대로 켜져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불쑥 떠오른 대낮에 한 약속
    기꺼이 서로의 신이 돼주기로 한
    언제 어디서나 꺼낼 수 있는 포켓치즈처럼

 

 

 

 

 

 

 

 

 

 

 

 

 

 

 

 

 

 

 

탈(脫)

 

 

    바다에 가본 적 없는 바다를 데리고 바다로 가는 일 잘 봐, 아름다운 것들은 무서운 법이니까 둘레가 아름다운 모자일수록 죽은 새의 깃털이 많이 필요하니까 수압이 약한 변기 레버를 내리면서 바다를 떠올리는 일 우리가 흘린 오물이 넘쳐버리거나 천천히 맑아지는 시간을 떠올리는 일 바다의 허리띠를 끌러주었다 너무 많은 물이 넘치지 않고 멋지게 출렁거렸다

 

    삼십 년간 한 곡의 히트곡만 발표한 늙은 가수는 삼십 년간 한 번도 털지 않은 이불을 덮고 다디단 잠을 잘 잤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망자가 되어 있었고 너무 늦거나 너무 빠른 아침처럼 이불을 털기에 좋은 날씨가 이어졌으나 내가 볼 수 없는 것들만 진짜 내 것이라고? 한쪽 접힌 달의 귓바퀴처럼? 매일매일 고소한 콩팥처럼?

 

    걱정 마라 천천히,
    바닷속에는 바다 냄새가 나지 않을 거야
    이 바닷물을 무슨 색이라고 부르겠니
    너라면

 

    바다는 푸른 칠판에 태양계를 그린다
    인간의 수줍음이 몸으로부터 얼굴을 떼어놓았듯이
    가장 먼 표정이 되려는 저 별들

 

    늙은 가수는 자신의 노래를 흥얼거리다 말고 이불 밖으로 목을 길게 빼놓는다 노래의 끝을 알고 싶은데 도무지 후렴에 도달할 수 없어서 그는 이불 끝에 섰다 자신의 등을 떠밀어 바다로 던져버리려다가 오랫동안 이불을 쓰다듬는다 너무 많은 물이 넘치지 않고 출렁거린다
    영원토록 반복

 

 

 

 

 

 

 

 

 

 

유계영 시인
작가소개 / 유계영

–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이 있음.

 

   《문장웹진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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